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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 크리스마스 ㅣ 미네르바의 올빼미 36
그렉 킨케이드 지음, 유동환 옮김, 화자 그림 / 푸른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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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때에 흥미로운 책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 책이다.
더군다나 떠돌이 개의 이름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진짜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 해서 더욱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스스로도 유기견을 키우고 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유기견에 대해서 관심을 갖자는 일차원적인 접근이 아닌 유기견을 통해서 주변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이야기로 풀어 나감으로써 유기견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코너씨는 어느날 자신의 가족들이 돌봐주던 강아지 제이크가 떠난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코너씨는 제이크가 뭔가 자신이 해야할 임무가 있어서 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이크는 떠돌아 다니다가 무려 100 킬로미터가 떨어진 토드네 마을까지 온다. 조지와 메리 앤의 아들 토드는 지적 발달 장애를 가진 20대의 청년이다.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깨끗하고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조지와 메리 앤에겐 소중한 존재이다.
토드는 아버지인 조지의 농장 일을 돕고 있던 어느날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동안 개를 데려가서 돌봐주는 얘기를 듣게 되고 조지에게 자신들도 개를 동물 보호소에서 개를 데려오자고 얘기한다. 하지만 조지에게는 청년시절 베트남 전쟁을 떠난 자신을 기다리다 죽은 터커과 베트남 전쟁에서 자신을 살리고 죽은 굿 찰리라는 개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지는 다시 한번 강아지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가 두려운 것이다.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 온 강아지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끝내면 돌려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드가 기대하는 모습에 조지는 동물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설렘 반, 두려운 반으로 동물 보호소에 간 두 사람은 한참을 살펴 본 끝에 까만색 강아지를 데려 온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는 토드를 따르고, 조지 자신에게 친숙하게 군다. 토드는 개를 데려 나오는 그 자리에서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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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보자면, 발달 장애를 가진 주인공 소년 토드 맥크레이와 유기견의 만남에서, 뭔가 사회로부터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두 존재가 앞으로 우리들에게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측은지심에서였든, 단순한 호감에서였든지 간에 토드가 그 유기견에게 '크리스마스'라고 이름을 지어 준 순간 크리스마스는 이미 하나의 존재 가치로 거듭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데려온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토드는 보호소에 있는 나머지 개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줘서 다른 개들이 크리스마스만이라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토드의 개 입양 프로젝트는 지역 방송국에 소개되고, 토드의 프로젝트는 의외의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자 토드는 조지와의 약속대로 크리스마스를 보호소로 데려다 준다. 그러나 반 이상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개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고나자 오히려 조지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젊은날의 아픈 과거와 상처 때문에 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면서 조지는 진정으로 개가 필요한 사람은 토드가 아니라 자신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데리러 간 보호소에서 크리스마스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실망한 채로 집으로 돌아 온다. 하지만 자신이 굴려버린 공을 바라 본 순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크리스마스다.
코너씨네와 토드네가 크리스마스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토드네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토드는 개 입양 프로젝트를 계기로 동물 보호소에서 일하게 되고, 토드의 소개로 개를 입양한 행크씨는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낡은 동물 보호소의 개축 공사를 해준다.
이 모든 일들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아닌가 싶다. 나이 든 개 제이크는 작은 마을에 어느날 나타나서 조지를 비롯한 마을 전체에 크리스마의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유기견을 소재로 하면서도 섣불리 캠페인을 강요하지 않는 점이 좋은 것 같다. 그저 유기견에 대한 지속적이고 진심어린 관심과 지원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가만히 일러 주는 그런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