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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평점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그렇기에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상당히 기대되었다. 최근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과 열연을 펼친 송혜교가 여행 중에 올린 사진 속에 이 책이 등장해서 깜짝 화제가 된 바 있기도 하다.『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이라는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많은 것, 또다른 누군가에겐 너무 부족한 것이 바로 시간인데, 이 책은 그 시간의 탄생과 상대성을 넘어서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순식간에 책이 읽힌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 이어진다.
'시간의 아버지’ 도르가 등장하는 이 책은 한 권임에도 불구하고 대하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든다. 아주 먼 옛날 처음으로 시간을 재기 시작한 '도르'는 그 시간에 얽매이게 된다. 마치 본능처럼 생활속에서 시간을 재던 도르는 어릴적 친구 님이 자신이 쌓는 탑에 협조하기를 바라지만 협조하지 않아 결국 고향을 떠나서 생활하게 되고, 자신들의 오두막에 찾아온 낯선 부부에게서 병을 얻은 부인 앨리의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어릴적 보았던 한노인에 이끌려 어느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늘과 땅이 닿닺는 순간에 찾아 오겠다는 노인이 떠나고, 자신이 그동안 몰두한 시간의 탄생이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시간에 몰두하다 정작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한 도르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이 흐른 후 현재에 나타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래 시계를 이용해서 인간 세상을 멈추는 정도까지도 느리게 만듦으로써 자신이 살던 시대와 달라진 세계를 익혀가던 도르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를 완수 할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한 소년에게서 거절 당하고 수치를 겪어서 자살하고자 하는 소녀 세라와 불치병에 걸려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영생을 얻기 위해서 죽음을 가장해 캡술에 들어 가려고 하는 백만장자 빅토르.
세라가 자살을 하고, 빅토르가 먼 미래에 자신의 불치병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까지 살아 남고자 캡슐에 들어가려고 하는 그 순간을 마법의 모래 시계로 멈추게 한 도르는 두 사람에게 과거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했을 경우의 미래를 보여 준다. 그러는 사이 도르는 점차 늙어가게 된다. 영원히 늙지 않는 끔찍한 형별을 받은 도르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내가는 순간 그 형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라와 빅토르는 도르가 자신들에게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준 것처럼 도르의 삶도 보게 된다.
그렇게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 오고, 시간을 다시 흘러 간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정도 예견한 결말이 보여진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 중 시간만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할 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을 것이다. 운명 순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며, 시간의 노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을 때의 그 결말이 오히려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일 것이다. 그리고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