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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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전 중고등학교 시절쯤엔가 쇼펜하우어의 책이 집이 있어서 정말 우연히 읽었는데 그 책을 살포시 떠올려 보면 아마도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정도가 아니였을까 싶다. 어린 마음에도 그 글귀가 너무 좋아서 일기장이나 다른 노트에 따로 옮겨 적어 두기까지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평소에 철학가로 잘 알려진 두 사람이 이번에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한 문장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책읽기 좋아하고, 그 읽은 책에 대한 글쓰기(서평쓰기)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대철학자가 말하는 '문장론'이란 과연 무엇일지 많은 기대감이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0.15 ~ 1900.8.25)와 폴란드의 철학가인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78.2.22 ~ 1860.9.21], 이렇게 두 사람을 한데 묶어서 문장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책은 분명 그들의 철학가적인 사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인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단지 문장론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두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인 내용이나 철학자 플라톤과 그의 저서인 국가 등과 같은 내용도 접할 수 있다. 소펜하우어의 문장론이 1부에서 다음으로 니체의 문장론이 2부에 나오는데 두 철학자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론은 각각 어떤 내용인지를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특이한 점은 두 철학자가 괴테의 생각에 동조해서 단순함과 소박함의 법칙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철학 사조는 몰라도 얼마나 대단한지 아는데 두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단순함과 소박함의 법칙이라니 아마도 누군가는 '그게 뭐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처럼 단순함과 소박함에서 대중이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더 대단한게 아닐까? 윈스터 처칠이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라 한 말은 그렇게 거창하지도 길지도 않았다.

 

"포기하지 말라.(Never Give-up)"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Never, Never, Never, Give-Up)"

 

단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말을 듣고자 관중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명언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 힘이 되어 준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역시도 이런 문장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그런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책읽기와 글쓰기, 나아가 문장론에 대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소신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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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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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에 기록된 내용을 현대로 불러낸 『미실』이란 작품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시대를 초월해 태어난 미실을 통해서 그녀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그런 김별아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왕조실록』에 주목했다. "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라는 문장을 그녀가 어떻게 찾아냈을지 그것이 사뭇 궁금해진다.

 

유녹주라는 여인과 조서로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단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안타까움만으로 치부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지금 시대에도 간통이라는 것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하물며 유교의 성리학이 국본으로 자리한 조선에서 양반가의 간통사건은 모르긴 해도 그 당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을 법한 사건 중의 사건일 것이다.

 

'죄가 있었다. 사랑했다는 죄.
더 큰 죄가 있었따. 사랑한다는 죄.
그것밖에 아무것도 원치 않고, 아무것도 알려 하지 않은 죄.'

 

그렇다. 전 관찰사의 아내 유씨라고 알려진 유녹주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녀가 왜 사랑이라는 죄를 저질러야 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니 말이다.

 

고려가 멸망하고 새로운 나라 조선의 개국으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에 녹주는 부모님을 잃고 먼 친척이였던 서로의 집에 맡겨지게 된다. 이 부분은 전 관찰사의 아내 유녹주와 조선 개국공신의 장남이면서 지신사(조선 시대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였음)인 조서로가 과연 어떻게 만나서 사회를 경악시킬만한 간통 사건을 저질렀는지가 밝혀지는 대목이다.

 

유녹주와 조서로는 그렇게 이성을 알아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지만 그것을 알게 된 조서로의 어머니는 녹주를 집에서 쫓아 내고, 결국 유녹주는 깊은 산속의 절에 들어가 살게 된다. 그렇게 잊은듯 살아가지만 조서로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유녹주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던 중 전 관찰사 이귀산이 우연히 유녹주가 있던 절에 들렀다가 유녹주를 보고 반해서 그녀를 후처로 삼아 집으로 돌아 오고, 이에 더해 조서로가 이귀산의 집을 오가게 되면서 유녹주와 조서로는 만나게 된다. 결국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이라 불리며 남자인 조서로는 귀양살이를 여자인 유녹주는 참수형에 처해진다.


