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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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학연구를 통해 세포의 놀라운 잠재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은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학문적인 연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여기에는 연구수행자의 인식의 한계, 편견이 개입될 수도 있다. 책의 처음에 언급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저자는 수동적인 난자, 무기력한 난자 편견을 지적해주었다. 난자는 101일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나름 화학 신호를 열심히 내보낸다는 등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남성 위주의 현상 해석은 과학적인 사실을 계속해서 알아내고, 끊임없이 나누는 과정을 통해 편견을 바로잡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언급한 부분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배아 발달과정 초기에 인간은 남녀 생식기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인간에게는 모두 남성 여성 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었다. 특히 SRY유전자라고 하는 유전자가 성별을 결정하게 되는데, 세포가 SRY유전자를 읽게되면, 남성 결정유전자들이 차례로 활성화되고, 반대로 여성 결정 유전자들은 발현이 억제된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이 각자의 결정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동안 세포들이 노력한다는 점이다. 실험을 통해, 성결정 유전자를 제거하니, 암컷의 난소 세포가 고환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는, 점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백과사전적인 책에는 남자로 살다가 어느 시기에 여성화되어버린 사람의 사례를 적이 잇는데, 이것이 마법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실제로 드물지만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이해해볼 있지 않을까.

 

플라톤의 향연에는인간의 가지 형태의 원형들(-, -, -) 등장한다. 원형 인간이 신들의 노여움 때문에 둘로 나뉘어 지금의 남자와 여자로 되었다는 이야기말이다. 그런데 생물학을 이해하면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가 단순히 상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는 우리 인간은 남녀 모두의 잠재성이 있다는 , 우리의 몸이 결정된 성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한다는 , 그리고 안의 다른 성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럼 우리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을 , 이런 생물학적인 지식도 철학적 성찰에 분명히 영향을 있다. 우리 인간은 가지 성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수십 억의 인간이 각자 동일한 성의 잠재성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므로 그만큼 다양한 성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분포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상 비정상 기준을 과연 정할 있을까? 문제는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정답이 없다. 그런데 가지 확실한 점은 100% 정상 남자이거나, 100% 정상 여자라는 개념은 환상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정상 남자 정상 여자사이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양상의 성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며, 어느 쪽이 좀더 우세한지에 따라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말이다. 따라서 성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 비정상 문제는 종교의 문제도, 정책입안자의 문제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상 비정상이라는 환상은 생물학 지식을 통해 부조리함을 알아차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우리의 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이 평생 노력한다는 위의 연구는 성의 정의, 성의 유동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79)라고 언급에서 나는 성소수자 것이 본인들의 의지나 도덕적 타락 등의 문제가 아니며, 생명체의 다양성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이런 다양한 성소수자 모습들은 생명체가 다양성을 위해 마련한 기작의 한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부분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기고문의 성격상 제약은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생물학적인 사실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 순간에도 몸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성의 발현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아가 언제는 몸에 어떤 이상으로 인해 성결정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하면, 내가 여성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철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과정에도 분명히 생물학 연구의 결과를 고려해야할 같다.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생물학 지식이  없었을지라도 상당히 예민하고 명민한 관찰자였음이 분명하다. 은유적이나마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발생학을 비롯한 생물학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면 인간이 인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있지 않을까? 수많은 편견이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에 의해 형성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역사기록에서 흔히 확인할 있다. 그러므로 편견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발생학은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있으며, 그래야한다고 믿는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하나의 세포에서 수백 개의 세포로 구성된 온전한 개체로 변화되어가는 현상은 우리 몸이 하나의 소우주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사람의 세포 내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소우주인 우리는 모두 경이로운 존재인 것이다.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에 따라 하나의 세포가 수많은 세포로 되면서 다양한 기능이 분화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배아의 분화과정에서 초기 대칭성이 어느 순간 깨어지고, 몸의 좌우 비대칭이 형성되는 기작은 상당히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발생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발생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발생 과정과 크게 다를바 없으며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그러면 인간이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있지 않을가. 아울러 우리가 거대한 자연이라는 우주 속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기여를 있다고 생각한다. 세포가 지닌 다양한 발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의 몸이 지금 모습대로 이루어진 ,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있다고 본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자의 지식을 일반 독자들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다만 인간 혹은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를 들을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았을 것같다. 이제 과학분야의 기본 지식 없이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존재하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의 과학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로서 더욱 주목하게 되는 책이다.



