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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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내 고향만큼은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간혹 내 마음속에 고향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향수로 고향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여기 이레나와 조제프같이 고향이 그런 의미로만 다가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고향에서 바라보는 두 사람은 배신자이자 자신들만의 위해서 떠나버린 이방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조국 체코의 공산화가 이루어지는 시점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망명한 이레나는 남편 마르틴과 사별하고 구스타프라는 남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구스타프의 회사가 체코 지점을 차리게 되면서 이레나는 20여 년 만에 체코로 돌아오게 된다.

 

또한 조제프 역시도 자유와 자신의 삶을 찾아 망명했다가 다시 체코로 돌아오게 되지만 조제프는 어쩌면 이레나 보다 더한 괴리감과 낯설음을 느낄 뿐이다.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나 살았던 두 사람은 고향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속에서 소외되었던 이레나와 조제프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고향을 찾았지만 떠나는 순간이 고향에 남겨진 사람들의 눈에는 정당하지 못한 모습이였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 고향 친구이지만 공감대가 없는 사람들 속에서 느꼈을 감정들이 어떨지 상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두 사람 사이를 묘하게 엮는 역활을 할 것이란 사실도 말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하고 편안한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 같은 향수가 두 사람에게는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잘 묘사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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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픽션 호러픽션 1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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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는 일단 합격점이다. 여름이 다 지나가는 스산한 계절 치적치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는 추리소설의 재미는 어떨지 궁금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버리기 보다는 오히려 지금 읽는 것이 더 큰 묘미일 것 같다.

 

인터넷 상에서 유명해진 작가들의 이야기가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사례가 최근 자주 있었다. 이 책 역시도 회원수 3만의 인터넷 공포소설 카페(그러고 보면 정말 다양한 카페가 존재하는 것 같다) '붉은 벽돌 무당집'(카페에 들러 본적은 없지만 일단 이름부터 어쩐지 으스스하다)에서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10편의 단편 공포소설을 담고 있다.

 

미드 데드맨 워킹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아비규환을 그린 <침입자들>, 자살을 하려는 남자에게 자신의 살인이 의뢰되었다면 자살 하려던 남자를 킬러들이 쫓아 다니는 <자살 주식회사>,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괴물이 있다>, 성폭행을 당해 죽은 누이를 위해서 형제가 똑같이 해주겠다는 다짐을 하고 성폭행범들을 살인하는 <만월의 살인귀>, 그리고 왠지개인적으로는 고전 호러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사자와의 하룻밤>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관속에서 나와 자신의 영정과 주인공을 바라본다는 이야기이다. 전설의 고향에서 봄직한 가장 한국적인 공포를 그려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예지몽을 통해서 한 여자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꿈속의 그녀>,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학생을 떼어낼 목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제안을 하는 <붉은 장미>,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이코패스같은 연쇄살인자의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묵도의 밤>, 억울하게 죽은 가족들의 원혼이 사람들을 살해하는 잔혹한 복수극이기도 한 <향전>, 그리고 끝으로 해운대로 MT를 떠난 학생들이 흉가에 갔다가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유령의 집에서>까지가 10편의 대략적인 이야기이다.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이야기와 비슷한 단편들도 나오며 한국 고전의 공포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괴물이 있다>와 <만월의 살인귀>와 같이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까지 다양하다.

 

