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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 해결에 관한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6가지 질문
도널드 고즈 외 지음, 김준식 옮김 / 인사이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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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제: 아무도 서문을 읽지 않는다.
해결안: 서문을 1장으로 한다.
해결안에 따른 새로운 문제: 1장이 지루하다
결의안: 1장을 날려버리고 2장을 1장으로 한다.”

이 책의 서문이다. 앞으로 다루어질 책의 모든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하고 있다.

“저자가 이런 서문을 쓴 의도는 무엇인가?”

“이런 무례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서문을 읽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이 서문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일반적인 서문의 형식을 벗어난 형태로 쓰여 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인식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에 비해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그 차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그 첫 단계는 불만족한 현상을 해결 가능한 형태의 문제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문을 보고 최소한의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전문가의 진단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문제를 해결한 해결책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구조 속에 매몰되어 문제의 구렁텅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컨설턴트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도덜드 고즈와 제랄드 와인버그가 공저한 <대체 뭐가 문제야(웬제: Are Your Lights on)>(인사이트, 2006)는 문제 속에 허우적거리는 현대 지식인들에게 “문제해결”에 대한 바이블을 제공해 주고 있다.

도널드 고즈는 뉴욕 주립대 빙엄턴이 시스템 사이언스 분야의 교수이자 새빌로우 사의 책임자이고, 제랄드 와인버그는 약 50여 년간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분야에 역점을 두고 일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 이다. 두 사람 모두 시스템 설계자이자 컨설턴트로 학교와 기업에서 왕성한 할동을 하고 있다.

‘문제해결에 관한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6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컨설턴트가 읽어야 할 5권의 책’에 포함된 다소 전문가 집단을 염두 해 두고 집필된 책이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문제의 본질을 알아갈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학생, 비즈니스 맨, CEO, 자영업자, 컨설턴트, 주부 등은 각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눈높이에 적합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을 언제든지 비슷한 에피소드에서 찾아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이 전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 각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 하는 업무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배우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성취감도 없으며 몸은 힘들다. 그러나 정말 배우는 것이 없고, 성취하는 것도 없고, 객관적으로 힘든 일인지는 누구도 말하기 힘들다.” 불만족스럽긴 한데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어떤 문제인가?’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의 문제인가?'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리고 ‘그 상황을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가?’ 이런 의문점을 던져보게 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6가지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 보게끔 훈련시키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어떤 상황이건 문제의식을 담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 상황의 반은 해결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해결책은 문제의식으로부터 도출되는 동전의 양면과 도 같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면 조용히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가?’

순간 무언가 켕기는 기분이 들거나 곰곰이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면 이런 질문도 같이 던져보자. ‘지금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

점점 머릿속에서 생각의 실타래가 엉키고 있다면 담담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게 진짜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우리가 습관화하기 쉬운 부분들은 고려의 대상에서 빠뜨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명제이다. 해결안을 통해서 그 습관화된 요소들을 제거할 때 비로소 우리는 놀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헤엄치는 그 물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돼 보자. “그 물은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모래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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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재조명
한국산업사회연구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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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서 다른 어떤 영역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산업사회’와 관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노동에 대한 분석에 한정된 것으로 여겨지던 산업사회 논의가 이제는 사회전반의 모든 분야에 대한 것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산업사회의 재조명>(한울아카데미. 1994)은 이러한 산업사회에 대한 부분 중 지역, 복지 그리고 민주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고찰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표면적으로는 실행되고 있지만 안일한 사안으로 치부되어 온 ‘지역사회개발’ ‘복지’ 등의 사안이 이론적 틀을 넘어 이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94년에 벌써 예리한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연구서이다.

