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냐면....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ㅣ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1년 3월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은 무덤덤해진 사람들을 위한 책 한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CD 한장 크기의 책은 두께도 그만큼한다. 그러니 결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다. 무게마저 가볍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결코 존재감없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마치 누군가를 향한 사랑 고백같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또한 표지속 다정한 연인처럼 미소짓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당신의 어떤 점들이 좋은지를 사랑스러운 그림과 함께 짧지만 충분한 의미를 담아 선사한다. 흔히 여자들이 남자에게 자주 물어 보는 '나 사랑해?'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를 동시에 말해줄 책이다. 물론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기도 좋은 책임에도 틀림없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 줘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게 따라줘서,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줘서,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줘서,

나를 아이처럼 웃게 해주서,

나를 아끼고 사랑해줘서....

너무나 달랐던 모습마저 서서히 닮아가는 속에서 나는 당신이 더 좋아진다는 진부하지만 솔직한 표현이 마음에 든다. 빙빙 둘러서 말하지 않아도 전혀 저속하지 않은 진실된 표현이기에 그럴 것이다. 단순한 사랑 고백 같기도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마치 청혼가처럼 들기는것 같기도 하다.

똑같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때로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그 시간에서 느낀 것들을 상대에게 말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다. '무조건 둘이서 똑같이 무언가를 해야 행복하고 좋으며, 그렇게 할때 나는 당신이 좋아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랑은 금방 지칠테지만 가끔은 서로가 각자의 시간을 갖지만 그것이 결코 서로를 잊는다거나 다른 이를 찾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오히려 그 시간들도 소중할것이라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작고 가볍고 짧지만 충분히 사랑스럽고 예쁘고 공감가는 책이다.

[환상적 생각] 괴짜 건축가, 룰을 깨고 도전하다!

환상적 생각 - 파리를 놀라게 한 건축가 백희성의 ㅣ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1
백희성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12월

'파리를 놀라게 한' 이라는 문구만 보고선 파리와 관련된 많은 이미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는 예상을 빗나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보다는 좀더 전문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책이다. 건축과 건축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보자면 왠지 무겁게 느껴질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또 그렇지만은 않은 책이다. 건축에는 문외한이기에  ‘폴 메이몽상’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건축상을 받았다고 하니 분명 그 실력은 인정해야 할것 같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신념처럼 느껴지는 글귀들을 읽을 때마다 저자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던 처절한 시간들이 새삼 대단하게 생각된다. 꿈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이뤄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꿈인 동시에 그것을 이룬 사람들은 극히 소수일텐데 저자는 그런점에서 볼때 참으로 부럽기까지 하다.

약력을 보면 상당히 대단할것 같은 저자인데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일들을 해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길 것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그런 스케치 작업들이 나온다. 이런 한장 한장의 스케치에서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에서 나는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을 읽을수 있었다. 어쩌면 당돌해 보이고, 한편으로는 무모해 보이기까지한 저자의 결심과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모습이 지금의 저자를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스펙이 하나의 취업 전략이 되면서 모두가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요즘 맨땅에 헤딩식으로 지금의 결과를 이뤄낸 저자의 모습은 많은 용기를 건낸다. 그리고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롤모델이자 꿈의 발자취가 될 것이다. 물론 저자와는 또다른 자신만의 꿈을 가져야 겠지만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 거쳐간 과정들은 분명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우테르 벤토룸'을 찾는 비밀여행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포함)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처음 책제목을 들었을때 과연 저주받은 것은 책들일까 아니면 상인일까 하는 궁금증이 괜시리 생겼다. 나름 제목이 인상적이였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하는 단 한 권의 소설이라는 말도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데 한 몫 했던것이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 시간, AD12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소설이다. “노벨상을 타려면 먼저 ‘방카렐라 상’을 타야 한다!” 말을 증명하듯 제61회때 수상했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로 제1회 방카렐라를 수상하고 다음해에 같은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며 이미 유명 작가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아이작 싱어, 움베르토 에코, 존 그리샴, 안드레아 카밀레리, 켄 폴리트, 도나토 카리시도- 도 받았다고 하니 이 책도 분명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이라는 책『우테르 벤토룸』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자신의 책에서 보여주는 온 장르를 망라하는 지적 표현들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치 그 시대를 고증이라도 하듯 소설 곳곳에서 그런 것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도망치다 비비엔 드 나르본 신부가 골짜리로 추락하고 그 일이 있은 13년 후에 비비엔 신부의 친구이자 유골상인 이냐시오 다 톨레도는 한 귀족으로부터 『우테르 벤토룸』을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바로 이냐시오가 『우테르 벤토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해들 그리고 수수께끼들 속에서 책의 행방을 쫓아간다.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냐시오에게 찾아 달라고 의뢰한 귀족과 책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가지고 있었던 고투스 루버까지 살해되는 것일까? 찾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을 가지고 있는 책이니 그것이 세상에 나타났을때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점점 그속으로 빠져들수밖에 없어진다.

정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소재나 그 분위기, 책에 쓰인 당시에 대한 고증같은 설정 등이 말이다. 두번째 소설 『연금술사의 잃어버린 도서관(La Biblioteca perduta dell’alchimista)』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지적 스릴러는 어떤 재미를 안겨줄지 기대된다.