 

유녹주는 여자이기에 더 큰 형을 받았을 것이고, 조서로는 남자인데다가 그래도 고위관직에 있었기에 참수형을 면한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사랑한 게 죄라는 그 말에서 두 사람의 결말이 아련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조선시대 성리학의 근본이념을 떠나서 유부녀인 유녹주의 사랑은 두 사람에게는 사랑일지라도 딱 두 사람에게만 그럴지라도 생각한다.

 

조서로가 이귀산의 부인으로 나타난 유녹주와 사랑을 하기 이전에 유녹주가 자신의 집에 있었을때 무엇인가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여자인 유녹주에게만 주어진 비난과 참수형에서만은 안타까울 뿐이다.

 

『채홍』『미실』에 이어서『불의 꽃』까지 실재로 존재했던 단 한줄의 역사에서 이렇게 대단한 글을 쓴다는 건 김별아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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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스토리 -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야기
나카이 토시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나무한그루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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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대세인 요즘 책 제목에 힐링이 떡하니 붙어있는 책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역시도 그런 부류이다. 제목 자체가 '힐링 스토리'이니 말이다. 게다가 읽기만 해도 힘이 된다니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제목만큼이나 표지에서도 왠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책장을 넘겨보면 일단 부담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긴 부담스러우면 힐링은 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일테다.

 

이 책은 저자인 나카이 토시미가 십여 년이 넘도록 메일 매거진〈마음의 양식-반드시 좋아지는 말!〉에 매주 2회 소개한 3천여 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선택한 48가지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니 이 책의 의미가 더해진다. 무려 3천여 개의 이야기 중에서 특별히 고른 이야기라고 하니 분명 저자가 특별히 한번 더 강조해서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 보면 나머지 2천 9백 5십 2여 개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들일까 절로 궁금해진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에서 유명한 인물(소설가, 박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힐링을 돕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니 이또한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 라이트 형제, 마더 테레사, 월트 디즈니,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KFC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빅터 프랭클,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 등과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책, 연극,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나 이미 잘 알려진 일반인의 사례들까지 정말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이야기 또한 함께 적혀 있는 '읽기만 해도'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48가지의 이야기는 글과 그림이 어울어져서 읽기에 부담도 없고, 한편 한편은 분명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다른이의 정의로운 일이나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는 나의 기분도 좋아지게 만든다. 비록 내가 한 일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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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속사정 -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권우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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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란 결국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였다. 지금에서 몇 백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현재와 비교해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쓰여진 책이다. 조선 역시도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마치 춘화의 한 장면 같은 표지의 그림과 제목이 묘하게 어울리는 이 책은 지금과 비슷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속사정이란 과연 무엇일지 충분히 궁금하게 만드는 기대감이 있기에 역사의 한자락임을 감안하고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조선의 사회, 경제, 국방, 정치라는 분야로 나누어서 그 속사정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면 지금과 유사한 논쟁거리가 제법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마다 미(美)의 기준은 달랐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미인이 대접받는 가마 단속에 관련된 이야기나, 조선시대에도 지금 우리의 4월 1일에 해당하는 만우절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또한 조선시대의 부정행위 커닝(cunning)에 관련된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도덕성에서의 문제와 함께 시험에 관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과거 수차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온 우리들에게 '조선 국방의 속사정'은 흥미 이상의 의미로 다가 온다. 외적이 분단의 아픔과 잠재적 위험으로 변화된 지금 그럼에도 조선과 지금의 속사정에서 부국강병과 군사 무기, 병역 비리에 관련된 내용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흥미 위주의 이야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그 예로 내용을 갈무리를 하고 있는 정치 분야에서는 단순한 조선과 21세기 대한민국의 비교 차원을 넘어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조선의 속사정을 재미있게 잘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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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 2003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꿈꾸는돌 6
폴리 호배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돌베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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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하기엔 너무나 쌀쌀한 헨리엇과 플로리다의 작고 우중충한 아파트 지하 2층에 사는 래칫은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있는지조차 모르는 쌍둥이 이모 할머니 펜펜과 틸리가 살고 있는 메인으로 보내진다. 엄마 헨리엇에게는 '헌트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처럼 보인다. 게다가 래칫에게 있는 '그것'으로 인해서 래칫은 항상 주눅들어 있는 상태이다.

