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세트 - 전2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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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권)

뭐라고 적어야 할까... 책을 읽고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망설여지던 때가 있었던가. 단연코 처음이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목의 뜻이 내내 궁금했다. 그리고 이것의 의미는 2권의 초반에 나온다.

 

"그거야 나는 50가지 다른 빛깔로 엉망진창 망가진 인간이니까."라고 크리스천 그레이는 이야기한다. 엉망진창 망가진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책의 중간중간 감질날 정도로 조금씩 나온다. 그만큼 크리스천은 비밀 투성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천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아나스타샤 스틸. 소설 《테스》가 마치 현실화된게 아닐까 싶어진다.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서는 단연코 크리스천 그레이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아나의 룸메이트 케이트는 첫눈에 크리스천이 나쁜 남자임을 알아 본다. 그리고 크리스천 역시도 아나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아나스타샤, 나를 멀리 해.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냐."(p.80)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나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끌림을 갖게 하는 남자가 '난 당신을 좋아해'라고 말한다면 과연 그것에 아무렇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픈 케이트를 대신해서 크리스천을 인터뷰하러 가게 된 아나가 그에게 빠져들고, 크리스천 역시도 아나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결코 보통 남자들이 아니다.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없다. 꽃과 사랑을 여자에게 주는 남자가 아니다. 사랑이 아니라 섹스를 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크리스천이다. 게다가 아나에게 경악할만한 제안을 한다.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 양자 간 구속력이 있는 계약,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할 비밀'이다. 그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결국에 동의하는 아나가 이해되지 않거니와 동시에 그녀가 너무 걱정될 지경이다. 입양이 되기전 크리스천이 겪었던 일과 열 다섯 나이에 어머니(계모)의 친구와 맺은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이때는 크리스천이 서브미시브였다.)의 관계가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둘의 구체적인 진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19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다. 아니 엄마가 보기에도 편치 않은 내용이다.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크리스천이 아나를 만나 어떻게 변할지 끝까지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2권)

2편에서는 좀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모습들이 나온다. 돈 많고, 젊고, 잘 생겼으며, 멋진, 말 그대로 최고의 남자 크리스천 그레이를 향한 아나스타샤 스틸의 마음을 아나는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갔다가 밀랍이 녹아 떨어진 이카루스(Icarus)에 비유했고, 크리스천은 오히려 아나가 자신을 매혹시키기는 마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앞서서 아나는 크리스천이 바라는 비공식적인 계약서에 동의하겠다고 했지만 그와의 관계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아나는 분명 크리스천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이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크리스천이 오락기 없는 그만의 오락실에서 아나에게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맥북, 블랙베리 폰, 아우디 차를 사주고, 글라이더를 태워주거나 그가 소유한 제트기 등으로 그의 재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아나는 이것들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아마도 그건 크리스천이 바라는 내용에 대한 댓가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이유에는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아나가 말하는 통제광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진다.

 

크리스천은 아나 역시를 자신이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려고 하고, 그런 크리스천을 모습을 사랑하려고 했던 아나는 역시나 그가 말하는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를 받아 들일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 자신이 크리스천이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시험 보지만 결국 자신이 바란 것은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선정적이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학적인 방식의 사랑이 나오지만 크리스천이 아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렇기에 그녀가 바라는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나를 만나 처음 경험하는 것 투성이라는 그의 말이 이것을 반증한다.

 

이런 크리스천의 변화에도 아직까지 그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랑을 추구하고, 그에게 그런 영향을 미친 엘레나(그를 서브미시브로 만든 새어머니의 친구)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아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부에서는 크리스천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그속에는 엘레나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도 알게 된다. 여전히 엘레나를 '오래된 친구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만남을 지속하고 심지어 아나의 이야기로 조언을 얻는다는 사실 역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짓 그만두고 정신 차리라고 말했던 아나의 절규로 두 사람은 헤어진다. 크리스천이 제안했던 계약도, 그를 사랑했던 아나의 마음도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듯 하다.