"과학의 목표란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것"
- 닐스 보어 - P31

"하지만 난자도 경쟁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치열하게 말입니다.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경쟁이 배란 전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 P26

"사실 우리 세포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이 모두 존재합니다." - P77

"중요한 것은 이런 성 결정 기작이 ‘평생‘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리 몸은 선택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성별에 따라 생식기 구조와 호르몬 수치가 정해진 이후에도 내 안의 다른 성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 P78

"다만 2018년, 중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복제 원숭이는 인간 복제 배아의 탄생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예고합니다." - P109

"몸 속 각종 기관들의 위치를 잡아주는 머리와 꼬리, 배와 등,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비대칭 덕분에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합니다." - P166

"두 세포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되고, 다시 이 세포가 하나의 인간으로 발달하는 과정. 셀 수 없이 많은 물질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구조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듬직하니 한 곳에서 지표가 되어주는 세포들, 이 모두가 정해진 규칙과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 반응하여 쉴새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 이렇게 기억에 없는 기적, 내가 빚어집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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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댈러스 캠벨 지음, 지웅배 옮김 / 책세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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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원제: AD ASTRA: An Illustrated Guide to Leaving the Planet)

댈러스 캠벨(Dallas Campbell) 지음 | 지웅배 옮김 | [책세상]

 

 

맑은 저녁 깊고 어두운 하늘에 촘촘이 박힌 별을 바라보고 경외감이 들지 않은 이가 있을까. 대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이제 도시의 불로 밝아진 밤과 빌딩숲으로 좁아진 시야로 하늘을 보는 이가 드물다. 밤에는 별을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 만나게 책은 영국의 배우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댈러스 캠벨의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 하이커>)이다. 책을 읽으면서 받은 저자에 대한 인상은, ‘우주 여행/우주 개발에 관한 진정한 덕후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이는 물론 비난의 말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도 하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책은 특정 분야의 기술적인 사항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여행과 관련한 얇고도 넓은 잡학 사전같은 인상을 준다. 책의 원제목을 참조해보면 지구를 떠나는 일과 관계된 가이드이다. 책은 다양한 맥락에서 우주 여행에 관계된 풍부한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저자의 스크랩북 같다.

책을 읽으며 문득 오래전 기억하나가 되살아났다. 유치원에 가기 전의 나이였으므로 6 정도 되었을 것이다. 할머니 방에 있던 흑백TV 통해 보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역동적인 이륙 영상이었다. 장면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는 용어는 몰랐지만 과학자 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물론 당시에는 아이들 상당수가 아직은 과학자 꿈이라고 말하는 때였으므로 나도 그런 사회의 분위기 탓일 지도 모른다. 내가 과학을 공부하게 것도 컬럼비아 이륙 영상으로부터 받았던 가슴 벅찬 감흥의 기억과 분명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히치 하이커>에도 나오는 로켓 과학자의 선구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의 인용구를 수첩에 적어 다닌 기억도 났다. 누군가가 어떤 일에 사명을 갖고 평생 매진하는 일에는 사람의 어린 시절,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계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확신에 가까운 짐작을 해볼 있다. 소련 로켓 과학의 시조로 불리는 치올코프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가 아는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행을 줄곧 의미있게 해주고 나아가는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젊은 시절에 영향을 받은 영감 상상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히치 하이커> 이러한 영감을 주거나 하나의 계기가 될만한 책일 될지도 모르겠다.

 

도전의 역사 탈출 시도

우리에게 천체의 운동에 관한 케플러 법칙으로 알려져있는 천문학자 케플러가 소설(< somnium>(1608)) 적이 있다는 것도 <히치하이커>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에서 케플러는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을 상상했다는 점이다. 인간이 천체를 관찰하고, 이를 대상화하며 당대(케플러의 시대) 지배적이던 신과의 관계에 대해 회의했던 소수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나아가 지구를 떠나 달에 가는 여행을 꿈꾼 이들은 계몽의 시대였던 17세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도 확인할 있어 흥미롭다.

최근에 읽었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도 이와 관련한 예를 떠올려 본다. 연암 선생이 조선 사신을 따라갔던 열하에서 곡정이라는 청나라 학자와 나눈 곡정필담편에는 연암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체에 관한 의문을 거내는 대목이 나온다. 연암은 달이 비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있다.

