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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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중요 무대는 집이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왠지 흉가나 폐가 나올 것이라 떠올릴수도 있지만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현재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그 공간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하다.

 

 

산속에 있는 인형 만드는 아저씨가 사는 집, 개발로 인해서 사는 사람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 철거 대상 주택, 수십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집, 두 가지 성을 가진 두메산골의 집성촌 집, 도쿄로 새로 이사를 온 집. 묘하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집들이다.

 

맨처음 나오는 <인형사의 집>은 옛날 새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여자를 혐오하게 된 남자가 피그말리온 전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산속 저택에서 석고상으로 여자를 만들어서 간절히 여자가 되기를 바라게 되는데 어느날 이 산속 저택에 산 아래 마을 아이들 세 명이 몰래 들어 오게 되고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인형사를 만나게 된다. 처음 으스스했던 만남과는 달리 그사람은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이후 아이들은 그곳을 자신들만 아는 아지트로 삼아서 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간식을 다 먹고 세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맨처음은 곳짱, 다음은 나로 기술되는 닷키가 술래가 된다. 나는 곳짱을 쉽게 찾았지만 나머지 한명인 사토루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산속 저택에서 찾이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온 두 사람은 그곳에서의 일을 함구하면서 스스로는 지키지만 사토루는 실종 상태로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그렇게 이십 년이 지난 현재 닷키가 아직도 고향에 살고 있던 곳짱의 급한 전갈을 받고 내려 온 것인데 그런 닷키에게 곳짱은 놀라운 사실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집 지키는 사람>은 어느날 완전한 밀실 상태에서 한 주부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남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주변을 탐문 수사 한 결과 남편이 철거 대상인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부인을 죽이고 그 보상금을 받으려는 목적에서 범행을 한 사실을 밝혀낸다. 남편의 범행 동기보다도 범행과정을 밝히는 것이 흥미롭게 나오지만 이야기는 그보다 더 큰 반전을 전한다. 오래전 실종된 여동생이 언젠가 돌아 올 것이기에 그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착한 아내의 감춰진 진실은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세번째 <즐거운 나의 집>은 프리터로 살아가는 가즈키에게 무라야마라는 중년 남자가 아주 특별한 제안을 한다.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가 현재의 가족들은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가족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오래 전 죽은 자신의 동생을 닮은 가즈키가 동생처럼 행동해서 아버지 앞에서 천식으로 죽는 연글을 해서 과거 기억 속의 가족들과 이별할 수 있게 하고 현재의 가족들을 받아 들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높은 일당에 그 제안을 수락한 가즈키는 무라야마의 차를 타고 그들의 집에 가게 되고, 그로부터 3박 4일동안 동생 역할을 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가즈키를 진짜 아들로 생각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가즈키도 할아버지와 정이 든다. 기묘한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날 짙은 안개가 낀 아침, 죽는 연기를 해야 하는 가즈키는 마음이 편치 않고, 그 순간 과거를 떠올리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천식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오늘과 같은 날씨의 어느날 강도가 들어서 살해당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가즈키에게 도망가라고, 여기에 있으면 살해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가즈키는 매일 입고 있던 옛날 교복을 벗고 안개를 헤치고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날 오후 가즈키는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을 수사하던 경찰 앞에 무라야마라는 가명을 쓴 인물이 나타나 놀라운 사실을 전하게 되는데....

 

네번째 <산골 마을>은 반년에 한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관능 소설가와 그의 매니저이자 동생인 두 사람이 우연히 알게된 히라다니라는 산골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마을로 가는 버스에서 함께 내린 쓰네오라는 사람을 알게 된다. 그곳이 고향이라고 십년만에 효도를 위해서 돌아 왔다는 쓰네오는 밀실로 된 별채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된다. 히라다니는 가루베와 마스야마라는 두 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성촌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그런 히라다니에서 유일한 다른 성을 가진 세토야마는 의사로 일하고 있다.

 

마을이 혼란스러운 그때 관능 소설가인 형의 기지로 범인과 범행 수법과 동기가 밝혀지고 범인은 복역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날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 관능 소설가는 불현듯 떠오른 어떤 생각에 쓰네오의 죽음을 다시 조사하게 되고, 현재 복역 중인 범인이 실제로 가짜이며 진짜 쓰네오를 죽인 범인과 그렇다면 왜 가짜는 진짜인척 했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 준다. 과연 진범은 누구이며, 마을 사람들은 왜 이 일에 동참했을까?