[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 메마른 당신의 가슴에 두근거림을 선물합니다!

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 - 페리의 감성생활 Cartoon
정헌재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12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아기자기한듯 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제법 두툼한 두께에 간략하게 그려진 그림은 읽는 이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내용이라는 것은 촌철살인이다 싶을 정도로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그리고 경험하는 일들, 그런 것들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괜찮아'라고 토닥거려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맨처음 등장하는 이야기 '그때'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 "..... 넘어 졌던 그때 ..... "로 시작되는 이야기. 어느날 내가 길을 걷다 넘어졌을때 사람들은 나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일어나지 못하는 내게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 누구는 말로서 더 눌러 버리고, 누군가는 시험해 보고, 누군가는 더 아프게 하고.... 심지어 그냥 지나쳐 버리고... 그렇기에 쉽게 일어날 것 같지만 더더욱 깊이 가라앉을것 같은 나... 누군가의 이야기가 들려 온다.

"괜찮아? 무슨일이야? 얘기해봐." "괜찮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두 마디, "괜찮아? 무슨일이야?". 때로는 긴말이 아니여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나를 향한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도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억울했던 내 눈물은 안도와 위로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책에서처럼....

책에서는 이렇듯 일상적인 경험에서 받은 상처에 위로를 건낸다. 물론 이런 류의 글도 있고 살짝 웃음이 지어지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리고 누구라도 경험할만한 보편성을 갖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면 무엇보다도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에 대한 의미를 갖게 하는것 같다. 너무나 동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그저 예쁘다고만 느낄테지만 그것에 '공감'을 더하니 이야기는 깊이를 가지고 감동을 선사한다.

[위저드 베이커리] 위험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스포일러 포함)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아가미』라는 책을 너무나 매료된 작가가 바로 구병모 작가다. 소재와 표현의 독특함에서 오는 만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였다. 그런 구병모 작가의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번화가가 아닌 동네의 24시간하는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 무슨 마트도 아니고 24시간 하는 것도 이상한데 그 점장이란 인물이 더 요상하다. 빵을 무엇으로 만들었나는 물음에 '갓난아기의 간을 말려서 빻은 가루. 밀가루와 3대 7 정도 비율로 섞었다.'고 말하지를 않나 아예 묻지도 않았는데 '고양이 혓바닥 삼종 세트야. 페르시안, 샴, 아비시니안.'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그 점장을 또라이로 확정한다.

6살때 엄마가 자신을 청량리역에 버렸고, 이후 자살한 아픔을 갖고 있는 주인공 소년은 아버지가 재혼해서 생긴 새어머니 배선생과 이복 여동생 무희의 등장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새어머니를 향해 가시를 세우기 보다는 잠잠히 있었던 것이 오히려 새어머니의 신경을 건드리게 되면서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신적 학대를 받게 된다. 자잘한 행동에서부터 집에서의 생활 자체를 나무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주인공이 집에서 밥을 얻어 먹지 못하고 아예 스스로도 집에서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한 행동이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먹는 것이였다.

"빵은 지긋지긋해."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을 당시,  오지 않는 엄마를 무작정 기다리다 외투에 들어 있던 땅콩 크림 맛 대보름빵을 먹고선 게워내고선 그대로 기절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위저드 베이커리의 단골이 된 것은 빵이 좋아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먹이사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게다가 무희의 성폭행범으로 몰리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하고부터는 집안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 때문에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드잡이를 피해서 오게 된 곳이 24시간 영업중인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자신이 또라이라 했던 점장의 정체는 마술사, 그리고 자신은 온라인 위저드 베이커리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빵이나 쿠키 등에 마술적이고 주술적인 재료를 넣어서 소원을 이루어주게 하는 것을 만드는 일이 점장의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엔 관심없는듯 한 점장과 낮에는 사람 밤에는 파랑새로 변하는 여자 아이, 그리고 주인공 소년, 이렇게 세사람은 함께 가게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위저드 베이커리 닷컴에서 사건 쿠키로 자신의 소원을 이룬 아이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위저드 베이커리에 돌리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새어머니는 소년의 부두인형을 점장에게 주문하게 된다. 그것을 갖고 집으로 가지고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소년에게 점장이 내민것은 바로 타임 리와인더.

자신이 원하는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머랭 쿠키다. 과거로의 시간을 되돌리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타격은 지구의 모든 생물체가 조금씩 나눠 갖게 되는데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갈수록 타격은 커져서 그 댓가로 가격이 엄청났던 쿠키여서 실제로 그것을 사는 사람도 없거니와 점장이 팔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에게 펼쳐지는 진실은 실로 가혹하다. 그리고 절박한 순간 주인공은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끝이난 이야기에는 두편의 이야기라 덧붙여진다. Y와 N의 이야기. 먼저 Y의 경우엔 타임 리완인더가 작동하지 않았을때이며 N의 이야기는 타임 리와인더가 작동해서 아버지가 배선생과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주인공 소년이 더 행복한것 같은 N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그래야 점장이 소년에게 준 타임 리와인더의 효과가 진짜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고, 힘든 상황에서 다시금 웃을수 있는 소년의 행복을 빌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