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심사위원 전원 압도적 지지!
2024년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작품의 제목인 『멜라닌』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했는데 그건 '불루 멜라닌'에서 따온 모양이다. 

피부가 파랗게 된다니... 홍조증은 들어 보았는데 이게 진짜 있는 것가 싶었는데 멜라닌은 색깔로 피부에 드러나진 않는다고 하니 작품을 위해 쓰여진 표현이구나 싶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불러 오고 사회적으로도 타의에 의해 약자로 분류된다. 이는 보호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적 의미의 약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나보다 못한, 정상적이지 못한, 그래서 무시해도 괜찮을것 같은 의미의 약자일 것이다. 


주인공인 재일은 피부가 파랗다는 이유로 가족들 안에서도 냉대를 받고 외부에서는 무시를 넘어 멸시를 받는다. 또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고 피부색을 이유로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피부색과 관련한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을 당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던 어머니가 미국 이민을 준비하던 중 베트남으로 간 뒤 오지 않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실을 경험한다. 

결국 미국으로 떠난 가운데 그곳에서의 생활도 역시나 쉽지 않지만 다행인지 고맙게도 재일을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친구도 생긴다. 부모도 못하는 일들을 주변의 사람들이 도와주는 걸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다 싶고 특히 클로이와 셀마는 재일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클로이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범죄의 희생양이 되면서 다시 한번 재일은 인생에서 소중한 이를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종 차별, 혐오를 없애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인종을 넘어 사회 만연에 퍼져있는 나 아닌, 내가 속한 곳이 아닌 이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발언들, 그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을 보면서 어쩌면 아예 피부색으로 차별을 하고 혐오감을 드러내던 그때보다 더 많은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도둑 신부 1~2 세트

도둑 신부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도둑 신부』는 그림 형제의 동화 중 하나인 『도둑 신랑』에서 그 모티브를 따왔고 한다. 결혼 후 신부를 잡아 먹는다는 기괴한 동화에서 신랑의 자리에 신부를 대체했고 이 작품에서는 그 존재로 지니아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팜 파탈로 불리는 그녀는 남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걸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고 유희가 끝이 나면 그 남자들을 버리는 것인데 지니아가 버린 남편을 둔 여자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토니, 캐리스, 로즈가 바라보는 지니아에 대한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지니아라는 인물에 놀라게 되는 것 같다. 

그녀는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데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특히 그 약점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들의 기억과 내면 속에 있는 것들을 건드려 그들이 하여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그 모습으로 상대에 앞에 나타나 어떻게 보면 호감을 갖게 하고 친구가 되고 싶게 한다는 점에서 남자들에겐 팜 파탈로 여자들에겐 최고의 친구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녀를 통해 세 명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어릴 적(과거)의 기억 속 모습과 제대로 마주하고 그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야 할지 어떤 의미에서는 심리 상담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녀들을 하여금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코치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 참 묘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든다. 

이렇듯 토니, 캐리스, 로즈는 지니아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속엔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이고 지니아를 통해 변화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녀는 정말 악녀나 팜 파탈로서의 이미지로 기억될 뿐인 존재일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묘하게 흥미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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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도둑 신부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팜 파탈, 게다가 그런 여자에게 내 남자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그녀는 남자를 빼앗긴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될테지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 속 지니아를 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 

다른 이의 약점이나 아픈 곳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 사람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것이 매력적인 여성이라기 보다는 악녀에 가깝게도 느껴지지만 마거릿 애트우드는 지니아라는 여성을 등장시켜 그녀로 인해 공동 연대의 힘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토니, 캐리스, 로즈로 하여금 그녀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니 어떤 의미에서 지니아는 팜 파탈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심리에 능통한 인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기 다른 성향을 지녔으나 세 여자 모두 지니아로부터 남편을 빼앗겼고 지니아는 그 관계를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그녀의 팜 파탈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지니아의 장례식에도 참석했으나 오년 후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들이 정기적인 모임에 나타나는 지니아, 처음에 그들은 지니아를 모른 척 하지만 이후 토니를 시작으로 캐리스, 로즈까지 그녀로 하여금 자신들이 감추고 있던 과거의 기억에 닿게 만든다. 

자신들의 상처를 헤집어 놓는 것 같은 지니아의 행동은 놀랍게도 세 여자들에게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게 함과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세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것,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캐치해 세 여자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타고 났다고 봐야 할 재능이라는 생각도 든다. 

