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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앤터니 메이틀런드
번역: 햇살과 나무꾼
출판사: 시공주니어, 2000년 03월
 
"애타게 바라는 건 이루어지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그것에 만족하며 사는 법을 또 배워야죠."
 
(pp2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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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본성은 서로 뒤얽히고 반발하는 온갖 능력의 미궁 속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게 되니, 그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어리석은 여자로군! 기다렸다면, 때가 무르익게 내버려 두었더라면, 틀림없이 절망도 가라앉았을 테고, 영락없이 다른 남자가 나타나서 위로를 해 주었을 것인데.'하고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딱한 노릇일세. 그것은 마치 '열병으로 죽다니 어리석은 놈이다! 체력이 회복되고 좋은 양분을 취하고 혈액의 순환이 잘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만사는 잘될 것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었을 텐데.'하고 말하는 작자와 꼭 같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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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나우웬은 남아메리카에 머무는 동안 "아무도 내게 기도하면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기도하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고, 마음이 무거우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자주 놓쳐서 자신이 아닌 남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게 된다. 기도하지 않으면 선입견에 따라 행동하기 쉽다. 변덕스럽고 사소한 일에도 원한을 품는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앙갚음을 하고 싶은 마음에 시달린다." 물론 그는 하루에 한 시간씩 교회에 앉아 있자면 정신을 집중하기 어렵고, 안절부절못하고, 졸리고, 혼란스럽고, 지루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기도한 뒤로부터 하루가 다르게, 한 주가 다르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기도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일관성을 잃어버렸을 테고, 그저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이어지는 평범한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pp522-3)

 의사로 일하는 동안 블룸은 온통 미래에만 신경을 썼다. 환자를 검진하면서도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의 수를 헤아리느라 자꾸 옆방을 흘끔거렸다. 수술이 끝나고 돌아서는 순간부터 환자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 것마저 다 잊었다. 한술 더 떠서,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똑같은 질문을 두세 번씩 자신에게 던지곤 했다. 블룸은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작정했다. 눈앞에 앉아 있는 환자를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람처럼 대하자고 다짐했다. '빨리 움직여야겠다'는 조급증이 들면 일부러 의자에 깊이 몸을 기대고 환자에게 몇 마디 말을 시켜서 서두르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던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 하고 같은 절차를 쓸데없이 반복하는 실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은 너무 빨리 움직이려고 애쓰는 시간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안돼!"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시간을 온전하게, 내면의 긴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분일초가 정말 일분일초답게 흘러가는 걸 상상할 수 있는가? 우리는 5분이 30초 만에 달아나버리는 것처럼 살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훈련은 차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변화시켰다. 무엇보다도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며 미래는 어떻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게 됐다. 눈앞에서 흘러가고 있는 지금이 영원이라는 시간과 교차하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블룸은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을 추스렸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앉아 있어야겠다. 앞으로 5분 동안은 꼼짝도 않을 거야. 여기 하나님의 임재 안에, 내 존재 속에, 가구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머물러 있어야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조바심이 들 때마다 잠깐씩, 5분 정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짬짬이 쉬었다가 다시 분주한 일정으로 돌아가면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차츰 시간을 늘렸다.
 뜻밖에도 5분을 한가하게 쉬면, 나머지 세상도 그만큼을 기다려주었다. 과제를 처리하는 게 제아무리 급박하다 해도(보통 이런 일들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었다) 3분, 5분 아니 10분 정도는 여유를 낼 수 있었다. 사실 잠깐 짬을 냈다가 다시 시작하면 오히려 더 평온하고 신속하게 과제를 끝낼 수 있었다. 결국은 그렇게 틈틈이 멈춰 섰다가는 시간을 연장해서 아침, 저녁 기도 일과를 만들었다.
 블룸은 날마다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일과를 시작했다. 하루라는 시간 자체가 이전에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던 하나님의 선물이며 다시 시작할 기회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겼다. 눈을 뜰 때마다 새로운 날이 어린 시절 러시아에서 보았던 순백의 설원처럼 넓게 펼쳐졌다. "오늘은 주님이 만드신 날이다. 여기서 마음껏 즐기면 기뻐하자!" 아침에는 하나님의 사자로서 누구를 만나든지 하나님의 임재를 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밤이 되면 그날 일어난 일들을 차근차근 돌아보며 잘됐든 잘못됐든 모든 일에 감사했다. 하루를 통째로 하나님 손에 올려드렸다.
 잠깐씩 기도하는 여유는 목걸이의 진주들처럼 블룸에게는 줄줄이 늘어서서 본질적인 진실을 일깨워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산다는 건 무의미한 행동들의 연속이 아니다. 삶은 하나님 나라의 목표를 지신의 몸으로 살아내는 경기장이다. 기도는 행위인 동시에 특정한 상태를 가리키는데, 기도를 하루에 몇 차례라는 식의 제한된 순가능로 생각하면 쉽게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pp537-40)

 온 영혼을 바쳐 하나님을 사랑하는 기도의 상급학교에 올라가면 의심과 갈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덜 휘둘리게 된다. 예수님은 "너희가 악해도 너희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마7:11)고 말씀하셨다. 마음속에서 무수한 반론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씀이다. 그러나 영혼을 기울여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반론은 힘을 잃는다. 무엇이든 '좋은 선물'로 바꾸시는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순간, 기도와 관련된 갖가지 의문들은 돌연 생기를 잃는다. (p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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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뮬러나 마르틴 루터 같은 인물들이 그토록 놀라운 기도 응답을 받았던 비결이 뭔지 묻는 이들에게 마틴 로이드 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흔히 성인들이 받았던 축복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똑같이 누리고 싶어 하지만, 그들이 탁월한 신앙인이었다는 사실은 곧잘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성인들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것처럼 자신의 기도에 반응하시지 않는 까닭이 뭐냐고 묻는다. 먼저 우리가 성인들의 생활방식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야 한다. (pp406-7)