 

마지막 <거주지 불명>은 집에 비해서 비교적 싼값에 나온 집으로 이사를 온 부부 중에서 부인인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낀다고 걱정하게 되자, 사실은 이집의 예전 가족들이 그집의 중학생 아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처음엔 부부, 할아버지, 강도의 죽음에 강도가 범인이고 그 아들은 정당방위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폭력성을 가진 아들이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죽이고, 우연하게 그 시간에 도둑으로 들어 온 연쇄 살인범까지 죽이게 된 사건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느끼는 시선이라는 것은 그런 집에서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웃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아내는 더욱 많은 그런 시선들과 랩 현상(아무도 없는 곳에서 원인 불명의 소리가 발생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을 남편이 꾸미고 있다. 아내는 친정집에서 머물다가 도쿄로 오게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아내가 있음으로 인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이전에 아내가 없을 때 느꼈던 자유를 빼앗긴 남편은 프로버빌리티의 범죄('Probability'란 '있을 법한 것'이라는 의미로 수학이나 철학적으로는 '확률''개연성'으로 번역된다.)를 꾸미게 된다. 프로버빌리티의 범죄를 통해서 아내가 친정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 것이다. 남편은 모두에게 들키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운을 하늘에 맡기는 교모하고 교활한, 어떤 의미에서는 제일 질이 나쁜 점죄를 저지른 것이다.

 

아내의 절규를 보면서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이라 기뻐하던 남편은 자신이 쳐놓은 덫에 자신이 걸리게 된다. 바로 아내가 의도치는 않았지만 생각했고, 자신이 행한 프로버빌리티의 범죄의 여파에 말이다.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시선과 입장이 뒤섞여서 진행된다. 바로 그 점이 이야기의 반전을 더하고, 충격을 높인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집에서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 살인 사건들이 결말을 맺고 해결이 나는듯 하지만 책은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오히려 그 이야기는 반전을 위한 발판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전은 실망감을 안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벌을 받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반전의 재미와 프로버빌리티의 범죄라는 독특함이 가미된 <거주지 불명>이 제일 기억에 남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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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와 철학자들 클래식 보물창고 16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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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위대한 개츠비』가 극장가에서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계기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방한하기도 했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더이상 놀랍지도 않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관심을 받는 것도 동반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은 의미가 있는 책읽기가 되었다. 솔직히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라고 하면 내 기억으로는 『위대한 개츠비』가 전무후무한 것 같다. 그토록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단 한 작품만 읽다보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작품도 영화로 먼저 알았고, 이 작품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라말도 최근에서야 알았으니 그동안 나는 F. 스콧 피츠제럴드를 너무 등한시하고 살았나 보다.

 

게다가 이 책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이래저래 나에겐 많은 의미를 선사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시대를 표현한 책은 공감하기에 쉽지가 않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그들의 삶의 토대가 되는 그 당시의 모습을 잘 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의 미국, 일명 자신이 '재즈 시대'라고 말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감있게 그리고 있다.

 

총 8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이 책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차지만 세상이 보기엔 너무나 앞서가는 말 그대로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나온다. 변화하는 시대에 사회가 바라는 기존의 가치관을 가진 여성이 아닌 진보와 향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그런 모습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말괄량이 아가씨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녀들에 상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도 그렇지만 부와 자유가 넘쳐나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그 부와 자유로 힘들었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읽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1920년의 '재즈 시대'와 맞물려서 나타나는 달라지고 변화하는 신여성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불안과 고민, 방황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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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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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일년 독서량이 충격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볼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이웃 블로거님들만 봐도 한달에 최소 20권 가량을 읽는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의 독서량을 보면 일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라는 건지라고 말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신상 구두를 아가라고 부르는 것처럼 아낀다. 그리고 굳이 시간을 정해놓고 읽지도 않고, 읽는 책들의 장르 역시도 다양하다. 많은 읽어 본 사람들이 글쓰기도 잘하는 것처럼,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삶이 즐거워진다. 세상은 넓고 아직도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책들이 읽은 책의 몇 배, 몇 천 배, 몇 만 배 그 이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책이 제법 소유하고 있고, 일년 동안 읽는 책의 권 수도 상당하다. 그냥 수시로 읽기 때문이다. 하루 중 어느 때에 읽겠다고 정해 놓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옆에 두고 시간이 날 때 마다 그냥 조금씩이라도 읽기 때문이다. 때로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데 그것은 단 한 권만 읽기엔 궁금한 책이 너무 많아서이다. 사람마다 책 읽기와 관련된 성향 내지 습관이 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나는 이렇게 읽는 것이 좋기에 가능한 일일테고 점차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하는 것이 나름대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을 끌었던 책이다. 책인시공 冊人時空.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 내용이 궁금해질 책임에 틀림없다. 간혹 나와 같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덯게 책을 읽을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읽는 것을 좋아할지 등과 같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책이란 무엇일지에 대한 것도 생각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서점 한 귀퉁이에서 또는 내가 좋아하는 책 코너에서 앉아서, 서서 그렇게 책을 읽어 보고 싶기도 한데, 괜시리 서점 주인의 눈치가 보여서 못 해봤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공원 벤치에서 또는 잔디밭에 그대로 두 다리를 쭉 뻗고, 서점의 어느 한 공간에 서서 조용히 자신만의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수가 있다.

