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 역사 이야기 - 1980년 오월 광주 맹&앵 동화책 5
김현태 지음, 김정운 그림 / 맹앤앵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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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광주를 증언하는 책을 읽는 것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거부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후세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준엄한 가르침을 알기에, 80년 5월 광주를 증언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해 5월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니 5.18의 진실을 증언하는 책을 읽혀야 한다. 

초등 저학년도 알기 쉽게, 민수가 겪은 80년 5월 광주의 상황이 날짜별로 전개된다.
어린 독자를 위한 삽화와 각주의 보충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금남로에서 북경반점을 하는 민수 아빠는 짜장면 배달을 하고, 삼촌은 공수부대원으로 광주에 왔다. 군과 시민의 대치상황에서 오토바이를 버려둔 채 도망쳐야 했던 민수와 아빠, 아들을 보호하려던 아빠는 몽둥이로 맞아 머리가 터지고 심하게 다친다. 후에 오토바이를 찾으러 갔던 아버지는 총에 맞아 죽고...  

  

'빨갱이'와 '폭도'로 몰렸던 평범한 사람들이 민수아빠처럼 죄없이 죽었다. 어린 민수는 '빨갱이'와 '폭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왜, 전쟁터에 있어야 할 군인들이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때리고 죽이는지, 삼촌처럼 군인이 되고 싶은 민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신군부는 물러나라!"
"휴교령을 철폐하라!"
밤새도록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980년 5월 17일 토요일이 저물었습니다. 

그날은 오후 내내 <북경반점>을 찾는 손님이 없었고 배달주문 전화도 오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한숨 소리와 함께 1980년 5월 18일 일요일이 지나갔습니다. 

밤하늘애 총총 박혀 있는 별들은 아름답고 평화롭게까지 느껴젔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1980년 5월 19일 월요일 밤이 저물었습니다. 

광주역 광장에서 군인이 쏜 총에 두 명의 시민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5월 20일 화요일 깊은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퍽'하고 옆으로 꼬꾸라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잔인한 5월 21일 수요일은 총성으로 얼룩졌습니다. 

도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순식간에 도청 광장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5월 23일 금요일 광주가 눈물로 젖었습니다. 

민수는 '눈이 오면 도 상처도 눈물도 다 덮어준다' 했던 아빠의 말을 기억하면서, 오월에도 눈이 내렸으면...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눈을 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카시아 흩날리는 5월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렸던 80년 5월은 그렇게 흘러갔고, 민수의 가슴엔 눈부시도록 시린 눈이 수북히 덮였다. 

이전에 나온 5,18 동화에서는 불의한 집권자 전두환 노태우의 이름을 정확히 쓰지 못했지만, 이 책은 두 사람의 이름을 밝혔다. 불의한 집권자들과 성공한 쿠데타를 용납한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가르쳐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정의사회를 이루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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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대신 바람이 많이 불어요.
하늘엔 구름도 잔뜩이구요.
번개 치고 비 온다는 예보 받아놨어요.

잊고 있었어요.
기억할 책임, 전할 책임이 있다는 걸..

순오기 2011-05-21 00:27   좋아요 0 | URL
바람이 많이 불었군요~
종일 두문불출 낮잠을 좀 잤어요.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고 후세에게 전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요.
 
학교놀이 산하작은아이들 20
권정생 지음, 윤정주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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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권정생 선생님의 4주기,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담는다.

선생님은 머릿말에서 혼자 기쁘고 즐거운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하신다.
친구와 이웃의 슬픔과 괴로움을 돌아볼 줄 알고, 부자가 되거나 축구를 일등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단다.
서로 사이좋게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며, 빨리 통일이 되어 대동강 백두산 마을 아이들도,
우리 마을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정말 그런 날이 와야 하는데, 선생님은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물론 그곳에서도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기도하실 거라고 생각되지만... 

