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중요 무대는 집이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왠지 흉가나 폐가 나올 것이라 떠올릴수도 있지만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현재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그 공간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하다.
산속에 있는 인형 만드는 아저씨가 사는 집, 개발로 인해서 사는 사람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 철거 대상 주택, 수십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집, 두 가지 성을 가진 두메산골의 집성촌 집, 도쿄로 새로 이사를 온 집. 묘하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집들이다.
맨처음 나오는 <인형사의 집>은 옛날 새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여자를 혐오하게 된 남자가 피그말리온 전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산속 저택에서 석고상으로 여자를 만들어서 간절히 여자가 되기를 바라게 되는데 어느날 이 산속 저택에 산 아래 마을 아이들 세 명이 몰래 들어 오게 되고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인형사를 만나게 된다. 처음 으스스했던 만남과는 달리 그사람은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이후 아이들은 그곳을 자신들만 아는 아지트로 삼아서 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간식을 다 먹고 세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맨처음은 곳짱, 다음은 나로 기술되는 닷키가 술래가 된다. 나는 곳짱을 쉽게 찾았지만 나머지 한명인 사토루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산속 저택에서 찾이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온 두 사람은 그곳에서의 일을 함구하면서 스스로는 지키지만 사토루는 실종 상태로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그렇게 이십 년이 지난 현재 닷키가 아직도 고향에 살고 있던 곳짱의 급한 전갈을 받고 내려 온 것인데 그런 닷키에게 곳짱은 놀라운 사실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집 지키는 사람>은 어느날 완전한 밀실 상태에서 한 주부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남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주변을 탐문 수사 한 결과 남편이 철거 대상인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부인을 죽이고 그 보상금을 받으려는 목적에서 범행을 한 사실을 밝혀낸다. 남편의 범행 동기보다도 범행과정을 밝히는 것이 흥미롭게 나오지만 이야기는 그보다 더 큰 반전을 전한다. 오래전 실종된 여동생이 언젠가 돌아 올 것이기에 그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착한 아내의 감춰진 진실은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세번째 <즐거운 나의 집>은 프리터로 살아가는 가즈키에게 무라야마라는 중년 남자가 아주 특별한 제안을 한다.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가 현재의 가족들은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가족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오래 전 죽은 자신의 동생을 닮은 가즈키가 동생처럼 행동해서 아버지 앞에서 천식으로 죽는 연글을 해서 과거 기억 속의 가족들과 이별할 수 있게 하고 현재의 가족들을 받아 들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높은 일당에 그 제안을 수락한 가즈키는 무라야마의 차를 타고 그들의 집에 가게 되고, 그로부터 3박 4일동안 동생 역할을 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가즈키를 진짜 아들로 생각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가즈키도 할아버지와 정이 든다. 기묘한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날 짙은 안개가 낀 아침, 죽는 연기를 해야 하는 가즈키는 마음이 편치 않고, 그 순간 과거를 떠올리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천식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오늘과 같은 날씨의 어느날 강도가 들어서 살해당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가즈키에게 도망가라고, 여기에 있으면 살해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가즈키는 매일 입고 있던 옛날 교복을 벗고 안개를 헤치고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날 오후 가즈키는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을 수사하던 경찰 앞에 무라야마라는 가명을 쓴 인물이 나타나 놀라운 사실을 전하게 되는데....
네번째 <산골 마을>은 반년에 한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관능 소설가와 그의 매니저이자 동생인 두 사람이 우연히 알게된 히라다니라는 산골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마을로 가는 버스에서 함께 내린 쓰네오라는 사람을 알게 된다. 그곳이 고향이라고 십년만에 효도를 위해서 돌아 왔다는 쓰네오는 밀실로 된 별채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된다. 히라다니는 가루베와 마스야마라는 두 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성촌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그런 히라다니에서 유일한 다른 성을 가진 세토야마는 의사로 일하고 있다.
마을이 혼란스러운 그때 관능 소설가인 형의 기지로 범인과 범행 수법과 동기가 밝혀지고 범인은 복역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날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 관능 소설가는 불현듯 떠오른 어떤 생각에 쓰네오의 죽음을 다시 조사하게 되고, 현재 복역 중인 범인이 실제로 가짜이며 진짜 쓰네오를 죽인 범인과 그렇다면 왜 가짜는 진짜인척 했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 준다. 과연 진범은 누구이며, 마을 사람들은 왜 이 일에 동참했을까?
마지막 <거주지 불명>은 집에 비해서 비교적 싼값에 나온 집으로 이사를 온 부부 중에서 부인인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낀다고 걱정하게 되자, 사실은 이집의 예전 가족들이 그집의 중학생 아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처음엔 부부, 할아버지, 강도의 죽음에 강도가 범인이고 그 아들은 정당방위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폭력성을 가진 아들이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죽이고, 우연하게 그 시간에 도둑으로 들어 온 연쇄 살인범까지 죽이게 된 사건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느끼는 시선이라는 것은 그런 집에서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웃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아내는 더욱 많은 그런 시선들과 랩 현상(아무도 없는 곳에서 원인 불명의 소리가 발생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을 남편이 꾸미고 있다. 아내는 친정집에서 머물다가 도쿄로 오게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아내가 있음으로 인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이전에 아내가 없을 때 느꼈던 자유를 빼앗긴 남편은 프로버빌리티의 범죄('Probability'란 '있을 법한 것'이라는 의미로 수학이나 철학적으로는 '확률''개연성'으로 번역된다.)를 꾸미게 된다. 프로버빌리티의 범죄를 통해서 아내가 친정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 것이다. 남편은 모두에게 들키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운을 하늘에 맡기는 교모하고 교활한, 어떤 의미에서는 제일 질이 나쁜 점죄를 저지른 것이다.
아내의 절규를 보면서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이라 기뻐하던 남편은 자신이 쳐놓은 덫에 자신이 걸리게 된다. 바로 아내가 의도치는 않았지만 생각했고, 자신이 행한 프로버빌리티의 범죄의 여파에 말이다.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시선과 입장이 뒤섞여서 진행된다. 바로 그 점이 이야기의 반전을 더하고, 충격을 높인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집에서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 살인 사건들이 결말을 맺고 해결이 나는듯 하지만 책은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오히려 그 이야기는 반전을 위한 발판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전은 실망감을 안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벌을 받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반전의 재미와 프로버빌리티의 범죄라는 독특함이 가미된 <거주지 불명>이 제일 기억에 남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