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13계단』, 『제노사이드』으로 유명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최신작이 바로 『건널목의 유령』이다. 이 작품이 의미가 있는 것은 작가가 무려 11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디지털 문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 1994년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다카노 가즈아키를 수식하는 말이 여럿 있겠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불리는 저자가 이 작품에서 역시나 그런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의 세대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1994년 말 즈음에는 지금처럼 SNS, 스마트폰의 사용은 생각도 못하기에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심령 사진을 찍고자 함에도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야 하고 카메라로 담아와야 했다. 그래서 좀더 현장감 있는 느낌이라든가 기자 정신을 엿볼수도 있는 작품으로 사회고발까지 더해진다면 그 활약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한때는 사회부 기자로 일했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이제는 계약직 기자가 된 마쓰다이다. 그는 전국의 일간지 기자로 잘나갔던 때도 있지만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그만큼 충격이였고 이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아내를 그리고 하고 있다. 

그런 마쓰다가 일하는 월간지도 곧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인데 어느 날 원래 그 일을 담당해야 했을 동료가 다쳐서 마쓰다에게 온 것이 바로 심령 특집 기획이다. 도쿄의 시모키타자와역에서 한 여성이 사진이 찍혔는데 일명 심령사진이였던 것이다. 

당연히 가짜일수도 있겠지만 카메라맨을 통해서 조작 의심이 지워진 가운데 건널목의 허공에 찍힌 여자의 정체를 찾아, 그리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의도치 않게 1년 전 그 건널목에서 한 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른 곳에서 칼에 찔린 여자가 죽은 곳이 바로 이 건널목이였고 이제 사건은 단순한 심령 사진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이 여자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였다.

어쩌면 주인공이 한때 전국에 배포되던 일간지의 사회부 기자였던 점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쓰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된다. 그리고 죽은 여자의 신원을 찾고 그녀가 왜, 누구에게 죽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점차 진실에 다가갈수록 단순한 죽음이 아닌 조직폭력단체, 부배한 정치인 그리고 이들과 유착한 건설사가 점점 드러난다.

한 장의 심령 사진으로 시작된 심령 서스펜스가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의 손에서 각종 이권과 유착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작품이 바로 『건널목의 유령』 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허술하면 좀 어때

허술하면 좀 어때 - 이런 나인 채로, 일단은 고!
띠로리 지음 / 푸른숲 / 2023년 7월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허술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나 개인 성향이나 성질이지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순 없다. 그저 자신이 그렇게 살고 싶다면 그런거다.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든 무슨 상관인가 싶다. 요즘을 보면.

오히려 자의식 과잉에 자존감을 넘어선 지나친 자기애가 문제가 될지언정 허술해서 큰 손해를 입히거나 반대로 본인이 입지 않는다면, 그게 본인이 만족스럽다면 그걸로 된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허술하게 허슬(hustle)하게’와 ‘허술하게 허슬(hustle)하기’를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그럴 수 있겠다 싶고 과연 완벽하게 살기보다 허슬하게 허슬하기로 살아가는 삶이란 어떨지도 궁금했던 책이 바로 『허술하면 좀 어때』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띠로리소프트’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괜히 IT업계쪽인가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오리지널 굿즈 숍이라고. 아이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아이돌과의 협업도 했다니 삶의 모토는 허슬(hustle)일지 몰라도 일에서만큼은 절대 허술하지 않은것 같아 이야말로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싶다. 

이미 띠로리소프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나의 경우처럼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이 책을 통해서 띠로리소프트가 어떻게 탄생했고 저자는 이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통해 어떻게 보면 이런 분야로 창업 등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것 같기도 하다. 

책에는 그런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덧붙여 삶의 모토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어떤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때부터인가 빈틈없이 완벽해야 잘하는 것이라고 칭찬받아 온 우리가 이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도 충분히 유명해질 수 있고 그것으로 때로는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이제는 진짜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무려 ‘빅토르 위고와 함께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위’라는 영광을 차지한 작가 마르크 레비의 작품『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은 1950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즈음 런던의 독일의 공습으로 피폐해진 도시와 시민들의 삶이 조금씩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시점으로 주인공이 앨리스는 냄새에 남달리 민감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조향사로 일하고 있다. 

집이 곧 작업실이라 자신이 조합한 향수를 상품화 시키는 일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하나가 상품화 되어 인기를 얻었고 수입도 다소 안정되어 가는 중이였다. 그런 앨리스에겐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전후라 그런지 다들 2개 정도의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고 간호사였던 친구는 전쟁에 동원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서로가 어려운 사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함께 놀러 가서도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친구가 비용을 지불해 주기도 하는데 비용을 서로 생색내지도 주눅들지도 않는 모습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브라이튼으로 친구들과 놀러갔던 앨리스는 런던으로 돌아갈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자 친구들의 권유로 가는 길에 마주친 점쟁이에게 가서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기로 하는데 그 점쟁이는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 있는 남자가 아니라 앨리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가 그녀의 뒤를 지나갔다고 말하는데... 

