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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ㅣ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평점 :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소설, 잇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창작 기간만 무려 60년이 넘는다는 한국 여성문학가의 역사 그 자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박화성 작가와 현대 한국 여성문학가인 박서련 작가의 콜라보가 눈길을 끈다.
근 백년을 오가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를 이어주는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의미가 있는데 특히나 박화성 작가는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작가로도 알려져 있다고 하니 덕분에 우리문학사의 여성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감과 동시에 한국 여성문학사의 계보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먼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는 무려 1932년에 『백화』라는 작품을 연재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에 들어선 박화성 작가의 작품 중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이라는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수도 공사」의 경우에는 그 시대의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하수도공사를 둘러싸고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일본인 관리와 공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노동자들은 서동권의 도움을 받아 결국 투쟁 끝에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데 그중 서동권이라는 인물은 소련의 정치 사상에 매료되어 있던 인물로 그의 그러한 활동과 함께 노동자들의 결속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홍수전후」는 무려 일곱 식구의 가장인 송서방은 어렵게 가족들을 부야하던 중 대홍수로 인해 그나마 있던 집과 먹을 것, 그리고 딸까지 수마로 잃은 후 겨우 목숨부지 한 이후에서야 마주하게 되는 농민들의 현실 앞에 의식적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호박」은 혼례를 약속하고 시멘트 공장으로 차출되어 간 윤수를 기다리는 음전의 이야기로 윤수를 기다리면 집에 열린 호박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가 윤수의 편지를 받은 후 음전의 행동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현대 여성작가 편을 맡은 박서련 작가의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하면서 소설인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와 에세이 「총화」가 실려 있는데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유독’이라는 인문학 독서 동아리의 회원인 대학생 림과 연인이자 동아리 운영을 맡고 있는 진의 이야기로 사실상 ‘유독’은 위장 동아리라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동아리의 진짜 목적은 해산되어버린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기 위함이였기 때문인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둘의 관계가 진의 선거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의미있겠다.
특히 이 동아리에서 언급되는 작품이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라는 점이 굉장히 눈길을 끄는데 작품을 통해서 림이 깨닫는 바가 그려진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이는 박서련 작가가 선보이는 「하수도 공사」에 대한 재해석일 수도 있고 헌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총화」는 D의 아이가 태어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데 나와 D의 사랑했던 이야기, 결혼, 대학시절의 이야기, 이 시기를 두고 소돔과 고모라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 등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곧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체험을 이야기하자면 D에 대해서도 말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솔직하면서도 담담함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박화성 작가의 글이 시대적 배경, 그속에서 보여지는 피지배 계층의 실상, 그 실상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투쟁과 개혁 의지 등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라면 박서련 작가의 작품은 그런 박화성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근 백년의 시간이 흘러 현재는 그러한 문제들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두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끈끈한 맺음으로 여겨지며 제목 역시 이해가 되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