처음 보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하느님의 눈물'에 실렸던 세 편을 골라 사랑스런 삽화로 옷 입힌 동화집이다. 
선생님의 짧은 글과 윤정주님의 사랑스런 그림이 더 많은 말을 들려준다.
귀엽고 깜찍한 삽화로 만나는 세 편의 이야기는 새로운 느낌이라 좋았다.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는 언니가 먼저 장가들어 동생만 혼자 남았다.
동생은 홀로 밤을 지내며 무서움에 하느님을 불렀지만 응답하지 않는다.
울다 쓰러진 가재에게 이웃 할머니는 겁쟁이가 되지 말고 용감한 가재가 되라고
하느님은 대답하고 싶어도 꾹 참았을 거라고 한다. 하느님 정말 그런 거에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가재가 되겠다고 불끈 다짐하는 동생에게 미소를 보낸다. 

 
 
 

'찔레꽃잎과 무지개'는 바람과 여행을 떠난 찔레꽃이 두려움과 죽을고비를 넘기고
방긋 웃는 해님과 아름다운 무지개를 가슴에 간직한다는 이야기다.  
모험을 즐기려면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내야 한다.
무슨 일에나 겁내지 말라고 다독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려움과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 또 멋진 일이 생긴다는 약속으로도 들린다. 

 
 

 

표제작인 '학교놀이'는 엄마 없는 일곱 마리 병아리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를 불러오려면 누군가 엄마 대신 하늘나라에 남아야 한다는 말에,
죽은 엄마보다 살아 있는 형제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언니 병아리가 선생님이 되어 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재밌게 학교놀이를 즐긴다.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며 힘을 모아 적을 무찌르지만,
약한 자를 돕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죽이지 말고 사랑하자고 구호를 외친다.
사랑스런 병아리들의 구호는 권정생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다.
어린이와 평화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짧은 동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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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1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혼자 놀기를 잘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이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요즘.

예쁜 가재, 꽃잎, 병아리네요. 함께 손잡은 모습이... 권정생 선생님께서 하셨다는 말씀처럼 느껴지네요.
즐거운 주말되셔요.

순오기 2011-05-16 02:34   좋아요 0 | URL
진정한 행복은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잘잘라 2011-05-1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다크서클 병아리!!! @.@;;

순오기 2011-05-16 02:35   좋아요 0 | URL
다크서클 병아리들이 사랑스런 병아리로 달라졌어요~ ^^

2011-05-1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5-16 02:35   좋아요 0 | URL
날 밝으면 통화해요~~~~^^

희망찬샘 2011-05-2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크고 있는 우리집 삐약이들을 닮은 삽화네요. 근데 이 삐약이들 털이 조금 이상한데... 삐약이도 동물 병원 데려가면 봐 주실려나요? 털이 자라려고 빠지는 것일까??? 하면서 우리 삐약이 엄마(희망이)랑 지금 고민중이에요.

순오기 2011-05-21 11:12   좋아요 0 | URL
아~ 털이 뭉텅이로 빠지는 거 아니면 털갈이 하는 거 아닐까요?
우린 4개월까지 키웠는데 털 빠지는 거 잘 모르고 넘어갔거든요.
 
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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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이 유언장에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고 썼던 정호경 신부님이 이 책의 모델이다.

권정생님은 유언장 뿐 아니라 정호경 신부님께 마지막 편지도 썼다.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경상도 북쪽 깊고 깊은 산골의 비나리 마을
통나무집 아저씨와 예닐곱 살의 쪼꼬만 강아지 달이는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 사람들은 달이가 사람처럼 말하는 걸 한번도 못 들었다지만...

주인공 아저씨(신부님)를 묘사한 글을 보면 권정생 선생님의 짖궃은 일면이 보인다.ㅋㅋ


"그 아저씨는 나이 예순 살이 넘은 건지
아직 예순 살이 덜 되었는지
어정쩡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아직 새파란 젊은이 같기도 합니다.
생긴 것도 그래요.
누구는 동글동글한 호떡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덜 굽힌 군고구마같이 생겼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어느 길가 비쩍 마른 장승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남자인데도 하회탈 가운데 각시탈처럼 예쁘게 생겼다고 하거든요."