 

밤새 기차를 타고 도착한 메인에서 만난 91살의 쌍둥이 할머니는 홀쭉이와 통통이를 연상시킬만큼 생긴 모습이 너무도 다른 모습이고, 실제 성격도 180도 달라 보인다. 읍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쌍둥이 할머니의 집은 글렌 로사라고 하는 저택이다. 과거 부유했던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곳으로 어머니가 자신의 삶의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의 목을 단두대를 만들어서 자살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부유층에서 자녀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그랜드 투어를 했듯이 쌍둥이 할머니들 역시도 그런 생활을 하고, 많은 하인들이 집을 돌보는 가운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이후,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두 사람은 여전히 글렌 로사를 지키면서 91살이 되도록 바깥세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인을 모두 내보내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그들은 집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블루베리와 그만큼이나 돌아다니는 곰과 공존하고 있고, 곰을 피해서 블루베리를 따서 잼을 만들기도 했다. 마치 박제된 공간같은 글렌 로사에 래칫이 찾아오고, 래칫은 자신의 몸에 있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는 두 할머니와 글렌 로사에서의 일상에 점점 더 적응해 간다.

 

글렌 로사에 있는 전화기는 과거 쌍둥이 할머니의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하려고 아버지께서 오로지 받기만 하도록 전화선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전화임에도 엄마 헨리엇은 자주 전화를 하지 않는다.

 

주눅이 든 하지만 점차 쌍둥이 할머니 펜펜과 틸리를 도와서 집안일을 하던 어느날, 글렌 로사의 저택 앞에 임신한 여자와 래칫만한 여자 아이가 나타난다. 임신한 매디슨은 하퍼(여자 아이)를 맡기러 고아원에 가던 길을 잘못 들어서 글렌 로사까지 온 것이다.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이제는 자신을 길러 준 엄마같은 이모에게서 버림받은 하퍼는 래칫과는 정반대로 거칠고 나쁜 모습을 보이게 되고, 이에 틸리는 불만스러워 하지만 그 아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몇 십년 간 사람이라곤 펜펜과 틸리 두 사람이였던 글렌 로사가 래칫의 등장이후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고, 그 사이 펜펜은 과거 틸리가 그랬던 것처럼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된다. 점차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은 틸리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서 래칫과 하퍼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자 한다.

 

처음엔 마음을 열지 않았던 하퍼는 직설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악의가 없는 소녀다. 그렇게 래칫과 하퍼는 서로 친구가 되고, 래칫의 엄나 헨리엇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글렌 로사를 찾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퍼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다. 바로 벌레에 대해 연구할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오기 전 래칫은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지만 헨리엇은 수술한 그 모습조차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모두가 돌아 가고,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글렌 로사의 전통처럼 틸리는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뒤이어 펜펜까지 틸리의 옆에 묻히게 되고, 래칫과 하퍼는 펜펜과 틸리가 남겨 놓은 글렌 로사를 지키며 수십 년 전 펜펜과 틸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특히 래칫은 대학 진학을 한 하퍼와는 달리 글렌 로사에 남아 그곳에서 펜펜과 틸리가 했던 모든 것을 이어간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하퍼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그 옛날 하퍼의 등장처럼 래칫 앞에 나타난 그 남자가 사실은 의사이며, 읍내의 리처드슨 선생님의 뒤를 있게 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리처드 필링과 래칫은 결혼해서 숲을 사랑했던 그 마음을 이어나간다.

 

91살의 모습도 성격도 너무 다른 쌍둥이 할머니가 가족이 있지만 버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두 여자아이의 실직적인 부모 역할을 하면서 차츰 서로에게 동화되어가고, 마지막의 순간까지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한다.

 

블루베리가 만드는 계절이란 아마도 쌍둥이 할머니의 어머니와 틸리, 펜펜이 떠난 시기를 의미하고, 그 시기마다 남겨진 사람들은 슬프지만 한층 더 성숙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곰이 수시로 나타나는 그길을 무면허의 틸리가 운전을 하고, 아무도 없는 글렌 로사 저택에서 그렇기에 조용히 살아가던 펜펜과 틸리의 죽음이 외롭지 않아서, 남겨진 하퍼와 래칫 역시도 외롭지 않아서 두 쌍둥이 할머니의 오묘한 분위기 이상의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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