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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3.6
352페이지, 22줄, 26자.
3인 6색의 이야기입니다.
[소라낙스 루복스] [물고기 그림] [소다 아이스크림과 여름방학]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이렇게 4부로 되어 있습니다. 옵니부스라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먼저 다미야 유토. 둘째 아들로 태어나 엄마의 편애를 받는 형과 여동생 사이에 낀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가 무조건 도쿄로 가라고 떠밀어 감옥 같은 집에서 탈출하였습니다. 디자인 학원을 나와 노노카의 회사에 선배 미조구치의 주선으로 따라들어갑니다. 가끔 동거하던 미카에게 차인 직후입니다.
나카지마 노노카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자랐지만 집안 사정상 물고기를 다듬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3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현의원의 아들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에 다니다 원장인 요코가와 히데노리의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그와 결혼을 했다가 딸 하루나를 키우다 스트레스로 가출, 디자인 쪽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시노다 마사코는 에비하라 가오루를 만났고, 그 인연으로 가오루의 쌍둥이 누나로 암투병중인 시노부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안으로 갖히고, 마침내 가출하게 됩니다. 마사코가 못 견뎌한 인생은 언니가 어렸을 때 세균성 뇌척수염으로 죽었기 때문에 생긴 엄마의 과보호 때문인 것이지요.
셋의 공통점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엄마>입니다. 노노카는 그 엄마이고, 유토와 마사코는 엄마의 영향을 받은 아이(였거나 소녀). 그리고 셋은 고래가 만으로 들어온 곳에 갔다가 가족으로 오해받아 각각 엄마와 아들, 딸로 행세하게 됩니다. 현실과는 반대로 이들은 <괜찮아 보이는 가족>입니다.
마사코의 '탈선'은 좀 의외라고 봅니다. 책에 나온 내용으로는 너무 급격한 변화라고 할까요?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말입니다. 노노카의 경우 너무 일찍 포기한 듯하고요. 그러고도 30년간 다른 역할은 그럭저럭 해 냈네요.
위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엄마>라는 표현을 제가 사용하였는데, 왜냐하면, 당사자의 현 상태는 다른 사람의 영향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선택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영향이란, 다만 우리가 결과를 놓고 역으로 원인을 해석할 때 다른 이들의 영향을 적용할 수 있기에 동원될 뿐이거든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하나는 '영향을 받아', 하나는 '반면교사로 삼아'라고 붙이는 걸 아시잖습니까?
책에서 부분부분은 괜찮지만 전체는 좀 부족한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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