그녀를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며 그녀에게 늦지 않은 여행을 해야 한다는 알수 없는 말을 남기고 결국 앨리스는 다시 그 점쟁이를 찾아가게 된다. 누구라도 이런 묘한 이야기를 한다면 궁금해서 혼자서 다시 찾아가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앨리스는 결국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행에 동참하게 된 이가 바로 벽간 소음으로 그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는 옆집 화가 달드리 씨다. 앨리스가 현재 사는 집으로 오기 전 자신이 그녀의 집에 살고 싶었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의 이 남자는 왜 앨리스의 여행에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일까? 

조향사인 앨리스의 직업적 특성이 책 곳곳에서 향기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도 어쩌면 그녀의 직업 설정이 그냥 나온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이야기는 앨리스가 이스탄불에 도착해 라파엘이라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경위를 회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앨리스는 달드리 씨와 함께 모험과도 같은 여행을 다니면서 그녀 스스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뿌리이자 정체성을 발견하는 내용도 그려진다.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좀더 깊은 이야기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앨리스의 이야기는 그녀가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함께 어울어져 많은 장소를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다채로움을 선사하고 한편으로는 오리엔탈 분위기의 신비로움까지 더해져 흥미를 자아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란 전작도 제목만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였는데 바로 그 작품의 작가인 스미노 요루가 선보이는 감도 소설이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이다. 제목은 완전히 미스터리 스릴러 급인데 내용은 오히려 연애 소설 같은 몽글몽글함이 느껴지니 일단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에서만큼은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이시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여러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모두가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문득 현실에서도 우리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가면일수도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런 첫 번째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이토바야시 아카네라고 하는 여고생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찌됐든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없는 생활을 하는 인물이며 자신이 읽고 있는 『소녀의 행진』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러던 어느 날 현실에서 소설 속 인물 중 한명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작품과 현실에서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아이로 똑같다는 것이다. 마치 작품에서 걸어나온 것마냥 어떻게 이름도 생김새도 이렇게 같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가능하겠다 싶지만 아카네는 단순히 닮은 꼴을 본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아예 작품을 현실로 해보고자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경우로 그렇게 하면 자신도 작품 속 주인공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나친 감정이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또래의 감수성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아키네와 달리 아이는 의외로 무덤덤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굳이 남을 의식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둘은 뭔가 상반된 성격을 보이고 있고 그 와중에 아키네가 있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고 그 영화의 주제곡을 부르게 된 아이돌인 주리아가 등장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아이돌 특성인지 주리아는 아키네처럼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다쓰아키라는 소년의 등장까지.

저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바는 다를 것이고 또 사랑받고 싶은 마음, 또는 신경쓰지 않는 마음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듯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 어떤 면에서는 전작이 주었던 감동과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을 등장시켜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서 비록 작게나마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이상한 그림

이상한 그림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전작 『이상한 집』도 상당히 기묘한 이야기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 작가의 아마도 의도한 것 같은 이상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그림』이 출간되었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 역시 작품 속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신개념 그림 미스터리라는 말이 딱 맞는것 같다. 

간혹 추리/미스터리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나 등장인물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그림으로 이야기의 시작 전에 목차 즈음에 나와 있는 경우는 많으나 이 책처럼 책 곳곳에 수시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확실히 독특한 전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많은 그림이 독자의 상상력이나 추리력을 방해하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동시에 극적인 효과와 무서움을 배가 시키는 것 같다. 뭔가 더 상상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해야 할까.

이번 작품에서는 집이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이상함이다. 그리고 그 그림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미스터리인데 독특하게도 새롭게 태어날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설렘이 담긴 블로그 형식이 글이 등장한다. 

심리 치료를 할 때 내담자에게 상담가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그림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나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게 되는데 묘하게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라 그냥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오싹하게 다가온다. 

행복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시작되었던 한 사람의 블로그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죽은 이후 그 아내가 남긴 그림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 이야기는 마치 실제 있었던 한 사건의 재구성하듯이 그림을 분석하고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고 왠지 더 사실감있게 다가오눈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아내가 남긴 그림에서 남자가 발견한 것은 무엇이며 그렇게 중단된 블로그를 보게 된 오컬트 동아리가 알아챈 그림의 비밀은 또 무엇일까? 

마치 실제 누군가의 상담일지에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의 그림이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고 섬뜩함을 배가 시키는 작품이 바로 『이상한 그림』이라 어떤 면에서는 그림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전작보다 이 작품이 더 잘 어울릴것 같고 역시나 마지막 반전이 주는 묘미를 보면서 과연 이상한 작가의 이상한 시리즈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상한 것을 소재로 그림 미스터리의 계보를 이어갈지 너무나 기대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