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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소설이 바로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이다. 이 작품은 리에, 다미코, 사키라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가 선보였던 여성들의 서사를 담았던 작품과 어떻게 보면 결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에 쓰여진 작품들조차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다소 문제작이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녀이기에 과연 쓰리 걸스의 탄생 속 이야기에는 어떤 사연들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세 명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리에를 보면 현재 돌싱으로 해외에서 귀한 상황이며 다미코는 아직은 싱글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사키는 평범한 주부로 남편과 아들이 있다.
이런 세 사람이 무려 3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대학 동창시절 함께 어울려 다녔던 세 명이지만 이후 이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30년 만의 만남은 다소 어색한듯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라 편안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전에 절친이였던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의 어색함과 어딘가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전 모습 그대로인것 같은 부분이 발견되는, 진짜 현실에서 있음직한 그런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중년이 되어 버린 지금 어릴 적 한창 인생의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던 사람들에게 지금 그 미래의 삶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미래이기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꿈꾸지 못할 것은 없었던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이들 또한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인생을 리셋할 수도 없고 다시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지금과 다른 삶을 산다는 보장도, 똑같지 말라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비록 내가 상상하고 바랐던 대로의 미래가 내 현재의 삶이 되어주진 않았겠지만 보통의 삶이 그러하다는 것,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보여질 수 있는 여러 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일들이 세 명의 여성들을 주변으로 펼쳐지고 있는 점도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감초 같은 역할로 작용하여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