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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은 대학과 대학생활에 대해서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학생일 때의 로망은 바로 이런 사진 속의 이미지였다. 대학교 건물은 고풍스러운 멋이 풍기는 빨간색 벽돌로 지어졌으면 그 벽을 타고 담쟁이 덩굴(IVY)로 뒤뎦여 있어서 대학교 신입생과 같이 그 싱그러움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이 다 이런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느낀 괴리감은 오히려 실제하는 이런 대학들을 동경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내가 처음으로 아이비 리그(Ivy League)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되고, 인식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홍정욱씨의 <7막 7장>을 읽고 나서이다. 전세계 지성인들이 모인다는 하버드(HARVARD)라는 곳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하버드(HARVARD)의 전경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진정한 대학의 모습 같았다.
이런 하버드(HARVARD)를 포함한 예일(YALE), 프린스턴(PRINCETON),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콜롬비아(COLUMBIA), 다트머스(DARTMOUTH), 브라운(BROWN), 코넬(CORNELL) 대학까지 총 8개의 미국 동부지역 대학을 IVY League Universities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들 IVY League Universities의 재학생들이 패션에 관한 포토북이다. 흔히 프레피룩이라고도 불리는 IVY League Universities 학생들 특유의 옷차림과 패션 소품, 더 나아가 대학 캠퍼스와 대학가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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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이 쏟아지는 캠퍼스 잔디밭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와중에도 책을 읽는 그들의 모습에선 자유로움과 지성이 함께 느껴진다.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은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IVY League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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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무려 45년 전의 IVY League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단순히 IVY League의 학생들, 대학건물들만을 담고 있는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점들, 그 시대의 자동차, 대학 문화, 대학 내의 스포츠, 나아가 IVY League를 졸업한 후 그들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까지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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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만큼이나 그속에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아이비리거들의 자연스러운 삶과 생활이 모두 담겨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간혹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사진들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는 IVY League의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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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이비리거다운 모습이라 여겨진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슴에 새긴채로 무심한 듯 빗속을 걷고 있는 그의 발걸음에서 왠지 모를 여유와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인 작가에 의해 찍힌 사진들이다. 간혹 작가가 IVY League 의 모습에 너무 감탄과 놀라움, 부러움 같은 감정들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진 속 저 남학생처럼 자신의 학교 이름이 새겨진 스웨트 셔츠 차림을 입은 모습이 솔직히 부럽기는 하다. 결코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님에도 자연스러움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스러움이 있다.
45년전과 달리 지금의 IVY League는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사교, 음악 등에 걸친 다방면에서의 활동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글로벌 리더의 모습이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책 속에서 소개되는 패션 용어들을 그림이나 사진 이미지와 함께 부록처럼 따로 모아서 설명해 두었다면 조금 더 좋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