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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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우리의 일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탓도 있을테지만 한 두 명도 아닌데 그 분들 모두를 기억할만한 일도 딱히 없기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뉴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김영란 전 대법관이란 분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분에 대해서라면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부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는데 힘 쓰신 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법의 입법으로 해당되는 인물들은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 등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도 요즘은 스승의 날에도 선물을 받지 못하는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이 돈을 모아 선생님의 선물을 사드리고 반장과 부반장은 일명 촌지라고 해야 할 돈을 냈던 기억이 있기에 정말 괜찮은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정의 아이콘 같은 분이 쓴 『판결 너머 자유』는 ‘판결’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부제가 좀더 와닿는 책이기도 하다.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금 이 시대를 표현한 말 중에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분열되었고 분쟁이 일어나고 서로를 향한 저주의 말도 서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사안들이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그런 판결이 내려지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판결들을 보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었던 사안들임을 감안하면 이 책을 통해 판결의 전후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반되지만 어느 한쪽의 신념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신념들에서의 합의와 판결을 주제로 한 이야기와 기본적 자유들에 대한 판결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나눠서 소개되는데 모두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다.

어느 쪽이든 그들이 말하는 바는 합당하고 그 신념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사안에 대한 판결은 신중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논쟁은 심각하고 분열 역시 더욱 커질테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명확하게 판결이 내려져야만 더이상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보면 쉽진 않겠지만 이런 판단이 왜 필요한가, 이런 판결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과 논의가 필요하고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와 같은 여러 방면에 걸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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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회고록 1 : 어둠을 지나 미래로 - 침묵을 깨고 역사 앞에 서다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 1
박근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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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영예에서 역대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된 사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의 과오로 인한 댓가를 정치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쯤 하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기에 회고록을 출간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던게 사실이다.

분명 일각에서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 비난이 있을 것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죗값을 치른 사람이다. 


이 책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선서를 끝낸 이후인 2012년 말부터 시작해 지난 출소 후 2022년 3월 대구의 달성에 마련된 사저로 오기까지의 대략 1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담아냈고 이를 둘러싼 평가는 여전히 갈릴기도 하지만 그 당시 어떠했는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자신의 주변에 있던 각료들이나 참모들과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어서 뉴스로만 접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기도 하다.


가장 공적인 사람이였던 분의 결정과 이야기를 지극히 사적인 인물이 된 지금 돌이켜보며 담아낸 이야기는 최대한 당시의 대통령으로서의 시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하는데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여러 결정들을 둘러싼 대통령의 고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특별 사면으로 조기 출소하기까지 수감 생활을 한 이야기도 나온다. 탄핵의 국면 당시 지금의 야당측으로부터 정말 많은 카더라 식의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말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자신과 일한 각료들과 참모들의 구속을 지켜보며 느꼈던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이야기들을 2권에 모두 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출간 이후 이 책을 둘러싼 대중의 시선도 신경써야 했을테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역사와 국민의 몫이 될 것이기에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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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신종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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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유명한 저서 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아마도 많이 알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책을 완독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할텐데 사실 책 그 자체만 놓고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다, 도대체 차라투스트라는 뭐라고 말했는지.

그 책을 읽기는 부담스럽지만 무엇을 말했는지 궁금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 다른 책인가 싶지만 사실 이 책의 원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버전이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오고 읽힌다. 


니체=차라투스트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니체는 자신을 차라투스트라에 투영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며 지속적으로 언급하는데 그는 어떻게 100년 전에 이토록 인간의 삶을 꿰뚫어 본 것처럼 지금에서도 적용가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총 4부(+ 최종 부)에 걸쳐 언급되는 메시지는 놀랍기 그지없다. 

