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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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선 뉴요커와 파리지앵의 묘한 분위기가 함께 느껴진다. 잡지『뉴요커』의 표지화를 30년간 그려온 풍자화가 장 자크 상뻬의 모음집이다. 이 책을 접하기전까지 상뻬의 그림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먼저『뉴요커』말하자면 상뻬의 그림처럼 이렇듯 그 어떤 기사의 헤드라인없이 그림만으로 표지를 장식하는 특징을 가진 잡지이다. 단순한 기사 내용이 아닌 문화와 예술이 잘 표현된 잡지 같은 느낌이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으로서는 드물게 『뉴요커』와 인연을 맺은 1978년 이래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의 상빼>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에서는 정말 뉴욕을 찰라를 묘사한 듯한 그림이 나온다. 

 

 

마치 사회적, 경제적 신분 차이를 묘사하고 있는 듯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책의 초반에는 장 자끄 상뻬가 전『텔레라마』편집장 겸 대표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처음 그가 뉴욕에 가게 된 경위와 그때 느꼈던 생경하고 멋진 뉴욕의 느낌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으며, 『뉴요커』지의 사내 분위기는 물론이고 그가 그속에서 유대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 모습도 나온다.

 

"전형적인 미국풍은 아니지만 『뉴요커』에만 실을 수 있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림을 딱 보는 순간 이런 느낌이 오는 그림들이 있다고 하니, 그를 『뉴요커』로 데려온 간부들의 생각이 절묘했다고 본다.

 

 

 

 그는 때로는 벽화도 그렸다고 한다. 이제는 많이 상해있는 이 그림은 1985년 뉴욕 47번가에 그린 벽화이다.

 

"어렸을 적에 나는 자전거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한 번도 내 자전거를 가져 보지 못햇습니다.자전거로 뉴욕을 달리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자전거를 타면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데다가 굉장히 자유롭거든요. ..... 자전거를 타고 뉴욕을 달리던 때가 정말로 그립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즐겨했던 그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여기에 담겨진 것이 바로 『뉴요커』지의 표지화로 선정되었던 그간의 작품들이다. 풍경화도 있지만 대부분이 뉴욕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한장에 찍어낸 표지화를 연도별로 한 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표지화로 선정되어 잡지가 출간된 날짜는 적혀있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에 어떤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한 코멘트가 적혀 있었더라면 뉴욕의 분위기는 물론 뉴요커의 감정까지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 그림은 장 자끄 상뻬의 개인 화보집인 『뉴욕 스케치』일부분이다. 그림과 함께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원어로 적혀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책의 마지막 장에 적혀 있으니 함께 보면 그림이 더 잘 이해될 것이라 믿는다.

 

 

바쁜 뉴욕커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 서류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의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사람도 없다. 언뜻 보면 각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철저히 자신에 집중하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에는 창밖의 풍경을 많이 그려놓은 표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높디 높은 뉴욕의 빌딩 숲이 이 그림속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장 자끄 상뻬가 뉴욕에 대한 느낌이 좋고, 아울러 빌딩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의외로 뉴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바다 풍경도 많이 담고 있다. 인물을 작게 하고 그 배경으로 그려진 바다를 크게 그려서 답답한 뉴요커들의 일상에 오아시스같은 상쾌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분이 저자인 장 자크 상뻬이다. 왠지 『뉴요커』지의 깐깐한 편집장 같은 느낌인데, 이분의 두손에서 이렇게 멋진 그림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뉴욕과 프랑스를 동시에 스케치한 책이 있다. 『뉴욕의 상뻬』는 수채화같은 풍으로 그려낸 그의 다른 작품까지 궁금해지도록 하기에 충분한거 같다. 

 

단순하게 『뉴요커』지의 표지화로 그려진 이 책 한권만으로도 뉴욕이 멋지고 뉴욕에서 살아보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니 온통 뉴욕 이야기로 그려진 책은 어떨지 기대된다.

 

이 모든 작품들에서 볼 때, 『뉴욕의 상뻬』는 단 한장의 표지화에 뉴욕의 모습과 뉴욕커의 모습을 그려낸 장 자끄 상뻬만의 뉴욕 스타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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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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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았다. 그동안 태조 이성계하면 근엄하고 위용있는 권좌의 상징으로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에서는 이성계가 역성혁명에 성공해서 조선왕조의 태조가 되는 모습만을 그려왔기에 내가 아는 이성계는 딱 태조 이성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남루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이성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신성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운명을 가르고, 조선의 탄생을 예고했다고도 볼 수 있는 황산대첩, 1380년이 책에서 나온다. 인월에서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와 천명 남짓한 군사를 이끌고 국운과 개인의 운명을 건 단 하루의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 한 나라를 건국했다고 하면 최고의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을 건국한 사람이 이성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에 얽힌 건국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이면서, 무사로서의 용맹과 개인적인 꿈과 의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이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기록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고, 새로운 나라의 건국 이면에는 이전 나라의 병폐가 고스란히 보인다. 그런 시국에 개인적인 꿈이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는 창대한 목표든지간에 누군가가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이성계의 전투와 조선 건국에 많은 이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옳다 그르다를 넘어서 그가 남긴 역사에 의미를 갖자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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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비치 - 상처 받은 영혼들의 파라다이스
케이트 해리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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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처음 덮자마자 생각한 것은 "이거 결말이 왜이래? 시리즈야?" 하는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고보니 이 책은 "총 3부작 중의 첫번째 권으로, 다음 작품인 『Soul Fire』또한 출간 예정이다."라는 글이 친절히 적혀 있다는 것이다. 언제 2권이 나올지 그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갑작스런 죽음을 당한 언니 매기의 장례식날 의문의 이메일이 언니로부터 동생 앨리스에게 도착한다. 죽은 언니가 보낸 편지라니.... 앨리스는 언니를 추종했거나 언니를 아는 누군가의 장난으로만 생각한다. 매기는 영국의 유명한 리얼리티 쇼(일반인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이를 통해서 스타가 되는 프로그램이다.)의 스타였다. 그런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은 앨리스와 남은 가족들에겐 충격과 고통의 나날이 계속되게 한다.