아저씨와 달이는 아침 일찍 경운기를 끌거나 터덜터덜 걸어서 들로 나간다.

풀밭을 매다가 밭고랑에 앉아서 쉴때면 또 둘이 이야기를 나눈다.

달이도 다른 강아지들처럼 다리가 네 개였지만
통나무 집을 짓느라 바쁜 아저씨가 놀아주지 않아서
혼자 심심하다고 산속으로 놀러 갔다가 그만...

누가 노루 잡는다고 놓아 둔 갈고리 같은 덫에 치였느냐 물으니
달이가 고개를 끄덕거렸기 때문에,통나무집 아저씨는 그렇게 믿는다.

통나무집 아저씨는 성당 신부님이었다.

어느 날, 시골마을 성당에 가다가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나 갈아끼우고 쉬다가
달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하느님도 성당 안에만 있지 말고 이런 데 나와서 살면 좋을 텐데....."

아저씨는 쪼꼬만 달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농사꾼이 되었다.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타일러도 착해지기 어려운데
달이와 세상 모든 짐승들은 부처나 예수처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아저씨다.

어느 달 밤, 개울 둑길에 앉아 하늘의 달님을 쳐다보는 아저씨,
달이는 아저씨가 왜 혼자서 자주 달을 보는지 궁금했다.

달이가 '아빠'라 부르는 아저씨가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기 이름은 왜 달이가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어는 날, 꿈속에서 달이는 아저씨랑 둘이 널따란 풀밭에 앉아 있었다.
아저씨는 또 달이에게 다리가 몇 개냐고 물었는데
달이가 다리가 네 개라고 대답한다.

다리가 네 개인 달이와 아저씨는 오래오래 뛰어 다녔다.
새들과 나비들도 날아 오르고
꽃들이 하얗게 빨갛게 노랗게 마구 피어난 들판을...

이 책에서도 권정생님이 평생 꿈꾸어 온 평화사상을 발견하게 된다.
전쟁이 없고 미움과 다툼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훨훨 날듯이 살 수 있다면...

김동성 화가의 은은하고 섬세한 동화스런 그림은 글로 다 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안타까운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보여줘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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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그 신부님인 줄 몰랐어요. 5월은 권선생님 생각이 많이 나요.

순오기 2011-05-11 23:46   좋아요 0 | URL
아~ 정호경 신부님 이야긴 줄 모르셨군요.^^
5월엔 생각나는 분이 또 있죠~~~

양철나무꾼 2011-05-1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완전 사랑해요.
권정생 글에다, 김동성 그림에다...제가 애정하는 사람들의 조합이니까요.
이렇게 넷상에서 다시 보니, 것도 새로운 걸요~^^

순오기 2011-05-11 23:47   좋아요 0 | URL
완전 사랑하는 양철댁님처럼 저도 권정생님과 김동성 조합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죠.

감은빛 2011-05-12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권정생 선생님.
문득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이 글의 마지막 문단을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 되네요.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5-13 00:35   좋아요 0 | URL
5월은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는 달이에요.
그분을 기리며 그분처럼 살려고 애써야지요.

소나무집 2011-05-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정생 선생님이 보고 싶네요.
아까운 분들은 왜 그리 쉽게들 가시는지 몰라요.

순오기 2011-05-13 00:36   좋아요 0 | URL
5월에 가신 분들이 많지요~~~
박경리 작가님과 노무현 대통령도 5월에 가셨지요.ㅜㅜ

잘잘라 2011-05-1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정말.. 장바구니 마를 날이 없습니다요. 후우~
따뜻한 글과 그림, 담아갑니다.

