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러시아 할머니의 미제 진공청소기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정영문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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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60~7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표지와 독특한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이 책의 히브리어 원제는 “사실은 이랬어”라는 뜻이라는데 과연 사실이 어떻했는지 궁금해진다. 최근에는 북유럽이나 비유럽 국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이 책의 배경은 1930년대. 이 책의 화자의 외할머니가 제목에 등장하는 그분이다. 토니아 외할머니를 보면 요샛말로 결벽증(潔癖症)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청결에 집착하신다. 문손잡이를 헝겊으로 씌우는 것은 애교다. 아예 어깨에 먼지나 얼룩 닦을 헝겊을 얹고 다니면서 수시로 닦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 안의 사워실과 화장실은 아무도 사용할 수 없고, 소님 접대도 밖에서 할 정도이다.

 

그런 토니아 할머니의 남편인 아하론 할아버지의 형인 예샤야후 할아버니가 미국으로 가서 사업가로 성공하게 되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달러를 보내지만 자본주의로 돌아선 형은 배신자라며 아하론 할아버지는 달러를 돌려 보낸다. 두 형제가 달러로 옥신각신 하게 되고, 이레 예샤야후 할아버지는 복수를 할 목적으로 청결 강박증에 걸린 토니아 할머니에게 제너럴 일렉트릭 사에서 나온 미제 진공청소기를 보내 버린다.

 

예샤야후 할아버지의 생각은 적중했다. 하지만 토니아 할머니는 뜻밖의 행보를 보인다. 청소기에 이름까지 붙여서 애지중지기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데 이유가 청소기 안에 담긴 먼지는 더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기조차 잘 들어 오지 않는 곳에 나타난 미제 청소기가 귀해서 모셔둘 것이라는 생각과는 차원이 다른 생각을 토니아 할머니는 지니셨기 때문이다.

 

토니아 할머니의 청결 강박증이 주된 내용 같아도 가족들을 둘러싼 내용 구석구석에는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들을 읽을수 있고, 그 가족의 분위기나 민족적인 모습들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토니아 할머니의 모습에 묘한 재미를 더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이라고 하는데 그런 작가의 읽을 수 있어서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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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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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그렇기에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상당히 기대되었다. 최근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과 열연을 펼친 송혜교가 여행 중에 올린 사진 속에 이 책이 등장해서 깜짝 화제가 된 바 있기도 하다.『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이라는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많은 것, 또다른 누군가에겐 너무 부족한 것이 바로 시간인데, 이 책은 그 시간의 탄생과 상대성을 넘어서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순식간에 책이 읽힌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 이어진다.

 

'시간의 아버지’ 도르가 등장하는 이 책은 한 권임에도 불구하고 대하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든다. 아주 먼 옛날 처음으로 시간을 재기 시작한 '도르'는 그 시간에 얽매이게 된다. 마치 본능처럼 생활속에서 시간을 재던 도르는 어릴적 친구 님이 자신이 쌓는 탑에 협조하기를 바라지만 협조하지 않아 결국 고향을 떠나서 생활하게 되고, 자신들의 오두막에 찾아온 낯선 부부에게서 병을 얻은 부인 앨리의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어릴적 보았던 한노인에 이끌려 어느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늘과 땅이 닿닺는 순간에 찾아 오겠다는 노인이 떠나고, 자신이 그동안 몰두한 시간의 탄생이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시간에 몰두하다 정작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한 도르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이 흐른 후 현재에 나타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래 시계를 이용해서 인간 세상을 멈추는 정도까지도 느리게 만듦으로써 자신이 살던 시대와 달라진 세계를 익혀가던 도르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를 완수 할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한 소년에게서 거절 당하고 수치를 겪어서 자살하고자 하는 소녀 세라와 불치병에 걸려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영생을 얻기 위해서 죽음을 가장해 캡술에 들어 가려고 하는 백만장자 빅토르.

 

세라가 자살을 하고, 빅토르가 먼 미래에 자신의 불치병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까지 살아 남고자 캡슐에 들어가려고 하는 그 순간을 마법의 모래 시계로 멈추게 한 도르는 두 사람에게 과거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했을 경우의 미래를 보여 준다. 그러는 사이 도르는 점차 늙어가게 된다. 영원히 늙지 않는 끔찍한 형별을 받은 도르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내가는 순간 그 형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라와 빅토르는 도르가 자신들에게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준 것처럼 도르의 삶도 보게 된다.

 

그렇게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 오고, 시간을 다시 흘러 간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정도 예견한 결말이 보여진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 중 시간만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할 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을 것이다. 운명 순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며, 시간의 노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을 때의 그 결말이 오히려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일 것이다. 그리고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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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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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꼭 한번 살아 보고픈 도시가 파리와 뉴욕이다. 내가 생각하는 두 도시의 이면에는 내가 상상도 못할 나쁜 모습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파리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세계 최대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없는 뉴욕. 뉴욕을 떠올리면 유명한 장소가 많이 있겠지만 그곳에 살지 않은 이상 한정된 시간 안에 뉴욕을 여행해야 할 것이다. 뉴욕을 어떻게 여행한다고 해도 뉴욕의 매력이 빠질테지만 뉴욕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을 관람을 여행 코스에 넣는 것도 분명 멋진 여행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들어 본적은 있지만 이곳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뉴욕현대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인턴과정을 받고, 뉴욕현대 미술관에서 근무하기까지 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뉴욕의 미술관 기행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 본인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나만을 위한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히 전세계의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지만 어느 도시에 존재하는 미술관만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미술관이 있었나 싶어 놀라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문화적 기회를 누릴수 있는 곳에 사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겠다 싶어진다. 다만 그런 기회를 누릴수 있는 여건도 있어야 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여러가지 주제로 나눈 미술관을 자세히 소개한 주소와 함께 찾아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관부터 내부에 이르까지 많은 사진을 담고 있고, 각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도 화가와 제목, 년도 등을 함께 적어서 소개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뉴욕미술관 입문하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미술관 자체에 대한 설명도 그곳에 소장된 작품에 대한 설명도 미술관이 낯선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배움과 경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그리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테마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을 것이다. 뉴욕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된 미술관에서 관심이 가는 곳을 한 곳 정도 방문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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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 두 개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사막여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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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현실적인 장소와 이름들이 나오면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송파경찰서 강력 1팀의 형사인 현도진은 정의 구현을 해야 하는 인물이지만 실상은 살인자다.