지금 땅덩어리 겉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비유하자면 유리거울일 것입니다. 만약 달세계에서 지구의 빛을 바라본다면 역시 지구의 모양은 응당 초생, 보름, 그뭄이 있고, (이하 생략)…

- <열하일기> (김혈조 옮김/돌베게)  2 402

이미 연암의 시대만 해도 달에는 옥토끼와 두꺼비 살고, 여인이 비파를 타는 인식의 수준을 벗어나 달에서 지구를 때의 지구 모습을 상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치를 따지고 있다. 연암처럼 당대에는 이미 우주를 대면하고 회의하는 지식인들이 있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히치하이커> 16, 17세기에 이런 회의하는 지식인들의 바탕 위에 18, 19세기에는 인류가 우리 자신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황을 보여준다. 우선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으로부터 벗어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의 사례로 몽골피에 형제 열기구 실험(1783) 있다. ‘하늘에 오르다라는 의미의 몽토시엘이라는 이름의 양을 열기구에 태우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는 분명 20세기 중반 소련의 우주개발에 여러 동물들을 투입하는데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있다. 외에도 인간이 지구를 떠나 하늘로 나아가기 위한 꿈과 노력의 발자취를 책에서 보여준다.

생명체로서 인간이 우주라는 공간에 노출이 되었을 입는 우주복에 관한 대목은 보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저자 댈러스 캠벨이 정리해놓은 우주복 개발의 역사와 요건들, 만화 캐릭터 탱탱 애벌레 수트와 같은 자료들에 저자의 덕후스러움이 묻어난다. 우주복은 기본적으로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내용 기밀복이 있는가 하면, 생명유지 기능이 특히 중요한 선외활동용 우주복은 의복 개발의 첨단을 이룬다. 우주복 개발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최세진 옮김, 아작)에서는 하인라인의 우주복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발견할 있다. 비록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힘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전반부의 우주복에 대한 여러 사항들을 기술하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책은 우주를 여행하고 싶은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소장 목록에는 반드시 들어있을 법한 책이다. 

 

 

우주 개발의 흑역사

우주 개발의 역사는 상상력으로 촉발된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과 동물이 희생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우주인을 태우기 전에 여러 동물들을 우주발사체에 태워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었고, 많은 동물들이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모르기 때문에 해봐야 안다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침팬지나 원숭이, 강아지를 비롯하여 , 거북이, 고양이, 심지어 달팽이를 비롯하여 완보동물 불리는 미세한 벌레 또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 우주로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과정에서 상당수의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희생되었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우주로 나간 우주인이 불의의 사고로, 복귀할 예기치 못한 문제로 목숨을 잃은 사건들도 있었다. 누군가가 처음 시도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나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발전 과정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을 대면하는 일은 어쩌면 인간만이 감수하는 특징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멩웨이가 인간만이 위험을 (알면서도) 감수한다 취지의 말을 적이 있다. 위험에 직면하고 이를 감수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기울인 노력을 통해 우주 개발은 나아갈 있었다.

하나 주목해보는 항목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존재했던 성별에 따른 참여와 기회의 불평등의 문제다. ‘여자가 우주에 있을까?’ 소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글을 당시를 기준으로 우주로 나간 우주인 553 여성이 60명이었다고 한다. 60년대 이미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가할 여성 우주인으로서 베티 스켈턴 등의 훈련 기록이 있으나 실제로 주요한 우주 개발의 역사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단순히 수적인 차이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우주 개발 분야에 국한된 사항도 분명 아니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백인지식층에 의해 구조적으로 이루어졌던 미국이 우주 개발의 역사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탓도 분명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성비를 놓고 개발도상국과 미국의 사례를 비교분석한 자료(코렐리아 파인 <젠더, 만들어진 >) 보면 개발도상국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여학생이 평균 50% 이상인 반하여, 미국에서는 15%수준에 불과하였다. 결과는 미국에서만 유독 여학생들이 컴퓨터 공학을 선택하지 않는 비율이 높고, 이것은 여성이 이러한 분야를 선택하는 일을 꺼리는 사회심리 구조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이러한 여학생 비율은 최근 50% 육박하는 구조를 보인다는 최근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보아도 이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성구별적사회심리가 보다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더글러스 캠벨에 의하면 가장 최근 우주로 올라간 우주인 여덟 성비는 남녀 모두 절반씩이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우주인을 여러 태울 있는 우주왕복선의 시대에 보다 다양한 배경과 성비에 따라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음 히치하이커를 기다리며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있는 우주인이다.책에 나오는 유럽우주국장 요한디트리히얀’ 뵈르너 교수와의 인터뷰 중에서 인용한 대목(309)이다. 인간이 문장을 입밖으로 있게되기까지 오랜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어려운 삶을 살았을까. 이러한 인식은 분명 거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만이 우주의 주인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류는 이전의 상태로 더이상 되돌아갈 수는 없다. 지구를 떠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시각의 전환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다른 인류가 되도록 해주었다. 우주에 진출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 어쩌면 우리는 한층 거대한 우주 앞에 겸손해졌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인류는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을 거쳐 토성이나 목성의 위성으로 여행을 있는 날이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소수의 인간만이 지구 우주에서 지구를 있는 정도의 기회를 갖는다. 어려운 우주인 자격을 취득하거나, 우주여행 경비를 지불할 경제력이 있거나. 그리고 인류의 나머지 대다수는 어쩌면 사뮤엘 베케트의 부조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나오는 마지막 대목처럼 그러한 운명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  사뮤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오증자 옮김, 민음사) 158