한국사회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논문집 4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그간 적지 않게 연구 성과를 쌓아온, 그리고 앞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고 수정되어야할 지역문제, 복지문제, 민주주의 정치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룸으로써 보다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우리의 위기를 분석하고 자 했다. 이제까지 총체적인 접근으로 다루어짐으로 해서 구체적인 지역의 개별 연구의 필요성에 부응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고도의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변화가 가져다준 지역사회의 변동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역이기주의’의 문제나 산업구구조정에 따른 지역파괴의 문제를 각각의 사례와 더불어 다루고 있는 연구 또한 이 책이 새롭게 시도해서 얻은 성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일반 사회학과 및 산업사회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대학원생 그리고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필독서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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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심리 - 인간의 합리적 사고 능력에 관한 연구
석봉래 지음 / 서광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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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 능력에 대한 비관론에서 출발하여 최근에 제기된 보다 낙관적인 이론들, 인지 생태적 접근 그리고 진화 심리학적 접근을 논하고 저자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1,2부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인간이 잘못된 사고에 빠지게 되며 왜 그런 사고가 발생하는지를 귀납논리와 연역논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논리학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어려운 용어에 대해서도 예외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분석함으로써 일반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3부 심리적 오류와 합리적 사고 능력에서는 여러 고전적 접근을 통해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을 마련하고, 여러 관찰과 실험을 시대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3부에서 인간의 합리적 사고를 논하기 위해서는 인간 사고의 구조적 특이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인간 사고의 사실적 조건을 규명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과 처방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이 책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인간 사고의 자연적 성향과 합리적 사고 능력에 대해 어떤 함축을 갖는지를 논하고, 이러한 경험적 연구로 얻어진 인간 사고의 서술적 특이성을 통해서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과 처방적 기준을 구성해 보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카너먼의 <불확실한 상황하에서의 판단>과 스콧 플로오스의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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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패배 동문선 현대신서 3
알렝 핑켈크로트 지음, 주태환 옮김 / 동문선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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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에서 우리는 거북스러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문화란, 사유하면서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나날 사유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제반행위를 흔히 문화적인 것으로 규정해 버리는 조류가 확인되고 있다. 정신이 위대한 창조에 필수적인 동작들. 이 모두가 이렇게 문화적인 것으로 잘못 여겨지고 있다. 무슨 이유로 소비와 광고, 혹은 역사 속에 뿌리박은 모든 자동성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을 탐닉하기 보다는 참된 문화는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패배(알랭 핑켈크로트, 동문선)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일단 형이상학적이고도 사변적인 색깔이 강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류의 철학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쥐도 새도 모르게 절판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쉬운 책 위주로 1위부터 20위까지 점철된다. 압도적인 소설의 우위 속에 간혹 무게 있는 에세이류 정도나 여행기가 그리고 경영 경제 서적이 구색맞추기식으로 간신히 껴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목도 현학적인 이 <사유의 패배>는 1987, 88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서 프랑스 지성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책많이 읽는 프랑스 녀석들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십다. 뭐, 데리다의 책이나 푸코의 책을 읽고 벤취에서 열변을 토하는 그네들이고 보면 정말 프랑스 사람들의 독서력은 경악을 넘어 경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하여간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다. 사유를 문화와 연결 짓는 것부터가 수상하다. 철학을 대중문화 분석에 끌어쓴 학자는 많지만(특히 프랑스 문학가들이나 정신분석학자들) 좀 더 거대한 ‘정신’을 현대 문화 분석의 주요 모티브로 삼은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물론 내가 아는 일천한 지식에 한해서지만..)

그런데, 이 문제의 책을 쓴 사람이 내가 처음 듣는 저술가 였는데, 오늘날 프랑스 대중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사람이라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아니, 왜 이런 사람을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지?? 하여간 이 프랑스의 유명 인물의 대표작이 이 책이라니, 문외한인 사람도 한 번쯤 거들떠 보는 게 좋을 듯 싶다..

