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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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아마도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의 필독서처럼 여겨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꽤 많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읽어 본 사람들도 많을텐데 이번에는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를 그동안의 여러 직함을 거치는 동안 경험한 이야기와 합쳐 펴낸 책이 바로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이다. 

어쩐지 제목과 그 내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좀 덜하기도 하지만 한때 우리에겐 글쓰기와 관련한 관심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작가를 목적으로 하진 않더라도 글쓰기를 좀더 잘하고픈 사람들이 글쓰기의 고수로 불리는 이들의 비법을 찾아 읽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면 단연코 베스트셀러 작가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그런 작가님의 글쓰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경력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그러한 글중에서는 아무래도 문화재청장일 당시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좀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님는 서문과도 같은 글에서 자신을 글쟁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을 한없이 낮춘 말이다. 작가님의 글쓰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리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더 많이, 그리고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그 공헌한 바가 얼마나 큰가 말이다. 

책에서는 작가님이 어떠한 연유로 글쓰기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나 여러 답사와 관련해서 보고 느낀 바도 담겨져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유홍준 잡문집이자 산문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답사기와 관련한 책들이 익숙한 분들은 유홍준 작가님이 무려 30년만에 에세이를 통해서 그동안 작가님의 삶은 물론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일화 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작가님이 말하는 좋은 글쓰기와 관련한 15가지의 조언도 읽어볼 수 있고 옥중 편지는 물론 대학생 시절의 시험 답안지까지 공개하고 있다니 이 또한 글쓰기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보면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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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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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 추리소설을 표방하면서 수도원 수사의 사건 해결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다. 이미 오래 전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현재 북하우스에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이 출간된 상태인데 10권까지가 출판되었고 근간에 11~21권이 가까울 시일 내에 출간될 모양이다. 

중세 시대, 수도원에서 발생하는, 수도원 인근 마을이나 수도원 업무나 수사 등과 관련한 사건을 발생을 수사가 해결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모르게 숀 코넬리 주연의 영화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는 좀더 깊이있는 역사적 배경과 따뜻한 휴머니티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결합된 중세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작품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시리즈 8권은 『귀신 들린 아이』이다. 

12세기 초반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배경으로 어느 날 이곳에 메리엣이라는 귀족 가문의 청년이 수도사가 되겠다며 찾아온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찾아 온 청년에게선 도무지 수도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수도원의 생활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이 보일 정도이다. 

특히나 그의 문제는 악몽을 꾼다는 것인데 그의 악몽은 메리엣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수도원 전체를 불안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던 중 한 성직자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는 왕의 특사였기에 이 사건은 더욱 화제가 된다. 

결국 이 즈음 되니 악몽을 꾸며 스스로 수도사가 되겠다고 온 청년과 사라진 성직자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게 되고 이를 캐드펠 수사 역시 직감하면서 둘의 연관성, 실종과 악몽에 얽힌 진상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특징을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듯한 일이 어느 날 생기지만 그것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후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부자연스러움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파헤치다보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탐욕, 음모, 그리고 관계들이 얽히고 설켜서 제법 큰 사건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듯한 사건 전개, 그리고 단조로움을 탈피한 사건과 인물의 관계 속에서 침착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 수사의 면모가 두드러지기에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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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집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라파엘 주르노 그림, 이주영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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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집 짓는 일을 하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어.

할아버지를 찾아온 손님들은 
어릴 때 꿈꾸던 세상을 
집으로 만나고 싶었 했던 거야.

누구나 자신만의 꿈꾸는 집이 있다. 나의 로망은 빨간 머리 앤의 방처럼 창문 앞에 책상을 놓을 수 있고 그 창을 열어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거나 아니면 윈도우 시트가 있어서 햇빛 좋은 날에 그곳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등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픈 마음이 있다. 

거실을 도서관처럼 꾸며놓고 가운데 긴 탁자와 그에 맞는 의자를 두는 꿈도 꾼다. 