지구에서 움직이지 않는/못하는대다수의 인간은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리고 여전히기다리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고, 우주 발사체 이륙 과정을 보러가거나 우주 캠프에 참여하는 , 심지어 우주복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실제 우주복을 구입하는 등의 덕후스러운노력들을 앞으로도 누군가는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한때 소련의 강력한 로켓 엔진 에네르기아보다 훨씬 강력한 로켓 엔진을 개발하거나, 우주여행을 위한 자이로스코프, 관성자동항법 장치 등의 개발하는 꿈을 가졌던 나의 젊은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누군가는 <히치하이커> 들여다보며 새로운 관심분야를 발견하고 꿈을 갖게될지 모를 일이다. 작가 리처드 바크의 청소년 소설의 고전 <갈매기의 >에서와 같이 다른 갈매기보다 좀더 높이 날고자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과 같은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나아가 높이 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했던 사람도 언제나 존재해왔음을 알게되었다. 우리는 새롭게 등장할 다른 히치하이커 기다리고 있다.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우주인이라는 점이다.

 

 

#과학책

#교양과학

#우주과학

#진짜우주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147면)

"우리는 대기권이라 불리는, 공기로 이루어진 바다의 밑바닥에서 살아간다."

▶간단하지만 또 다른 인식의 전환이 될만한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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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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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Animal Weapons)>

 

더글러스 엠린(Douglas J. Emlen) 지음  |   데이비드 터스(David Tuss) 그림

   승영조 옮김  |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조선의 명문장가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열하일기> 남겼다. 여기에 연암이 열하에서 코끼리를 처음 보고, 비정상적인 코와 어금니(상아) 대해 이유를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어금니를 길게 만들어 놓고 코에 의지하여 덕을 보라고 바엔,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 버리고 코를 짧게 하는 낫지 않겠는가?”(김혈조 옮김, 돌베개)

말하기 좋아하는 자는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하여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무슨 결함이나 있게 만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망발이다.” (김혈조 옮김, 돌베개)

 

     연암의 시대에는 조물주가 코끼리 종에 의도한(?) 이치를 설명할만한 실마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읽고나면 누구나 연암이 당시(1780년대) 궁금해하던 코끼리의 어금니를 둘러싼 의문들을 간결하고 우아하게 설명할 있게될 것이다.

 

     우선 책의 저자 더글러스 엠린 교수에 주목해보자면, 엠린 교수의 배경은 남다르다. 평화스러운 퀘이커 집안의 전통 속에서 저명한 생물학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을 접하며 자랐다. 흥미로운 것은 엠린 교수가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무기 꽂혀 지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동물의 (대형)무기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이 평생동안 지속하게 학문 활동의 가지 주제로 자리잡았다. 책의 앞부분에선 감수자인 최재천 교수와의 학문적 인연으로 저자를 독자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있도록 해준다.

 

      <동물의 무기> 동물의 무기 진화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간결히 정의하는 진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 교체 과정’(25)이다. 여기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에서 이미 진화를 바라보는 가지 틀을 기반으로 한다. 보다 오랜 시간의 틀에서 연속적으로 동물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주류 생물학의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책은 무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물 세계에서 유독 거추장스러워 보일 정도로 무기를 가진 생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생물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와 속임수 그리고 균형의 문제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다만 저자의 관심은 동물의 세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행동양식과 비교하여 유사성을 밝히는 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분이 책의 독특한 색을 더해주고 있다.

 