 

"부탁이야, 플로리...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렸어."

 

죽은 언니의 이메일이 누군가의 장난일거라 생각하면서도 언니가 그리워 답장을 보내는 앨리스다. 그리고 얼마후 놀랍게도 언니만 아는 자신의 애칭 "플로리"라는 내용으로 답장이 오고, 언니가 초대한 소울비치라는 곳으로 의심만 호기심반으로 접속하게 된다.

 

소울 비치, 어떤 이유에서건 죽임을 당하거나 죽은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억울하게 죽으면 저승에 가지 못하고 원혼이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한다. 마치 영화 "사랑과 영혼"의 남자 주인공처럼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해야 저승으로 편안하게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소울 비치에 온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에게 살인을 당했는지, 또는 어떤 이유에서 죽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기억하지 못한채로 그곳에서 생활한다. 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되고, 몸에 상처를 내도 다시 재생되는 마치 영원불멸의 공간이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죽은 이에겐 이점이 오히려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다. 떠나고 싶어도 혼자서는 소울 비치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언니를 만난 앨리스는 언니의 새로운 단짝친구가 된, 트리티, 하비에르, 대니를 만나게 된다. 컴퓨터로 가상의 공간에 접속할수록 앨리스는 점점 슬픔도, 아픔도 없는 완벽한 파라다이스인 소울 비치에 매료되고 오히려 현실에서의 생활이 엉망이 되어 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방문으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대니로부터 그 사람이 살해되거나 죽은 이유가 해결되면 그 사람은 소울 비치를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때부터 앨리스는 언니의 죽음은 물론 트리티의 사건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루이스라는 괴짜 해커를 통해서 트리티의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소울비치에 접속할수록 앨리스는 대니에게 빠져들게 되고, 이는 대니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사이 중간중간 언니를 죽인 살인자의 독백이 나오는데, 누구일지 추측해 보는 것도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는 것 같다. 결국 이 책에서는 트리니의 죽음이 해결되고, 그에 대한 상으로 앨리스는 대니와 접촉할 수 있게 된다. 원래는 소울 비치를 방문한 사람(산 사람)과 소울 비치에 사는 사람(죽은 사람)은 접촉할 수가 없고 그저 가상의 화면속에서 서로 이야기할 뿐이였다.

 

소울 비치의 대니와 현실 속의 앨리스의 사랑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도 궁금하고, 과연 언니를 죽인자는 누구이며, 왜 무슨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기대되는 책이다. 또한 하비에르, 대니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지 그것들을 해결해나갈 앨리스의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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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자
강만희 글.그림 / 하다(HadA)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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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였을땐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것에서 금지와 거부의 말을 들을때마다 빠리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그때의 그 소원이 이제는 반대로 빌게 된다.

 

좀더 어렸을때로 돌아가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나이들어감이 참 서글플때도 있고, 어떨땐 무섭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어느 유명한 광고도 말했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예 그런 생각도 말도 꺼내지 않을 거란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저는 숫자가 두려웠습니다. 나이를 세는 그 숫자 말입니다. 나날이 쌓여가는 하루하루가 더해져 세월이라 이름 지어진 그 아라비아 발명품"

 

이 말에서 많은 공감을 얻게 되었고, 그렇기에 생면부지의 만자씨가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 어릴때 친구들이랑 이름에 "자"를 붙여서 부를때가 있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그 한자에 우리의 우정이, 정다움이 묻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그림과 함께 잘 표현되어 있다. 화려한 문장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지금의 만자씨 연령대라면 느낄만한,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또한 글과 함께 그려진 그림이 투박하여 더 좋다. 만약 화려한 여러 색채의 물감으로 유명하고 멋스런운 것들을 그렸다면 이야기와 괴리되는 느낌이 들텐데... 마칙 수묵화인듯, 먹에 찍어 거친 붓으로 그려낸 그림이 자연스러워 보여 좋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산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만자씨와 두 남자의 이야기가 우리네 이야기처럼 소박해서 더욱 좋은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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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그들의 전쟁
알버트 브룩스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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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 2년 사이에 각종 보험회사에선 10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인구의 고령화는 현실에서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라고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암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마저도 가까운 시일내에 정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세계는 지금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문제가 우려 상황을 넘어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 특히 고령화 문제는 고스란히 사회복지와 그로인한 복지 예산이라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수명연장으로 인한 장수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개인적으로 본다면, 암처럼 전혀 치료될 것 같지 않던 질병들이 정복되고, 다른 의료 과학 기술의 발달로 내외부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멋진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이 경제 활동에 기여하지 못하고, 복지 예산만으로 살아간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노인 복지 예산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자체도 고민이 크겠지만 그 재정을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은 결코 달갑지 않은 존재로 노인들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연장의 축복과 노인층의 증가로 인한 복지 예산 부담이라는 문제가 결코 먼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책은 확실히 흥미롭다. 어느나라라도 현재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야기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이것은 상징적일뿐 어느나라라도 가능한 일인듯 하다. 지금 사회의 약자는 확실히 노인들이지 젊은이들이 아니다. 하지만 2030년 시대의 약자는 오히려 젊은이들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들이 정부와 노인들에 대항하는 일들이 모두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무능한 정부가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일인 것 같다.

 

그렇기에 단순히 SF소설로만 읽고 넘기기엔 앞으로의 인류 미래를 보고하는 듯하여 재미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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