결국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로망 같은 집이 있을 것이고 어른이 되어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이를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다. 
프랑스 젊은 작가상과 오렌지상 수상 작가인 아르튀르 드레퓌스가 쓴 『우리가 꿈꾸는 집』은 건축가인 할아버지가 자신처럼 건축가가 꿈인 손녀딸에게 과거 자신이 건축을 담당했던 다양한 집들에 대한 수첩을 발견한 후 손녀딸에게 아주 특별한 집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 동화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자신이 꿈꾸던 집을 어른이 되어 실현시키고자 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현재 문제적 상황을 해결할 목적의 집을 짓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의 꿈과 욕망은 두려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는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였는데 뽀죡한게 실었던 어떤 사람은 모서리도 둥근게 한 집을 짓고 조용한 게 싫은 사람을 위해 오히려 주변이 시끄럽게 하거나 아니면 남들이 보는 게 싫어 투명한 집을 짓기도 한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집들이 책 속에서는 계속 나온다. 블럭처럼 매일 새롭게 부수고 지을 수 있는 집, 투명한 집, 글자로 만든 집, 완성이 아닌 늘 만들어지는 중인 집 등 다양하다. 

각각의 집들은 건축주가 바라는 희망이 고스란히 담긴 집들이다.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집들이겠지만 몇몇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이 책을 보면서 나의 꿈이 담긴 집을 현실화시키면 어떤 모습일까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되었던,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뭔가 동심과 함께 어릴 적 꿈을 현실화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인것 같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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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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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가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와 찰떡이다. 전체적으로 어둡게 느껴지는 배경에 몇몇 붉은 색이 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작품의 제목에는 무려 '참극'이 포함되어 있다. 『가면무도회』라는 작품 이후 무려 10년 만에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귀환한 작품이기도 하다는 『미로장의 참극』은 미로장이라는 옛 귀족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일단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자 옛 귀족의 저택이라고 알려진 명랑장이란 장소가 흥미롭다. 이곳은 과거 후루다테 다넨도라는 귀족이 지은 별장이다. 일명 미로장이라 불리는 곳으로 애초에 이 공간이 지어질 당시에 저택 곳곳에 비밀 공간이나 장치들을 만들어둔 탓이다. 

이런 기묘한 공간에서 과거 다넨도의 아들이였던 가즌도 백작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죽이고 그 불륜 대상(이라고 생각한) 사촌 시즈마의 팔을 잘랐던 참극이 일어 났었다.

이래저래 기묘하고 문제적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시즈마의 행적에 대해서는 그저 도망 후 실종되었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이런 미로장을 신고라는 재벌이 사들인 후 이곳에서 팔이 하나 없는 남자의 정체가 발견되자 신고는 혹시라도 그가 팔이 잘린 채 도망을 친 후 실종상태였던 시즈마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긴다이치에게 조사를 요청하고 이에 긴다이치는 미로장으로 향한다. 

게다가 이 자리에는 긴다이치 외에도 당시의 참극과 관련된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겠다는 목적으로 함께 모이게 되고 이후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마치 이들이 모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은 미로장이라 불리는 명랑장의 구조의 특이함이나 이 공간이 지닌 과거 참극이라는 스토리와 함께 더욱 공포를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긴다이치 고스케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명탐정이라 생각했을 때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뭔가 마음을 놓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건 해결의 활약을 통해 그 캐릭터 자체로 반전의 묘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미로장이라 불리는 명랑장을 현실로 구현해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캐스팅만 잘 해내면 영상화 했을 때 상당히 재미있는 미스터리/스릴러 영화 한편이 탄생하겠구나 싶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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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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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소설을 쓴다면 분명 이러할 것이다!”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는 표지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 바로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의 『엘리펀트 헤드』이다.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명탐정의 제물-인민교회 살인사건』, 『명탐정의 창자』 등이 있는데 나 역시도 읽어 보았지만 모두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2024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한데 그 평가가 예사롭지 않다. 조금 비약을 하자면 한 마디로 악마가 쓴 소설이라니...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나 싶어진다.
미리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가운데 주인공인 기사야마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는 정신과 의사로 활동중이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잘 해내고 있고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그때 기사야마도 그런 삶에 만족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함도 있다. 

사실 너무 평온하고 행복하면 당연히 그 상황이 좋으면서도 문득 이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사야마 역시 최근 자신의 집을 누군가가 감시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기사야마는 사실 평범한 정신과의사는 아닌 듯 보인다.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를 그저 환자로만 보고 상담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기사야마는 자신의 평온과 행복이 작은 균열에도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치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마냥 그 균열을 깰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차단하고자 지나치게 애쓰는 사람 같고 그러다 결국엔 약물에 의지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이 사람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게 이 정도면 강박이다 싶기도 하고 만약 이런 문제라면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니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읽으면 읽을수록 가장 위험한 인물은 기사야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스터리/추리 소설과는 그 결이 다른 분위기, 전개, 그리고 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읽어 본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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