ㅎ지니아의 이런 행동이 어떤 부분에서는 세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알게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삶에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이중적인 모습이 참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들에겐 불행은 안겨주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같은 존재라 참 어느 한쪽으로도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도 하고 그런 지니아의 모습을 마거릿 애트우드는 매력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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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도둑 신부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가장 최근에도 『스톤 매트리스』를 출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도둑 신부』는 전체가 2권으로 이뤄진 작품으로서 그림 형제의 동화 중 하나인 『도둑 신랑』에서 그 모티브를 따왔고 실화 소설이기도 하다니 어려모로 흥미로운 소설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마거릿 애트우드를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들 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현대 캐나다 문학의 산증인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동시에 여성주의 문학의 거장이기도 하다. 특히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는 평가가 돋보이고 소설을 쓰기도 하지만 시인이면서 에세이스트이자 문학 비평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녀의 활동 영역은 상당해 보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모티브가 된 동화의 제목에서 신랑을 신부로만 바꾼 가운데 신랑을 잡아먹는 신부라는 존재를 팜 파탈인 지니아를 등장시키고 있고 이 지니아에게 잡아 먹힌 남자들이 아닌 그 남자들을 둔 세 명의 여자들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 점이 흥미롭다. 

어떻게 보면 세 명의 여성은 자기만의 매력이 분명 존재하는 각기 다른 직업이나 성향, 그리고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데 역사학자인 토니부터 몽상가 캐리스, 사업가 로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 세 명의 여성인 토니, 캐리스, 로즈의 현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들에겐 지니아라는 공통된 화제의 인물이 있고 지니아는 오년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놀랍게도 세 명의 여성들이 갖는 모임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가 흥미를 돋운다. 

그런 가운데 지니아와 가장 먼저 인연이 생긴 이는 역사학자인 토니로 그들 사이에는 웨스트라는 남자가 있었다. 토니는 웨스트를, 웨스트는 지니아를 좋아했으나 이후 지니아가 떠나면서 토니는 웨스트와 결혼을 한 것인데 작품을 보면서 독자들은 도대체 지니아라는 여성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길래...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녀가 은근히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데 능숙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특히 상대의 약점을 잘 캐치해서 교묘하게 파고들고 어떻게 보면 그럴듯한(딱히 틀린 말도 아닌것 같긴 하다는 점에서 왠지 더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말로 상대를 현혹시킨다. 

토니나 캐리스 역시도 그런 지니아의 능력에 자연스레 끌리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팜 파탈이 아닌 마성의 여성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라 과연 2권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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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조반니의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90
제임스 볼드윈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1950년대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제임스 볼드윈의 작품 『조반니의 방』은 미국인인 데이비드와 이탈리아인으로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반니의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을 그려낸다. 

데이비드가 바에서 조반니를 본 이후 그는 운명처럼 조반니에게 끌린다. 사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성에 대해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로 헬라라는 이성의 연인까지 있는 상태이지만 조반니를 향한 데이비드의 끌림은 어쩌면 그가 그토록 거부하고자 했던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운명 같은 마주침이였을 것이다. 

과연 1950년대의 동성을 향한 사랑이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은 궁금증이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요즘은 동성혼이 합법화되는 경우도 많고 우리나라 역시 TV에도 자신의 성적 지향을 확고히 드러내고 방송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참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때는 어땠을까?

이런 부분은 책에 등장하는 데이비드가 동성에게 끌리는 자신의 성향을 지속적으로 부정하면서 동성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 불타는 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표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도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데이비드가 조반니에게 끌리고 그와 사랑의 시간을 보냄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신경 쓰는 것만 봐도 그가 이 관계에서 얼마나 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마음의 끌림과 현실에 대한 우려 속에서 데이비드가 얼마나 고뇌하는지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조반니와 밤을 보내고 나서도 행복함과는 다른 수치심을 느끼는 것 역시 그 스스로가 사회적 시선, 그리고 자기 스스로가 여전히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데이비드는 자신, 조반니, 헬라 사이에서 데이비드의 선택은 모두를 불행, 그리고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데 데이비드가 생각하는 비정상의 삶에서 다시 정상의 삶으로 속하려는 그의 시도를 보면서 세 명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들의 삶을 비난 할 수도 위로하기도 힘든 상황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의 선택으로 인해 배신과 사랑을 상처를 받게 되는 조반니와 헬라의 삶이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면서 과연 지금의 데이비드라면 그는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한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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