순오기 2011-05-13 00:36   좋아요 0 | URL
하아~ 장바구니 미어터지면 자꾸 비워야지요.
TTB도 이용하시기를...^^

무스탕 2011-05-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갖고 있어요. 제가 먼저 읽다가 혼자 알기 아까워서 정성이한테도 읽어줬어요. 그래서 정성이도 알고요.
정말로 달이가 어딘가에서 아저씨랑 살고 있을것 같은 느낌이에요.

순오기 2011-05-13 00:37   좋아요 0 | URL
달이가 네 개의 발로 풀밭을 폴작폴작 뛰어다니겠지요~~~~ ^^

후애(厚愛) 2011-05-13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담아갑니다^^
그림이 너무 좋습니다!!
 
작은 생쥐와 큰스님 풀빛 그림 아이 20
마리 말라르 그림, 디안느 바르바라 글, 전채린 옮김 / 풀빛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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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에 미설님 리뷰를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마침 이웃 도도공주 책꽂이에 있길래 빌려왔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를 소재로 했다는데, 그림 속의 큰스님에 달라이 라마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 옛이야기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모양이다.  

 

고원에서 자란다는 야크를 보니 티베트가 배경이라는 걸 알겠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온 큰스님은 꽁꽁 언 생쥐를 발견하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야크 젖을 데워 주었다.
생쥐는 생명의 은인인 큰스님에게 어찌 은혜를 갚을까 여쭈었고, 가끔 심심한 큰스님은 함께 지내는 걸로 족하다 했다.

  

생쥐는 큰스님과 살면서 비단 양탄자에서 놀고, 밤에는 스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를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야말로 상팔자로 지내는데, 덩치 큰 고양이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다.
생쥐는 큰스님께 부탁드려 큰고양이의 모습을 변신을 했지만, 또 두려운 존재를 발견했다.

 

이번에 개가 무서운 거다. 그래서 다시 개로 바꿔줬는데~
고양이는 개를 보고 놀라 도망치고, 개로 변한 생쥐는 고양이보다 더 놀라 큰스님 방으로 숨어 들었다.  

  

큰스님은 다시 커다란 호랑이로 모습을 바꿔 주었지만, 호랑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고양이가 두려워서 벌벌 떨었다.
스님은 그런 생쥐를 보며 껄껄 웃으며 한 말씀 하신다. 

"얘야, 작은 생쥐야! 중요한 건 네가 갖고 있는 생쥐의 마음이란다. 겉모습만으로는 바꿔지지 않는단다. 네가 아무리 고양이로 변하고, 개로 변하고, 호랑이로 변해도 너는 언제나 고양이를 무서워할 수밖엔 없단다. 왜냐하면 너는 생쥐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큰스님은 생쥐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진실로 깨달음을 원할 때 깊은 교훈을 주신다.
겉모습이 중요한게 아니라 속에 든 마음이 문제라는 걸 깨우쳐주고, 본래의 생쥐 모습으로 큰스님과 살았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불교의 진리를 풀어낸 그림책에서, 어린이와 어른들도 지혜를 배운다.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자신을 옭아매거나 움츠러들지 않는 당당한 마음과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누구든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것, 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우치는 그림책이다.
현자의 혜안을 가진 큰스님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사는 것도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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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똑똑한 아이 키우기 마음껏 그려 보자 1
니칼라스 캐틀로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절판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가 부모들의 소망인 시대가 되었다.
세태에 맞춤인 이 책은 상상력과 그림 솜씨를 키우기에 좋겠다.
개인적으로 똑똑한 아이보다 지혜로운 아이로 키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

책 뒷면에 소개된 이 책의 활용법에 공감이 간다.
하나, 상상력의 경계를 허물어 주세요!
둘, 창의력의 열매를 지켜봐 주세요!
셋, 아이 스스로 마음껏 즐기게 하세요!

이 책을 아이에게 주면서 어른들이 기억해야 될 것은
어른들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판단하지 말고,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생각하고
생각의 씨앗을 살짝 던져 주는 것까지만 어른들의 몫이라는 것.

