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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 전아리 장편소설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g/a/gazahbs/20120508135647355211.jpg)
장난으로 시작된 그날의 밤 앤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어 버렸다. 학창시절 만인의 연인같은 인물이 있기마련이다. 남학생이든 여학생든지간에 뛰어난 외모로 주변을 압도하면서 마치 자신이 스타라도 된 듯 인기를 당연히 생각하는 그런 아이 말이다.
이런 아이가 간혹 성격이 좋거나 조금 겸손하면 일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로 인해 안하무인이 된 경우엔 일이 달라진다. 이 책에 나오는 "앤" 역시 그렇다. 졸업한 선배들까지 아르바이트해서 명품백을 사올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는 책속의 등장인물들에게 단연 화제다.
애인을 줄여 "앤"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녀를 기완이란 녀석이 좋아하게 되고, 재문의 계획 아래 기완은 앤에게 고백을 하지만 비참하리만큼 처절하게 차이고 만다. 이에 친구들은 그녀를 약간의 굴욕감을 주자고 약속하며 앤이 데리고 다니는 봉다리라는 여학생으로 재문은 또다른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장난같은 비밀의 화원에서의 하룻밤으로 앤이 죽게 되고, 그날밤이 나(해영), 기완, 진철, 재문, 유성과 봉다리(주홍)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
앤의 죽음에 대한 모든 책임을 뜻하지 않게 기완이 떠맡게 되고 나머지 친구들은 녀석이 출소했을시 먹고 살 대비를 해주기로 약속한다. 모두는 그날의 일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약속한다. 그날부터 모두는 서로의 알리바이가 된 공동 운명체가 된다.
하지만 그 사건이후 기완은 예전의 순수함이 사라진 타락과 협박으로 친구들에게 그날의 일을 빌미삼아 돈을 요구한다.
경찰이 된 진철, 배달업을 하는 유성, 투자회사에 들어간 재문, 게임 업체에서 일하는 해성, 연기자가 된 주홍이다. 어찌됐든 모두에게는 자신들이 지켜야할 것들이 있고,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예전의 우정은 이미 사라지고, 그들 중 누군가에 의해서 기완이 죽고, 그뒤로도 누군가의 폭로와 협박이 있을 것이 두려워 이미 그들은 서로의 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사이 연기자가 된 주홍은 해성와 은밀한 연인관계를 유지한다.
그날 이후 해성는 주홍을 지켜주기로 다짐하면서 어리숙하고 순진한 그녀가 세상에 속지 않도록 지금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그녀를 돌봐왔다. 지금 그녀의 성공은 바로 해성 자신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비밀의 화원에서 앤의 죽음에 관여했던 모든 이들의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각각의 사건들이 긴밀한 관련성을 보이면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서로의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냥 어울렸을 뿐인지도 모른다.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가 서로를 갉아 먹듯 해치우는 모습에서 그들은 이미 죄책감마저 사라져 버린 후다. 과연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왜 무엇때문에 그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고 있다.
결국 그날의 장난은 그들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아 제 자신을 파멸과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두 사람의 반전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기에 충분하다.
잘난 사람은 제 잘난 맛에 누가 자신보다 더 잘날 수 있음을 알지 못한다. 또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방심과 방종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 글속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