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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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 향’의 여덟 번째 소설은 조해진 작가님의 『겨울을 지나가다』이다. 조해진 작가님은 등단 이후로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췌장암에 걸린 엄마를 둔 주인공이 엄마의 투병, 엄마와의 사별, 그 이후의 시간을 그리고 있는데 이 시간의 흐름이 동지, 대한, 우수로 지나며 자연스레 주인공이 절기의 변화와 함께 상황과 심리적 변화 등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을 보인다.

 

예전 같으면 암이면 모두 죽는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생존율이 낮기도 했지만 요즘은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으면서 조기 발견하면 그만큼 예후도 좋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몇몇 암들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되었을 당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인 경우가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암이 아마도 췌장암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의 엄마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지만 생각만큼 호전되지 않는다. 결국 연명치료에 가까운 항암치료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엄마의 뜻대로 집으로 오게 된다. 이제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석 달여 남짓한 시간으로 엄마의 마지막을 누군가는 지켜야 했기에 결국 동생을 대신해 주인공이 함께 하기로 한다. 

 

쉽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결국 임종을 한다. 그리고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엄마가 남긴 유언을 따르되 동생과 결정을 통해 각자가 엄마 유골의 일부를 간직하기도 한다. 이후 동생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온전히 혼자 남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마지막을 보낸 집에는 여전히 엄마만 없을 뿐 엄마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 하다. 이에 주인공은 생전 엄마가 쓰던 물건들을 자신이 쓰고 엄마의 옷을 입고 나아가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까지 문을 연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한 주인공 곁에는 엄마의 흔적들이 가득하고 그녀의 주변에는 언니를 걱정하는 동생도 있고 엄마가 교류했던 사람들도 있다. 엄마의 식당을 찾았던 사람들도 있다.이제는 그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을 위로하고 엄마의 죽음과 그녀의 아픔에 애도를 보낸다.

 

엄마를 잃었다는 사실이 주인공에게 공허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 힘을 내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며 제목처럼 추운 겨울의 시간을 지나보내는 그런 이야기 같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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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 그림 작가 마리아의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와인 이야기
이마리아 지음 / 샘터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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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인은 대중적이다. 예전에는 클래식마냥 어느 특별한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확실히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구매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졌고 와인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관련 도서도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마리아 그림 작가님은 원래 술을 즐기던 사람이 아니였다고 한다. 오히려 멀리하던 분이였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는 것처럼 조금씩 와인에 빠져드는 일종의 와인 일기, 시음 노트 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조금씩 내추럴 와인에 빠져드는 작가님의 와인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체의 분위기가 참 좋아서 책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설명을 해주듯이, 또는 알려주는 것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정보부터 꽤나 전문적으로 보이며 또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것 같은 내용들도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좋다. 

 

상당히 전문서적 같은 와인 관련 책들은 읽는데 다소 부담이 가는게 사실인데 이 책은 중요 정보는 담으면서도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또 한편으로는 진짜 시음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는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음주를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제격인 책이고 너무 어렵지 않게 와인을 배우고 싶고 와인과 관련한 기본 상식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안성맞춤일 것이다. 

 

내추럴 와인이 정확히 뭔지도 몰랐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저자보다 더 술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책은 의외로 재미있게 읽히고 관련 용어들은 상식과 교양 차원에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책이였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와인 시음 노트를 보면 실제 와인의 모습을 와인병 그대로 그려서 관련 정보(원어의 이름, 원산지, 품종 등)를 잘 정리해두고 있고 풍미와 관련한 내용도 알려주기 때문에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와인 시음 노트의 정보를 참고해 자신의 취향을 생각해 와인을 선택해서 직접 맛을 테스트 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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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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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은 한국출신이 캐나다 작가가 쓴 1758년 조선의 궁궐 내 미스터리, 그리고 혜민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작가의 전작이 『사라진 소녀들의 숲』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허주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고 『붉은 궁』을 통해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의녀로 등장하는 현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형조판서였지만 어머니가 기생 출신으로 어머니의 출신을 따라 천한 신분으로 분류된다. 그런 현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 속 욕망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분상승으로서 의녀가 되어 그 실력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혜민서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의녀가 되었고 그런 현의 은인 같은 존재가 바로 정수 의녀이다. 그런 정수 의녀가 어느 날 밤 혜민서에서 발생한 네 명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정수 의녀의 평소 성품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맞물려 현은 궁궐 내에서 세자빈의 부름으로 세자의 처소로 부재중인 세자를 치료한 것처럼 꾸민 일종의 거짓말에 동참하게 된 상태이다. 

 

과연 세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후 세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그저 정수 의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했던 현은 이 사건에 왕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혜민서에서 정수 의녀가 용의자로 잡혀가던 때에 우연히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게 되었는데 훗날 그가 무려 종사관이라는 신분을 가진 어진이란 인물임을 알게 된다. 

