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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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사랑한 해부학자'라는 문구가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 『클림트를 해부하다』이다. 제목에 적힌 '해부'라는 단어가 예술 작품에서 예술가와 그의 창작물에 대한 예술적 분석이겠거니 생각하고 접근한 책이지만 사실상 이는 인간 발생의 비밀을 클림트의 작품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라 너무나 신선한 발상이다 싶었다.

 

클림트의 작품은 설령 그 제목은 몰라도 <키스>의 그림을 알 정도로 유명하고 그의 작품과 관련해 영화화가 되기도 했을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클림트의 그림하면 골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에 과연 의대 교수님이 분석한 클림트와 그의 그림은 어떨지 더욱 기대되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부분은 클림트의 탄생과 관련해서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유럽 예술계의 분위기 등을 만나볼 수 있고 그 당시의 과학사는 어떤 발견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접목하고 있는데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찰스 다윈과 에른스트 헤켈이다. 동시대의 미술과 예술의 접근을 통해서 그러한 과학사조가 클림트의 그림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1부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클림트를 해석할 것인가를 알려주었다면 2부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클림트 코드를 파헤치고 있는데 실제 그의 작품들을 예시로 들면서 그 그림들 각각에 테마를 붙여 인간의 생애, 발달 등과 연결지어 설명을 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클림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좀더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해부학자인 저자의 직업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체 그림 속에서 인간, 의학, 생물학 등과 관련한 부분들을 집중조명하면서 그 부분을 분석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키스>라는 그림에서 여자의 옷에 난자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말은 솔직히 무수히 많은 그림관련 도서들을 보았음에도 이런 식의 접근은 없었던것 같아 새삼 그 그림이 다시 보였을 정도인데 이것이 수정과 그 이후 발달 과정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그림에서 발견된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였다.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자 새로운 해석 같은 클림트 해부를 담은 책인 것이다.

 

덧붙여 3부에서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실으며 그들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기원을 어떻게 담아내고자 했는지를 알려준다. 이는 클림트의 그림에 국한되지 않고 좀더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화가들 역시 이런 식의 시도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게 되어 클림트의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보면 좋을 그림들이라고 생각한다.

 

클림트라는 유명 화가와 이름보다 더 유명할지도 모를 그림들을 과학과 의학의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서 인간 발생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익숙한 그림 속 놓치고 지나쳤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해 해부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며 흥미롭게 다가왔던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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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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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산맥 사이를 향해가는 오토바이 한 대의 뒷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표지가 인상적인 책,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은 마치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결국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 마음의 쉼표 같은 안정감을 준다. 어느 곳에 있든 자신이 돌아갈 안식처가 있다면 힘든 여행도 새로운 경험이 되고 낯선 여행지의 곤란함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임성순 작가는 어떤 이유로 유럽으로 오토바이 여행을 떠났을까? 그것도 평소에 오토바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충분한 계획이 필요한데 오토바이를 이용한다면 국경을 넘나들 때 더 많이 신경써야 할 것들이 생길것도 같고 날씨의 변화에 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더욱 고생하셨을것 같아 그 시작과 과정, 끝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던것 같다.

 

 

여행의 시작은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알프를 넘을 것이란 계획을 세우지만 국내 날씨도 간혹 뜻밖의 한파가 몰아치기도 하는데 유럽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 한파가 닥친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그나마 실내(?) 같은 느낌에 바람이나 기온의 영향의 덜 받았을수도 있었겠지만 오토바이는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비와 바람, 눈이라도 내리면 그대로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교통수단이라 좋지 않은 날씨에는 최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기에 더해서 한번도 생각보지 못했는데 벌레까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토바이는 고속도로에 올라가지 못하는데 비해 해외는 달릴 수 있다는 점, 특히 그 유명한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에서의 주행과 관련해서는 라이더분들이라면 더욱 가슴 뛰는 장면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참 쉽지 않은 여행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그 상황을 대한다. 이런 힘이 저자로 하여금 여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에서는 스페인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오토바이를 먼저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곤 작가님은  패키지 여행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대목을 보면서 뭔가 다사다난, 고행 같았던 자신의 유럽 여행에 이 정도의 선물은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12개국의 만 킬로미터가 넘는 여정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 무려 3개월에 걸친 유럽 여행기는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고 뜻하지 않은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그런 문제들이 우리의 인생에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런 때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흥미로운 책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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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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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의 시대가 도래하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뭔가를 새롭게 하기에도, 그렇다고 어딘가로 도망칠수도 없는 그야말로 마지막의 순간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지, 그리고 나 역시도 그 순간 무엇을 할지도 궁금하다. 어차피 어디론가 도망가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평소의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평소 내가 하던 일들, 오늘 하려고 했던 일들을 그냥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보낼 것 같은데 이번에 만나 본 『세상 끝의 살인』은 어떻게 보면 그런 상황일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직분을 마지막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하다.

 

지구가 소행성과의 충돌로 종말의 위기에 처한 때, 거의 두 달 가량의 시점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행태를 보인다. 누구나 보임직한 행동들이라는 점에서 소행성과의 충돌이란 설정은 비록 가상일지라도 사람들의 모습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희망을 갖고 최대한으로 도망을 가려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죽는다는 생각에 비관적으로 생각해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회적 혼란을 틈타서 약탈을 하는 등 지극히 나옴직한 패턴들이 모두 나오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스피노자인 셈인가.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던.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교습소를 찾아 온 하루라는 인물이 그러한데 이런 때에 운전을 배우러 오는 하루도 대단하지만 그런 하루에게 운전을 가르치겠다고 나홀로 출간한 강사 이사가와도 놀랍다. 하지만 이 둘의 어떻게 보면 기이하고 또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신의 삶에 충실한 두 사람이 직면하게 된 것은 트렁크 속 여성의 시체이다.