 

저자가 파리와 서울을 오간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비교적 파리의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길거리에서도 책을 읽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저마다 좋아하는 책읽기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책과 독서, 그리고 집안 곳곳의 책 읽기는 장소, 나아가 집 밖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는 책 읽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사람들에겐 책이란 언제, 어디서곤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도 한다.

 

책이 좋으니 많이 읽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그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바로 그 모습이 참 부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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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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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0주년을 맞아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한번 독자들을 만나게 된 책이라고 한다. 제목은 많이 들어 보았고, 언젠가 읽어 보리라 생각했던 책을 뜻깊은 해에 읽게 된 셈이다. 솔직히 많은 기대감에 비하면 밋밋한 감도 없진 않지만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이 '독자들의 조용한 지지와 입소문'을 얻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자극적인 사랑 이야기라면 이 책을 두번 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어느 한 구절 한 구절들이 가슴에 사무치게 와닿는 것을 보면 평범하지만 진짜 우리네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라디오 구성자가 공진솔과 개편을 통해서 진솔이 맞고 있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담당하게 된 PD 이건라는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처음 서롸 어떤 사람인지를 탐문하는 것에서 시작된 공적인 관계는 묘한 관계로 흘러간다. 마음의 문을 닫은 것처럼 자신의 생활에 다른 것이 들어 오지 않도록 살아가던 진솔은 짖꿋은 듯, 배려하는듯 한 이건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건 PD에게 진솔은 결국 고백하고 만다. 시간을 달라는 건 PD이지만 점차 진솔의 마음을 받아 들이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연인처럼 발전한다.

 

이건에겐 조금 특별한 친구가 있다. 선우와 애리. 두 사람은 10여 년 된 연인 사이이지만 뜬구름 같은 선우 때문에 애리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그 모습들을 고스란히 지켜본 이건은 진솔이 있음에도 애리를 선택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진솔은 그와의 모든 관계를 정리하게된다.

 

우발적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만 그 행동을 쉽사리 용서할 수 없는 진솔의 관계는 무심함을 위장하고 아무일 없이 흘러 간다. 하지만 이건과 진솔은 결국 사랑할 운명이자 인연이였던 것처럼 그렇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이게 된다.

 

애리에 대한 마음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부터는 선우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애리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 앞에서는 울이 못하면서 다른이의 연인이 된 이건 앞에서 운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이 가져온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되는 이건과 그런 이건을 바라보는 진솔을 볼 때, 선우란 인간은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모두 포기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것은 모두 간직한채 상대방에게만 희생하라고 하는 인간들은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모습이 조금은 허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부록처럼 수록된 단편 소설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는 독특하기는 한데 굳이 이 책이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속에서 선우와 애리가 운영하던 인사동의 찻집을 자꾸만 떠올리게 해서 오히려 이미 다 읽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감흥이 반감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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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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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시리즈로 전세계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던 스테프니 메이어가 선보이는 SF란 어떤 느낌일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자기 목적을 가진 외계 생명체와는 달리 완다는 평화주의의 절정에 이른 외계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자신들과는 또다른 인간의 사랑에 빠져든다. 게다가 완다는 정체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완다를 둘러싼 삼각관계는 SF 소설의 새로운 로맨스를 제공한다. 보통 지구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로맨스는 봤지만 이렇게 외계 생명체를 두고 벌어지는 로맨스는 특이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보여주는 모습에 대해서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기도 하는 부분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어쩌면 인간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완다는 소울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존재일테고 인간에게는 친구처럼 동화되는 존재이다. 그러다 결국에는 멜라니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하기까지 한다. 태생이 평화적이라던 소울들에서도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완다는 자신들의 종족에겐 배신자가 될지언정, 자신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돕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신을 찾는 수색자로 인해서 인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이전의 경험으로 자신도 분리해서 죽은 이들 옆에 묻어달라며 스스로를 희생한다. 하지만 다시 깨어나는 완다. 완다는 사람들의노력으로 다른이에게 기생하게 되고 멜라니와 완다처럼 함께 공존할수 없음에 그 사람은 완전히 완다가 되어 버린다. 결국 온전한 완다가 생긴 셈이다.

 

수색자의 명령으로 멜라니에 투입되고 멜라니를 통해서 소울이 투입되지 않은 인간들의 행적을 찾아야 하는 임무를 띈 완다는(그때는 방랑자였지만) 그녀에게 생긴 이름만큼이나 인간에 동화되고, 지구가 그들이 오기전 지구인들의 것이였던 것처럼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것이 인간들의 권유나 회유가 아닌 스스로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특이하고, 침략자의 모습이 아니라 지배받는 인간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는 모습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책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조만간 개봉할 영화에서는 과연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인간과 소울의 싸움이나 소울의 존재를 어떻게 표현할지도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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