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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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는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시대적으로도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지금으로 치자면 대안학교로 분류될 수 있을 도모에 학원의 내외향적 모습은 지금에 견주어 보아도 상당히 진보적인 학교가 아닐까 싶다. 토토가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당하는 것을 보면 살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생각케 한다.

 

주의 산만한 모습으로 다른 학생들까지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모습이나 다소 엉뚱하기까지 한 모습은 확실히 보통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서는 모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보통 학교에서는 토토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눈에는 토토는 문제아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토토를 이해하려 하고, 토토를 도모에 학원으로 데려간다. 혹시라도 이 학교에서 마저 거부당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초조하지만 토토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전철차가 놓인 학교가 마음에 들고 신기할 뿐이다.

 

다행히 도모에 학원과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엄마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주고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토토를 받아들여 준다. 그리고 토토는 도모에 학원에서는 더이상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똑같이 학생으로 대접받는다.

 

나와 다른 모습에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거리를 두지 않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 비록 지금은 조금 느릴지라도 그 아이만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학교가 바로 도모에 학원이다.

 

학교가 끝나기 전까지 그날 배워야 할 공부를 어떤 순서에도 상관없이 하기만 해도 좋고, 반 친구들과 산책을 가고, 모두가 어울려서 수영을 하는 학교가 도모에 학원인 것이다.

 

따돌림이 없고, 차별이 없는 도모에 학원,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선생님이나 규칙을 강요하지 않는 도모에 학원의 모습은 너무 이상적이여서 가상 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비록 화재로 전소되고 말지만 그곳에서 토토가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과 추억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유산으로 남았을 것이다.

 

경쟁사회,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 어울림이 사라진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교육과 학생들의 유토피아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토토가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을 만나 특이한 아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로 거듭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과 도모에 학원의 교육 현장이 부럽고 가능하다면 국내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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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점프하다
권소정.권희돈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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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파스텔톤의 표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더기 점프하다"는 제목이 낯설게 다가오는 첫느낌의 책이다. 왜 하필 좋지도 않은 이미지의 구더기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구더기 점프하다는 책속에 나오는 하나의 에피소드와 제목이 같다.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 상황이 상상이 되어서 다소 충격적이고 징그러운 것이 사실인데 부녀는 그것을 제목으로 삼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그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가 의미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와 딸의 글을 동시에 담고 있는 책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같은 사물과 같은 사건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설령 그것이 부모 자식간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버지의 세대가 겪은 일들과 자식 세대가 겪는 일들은 결코 같을 수가 없고,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기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간의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아버지와 딸이 겪은 일들을 적어 내려간 글에 딸이 그림을 그려 글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에서 책읽기가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다.

 

총 2부로 나누어진 책의 1부에서는 다른 시간을 살아온 아빠와 딸의 '추억'어린 이야기를 통해서 세대차이를 넘어서는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2부에서는 '마음'이란 주제를 통해서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또 누군가의 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독자들(딸인 권소정씨는 여성포털사이트에 연재중이란다)의 코멘트가 적혀 있는데 이것은 마치 이야기를 먼저 읽은 이들의 소감을 함께 읽는 듯해서 책읽기의 또다른 재미를 더한다.

 

가족이지만 때로는 남보다 더 먼 거리를 느끼기도 하는 아버지와 딸이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와 그림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부녀지간이 이렇게 서로의 추억과 마음을 담아 내기도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비록 특별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여서 그 어떤 책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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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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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무더위를 넘어서 열대야가 온국민을 괴롭게 하는 요즘에 제목조차 아이러니한 이 책을 만났다. <북극 허풍담> 왠지 시원하면서 웃음이 피식 나오는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제껏 북극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거의 감동을 담아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 책은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북극에서 엮어가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웃긴 이야기이다. 북극에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뭐하러 가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르지만 책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나름 사냥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다.

 

마치 우리나라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처럼 북극에 갇힌듯 살면서 일년에 한번 오는 수송선에서 보급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연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질지도 모른다. 1년의 반은 밤이고 반은 낮인 곳에서 둘러 보면 온통 흰색의 눈과 빙산이 전부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것이 뻔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파견 직원들이 결코 범상치 않기에 이야기도 평범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실제로 저자 자신이 19세에 그린란드 북동부 탐사에 참여해서 북극 생활을 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스케일과 평범한 듯 하지만 궤변론자, 시력이 무지 나쁜 남자, 백작, 잠꾸러기, 전직 군인 등 다양한 제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곳곳에서 북극식 유머를 선사한다.

 

문명의 세상이 아닌 대자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지만 그속에는 인간애와 배려가 공존하기도 한다. 엉뚱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로 재미를 선사하면서 나름 직원들의 전하는 감동 역시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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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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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것이 사랑이다 아니다에 대한 평가 또한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 것처럼 이 책 <사랑이 달리다>에서는 혜나를 중심으로 혜나의 부모님과 혜나의 오빠들, 그리고 올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평균적인 잣대로 본다면 다소 비정상적으로 비춰질수도 있는 이들의 사랑은 그래도 확실히 사랑임에는 틀림없다.

 

현대인들의 모든 사랑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현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흥미롭게 한다. 캥커루족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비록 이 책에 나오는 혜나와 오빠들이 30대 이상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어느 한편에서 보면 캥거루족이다. 자기 스스로 독립하기 보다는 아버지의 경제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황혼 이혼을 한 아버지에게서 돈을 얻어 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큰 오빠의 모습은 해학적이기까지 할 정도이다.

 

그리고 큰 올케가 보여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기에 오히려 친근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듯한 콩가루 집안에서 혜나는 남편 성민과도 크게 교감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고뭉치 오빠는 뒷바라지와 다 자란 어른임에도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혜나 역시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사랑을 옳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성민과 욱연 사이에 놓인 혜나를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결국은 몸만이 아닌 마음까지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거쳐가는 지독한 홍역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에게 지금보다는 성숙해진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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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세트 - 전3권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개정판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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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 ~ 1962], 독일의 소설가·시인.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을 썼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데미안(Demian), 수레바퀴 아래서, 페터 카멘친트, 크눌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가 있다. 그리고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헤르만 헤세는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이라는 테마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그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충분히 사랑할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다',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라는 소주제로 잘 나누어져 있다. 부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것은 마치 헤르만 헤세의 인생에서 소중했던 3가지의 테마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생각 되어진다.

 

헤르만 헤세의 시, 작품, 에세이, 수많은 이들에게 보냈던 편지글 등에서 발췌된 글들을 모은 이 책은 그가 어떤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잠언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 글들을 읽는다면 헤르멘 헤세의 작품을 온전히 다 읽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의 감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헤르만 헤세의 작품 모두를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짤막하게 소개된 이 글을이 더한 갈증을 가져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문학계의 거장인 헤르만 헤세의 모든 흔적을 이 책들을 통해서 여러면에 걸쳐서 읽어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삶을 살아갈 우리들에게 사랑과 예술, 인생의 지혜와 통찰을 알게 해주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불가능한 것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빌헬름 군데르트에게 보낸 편지, 196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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