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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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선 '철학자면 모두 느긋하게 나이들 수가 있다는 건가?' 하는 꼬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철학자이기에 오히려 느긋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 당당히 적어 놓은 그 이야기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75세의 노학자라고 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런 나이에 도달했기에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기도 한다.

 

 

책속에 종종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 바닷가가 보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알고보니 이 책의 배경이 그리스의 이드라 섬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 보는 섬이니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그런데 이드라 섬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 상당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섬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는 말을 읽기도 했는데 그래서 인지 조금은 더 느긋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런 섬에 있으면 철학자가 아니라고 해도 인생의 깨달음을 얻겠다는 자만심이 생길 정도인데 실제로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것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의 상승과 의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분명 과거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나이듦이 무섭게 다가온다. 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지나 온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드라 섬에서 저자는 관광객이지만 그저 풍경을 훑어 보고 지나가는 관광객 이상의 삶을 산다. 그곳에 또다른 집을 마련하고, 현지인들과 소소하지만 충분히 의미있었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선 깨달은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을 그리워하다가는 현재의 인생을 정점을 놓쳐버릴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단계마다 각기 다른 삶의 의미와 즐거움이 있다'고.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니 현재 자신에게 놓은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하며, 자신이 지나고 있는 인생의 단계에서 우리는 충분히 진정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그 나이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초로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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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1 - 운명을 훔친 여자 아르미안 1
이유진 엮음, 신일숙 원작 / 2B(투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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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만화가 참 유행이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만화보다는 문학장르를 찾게 된게 사실이지만 엄마 몰래 돈을 모아 만화책을 사서 친구랑 서로 바꿔서 읽기도 했다. 매월 두번씩 출간되는 잡지책을 모으기도 했고, 풀하우스나 이제는 그 작가도 기억 안나는 블루(이번 기회에 찾아 보니 이은혜군...)같은 만화책은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

 

<응답하라 1997> 세대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특히 여학생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책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어 공주를 위하여>, <블루> 등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책이 바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상당한 권수의 만화책이 출간되었던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만화책이라는 특성상 그림이 얼마나 예뻤던지... 아마도 그때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그랬던 추억속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이번엔 문학작품으로 재탄생하였다. 이제는 가물거리는 BC 480년경의 이야기를, 학창시절 친구와 돌려보던 그 행복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느끼게 된 것이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책속에는 4명의 딸이 나오지만 자매간의 우애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다지 크지 않은 아르미안은 여왕이 계승받는 나라이고 바로 이점이 자매간에 크게 작용할테니 말이다. 그런 아르미안의 현재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레 마누는 네딸들의 미래와 운명을 알려 주게 된다. 왕위를 얻게 될 첫째 마누아, 아름다움을 간직한 둘째 스와르다는 페르시아에서 온 귀인을 만나서 높은 신분의 사람이 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며, 셋째 아스파샤는 자신이 가진 의학 지식을 가진 셋째 아스파샤는 위대한 지도자의 배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세 딸에 비해서 막내인 샤르휘나는 전설속의 운명을 간직한 아이로 비춰진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샤르휘나는 큰언니의 견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1권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중에서 첫째인 마누아의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여왕의 자리가 당연하기에, 그것을 위협하는 막내 동생인 샤르휘나를 내쫗다시피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만화 못지 않는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다.

 

상당한 분량의 만화였던것 같은데 과연 책은 몇 권까지 출간될지 기대되고, 오랜만에 만나는 옛추억의 한자락을 다시 만날 기대감이 생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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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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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서점 직원들 '나오키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가장 팔고 싶은 책'에게 주는 상이라는 서점대상을 2012년에 수상한 책이라고 한다. 게다가 제목도 독특하다. 저자인 미우라 시온이 경우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대단한 작가의 흥미로운 책이 아닐수 없다.