     엠린 교수는 책의 전반부를 통해 동물이 거대한 무기를 지니기 위한 조건을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개체끼리의 치열한 경쟁 전제가 되어야하는데, 저자는 다윈이 제시했던 개념인 성선택 관점에서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설명한다. 수컷들이 암컷에 접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바로 성선택으로 설명될 있다. 번째 조건으로 생태환경의 조건이 있다. 바로 이용가능한 자원이 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인 방어가 가능한 환경이어야 하는 경제논리 환경조건이다. 동물들에게 가치있는 자원을 간직한 한정된 영역을 경제적으로 방어할 경우 편익(번식의 기회) 얻을 있다면 동물들은 기꺼이 무기 경쟁에 뛰어 든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조건은 이러한 수컷 내지는 암컷 사이의 경쟁 형태가 자원을 놓고 다수의 개체들끼리 벌이는 쟁탈전 형태가 아니라 ‘11’ 대결 형태가 되어야한다는 조건이다. 다수의 쟁탈전은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를 만드는 투자비용대비 이득이 모호해진다. 이러한 가지 조건이 동물 집단 내에 만족하는 경우, 경쟁을 위한 무기가 거대화될 있다고 저자는 동물들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글의 시작에 인용한 연암의 <열하일기> 코끼리의 어금니와 코에 대한 언급에 대해 이제 우리는 코끼리의 어금니가 길어진 정황을 성선택개념으로 이해할 있다. 엠린 교수가 제시한 무기 거대화의 가지 조건과 비교해보자. 우선 암컷 코끼리의 임신기간이 2, 육아를 전담하는 기간이 대략 2, 4년의 임신·육아기간 동안 5 가량의 가임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수컷들은 자신의 자손을 낳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극심한 경쟁을 하여 승리해야한다. 암컷과 수컷이 자손을 낳을 있는 기회가 극도로 비대칭적이다. 여기서 수컷의 어금니가 가장 길고, 덩치도 크다면 암컷 무리 영역 지켜내어 자신의 새끼를 있다는 강력한 편익을 얻을 있는 추동 조건을 찾아볼 있다. 수컷 코끼리는 11 겨루기를 통해 승리 여부를 가리므로, 코끼리의 무기인 어금니가 거대화되는 조건에 아주 부합한다. 거추장스럽고 막대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필요로하는 신체의 일부를 만들어내어 번식의 기회를 독차지할 있다면, 수컷 코끼리가 지불해야하는 대가에 충분히 보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추동하는 성선택 개념은 책의 핵심을 이룬다. 성선택 의한 진화기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연선택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기작은 동물이 주위 환경에서 생존하는데에 최적화될 때까지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엠린 교수에 의하면, 환경이란 조건은 언제든 변할 있으며 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크기와 색깔 등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바다 큰가시고기가 민물에 고립되자 몸에 가시와 갑옷 판의 수가 변화되고, 이들이 환경에 최적화 상태에 이르러 무기에 변화가 멈춘 사례가 이러한 자연선택 의한 진화 기작으로 이해할 있다.

 

    반면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성선택은 조건만 충족하면 환경에 민감하게 좌우되는 자연선택보다 일관성을 가지고 유전 형질을 극한까지 발현하도록 추동한다. 앞서 제시한 코끼리의 성선택진화 기작의 사례와 같이, 소수의 승리자에게 돌아가는 성공의 대가가 충분히 크다면, 무기는 크기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화해나갈 있다는 것이다. 성선택은 환경조건이 아닌 사회적 기능 진화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추동 기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는 코끼리의 무기 경쟁만을 언급했지만, 저자는 암컷이 오히려 격렬한 경쟁을 하는 조류인 자카나, 뿔이 있는 장수풍뎅이, 농게, 대눈파리 앞장다리하늘소 등의 풍부한 예를 통해 성선택의 관점에서 이해할 있는 무기의 거대화 기작을 풍부한 예로 소개하고 있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의 개념을 조금 다른 언어로 정리하여 이해해본다면, 자연선택은 환경에 의한 진동조건을 통해 양쪽 방향에 제약을 가하는 경계값을 갖는 음의 피드백구조와 유사하다고 있다. 환경에 최적화되기위해 변화 가능성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의 어느 국면에서 조정되고 정착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선택은 (특정 조건경쟁/경제적 방어 가능성/11대결 충족한다면) 사회적 기능에 의해 무기가 방향으로 증가하도록 추동을 받는 양의 피드백구조와 닮은 진화 메커니즘이라고 이해해볼 있을 것이다. 방향으로 일관성있게 추동되는 성선택은 진동하는 자연선택보다 강력한 변화를 초래할 있다  

 