이 책은 단순히 그림에 색칠만 하는 게 아니다.
제시된 그림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어 좋다.


초등 2학년 와일드 보이와 친구들의 그림이다.
같은 밑그림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이 잘 표현되었다.
밑그림에 상상력을 더한 아이들 그림은 이 책의 장점을 잘 드러내 준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그림의 차이점도 보인다.

A4 크기의 책 양면에 펼쳐진 밑그림과 제시된 짧은 문장은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을 아이들이 마음대로 그려 넣을 수 있다.

꼬물꼬물~ 애벌레들이 사과를 파먹고 있네.
라는 주제에 사과를 파먹는 애벌레와
사과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본인을 크게 그린 아이 그림이다.
사과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과를 먹는 애벌레와 사람이 다르지 않으리라!^^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아서 멋진 왕관을 만들자.
좋아하는 온갖 보석을 그려 넣은 화려한 왕관이다.
이렇게 밑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아, 행복한 상상~~~~~~
학교에서 집을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아이다.

음, 슬픈 상상~~~~~
슬픈 일이 없어 슬픈 건 상상할 수 없다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아이.
그래, 슬픈 일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지.^^

무엇을 배달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이 배달되는 걸 상상했나 보다.
선물 상자 속엔 또 무엇이 들었는지 또 궁금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나누어 그릴 수도 있고

양면으로 쫙 펼쳐진 그림도 있다.
마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음껏 그릴 수 있다.

무엇을 엿보고 있을까?
침대 밑, 창문 밖...
어디를 엿보느냐에 따라 그림은 무궁무진 달라질 수 있다.

마음대로 꾸밀 수도 있고,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양이 되거나 나무가 될 수도 있다.

맨 뒤에는 이 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신분증이 있다.
꼼꼼하게 기록해 놓으면 동생이 넘보지 못하겠지!^^

초등 수업을 안하니까 이웃의 와일드 보이 엄마에게 그림을 부탁했는데,
초등 2학년 와일드 보이는 학교에 가져가서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나누어줬고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더니 알바비를 달라고 했단다.
통큰 와일드 보이는 엄마에게 친구들이 원하는 커다란 초콜릿을 사달라고 했고,
엄마는
"알바비라니? 그런 건 절대 줄 수 없다. 엄마가 정으로 작은 초콜릿을 사주마!"
하고 다음날 작은 초콜릿과 사탕 몇 개씩 보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 영악할 정도로 똑똑한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지나치게 똑똑한 아이보다 지혜로운 아이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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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으아... 알바비라니!!!
이래서 '요즘 애들' 이라는 말이 없이질 수가 없는 모냥이네요. ㅋㅋ

이 책, 실물 봤어요. 생각보다 판형이 커서 맘에 들었어요. 저는 스케치북이나 노트, 팬시 문구도 수집가 수준으로 사들이는데(병적이예요.ㅠ.ㅠ),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밑그림 있는 스케치북 쪽으루다가 사고 싶어져요. 이번 어린이날 조카 선물은 고민 안해도 되겠습니다. ^^

순오기 2011-04-26 01:19   좋아요 0 | URL
알바비~~~~ㅋㅋ
판형이 커서 그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아요.
저도 교재로 쓰일지 몰라 그림을 복사해 주었어요.^^
어린이날에 주머니를 열어야 조카들이 좋아하겠죠.ㅋㅋ

양철나무꾼 2011-04-2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궁무진한 상상력, 발상의 전환을 좀 높이 사요~^^
물론 아이들 용돈에는 어떤 규칙이 있어야 하겠지만, 만약 저였다면 상상력이나 발상의 전환에 관한 어떤 보상을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4-26 01:20   좋아요 0 | URL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 좋지요!!

2011-04-26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5-02 17:3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도 좋은 일로 감정곡선을 타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