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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여성의 심리, 그것도 낯설지 않고 허황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가 아닐까 싶다. 판타지가 아닌 현실같은 이야기는 그녀의 책을 읽은 독자라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 바라기라고 할 수 있는 마흔다섯 살의 슈코와 어릴적 미국으로 떠났다가 최근에 돌아 온10대의 미우미, 얼핏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삶의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슈코는 그곳에서 바비 인형을 닮은 소녀를 보게 되고, 그순간 그녀에게 사로잡힌다. 결코 사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슈코 부부는 슈코가 미우미의 아빠와 관계를 가지고, 남편 하라 역시 애인이 있고, 나중에는 미우미와 관계를 맺는 실로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의 애인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부부과 과연 정상적인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혼 후 아버지가 여행지에서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미우미는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누가 더 외롭고, 누가 더 안쓰럽다고 하기에 앞서서 그런 슈코나 미우미 역시도 미우미의 아버지와 슈코의 남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사실이다.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어 온 사람으로서 이 책은 파격을 넘어서는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랑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과연 그 관계에서 그들은 행복해질까? 결코 단순하다고 할 수 없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 속에서 그들 중 누구라도 과연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그런 행위들이 사야카 씨가 “잡동사니들뿐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슈코가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와 여행을 떠났지만 어쩌면 벗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한 마음인것과 같이, 이전과는 달리 변해버린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아픔과 그럼에도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닐까 싶어진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슈코나 하라, 미우미, 미우미의 아버지 등의 인물들의 관계가 파격적이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불쌍하게 느껴지는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