      후반부에서는 동물들이 무기 경쟁을 하게 다음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코기리의 사례처럼 일반적으로 동물의 무기는 인간의 무기(신체와 별개) 달리, 신체의 일부이다. 따라서 거대한 동물의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개체가 감수해야한 한다. 저자는 동물의 무기가 거대화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무조건 무기가 거대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에서 제한을 가해주는 변수를 언급한다. 쇠똥구리의 사례를 보면 보다 이해가 쉽다. 대부분 뿔이 없는 곤충에도 유독 뿔이 크게 자라는 종이 있는데, 종은 무기 경쟁이 가속화될 있는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 쟁탈전을 벌이는 대부분의 수컷 쇠똥구리와 달리, 뿔을 갖는 종들은 11 대결을 하여 번식의 기회를 차지하거나, 암컷이 있는 굴을 지킴으로써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뿔이 무작정 커지지 않는 것은 뿔있는 쇠똥구리 종이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뿔을 가진 개체 일수록 다른 신체의 발육이 더디다. 예를 들어 뿔이 클수록 눈의 발육이 부진하여 크기가 작거나, 날개, 촉수, 생식기, 정소 등의 성장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열하일기> 돌아가서 말하기 좋아하는 자는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하여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무슨 결함이나 있게 만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망발이다.”라는 대목을 주목해보자. 연암은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말을 듣고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뿔이 있는 개체에게 이빨을 주지 않았다 진술이 옳지 않음을 있으나, 조상들은 그래도 뿔이 있는 동물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에 대한 상관관계를 희미하게나마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있다. 엠린 교수가 제시한 다마사슴이나 북미 순록의 사례를 보자. 수컷 사슴은 거대한 뿔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절성 골다공증에 시달릴 정도로 상당한 뼈의 성분을 동원하는 반면 수컷끼리의 극심한 전투로 부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다음 봄까지 생존가능한 개체가 대폭 감소한다. 연암 박지원은 동물의 뿔과 이빨 사이의 관계가 무관하다는 점은 옳게 판단한 것으로 있다. 다만, 동물이 뿔을 가짐으로써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연암이 이해했다면, 뿔을 가진 동물에게 나타나는 결함 조물주가 의도한 결함 아닌, 생물들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존하는 가지 방식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무기의 거대화 국면에 변화를 줄만한 다른 요건으로, 저자는 동물들이 경쟁을 회피하는  기작과 속임수 작전을 지적한다. 무기를 가진 수컷끼리 만나 대결을 하는 일은 대결을 하는 개체들에게 대가를 요구함은 물론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면 패배를 하는 개체는 영원히 자신의 자손을 나을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수컷끼리 만나 상대를 파악하고 불리한 조건을 회피하는 것은 무기가 갖는 억제력의 효과를 가져온다. 대신 물러난 수컷은 생존을 유지하여 보다 만만한 다른 수컷과 경쟁을 하거나 훗날을 기약할 있게 된다. 다른 수컷의 전략은 우량 수컷의 눈을 피해 우량 수컷의 암컷과 밀통하는 방법을 구하거나, 아예 자신을 암컷과 비슷하게 외모를 가꾸어 암컷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속임수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구사하여 자신의 자손을 낳을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거대한 무기를 만들 이유가 무색해진다.

 

     <동물의 무기> 다른 진화생물학 서적과 다른 독특한 점은, 엠린 교수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갖던 동물의 무기 진화에서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온 무기 경쟁에 대한 유사성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 사회에서 무기의 발달과 무기 경쟁의 양상은 동물 세계의 경쟁과 진화 기작과 매우 닮아 있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들어 동물의 무기 경쟁과 인간의 무기 경쟁의 유사성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 갤리선은 1500 넘게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청동 주조 기술의 발달로 청동 공성추가 배에 도입되자 점차 배에도 근접해전의 11 격돌 조건이 가능해지게되고, 이어서 배의 거대화 경쟁이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책의 핵심 개념인 성선택 관점에서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중세의 마상창경기 바로 그러한 예이다. 기사들의 용맹을 시험하는 실제 전투가 많지 않으므로 창경기를 통해 이들은 자신의 용맹을 귀족여인들 앞에서 뽐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동물의 11 대결과 마찬가지로 기사들의 기본조건, 좋은 , 튼튼하고 좋은 갑옷과 , 훌륭한 선생 등의 조건을 갖춘 기사가 마상창경기 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음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무기 경쟁을 무색하게 하는 변수들이 존재하면 무기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을 억제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무기를 무력화하거나 속임수 내지는 대결 회피와 같은 방식을 취함으로써 무기의 거대화에 제동을 가하는 효과가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세 기사들의 사례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석궁, 장궁이 도입되고 널리 사용되면서부터 기사들이 우수한 수컷 신호로 사용한 값비싼 값옷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현대 사회로 돌아와 현재 우리가 생각할 있는 가장 극단의 무기로 핵무기를 생각할 있다. 엠린 교수에 의하면 핵무기의 경우 치열한 무기 경쟁을 위한 조건은 냉전시대에 이미 충족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 중심의 세계 강대국이 핵을 보유하고 핵무기 경쟁을 하던 대결구도의 시대에 제동을 것은 핵무기 제조단가의 하락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와 같은 변수로 설명할 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강대국이 가공할만한 무기를 독점적으로 보유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분명한 억제력 효과를 갖고 있었다. 반면, 탈냉전 시대인 오늘날 우리의 운명은 억제력의 근본 논리를 무색하게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엠린 교수는 진단한다. 이미 냉전 시대에 인류는 최소한 번의 핵전쟁 발발 위기를 겪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핵무기를 비롯하여 화약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쉽게 보유하게 되어 인류의 운명은 더욱 취약해졌다. 대량살상무기는 동물의 세계와 비교하여 유사성을 찾아볼 수도 없고, 인류의 역사에 견주어 보아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최종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량살상무기는 전투의 이해관계와 논리를 변화시킨다. 또다시 무기 경쟁을 하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311)