정말 다방면에 걸쳐서 인생의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자기 중심적인 삶 그러나 그것이 이기적인 삶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군중 속의 외로움을 벗어나는 길은 오롯이 혼자 있는 순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낼 수 있는가를 역설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의 삶이 더이상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그럼에도 뭔가 그속에서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떠올리고 동시에 함께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말해줄 것이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여도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한 문장만을 담기가 힘들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책이 쓰여진 방식이 구어체여서 읽는게 아니라 강연을 듣는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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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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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성역할의 편견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어서 간호사라고 하면 당장 여성만 존재할 것 같지만 실제로 종합병원을 가보면 남성 간호사들을 그에 못지 않게 볼 수 있고 반대로 여성 근로자가 있을까 싶은 직업군 역시도 이제는 여성 근로자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금은 진입장벽이 높아보여 혹시라도 여성 근로자가 있다면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남초 직장 내에서 자신만의 몫을 해내고 있는 여성 10인의 인터뷰를 담아낸 책이 바로 『나, 블루칼라 여자』이다.


사실 블루 칼라는 직업군을 나누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화이트 칼라로 불리는 회사원들이 보통은 흰색의 셔츠를 많이 입어서였던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사무직원과 현장 노동자를 나뉘는 일종의 직업에도 귀천이 있는 것처럼 이미지화 시켰는데 지금은 오히려 화이트 칼라보다 임금 등이 더 높은 경우도 있는 걸 보면 많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블루 칼라 직군에서 일하는 10인의 여성들을 보면 직업이 실제로 여성은 본 적이 없는것 같은 직업들인데 대형 트럭은 아주 가끔 봤지만 레미콘 기사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보고 용접하시는 분도 처음 보는것 같다. 이외에도 건설현장에서 반장의 자리에 오른 분도 계시고 목수, 철도차량정비원, 주택 수리 기사 등에 이르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나온다.


직업 현장에서 본인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여성이기에 경험했던 성차별이나 직장내 성희롱 등과 관련한 문제들, 여전히 존재하는 곱지 않은 시선들도 허심탄회하게 풀어낸다. 

사람이 가장 멋있을 때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인것 같다. 책에는 10인의 여성분들이 자신의 작업 현장 내지는 업무와 관련해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남성분들도 그렇지만 오랜시간 어느 직업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연륜을 쌓아오신 분들을 보면 보통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기 마련인데 가장 먼저 나오는 화물 노동자 김지나 씨와 레미콘 운전 노동자 정정숙 씨의 모습을 보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해내기 위해 몸에 멍이 들어가면서도 장비를 옮기는 모습에서는 나약함 대신 프로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부단했던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 이는 단순히 여성이여서 더 감동적인게 아니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잘 해내겠다는 다부짐을 보게 되는것 같아 여러 면에서 삶의 자세와 자신의 일을 대하는 열정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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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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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전쟁 속에서 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룬다. 아니면 전쟁을 대비하거나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그렇다. 최근 방송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가 주요 상들을 수상했는데 이는 전기영화 같은 이야기로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 그의 원자폭탄 제작 등에 관련한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지않을 수 없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막대한 배상금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승기를 잡고 종국에는 승전보를 올리기 위한 각국의 무기는 물론 각종 기술을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이번에 만나 본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바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나아가 세계의 패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려 전쟁과 과학 200년 사(史)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라 과연 과학의 기술이 세계의 패권을 변화시켰는지를 24가지의 결정적 사건들로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과학자가 전쟁에 참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강한 군대를 위해 과학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례라든가 실질적으로 다양한 과학이 발달하게 된 전쟁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사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점이 참 좋다. 귀한 시각 자료를 함께 보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어떤 무기들을 탄생시켰는지를 보면 그 무기들을 보유하게 된 국가에는 아주 큰 기회이겠지만 전체 인류사를 통틀어 보면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무기다 싶은 생각도 들게 해서 참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포라든가, 총 등의 무기에서부터 화학무기는 물론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군인들을 위한 기술부터 그들이 사용할 다양한 군수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전쟁에서 새로운 것들을 탄생시켰는가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비롯해 더욱 발전된 수소폭탄이라든가 핵 잠수함, 우리나라 역시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뉴스에서도 종종 보게 되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은 물론 인공지능이 전쟁 무기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도 보여줌으로써 과연 전쟁에 실질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기술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나아가 어떤 충격적인 기술이 접목된 무기들이 개발될지(어쩌면 이미 공개가 되지 않았을 뿐 개발되고 있거나 개발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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