 

결코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결박과 훈육과 사도마조히즘으로 결합된 지극히 세속적이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인 크리스천이라는 한 남자의 사랑이 아나라는 순수를 만나 2부와 3부를 걸쳐서 어떻게 변해갈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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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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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는 좀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모습들이 나온다. 돈 많고, 젊고, 잘 생겼으며, 멋진, 말 그대로 최고의 남자 크리스천 그레이를 향한 아나스타샤 스틸의 마음을 아나는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갔다가 밀랍이 녹아 떨어진 이카루스(Icarus)에 비유했고, 크리스천은 오히려 아나가 자신을 매혹시키기는 마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앞서서 아나는 크리스천이 바라는 비공식적인 계약서에 동의하겠다고 했지만 그와의 관계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아나는 분명 크리스천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이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크리스천이 오락기 없는 그만의 오락실에서 아나에게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맥북, 블랙베리 폰, 아우디 차를 사주고, 글라이더를 태워주거나 그가 소유한 제트기 등으로 그의 재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아나는 이것들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아마도 그건 크리스천이 바라는 내용에 대한 댓가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이유에는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아나가 말하는 통제광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진다.

 

크리스천은 아나 역시를 자신이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려고 하고, 그런 크리스천을 모습을 사랑하려고 했던 아나는 역시나 그가 말하는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를 받아 들일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 자신이 크리스천이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시험 보지만 결국 자신이 바란 것은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선정적이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학적인 방식의 사랑이 나오지만 크리스천이 아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렇기에 그녀가 바라는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나를 만나 처음 경험하는 것 투성이라는 그의 말이 이것을 반증한다.

 

이런 크리스천의 변화에도 아직까지 그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랑을 추구하고, 그에게 그런 영향을 미친 엘레나(그를 서브미시브로 만든 새어머니의 친구)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아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부에서는 크리스천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그속에는 엘레나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도 알게 된다. 여전히 엘레나를 '오래된 친구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만남을 지속하고 심지어 아나의 이야기로 조언을 얻는다는 사실 역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짓 그만두고 정신 차리라고 말했던 아나의 절규로 두 사람은 헤어진다. 크리스천이 제안했던 계약도, 그를 사랑했던 아나의 마음도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듯 하다.

 

결코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결박과 훈육과 사도마조히즘으로 결합된 지극히 세속적이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인 크리스천이라는 한 남자의 사랑이 아나라는 순수를 만나 2부와 3부를 걸쳐서 어떻게 변해갈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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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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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적어야 할까... 책을 읽고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망설여지던 때가 있었던가. 단연코 처음이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목의 뜻이 내내 궁금했다. 그리고 이것의 의미는 2권의 초반에 나온다.

 

"그거야 나는 50가지 다른 빛깔로 엉망진창 망가진 인간이니까."라고 크리스천 그레이는 이야기한다. 엉망진창 망가진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책의 중간중간 감질날 정도로 조금씩 나온다. 그만큼 크리스천은 비밀 투성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천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아나스타샤 스틸. 소설 《테스》가 마치 현실화된게 아닐까 싶어진다.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서는 단연코 크리스천 그레이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아나의 룸메이트 케이트는 첫눈에 크리스천이 나쁜 남자임을 알아 본다. 그리고 크리스천 역시도 아나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아나스타샤, 나를 멀리 해.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냐."(p.80)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나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끌림을 갖게 하는 남자가 '난 당신을 좋아해'라고 말한다면 과연 그것에 아무렇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픈 케이트를 대신해서 크리스천을 인터뷰하러 가게 된 아나가 그에게 빠져들고, 크리스천 역시도 아나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결코 보통 남자들이 아니다.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없다. 꽃과 사랑을 여자에게 주는 남자가 아니다. 사랑이 아니라 섹스를 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크리스천이다. 게다가 아나에게 경악할만한 제안을 한다.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 양자 간 구속력이 있는 계약,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할 비밀'이다. 그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결국에 동의하는 아나가 이해되지 않거니와 동시에 그녀가 너무 걱정될 지경이다. 입양이 되기전 크리스천이 겪었던 일과 열 다섯 나이에 어머니(계모)의 친구와 맺은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이때는 크리스천이 서브미시브였다.)의 관계가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둘의 구체적인 진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19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다. 아니 엄마가 보기에도 편치 않은 내용이다.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크리스천이 아나를 만나 어떻게 변할지 끝까지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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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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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왠지 예전에 읽은 조안나 작가의 『달빛책방: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독서 처방전』이 떠올랐다. 밤이 되면 괜시리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한다. 특히 아이들과 조용할 틈 없이 지낸 낮 시간이 지나고 밤이 찾아 오면 나의 책읽기고 본격화된다. 잠을 줄여서라도 읽고 싶은 책은 읽어야 하는 내게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77권의 책들"이란 주제의 책은 더큰 의미로 다가온다. 일년에 한권도 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책 한권에 무려 77권이 소개되어 있으니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책을 접하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사랑하고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데도 이 책속에 소개된 77권 중에서 내가 읽어 본 책이 거의 없다. 나의 독서 성향에 위배되는 책들만 담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은 읽어 본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도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책속에 수록된 여행사진이 소개된 각각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길지 않다. 무려 77권을 소개해야 할테니 그렇기도 하겠다.