 

정수 의녀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세자를 둘러싼 의문, 궁궐 내 서로를 향한 염탐이 존재하는 긴밀한 분위기 속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현 역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지만 현은 정의를 향한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 언급된 세자가 바로 조선왕조에서 세자로 책봉되었다가 왕이 되지 못하고 죽었던 그 유명한 사도세자이다. 실제로 사도세자를 둘러싸고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말도 있고 그가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말도 있다. 그로 인해 왕이였던 영조조차 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자를 심문할 수도 없고(이건 왕실 존속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살인자로 결론이라도 내려지면 훗날 정조가 될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위로 오르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였다는 점에서 뒤주에 가뒀다는 설도 있다. 

 

작품은 바로 이 사도세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도세자가 사라진 어느 날 밤의 조명하며 바로 그때에 발생한 네 건의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데 여기에 조선시대 신분제도 속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사람들, 그럼에도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과 자신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현과 어진의 이야기도 전개되는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뛰어난 가독성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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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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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 축구는 인기 스포츠다. 일단 각종 국제대회가 진행될 때는 응원에 진심이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해외 진출 소식은 화제이며 그들의 현지 축구 경기 중계도 인기다. 여기에 직접 하는 조기축구회도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이런 축구를 소재로 뭔가 SF적 요소까지 가미한 이야기는 어떨지 상당히 기대되었다.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오수완 작가의 신작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림픽과 같은 종합 스포츠 대전을 제외하고 단일 종목으로서 축구만큼 전국을 넘어 전세계인들의 축제라고 할만한 대회가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할 수 있고 적어도 직접 하진 못하더라도 보는 것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작품 속에서 축구를 인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기에 축구=소원성취=부와 명성=성공으로 이어지는 어떤 등식은 한편으로는 지금의 축구와 글로벌 축구 선수의 위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는 이 축구 문화를 칭송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며 자신들과 대결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지만 외계인들도 하나의 외국의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이상하지 않아보이는 것도 이런 데에 기인한다. 

 

자신들과의 대결에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씩 들어준다고 말한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면 매력일 것이다. 아무리 기회가 한번이라도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소원이 하나쯤을 있을테니 일단 해볼만한 일이지 않을까?

 

결국 이 기회를 또다른 기회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욘이라는 인물이다. 전 득점왕이지만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된 욘은 축구 교실을 통해서 외계인들과의 축구 시합 승리로 소원 성취의 기회를 가지려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커다란 기회가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기본기가 있거나 아니면 욘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애초에 축구는 물론 운동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게 문제다. 그럼에도 이들은 왜 욘의 축구 교실을 찾아오는 것일까? 그것은 단 한 번의 기회지만 소원을 이룰 기회가 간절히 필요한 저마다의 사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남자도 가능하고 여자도 도전이 가능해지는 축구 교실을 통해서 사람들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는 단순히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기 위한 목적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뭔가를 의욕적으로 배우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하는 과정들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뭔가 시트콤 같기도 한 상황이지만 감동도 묻어나는 기발한 발상의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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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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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해 본다. 만약 내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어느 한 가지의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겠냐고. 분명 현실에선 일어날리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재밌기에 그냥 해보는거다. 순간이동도 좋고 타임리프도 좋고 미래를 보는 능력도 재미있을것 같은데 마냥 좋기만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무엇이든 그에 따른 댓가는 있기 마련이니...

 

그렇기에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관통하는 마음』의 전우진 작가의 신작 『후려치는 안녕』을 보고선 상당히 궁금했다. 과연 병삼이 가진 초능력의 정체가 무엇일까? 이것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그려질까하고.

 

작품을 읽어보면 어느 덧 제목도 이해가 가는데 주인공 병삼의 초능력이라는 것이 좀 특이한데 누군가를 후려치면 병삼에게 맞은 사람이 놀랍게도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솔직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병삼에게 있는 것인데 그 방법이 상대를 후려칠 정도의 따귀를 때려야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초능력이야 싶기도 하고 일단 맞기만 하면 누구라도 진실을 말한다니 병삼의 따귀는 그 자체로 진실의 방인 셈이다. 그런 병삼은 친구인 바울이 목사로 재직 중인 교회에서 셔틀버스의 기사로 일하고 있는데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중의 한 명이다. 물론 병삼 역시도 자신의 초능력을 알고는 있고 소소하게 사용해볼 때도 있지만 그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는 정도라 여기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병삼은 한 남녀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이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여자의 따귀를 후려치고 마는데 주변이 이 사태에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곧이어 병삼에게 따귀를 맞은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고해성사를 하듯이 술술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더욱 놀라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바로 그때 이 놀라운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인물이 있다. 바로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재일이다. 

 

그 순간 재일은 병삼이 가진 능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되고 이것을 이용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이런 병삼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들 모두 독특한 설정을 지닌다. 병삼의 친구 바울 역시 그렇고 몸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남자들의 폭력을 유발하는 보라 역시 그러하다. 여기에 재일 역시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게 진행되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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