 

운전교습에 필요한 차를 타야 했던 두 사람, 그 차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한 여성의 시체가 트렁크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미 사회는 앞서 언급한대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고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고 약탈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 여성을 굳이 트렁크에 숨기지 않아도 되었을것 같은데 이렇게 한 이유는 뭘까 싶은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범인을 잡겠다는 이사가와도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밖에 없는데 과연 두 달 후 지구가 멸망하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커녕 어쩌면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서 이런 사건이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과연 누가 왜 이런 시점에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나아가고 결국 두 사람은 진짜 범인을 찾기에 나선다. 

 

모든 것이 절망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 기이한 사건과 맞딱뜨린 두 인물이 보여주는 수사는 두 사람의 다른 성향만큼이나 색다른 묘미를 자아내면서 과연 작가는 이 혼란의 시대 이러한 사건을 통해, 진범의 정체와 그 의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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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명화 속 식물 365
박은희 지음 / 블랙잉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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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지, 또는 어떤 테마로 접근할 것인지에 따라 똑같은 명화와 이미 많이 보아 온 명화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과연 명화 속에 그려진 식물을 중심으로 한 식물 테마로 접근하는 책은 어떨까? 바로 『하루 한 장 명화 속 식물 365』이다. 책은 제목처럼 365일 하루 한 장씩 명화 속에 그려진 식물이 소개된다. 월과 일도 표기되어 있다. 

 


책의 크기는 옆으로 살짝 긴 듯한데 이는 펼쳐보면 알겠지만 그림이 책의 정 가운데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고 바깥쪽으로는 빈공간과 해당 그림에 대한 적지만 코멘트가 적혀 있는데 가만히 보면 다이어리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빈 공간이 라인인데다가 만년달력과 날짜 기입형의 중간 정도로 월과 날짜는 기입되어 있으나 요일은 없기 때문으로 실제로 다이어리로 활용한다면 요일이 표기되어 있지 않으니 책을 접한 딱 그 날짜를 기준으로 요일을 기록하면 그날그날의 중요한 일들을 기록하는데 활용해도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박은희 작가는 '영국 보태니컬아티스트 협회 SBA DLDC 과정을 수료했고, 영국 보태니컬아트협회 펠로 멤버(fellow member)이자,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KBAC) 이사(저자 소개글 中)'이자 실제 현재도 보태니컬아트 클래스를 운영중이기도 하다는데 이런 보태니컬아티스트가 엄선한 명화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드커버의 표지부터 내부 명화들의 구성까지 상당히 고급스러움을 자아내기에 선물용으로도 참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명화이기 때문에 작게는 꽃 한 송이도 있지만 넓게는 정원이나 길가의 나무가 그려진 그림도 있고 아예 들판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을 담아낸 그림도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어쩌면 바로 이런 점이 자칫 작은 그림 안에 하나 내지는 몇 개의 송이로만 끝나버리는 꽃 이미지를 벗어나 조금은 마음이 탁 트이는 자연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컨셉을 식물 테마 명화로 잡은 것이 아주 적절한 선택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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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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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만화 출판사 고단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일본에서 먼저 그 실력을 알아 본 K작가 강착원반의 작품 『Deadmeat paradox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올랜드 제국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과 좀비가 공존하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사망 후 최대 30일 이내에 부활하게 되는 원인 불명의 병 또는 그 병의 환자를 ‘좀비’라고 칭한다.(p.10)”  

 

그렇다. 좀비가 죽은 자인자, 산 자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좀비를 기업들은 고용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부족해진 인간은 좀비 대신 인간을 고용하라 외친다. 

 

 

또 좀비는 좀비대로 산자도 죽은자도 아니기에 제대로된 사회 생활을 할 수 없고 인간들로부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살아가 인간과 좀비는 서로를 증오하거나 차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변호사인 골드는 어릴 때 좀비가 된 동생 실버와 살고 있다. 실버는 형의 조수로 형을 돕고 있고 치료가 필요한 좀비들을 돕는다. 좀비이기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는 골드 앞에 좀비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친좀비파 귀족 가문이였던 아르테미아 가문의 유일한 상속녀였던 릴리 아르테미아가 좀비가 된 상태로 나타나고 좀비인 그녀가 사망자인자 아니면 살아있는 존재인지를 둔 거대 보험사와의 세기의 재판을 하게 되는데...

 

상당히 신선한 발상의 작품이며 재판으로 가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다. 게다가 재판의 진행과정에서 보여지는 반전은 무엇보다도 통쾌하고 골드의 기지가 돋보인다. 그 결말 역시 릴리가 진정으로 바랐던 바대로 이뤄진것 같아 짧지만 그속에서 재미와 통쾌한 반전과 감동까지 담긴 만화였다.

 

 

책에는 미공개 단편인 「시간 죽이기」도 실려 있는데 현실이 너무나 힘든, 과거에도 그랬고 어쩌면 현재는 더욱 그런 상황인 미키라는 주인공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죽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죽음 이후 자신의 시체를 처리해줄 분들을 위한 수고비를 벌고자 월급이 즈음을 D-Day로 정한다. 

 

그런 미키 앞에 메구미라는 여성이 나타나고 우연한 기회 속에서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서로의 진심을 나누며 서로가 가진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게 된다. 문득 미키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죽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위로해 줄, 그리고 이해하고 공감해 줄 누군가가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라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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