 

가끔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다른이는 전혀 다른 감상평을 쓸때가 있다. 정반대로 내가 그런 경험을 한 경우도 있다. 이 책 역시도 어떻게 보면 77권에 대한 이동진식 리뷰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동진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평을 나의 감성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살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 그리고 겪게 될 일들, 이 모든 것들에 놓여졌을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까지 그 장르도 다양한 글들을 보면서 작가의 독서 범위가 부러워진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속에서 작가의 삶도 읽을 수 있는것 같다.

 

한때 약속장소를 서점에서 한적이 있다.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에도 내가 사랑하는 책을 읽을수가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방에도 항상 책 한권은 휴대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도서관엘 가고, 한밤중 독서삼매경일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독서가로 소문난 작가가 이 한권에 모아놓은 책이라고 하니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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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개정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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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로 창간하는 사보의 편집장이 된 와카타케 나나미에게 단편 소설을 실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진다. 이에 와카타케는 선배중에서 소설을 썼던 선배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선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 그 사람이 쓴 단편 소설과 함께 철저히 익명으로 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말이다. 결국 와카타케는 승낙하고 창간호 4월의 '벚꽃이 싫어'를 시작으로 총 12편이 소개된다.

 

미스터리, 스릴러, 귀신, 수수께끼, 의문사 등 12편의 이야기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절로 떠오르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의아해진다. 그리고 소설속 결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이야기속의 '나'가 어쩌면 그랬지 않을까하고 결말 짓는다.

 

무엇보다 이야를 읽는 이가 스스로 추리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더욱 묘한 점은 12편에 나오는 '나'가 왠지 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회사를 그만 두었고, 몸이 허약해서 약을 먹는 중이며, 다섯 남매 중 유일한 여자 형제인 누나가 있고, 식물 사진을 찍으며, 선배가 있는 회사에 아르바이트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12편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전체 이야기를 읽는 사람에게 약간의 혼란을 주기도 하고, 만약 이것이 한명의 '나'가 겪은 이야기라면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누구인가?'를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12편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에서 위의 의문점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맨처음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을 익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더욱이 그 이야기 모두가 사실이라는 점 때문에 사보를 읽은 사람들이 작가가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말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익명의 작가를 추리하는 가운데 3월 사보를 끝으로 그 작가를 소개해준 선배를 통해서 작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 사람은 저를 그냥 내버려둘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앞으로 두고 봐야겠죠.

......

지금 시간 밤 두 시. 이런 초목도 잠든 한밤중에 전화벨이 여러번 울렸습니다. 저는 잠에서 깨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체통에 넣으러 가렵니다."(p.333)

 

그리고 작가를 통해서 알게 되는 놀아운 사실은 앞서 읽었던 12편의 이야기를 되돌아 보게 한다. 익명으로 쓸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사정이 밝혀지고, 그러한 작가의 의도가 결국 또다른 미스터리를 예감하게 하면서 끝나는 이야기가 나에게도 그 결말을 추측하게 된다.

 

익명의 작가는 초목도 잠든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을 과연 어떤 마음으로 들으며, 이 편지를 와카타케 나나미에게 쓰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이야기를 읽게 될 와카타케 나나미에게는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생길지 무한 상상하게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어 언어 및 문화 자체에 얽힌 트릭들이 많기 때문에(p.339) 이점에서는 솔직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점만 제외한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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