무려 10편이 담겨져 있음을 생각해 볼때 단편이라고 해도 상당히 짧은 분량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겠지만 나름대로 재미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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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꽃피다 - 결혼 후 다시 시작하는 여자의 인생 꿈 찾기
요시타케 데루코 지음, 유인경 옮김 / 큰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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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많은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에는 결혼 후 나의 삶에 대한 것들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 이름이 사라지는 것처럼 나의 존재감도 사라져가는 것을 경험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나에게 부과되는 여러 역할들이 정작 나 자신에겐 소홀해지게 만든 것이다. 해야할 일들이 많다보니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은 조금 미뤄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게 옳겠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살다가 아이들은 제 갈길 가고 남편은 여전히 사회에서 한 몫하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아내, 엄마로만 남아 있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런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미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공소증후군(空巢症候群)·빈둥지신드롬이라고도 하는 이말은 남편은 바깥일에 골몰하느라 날로 높아져가는 주부의 남편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부 간의 대화마저 무관심하고 자식들 또한 커갈수록 진학·취직·연애·결혼 등 각자 독립의 길을 밟아가게 되면서 세대 차이를 이유로 상대해 주지 않아 삶의 보람을 주는 애정의 보금자리라 여겼던 가정이 빈 둥지만 남고 주부들 자신은 빈껍데기 신세가 되었다는 심리적 불안에서 오는 정신적 질환이라 할 수 있다[출처 두산백과]. 정신적 질환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그런 심리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지 싶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결혼을 하고서도 계속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결혼과 육아는 여성에게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잇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 이후에도 여전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현재는 힘들지라도 그 순간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4.1세라고 한다. 초혼의 시기가 늦어지고 동시에 초산의 시기가 덩달이 늦어진다고 해도 최대 50년 이상의 시간이 여자들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볼때 결코 가만히 보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생 연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결혼전과는 분명히 다른 삶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결혼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될 여자들을 위한 인생 지침들을 저자는 알려 주기에 결혼 후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는 여자라면 제2의 인생을 위한 조언으로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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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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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좀 한다는 사람치고 문단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전 무한도전을 통해서 보니 모여대의 교수님으로 계시는 것 같던데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EBS 교육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이분이 영어를 전파하는 모습이 확실히 이전까지와는 달라서 독특했던 것 같다. '펀(FUN) 잉글리시"의 대표주자로 영어를 공부나 암기가 아닌 노래와 율동으로 알려주고자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진지하게 설명할때도 있지만 흥겹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따라하기엔 부끄럽기도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겠다 싶으면서 익혀 두면 기억에 남겠구나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분입니다.

 

책 제목인 단열단상을 보면서 단열은 알겠는데 단상을 뭘까 싶었더니 작게 斷想(단상)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짧은 생각이라... 과연 문단열이라는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단상(斷想)을 건네고 싶었을지 궁금해진다.

 

현재 영어 교육 관련 분야에서는 톱클래스에 있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 제기하지 않을 사람 중에 한명이 문단열 교수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 역시도 그렇지만 그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재기해서 현재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영어 잘하고 영어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유명한 문단열 교수가 알고 보면 해외 한번 다녀온 적 없는 토종이라는 말을 들어 보면 그분의 단상(斷想)이 짧다고 해서 결코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 이웃과 더울어 살아가는 미덕, 성공과 스스로를 위한 다짐과도 같은 단상(斷想)들을 읽으면서 고개 끄덕여지는 내용들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저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그렇구나 싶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좌절을 겪고 성공을 이뤄낸 사람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적어도 자기 자랑식의 이야기로는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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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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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단지 육체적인 교감만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그것조차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파격적, 폭력적, 선정적 뭐 이런 단어는 다 가져다 붙여도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한국소설에서 그동안 결핍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일깨우는 감각의 향연”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실감나는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오롯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라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첫장부터 파격적이고 선정적이여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며, 아직까지 나는 이 책을 대놓고 볼 수 없을 정도이기도 하다. 책속에는 방송국 PD 장, 프랑스인 마르셀, 일본인 마쓰코, 정신과 의사 정이라는 네명의 남녀가 나온다. 어찌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물 구성이다. 하지만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은 어릴적 어머니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상처가 가슴 깊이 박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자들과의 평범한 사랑을 나눌 수가 없다. 가학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마조히즘<masochism>적 사랑을 나누는 장은 마르셀과 마쓰코 두 여성을 통해서 임계점에 이르는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장과 마르셀의 사랑, 장과 마쓰코의 사랑과 함께 정신과 의사 정과 두 여자의 사랑은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비정상적으로까지 여겨진다.

 

장이 마쓰코와 마르셀 두 여인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림과 동시에 그녀들에게도 가학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을 지금 우리 사회에 문제로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을 표현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솔직히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파격적이고 선정적이며 마조히즘적 사랑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문제이든 아니면 개인사에 얽힌 사정이든지 간에 장과 정의 행동을 이애하기엔 어려운 거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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