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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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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쓰여진 책이다. 최근 대지진으로 인해서 여전히 그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시점에서 일본 여행을 권하기엔 좀 어패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온천하면 일본, 일본하면 온천이 떠오르는 점을 감안하며 읽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빡빡한 여행 일정을 짜고, 해외의 새로움을 접하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다. 오히려 느긋함이 어울리는 쉬러가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들을 선정하여, 온천을 즐기고, 주변의 관광지를 구경하고, 그 지역만의 진짜 특산물을 경험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이다.
책 속에서는 총 13개 지역을 온천, 볼거리, 먹을거리 3가지의 테마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13개 지역에는 아키타, 시즈오카, 아오모리, 가고시마, 오이타 · 기타큐슈, 나가사키, 오카야마 · 시마네 · 돗토리, 와카야마, 훗카이도가 들어간다.
한일 양국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일행들은 위에 소개된 지역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느낀 점과 보고 들은 점들을 책에 적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얘기하자면 중간 중간에 허영만 화백의 이야기나 그림이 간혹 나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는 저자 이호준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책에서 소개된 곳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소개하자면, 제일 먼저 소개된 번잡한 마음을 씻어보내는 치유온천 아키타이다. 아키타에서 유명한 곳은 다마가와 온천, 쓰루노유 온천, 후케노유 온천이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로 성체봉사수녀원이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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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당에 모신 성모마리아상이 눈물이 흘린 곳으로 유명하며, 이는 1984년 로마교황청으로부터 '기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다.
그리고 아키타에서는 이시야키 나베 요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달군 돌을 이용한 요리라고 하니 그 방법이나 맛이 궁금해진다.
그외에도 가쿠노다테라는 사무라이 마을과 그곳의 벚꽃, 아오이케 호수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가장 숙박을 해보고픈 곳이 바로 시즈오카의 아라이 료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여관과 달리 일본의 료칸은 그 역사와 건물의 품격, 격조가 차원이 다른 곳 같다. 그 유명세 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일본인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1872년에 창업한 아라이 료칸은 현재 일본의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아라이 료칸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료칸 안의 풍경이 고즈넉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리고 시즈오카 지역에서는 일본의 명산이 후지산을 구경할 수 있다니, 잊지 말고 여행코스에 넣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지금 시기와 어울리는 단풍 구경을 원한다면 아오모리의 오이라세계류가 제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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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지에 최고 5시간을 걸을 수 있다고 하니, 높은 산을 오르지 않고도 멋진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차량도로를 옆에 끼고 있어서 위험한 곳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아오모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과가 일본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스카유 온천, 아오니 온천이 알려진 곳들이다.
지고쿠메구리
그리고 오이타 · 기타큐슈 지역의 지고쿠메구리에서 지옥온천을 순례해보고 싶다. 더불어 지옥온천물로 삶은 달걀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음으로 나가사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관광코스인 하우스텐보스가 자리한 곳이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를 주제로 꾸민 테마파크다. 일본 속의 유럽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하다.
하우스텐보스
나가사키의 유명한 온천으로는 운젠 지옥온천이 유명하단다. 그리고 나가사키라는 단어에 딱 떠오르는 나가사키 짬뽕과 의외의 먹을 거리인 카스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음식이다. 그외에도 사세보 햄버거, 싯포쿠 요리, 사라 우동이 유명하며, 오우라 성당 역시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오바마 온천
그리고 그 지역명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 바로 오바마 온천이다. 2008년 11월 미국 대선에 당선된 오바마와 이름이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족욕탕이 유명한데, 오바마 사이다에 오바마 수건이 있단다.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이 사이다로 시원하게 해주고 발도 닦아 준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에히메에서는 온천보다는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는데 바로 이시타타미 무라라고 하는 산꼭대기 소바집이다.
이시타타미 무라
"350년 된 벗꽃나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굶고 내려가는 것이 아쉬워서 만들었다"는 음식점이다. 과연 저곳에서 먹는 소바 맛은 어떨지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없는 맛도 생기지 않을까...
이외에도 정말 많은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 지역의 유명한 온천들과 그 지역만의 특산물, 일본 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와 건축물, 결코 그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들까지 말이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쉬고 걸으면서 일본의 온천을 중심으로 한 특색있는 테마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그런 휴식같은 여행서인 것 같다. 또한 여행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과의 추억이 함께하는 사람 이야기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묘미이니 일본에 대한 새로운 여행이 궁금한 분들은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