 

《대도해》라는 사전 만들기에 돌입한 대형출판사 겐부쇼보의 사전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이 왜《배를 엮다》인지는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정년퇴임에 앞서서 미리 교수직은 은퇴하고 사전편집부의 고문으로 있는 마쓰모토 선생님, 마쓰모토 선생님의 동반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함께 사전에 반평생을 받치고 이제는 퇴직하게 된 아라키, 함께 일하는 편집자 사사키, 아라키가 퇴직하기 전에 자신의 후임자로 영업부에서 찾아 온 마지메와 마지메네와는 달리 사전에 대한 열정이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니시오카까지 그렇게 소수의 사람들이 겐부쇼보의 새로운 사전인 《대도해》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출판사는 당장의 이익을 더 좋아하는 출판사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전편집부의 기획이 불만스럽다. 결국 니시오카가 선전광고부로 이동하게 되면서 사전편집부는 위기를 겪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기획된 《대도해》의 편찬이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패션지에서 일하던 기시베가 마지메 이후로 정식 사원으로서는 처음 합류하게 되고, 15년이라는 세월동안 마쓰모토, 아라키, 마지메, 사사키와 아르바이트 대학생들, 인쇄회사, 제지회사 등의 열정으로 드디어 《대도해》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사이 마지메는 자신이 사는 하숙집에 새로 온 가구야라는 요리사와 결혼하게 되고, 마쓰모토 선생님은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사전이 출판되는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메는 자신이 무능력해서 《대도해》의 모습을 마쓰모토 선생님이 보시질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다리게 되기도 하지만 타고난 마쓰모토 선생님이 남긴 편지에 다시 한번 감동 받게 된다.

 

"말은, 말을 낳는 마음은 권위나 권력과는 전혀 무연한 자유로운 것입니다. 또 그래야 합니다. 자유로운 항해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엵은 배. 《대도해》갸 그런 사전이 되도록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고 마무리해 나갑시다."(p.288)

 

어떻게 모이게 되었든 《대도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작업이 아닌, 열정과 자부심을 위해서 보여주는 사전편집부의 이야기는 의외로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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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 아나운서 서현진의 치열하고 행복한 서른 성장통
서현진 지음 / 인디고(글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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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아나운서가 최고의 직업일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분명 인기는 있으리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현재 프리랜서가 된 아나운서들이 현역에 있을때는 정말 최고였다. 그래서 인기있는 아나운서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에게 어느 연예인 못지 않은 관심을 얻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인기에 더불어 책을 쓴 아나운서들도 제법 있다. 과거 아나운서들의 책이 좀더 모범적인 이미지의 연장선상이였다면 최근에 출간되는 아나운서들의 책은 조금은 더 친근하고, 자기 표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지연 전 아나운서의 책, 이지애 아나운서의 『퐁당』에 이어서 세번째로 읽게 되는 책이 바로『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이다. 서현진 아나운서라고 하면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라는 특이사항 덕분에 좀더 대중의 관심을 얻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런 그녀가 서른 즈음에 닿은 여자들과의 이야기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는 물론 이거니와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라든가, 그것에 대해서 아나운서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 나이 서른이 건내는 의미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더이상 어리지 않다는 생각과 사회나 가정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가 바로 서른 즈음이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이 바로 그 시기를 지났고, 여전히 그 시기를 지나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조금은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나운서라는 자리에 있는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할 것이다.

 

 

좋은 이야기만을 하지 않는다. 누가 듣는지에 따라서는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순하게만 살아 온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그녀에 대한 편견을 깨트릴수도 있을 것이고, 아나운서이기 이전에 한 인간, 그리고 여자로서의 사회생활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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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길주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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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더불어 더불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솔직히 두 작품 모두 읽어 보질 못했는데『안나 카레니나』의 경우엔 최근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기에 읽어 보자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간통죄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에도 간통은 분명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부정행위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삶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 당시의 여자로선 성공한 모습이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바탕된 남편 카레닌과 사랑스러운 아들을 두고 상류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던 인물이다. 평온한듯 한 그 모습이 오히려 안나에겐 권태로움으로 다가오고, 그 순간 그녀의 삶에 나타난 브론스키와 안나는 사랑에 빠진다.


모든 것을 가졌던 안나가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위해서 사교계에서도 외면당하고, 그녀의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아내의 불륜을 예감하면서도 명예를 생각해서 이혼하지 못하는 카레닌은 안나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이미 브론스키에 빠져버린 안나는 아들까지도 놔두고 떠난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정말 자신의 핏줄마저도 잊게 되는 것일까?

 

영원한 것 같았던 브론스키와의 사랑은 점차 식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안나는 화물열차에 투신자살하려고 하지만 찰나의 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께닫는다. 그녀가 지금 진짜 잃어 버린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안나와 브론스키와의 격정적 사랑의 결말은 결국 안나에겐 인과응보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안나가 사랑한 것은 무엇이며, 브론스키의 사랑은 또 어떤 것이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통속적일수도 있는 이 이야기가 그 이상을 넘어서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 당시의 러시아 귀족사회의 많은 것을 엿볼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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