 

   책을 마무리하며 전하는 엠린 교수의 메시지는 매우 직설적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다시 책의 페이지를 열어보니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저자의 의도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게된다. 3 대전은 인류의 종말 의미한다. 그리고 지구에는 오랜 공백기를 가진 다시 새로운 생명의 발현을 반복하고, 인류와 유사한 종족이 등장하게 된다면 인류는 또다시 역사가 반복하여 돌멩이로 전쟁을 하며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게될 것이다.

 

    <동물의 무기> 읽으며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인간의 무기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인 무기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미국 군대의 무기체계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항공모함이 무기와 억제력으로 기능함을 설명하면서 분쟁지역을 안정화시키는 군사력의 휴대용 신호로 기능한다 함으로써 팍스아메리카나 대한 정당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대목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유는 저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국가가 전쟁 억제력을 가지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을 추구해야한다는 논리로도 이용될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류의 각인현상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의 시조 콘라트 로렌츠를 떠올려본다. 그는 인간의 공격성을 본능으로 간주함으로써 억압을 수단으로 삼는 권위적 사회를 정당화한다라는 논리로 인문·사회학자들로 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동물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내린 이들의 질서에 대한 결론을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오해와 악용의 소지가 있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치인들이 대의를 위한 차악의 선택으로서 핵무기 혹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보유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엠린 교수는 <동물의 무기>에서 동물의 무기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의 진화 전략을 쉽고도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인간의 무기 경쟁을 동물들의 무기 경쟁과 결부지어 유사성을 찾아낸 데에서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우리에게 억제력이 있다고 해도 무기가 절대 사용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308)라고 경고하는 대목이다. 지구상의 여러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에 어떠한 대립도 고조시켜서는 안된다’(309)라고 말하는 대목도 우리는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다. 엠린 교수가 고찰한 동물과 인간이 보여준 극한 무기의 진화사는 결국 우리 인류가 현재 어디에 서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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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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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끄적여본다. 정말로 오랜만에...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베르크는 ‘유럽인의 편견’이 담긴 이 책을 너그럽게 봐달라고 양해를 구하며 짐짓 솔직하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세계사를 서술해 보았노라 이야기한다. 나아가 빅히스토리 역사가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절친’임을 여러번 강조하며 책에서 인용하고 있다.