핑켈크로트(아씨, 발음하기도 어렵고 철자 쓰기도 어렵네..)는 오늘날의 거대한 야망이 문화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저자에 의하면, 문화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소아병적 증상과 더불어 관용이 없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되어 왔단다. 이제는 기술시대가 낳은 레저산업이 인간 정신이 이루어 놓은 문화적 유산들을 싸구려 유희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핑켈크로트는 정신이 주도하던 인간 삶은 마침내 ‘집단의 배타적 가치에 광분하는 인간’과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뼈 없는 인간’, 이 둘 사이의 무시무시하고도 우스꽝스런 만남에 자기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통박하고 있다.

 그는 본서를 통해 정신과 의미가 구체적 역사 속에서 부상하고 함몰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기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일관된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 (헌데 쉽지 않다)

참고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프랑스 문단을 발칸 뒤집어 놓은 문제작인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와 순환사관을 정립시킨 오스왈드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을 같이 읽으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전자는 성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의미로부터 지금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됐는지 심각하게 되묻는 소설이기 때문이며, 후자는 서구 정신이 왜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방대한 역사관을 통해 논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 더운 여름, 짜증이 나는 한 낮에 <사유의 패배>를 읽으면서 짜증의 급피치를 올리는 것은 어떨지..어느새 짜증에 패배하여 몸이 나른해져 잠에 빠져들 것이다...아주 좋은 여름 나기일듯..

 

<주의>

평소 이런 철학적인 생각에 몰두하거나 인문서 읽기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정신에 해로울 수 있으니 가급적 낮에 읽기를 당부한다. 괜시리 밤에 읽어 그 다음날 눈이 벌겋게 충혈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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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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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소설을 읽는 것은 불편하다. 일단 내용이 빨리 빨리 들어오지 않아 몇 줄 읽고 그냥 던져버리기 딱 좋은 작품들이다. 짧은 단편일수록 그런 열망은 가속화된다.

하지만 조금만 끈기를 갖고 읽어보면 카프카의 작품들이 왜 현대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 연유를 가슴 깊이 느낄 수가 있다.

그의 작품이 빼어난 것은 소설을 허구의 이야기로만 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민을 상징적인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는 데 있다.

그 이전의 작가 누구도 카프카처럼 쓰지 않았다. 읽는 독자는 그냥 캐릭터나 작가의 생각에 동의 여부를 생각하면 됐고, 이야기에 감동을 느끼면 만사 오케이였다.

<백년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말하기를, ‘소설을 카프카처럼 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가르쳐 준 사람’이라고 했다.

카프카 이전의 인간 소외와 부조리 그리고 고뇌에 찬 인간의 실존 문제는 철학에서 다루는 영역이었다. 카프카에 와서야 비로소 이 주제를 문학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카프카가 있었기에 사무엘 베케트와 카뮈의 작품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카프카의 작품은 난해하다. 그도 그럴것이 순전히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지점이 있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고뇌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내면에 도사린 깊은 고뇌에 공명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카프카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유대교나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독일어로 작품을 썼지만 독일인이 아니었다. 체코 태생이지만 결코 체코 국민이 아니었다.  

이렇게 카프카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회색인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최대 숙명은 어디에 소속되는 것이었다. ‘존재는 그냥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존재는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 카프카의 말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직업을 가진 자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 축을 이룬다.

중편인 <변신>, <판결>, <시골의사>, <만리장성 축조 때> 등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에 소속되고자 하는 카프카의 바람이 그대로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다.

특히 카프카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꿈속에서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실체 없는 것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깨어나는 그런 찜찜한 기분. 책의 2부가 그렇다.

<작은 우화>, <옆 마을>, <돌연한 출발> 등을 읽으면 짧지만, 도대체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마치 사진의 원판 필름을 보는 느낌이랄까. 한번 봐서는 흐릿하여 그 실체를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자세히 볼 때에야 비로소 그 자체의 의미가 드러나며 카프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는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을 음미해 볼 때에야 비로소 그 독자가 누구이건 그 존재 자체만의 고뇌와 고민을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카프카가 문학사에서 위대한 점이며 지금도 널리 읽히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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