 화이트 교수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미앙고 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님도 독생자를 선교지에 묻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뿐이다."
 이곳 나이지리아의 흙무덤가에 선 선교사 부부에게 응답되지 않은 기도를 제 아무리 설명해봐야 답이 되니 않을 것이다. 그저 선이 악을 이기며 결국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성취될 것이라는 약속이 이미 성취되었음을 믿어야 할 뿐이다. 그 믿음에 매달리는 것만이 최고의 합리적 행위인 것이다. 아니면 최고의 믿음의 행위이거나. (p417)

 CS 루이스는 설명한다.
 기도의 핵심은 응답될 수도 있고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결과를 강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혜가 무궁무진하신 분께서 어리석기 한량없는 피조물의 요청을 듣는다면, 경우에 따라 들어주시기도 하시고 거절하시기도 하시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응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는 건 기독교의 교리가 아니다. 오히려 마술에 가까운 현상일 뿐이다.
 교장이 학생들에게 "교칙에 따라, 이러저러한 일들은 허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차여차한 행위는 너무나 위험해서 너그러운 원칙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일들을 하고 싶으면 내 방에 찾아와서 요청을 하세요. 모든 문제들을 함께 상의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전혀 불합리한 일이 아니다. (p422)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또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던 육신과 새로운 몸을 맞바꾼다. 은혜와 기쁨을 누리기는 했지만 악과 고통에 취약했던 삶을 버리고 약속하셨던 대로 완벽한 새 삶을 얻는다. 혼란스러운 교리와 흔들리는 믿음 대신 분명한 지식을 갖게 된다. 남은 세월 동안, 그런 교환을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p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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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세계는 좁아진다. 현실 세계를 뒤로하고 예수님이 상징적으로 말씀하신 기도 골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도 전혀 다른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 똑같이 실존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다. 나는 물론이고 뒤에 남겨두고 온 세상을 모조리 변화시킬 힘이 거기에 있다. 시간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기도하면 내면세계를 방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외부세계가 침투해서 장악하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5:8)라고 말씀하셨다. 욕망을 부추기는 장인들이 할리우드에서 빚어낸 영상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마음을 사로잡는지 생각하면 주님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이 머무시도록 마음의 방을 샅샅이 청소하는 상상을 자주 한다. 기도에는 "마음을 새롭게"(롬12:2) 하는 과정이 포함되는데 주님을 슬프게 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요소들을 모두 정리하는 단계와 가장 소중한 것들을 채워주시도록 마음을 내어맡기는 단계로 구성된다. (p300)

 캘리포니아 주 웨스트몬트 대학에서 교목으로 일하는 벤 패터슨은 디스크 파열로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말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독한 약을 복용하는데다 침상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으므로 책을 읽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무기력한 상태에서 패터슨은 기도에 관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까?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목사라고는 나 하나뿐인데 이제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교회를 위해 기도나 해보기로 했다. 주소록을 펼쳐놓고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날마다 기도했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는 게 특별히 싫지 않았다. 신앙이 깊어서가 아니라 지루하고 낙심이 돼서 기도를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차츰 기도 시간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몸이 거의 회복되었을 무렵,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말씀드렸다. "아시다시피, 여기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님과 더불어 보냈던 순간들 말입니다. 건강해지면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게 정말 아쉽습니다."
 하나님의 시큰둥한 대답이 금방 돌아왔다. "애야, 건강해져도 아플 때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니? 하루는 똑같이 스물네 시간이란다. 건강할 때는 네가 교회를 돌보는 책임자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지. 몸이 아플 때는 그럴 수 없는데 말이야." (p303-4)

 일이 워낙 많이 생겨서, 마귀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기만 하면 전화벨이 울리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이른 새벽에 전화를 건단 말인가?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소리가 너무 또렷해서 화들짝 달려가 꼭지를 점검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는 물탱크에 팔꿈치를 들이민 채 나사를 죄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날 하루는 그렇게 잡다한 일로 모두 망가지고 말았다. (p331)

 비록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나는 기어이 잡생각을 다스리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찾아냈다. 우선 가전제품들이 정신을 산란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를 취한다. 컴퓨터가 없는 방에 자리를 잡는다. 자동 응답 장치를 작동시켜서 전화가 걸려오는 걸 막는다. 곁에는 언제나 메모지와 펜을 준비해둔다.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면 종이에 적어서 나중에 처리할 일 파일에 끼워둔다. 한두 가지  잡념이 떠오르다 말 때도 잇지만 때로는 예닐곱 가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나는 일들을 적어두면 계속해서 깐죽거리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잡생각들을 기도에 끌어들인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았던 지진 피해 영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면 재난을 당한 가정들과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구조대원을 위해 기도한다. (pp336-7)

 잡생각이 생기는가? 상념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서 바로 그것을 위해 기도하라. 진실로 소원하는 바를 위해 기도해야 산만해지지 않는다. 침몰중인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기도할 때 잡생각이 난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p338)

 목회자라면 누구나 그날 설교는 다른 사람보다 목사 자신에게 적용해야겠다는 교인의 한마디에 금방 실패자가 된 것처럼 착잡해져서 집으로 돌아온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도 기도를 그렇게 보실지 모른다. CS 루이스는 이렇게 적었다. "가장 형편없어 보이는 기도가 실제로 하나님의 눈에는 제일 훌륭한 간구처럼 보일지 모른다. 경건한 느낌이 매우 적고 대단히 내키지 않아 하면서 드리는 기도 말이다. 이런 기도들은 거의 모두 감정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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