동양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에드워드 사이드가 1978년 내놓은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환기해주고 있듯이, 서양이 만들어낸 동양에 대한 ‘허구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불편했다. 다시말하면, 서양을 대표하는 유럽 문명이 분명 동양의 문명에 비해 우월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저자 자신이 인정하고 있듯이 ‘유럽인의 편견’을 솔직하게 드러낸 점에서 아직도 이 허구적 이미지는 사실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절친’ 유발 하라리와 서면 이메일 인터뷰를 했던 박민영 문화평론가가 유발 하라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문화제국주의자인가’라고 물었던 대목을 떠올려보게 된다. [경향신문 2017년 7월 13일자 기사 참조] 박민영 선생의 이 질문은 역시 ‘아름다운 성(castle)’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는 저자 자신의 이름(쇤베르크)를 보여주며 ‘von’이라는 이름(귀족 계급 출신임을 드러냄) 또한 보여주고 싶어하는 저자에게도 물어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거대기업의 총수였던 빌 게이츠가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빅히스토리’ 운동의 선구자 유발 하라리와 매우 친한 친구임을 누누히 강조하는 저자의 적극적인 마케팅 기술이 책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저자는 책을 많이 본 사람이고, 매우 지적이고 글을 잘 쓰는 저널리스트이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던바대로 스티븐 핑커의 인간 본성에 대한 견해를 너무 맹신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다. 스티븐 핑커는 MIT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저술가로서 거대한 책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의 폭력성은 점점 감소했다는 주장을 엄청난 통계와 경제학자들의 자료를 제시하며 해내었다. 그리고 <사피엔스의 미래>에서 보여주듯 매트 리들리와 ‘과학자’팀을 꾸려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이 한팀이 된 ‘인문주의 팀’과의 토론에서 이들을 상대로 이겼다. 이 토론 과정을 자세히 따라가보면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는 승리하기 위한 토론 전략을 잘 구사했다. 상대방의 질문 회피/자신의 주장 반벅과 보다 다양한 증거와 통계 제시로 설득하기 등등. 이는 과학으로 대변되는 이성의 힘을 과시하고 서양인의 관점이 보다 더 우월함을 인정해준 결과였을까. 아뭏든 이 ‘세계사 농담책’의 저자 쇤베르크는 인간의 역사를 볼 때 폭력성은 단연코 감소해왔으며, 그러므로 인류는 진보하고 있고,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믿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도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사피엔스’ 열풍은 곧 마이크로소프트사로 대표되는 글로벌 초거대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영향력에 우리가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겠다. 이것은 유발 하라리의 국내 펜들이 보면 싫어하겠지만, 하라리의 절친임을 스스럼없이 그것도 여러 차례 밝히는 저자의 이 빅히스토리 저작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빅히스토리는 분명 학문적인 구분이나 유행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는 빅데이터와 함께 거대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에 작용하기 좋은 역사 관점이 빅히스토리가 아닐까 질문을 던져본다. 빅히스토리는 인류의 큰 역사를 일목요연하고 매우 흥미있는 주제아래 잘 정리해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히려 인간 개개인에 대한 고민이 제외되기 싶다. 인간 개개인은 결국 상품소비의 주체이자 대상일 뿐,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된 표현 및 관점은 빅히스토리의 관심사가 아닐 것이다.

예를들어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유럽인이 신대륙에 도착하여 미국의 기원이 되었다는 서술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유럽인들이 북미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과 충돌하기도 했으나 서부로 진출하여 미합중국이라는 성취를 이루어 내었다.라는 문장으로 역사를 정리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수천만명의 인디언들이 유럽에서 온 백인에 의해 죽어갔다는 이야기는 등장하지않는다. 빅히스토리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가치가 희미해지거나 대상화되기 쉽다. 나는 이런 점에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우려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서나 나오는 희귀한 양식이 되어버렸다. 빅히스토리 열풍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멀리하게 만들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세계사 읽는 재미’에도 불구하고, 내 후손들이 인간 자체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하기 이전에 빅히스토리가 말끔히 정리해주는 인간의 성취와 간결한 사건의 흐름 그리고 인류의 희망적 미래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같이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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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기운에 오래 간만에 집에서 뒹굴하다가 읽게된 <헤밍웨이의 말>(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통해 살아남았지만 부상으로 점점 쇠약해져기던 시기에 담은 보다 진솔한 인터뷰를 읽는 동안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삶을 떠올려본다.

대학 시절 ‘헌책방’에서 구한 <나의 형 헤밍웨이>(을유문고)라는 책(저자: 헤밍웨이의 사촌동생 라이체스 헤밍웨이)이 생각나 먼지를 털고 책을 펼쳐드니 책 속에 20년 전 내가 넣어둔 꽃잎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색연필로 표시해둔 헤밍웨이의 낚시하는 장면과 이 책의 저자인 사촌동생에게 이런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장면까지...헤밍웨이가 <헤밍웨이의 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낚시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속에서 ‘만들어’본다.

비행기 사고 이후 쿠바에 있는 농장이 딸린 그의 집 ‘핑카비히아(전망 좋은 농장)’에서 힘겹게 회복을 하고 있었을 헤밍웨이의 모습이 또한 오버랩된다. 인터뷰를 하러 방문한 인터뷰어 로버트 매닝과 부상후 첫 낚시 출항에서 로버트가 헤밍웨이의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다. 헤밍웨이의 모습은 쇠약해가는 저자 자신에 대한 우울감을 비추어주고, 과거 저자 스스로 만들어간 자신의 신화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마도 헤밍웨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며 그 수많은 알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간간이 낚싯배의 조타를 잡았을 것이다.




(인용) <헤밍웨이의 말> (마음산책) 95면
*인터뷰어 로버트 매닝이 헤밍웨이가 불쑥 꺼낸 말을 기록한 대목

“있잖습니까,” 그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총으로 자살했어요.”
침묵이 흘렀다. 헤밍웨이가 아버지의 자살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물었다.
헤밍웨이는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모든 사람의 권리지만, 거기에는 약간의 이기주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경시가 담겨 있어요.” 그는 책 몇권을 집어 들며 화제를 돌렸다.



[메모: 2018.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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