 

철저히 육체적 쾌학을 위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내연녀인 재희가 남편과 이혼을 할것이며, 도진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지금에서 더 나아간 관계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도진은 재희를 목졸라 살해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에 도진은 악마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이야기의 초반 재희가 도진을 향해 말했던 '상처받은 야수'가 악마로 표출된 것이다.

 

그리고 평소대로 출근한 도진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재희와의(살아 있었다면) 밀회를 위해서 예약해 두었던 방갈로로 떠나게 된다. 내연녀를 죽이고 자신의 손으로 시신을 처리하고, 아무렇지 않게 알리바이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경찰이기에 더욱 범인의 심리를 더 잘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도진이 캠핑장 방갈로의 싱크대를 여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된다. 그곳에 남자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알리바이를 위해서 떠난 여행이 오히려 도진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게다가 시신의 주인공이 유명 정치인이라는 것과 이 사건을 자신의 관할인 송파 경찰서에서 전담하게 되었다는 알게 되면서 도진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도진은 실종자를 찾는 성실한 형사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증거를 피해서 진짜 범인을 찾아 쫓고 쫓긴다.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여러가지의 사실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과연 누가, 어떤 이유에서 도진을 국회의원의 살인자로(진짜 살인자이긴 하지만) 만들어가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 놓인 도진이 취하는 행동과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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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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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세오 사립중학교에서 첫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두 명의 여학생이 사상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이 몇 달 전에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라는 것이 밝혀진다. 자신의 딸이 반 학생들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고 그것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고 생각한 범인은 학교측을 고발하기에 이르지만 결국 학교는 무죄로 판결난다.

 

일본 전체가 경악할 만한 일을 저지른 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사건 당일과 범행 당시의 기억을 모두 잊어 버리게 된다. 이에 경찰은 사건 현장을 재현하면서 범인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바로 그 재현 현장에 참여하게 된 여경찰 후유시마는 사건 현장을 재현하던 도중 자신이 맡은 후지무라 아야의 역할을 수행하던 도중 반 학생들을 위해서 고결한 희생을 한 후지무라가 오히려 범인의 딸인 히가키 리나를 괴롭힌 장본인이 되는 것에 분노해서 이것을 후지무라의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고, 이것이 방송국에 흘러 들어가게 됨으로써 경찰의 재현은 세상에 밝혀지고, 중단되며, 후유시마는 사직당하게 된다.

 

방송국에서 나온 고다는 그런 후유시마를 설득해서 경찰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밝혀내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경찰에서 중단된 재현이 방송 제작자인 고다를 통해서 재현되기 시작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사건 현장이 재현될 때마다 사건이 발생한 그 반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그림으로 이야기가 설명되는데 마치 이 사건을 잘 아는 누군가가 바로 내 옆에서 그림을 그려 설명해주는 것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나를 대신……."

 

방송국에서의 재현이 진행되면 될수록 살인은 비교도 되지 않을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리카의 죽음이 학교 이사장의 아들인 쇼의 주도하에 이뤄진 정신적 학대임을 밝혀지는 듯한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둘러싼 학교와 학부모와의 유착이나 교육 현장의 잔임함까지 결코 꾸며내지 않은 사실같은 이야기는 범행 당시의 모습이 밝혀지는 것 이상으로 충격을 선사한다.

 

고다는 이사장의 아들인 쇼가 불우한 환경의 리카를 괴롭혔고, 범인인 리카의 아버지가 그런 쇼를 처벌하기 위해서 칼을 들고 왔다가 평소 리카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보였던 후지무라가 말리는 순간에 우발적으로 후지무라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후지무라는 "나를 대신……." 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반 아이들을 모두 살렸다고 알려졌지만 방송사에서 재현이 진행되고, 점차 밝혀지는 증언과 사건 관련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나를 대신……." 이라고 말했던 후지무라의 마지막이 가진 진실, 애초에 재현과 그것으로 인해 밝혀진 사실을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기획했던 고다의 계획은 방송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당시 범행의 충격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회상과 고다와 후유시마, 쇼와 그의 아버지를 지키고자 했던 이자와의 추리끝에 모든 것을 뒤엎는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밝혀지는 라가도의 진실……. 끝이 났으면서도 뭔가 남겨진듯한 이야기는 라가도의 정체, 브루스 리, 바벨이라는 존재에 대한 미확인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그림을 통한 이야기의 진행이라는 다소 특이한 구성이 분명 이 책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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