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폐기되었는가? 


아도르노가 쓴 이런 글도 있다. 

내용 조금 보면 학회 발표문인데 

학회 발표문의 형식을 폭파하는 글. 

밀도, 복잡함, 진지함, 이런 것이 그의 가장 난해한 글들과 다르지 않다. 


사흘 머리 싸매고 이것만 읽어야 

무슨 말씀 하신 건지 정리될 듯한데, 그 전에 그의 답이 yes냐 no냐가 궁금하다면 

(첫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에 근거) 그의 답은 No, NOOOOOOOO. NO. NO. NO. NO. NO.   


그런데 그가 쓴 거 같은 고밀도 난해한 글들이 안기는 특유의 흥분이 있긴 있는 것이다. 

다른 차원의 현실로 초대하는 것 같은. 그의 글들이 음악적이라면, 사실 여기에도 그 음악성 있는 건지 모른다. 

지각하는 현실이 달라지게 하는 효과. 



아무튼. 어제 나가서 출력해 온 글 중 이것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쓰고 많이 말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이 다 한결같이 

"아도르노 도이치"인지. 놀라운 일. 예외없이 자기 "form"을 유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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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베토벤 다큐인데 

30분 지점에서 출연자가 이런 말을 한다. 


"후대를 향해 말한다는 것. 이것도 프랑스 혁명의 유산이다. 

혁명기는 연설의 시기였다. 국민공회에서 로베스피에르, 당통, 생쥐스트 등이 말할 때 

이들은 일어서서 연설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만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전세계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세계는 현재의 세계에 제한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 말을 

들을 후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연설문을 보면 이 점을 알 수 있다. 연설문은 대단히 세심하게 작성되었다. 

흔히 놀라운 아이디어, 주장으로 시작한다. 그 아이디어의 내용이 발전된다. 발전되면서 다시 놀라운 주장으로 

수시로 복귀한다. 어떤 의미에서, 베토벤의 음악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놀라운 무엇으로 시작하고 

발전시키며 수시로 놀라운 무엇으로 복귀하기. 강박적으로 그렇게 하기." 


따다다-단. 따다다-단.  

당시 청중에게 전혀 예상 못한 전기충격이었다던 5번교향곡 시작. 


전세계를 향해 말한다. 

후대를 향해 말한다. 


이거 멋지지 않나. 프랑스 혁명 알면 알수록 

온갖 복잡한 감정들을 점점 더 강하게 체험할 거 같다. 양가적이다,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는.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올 책이 있어서 곧 나가야 하는데 

요즘 도서관 대출을 정해진 요일과 시간대에서 신청한 다음에야 할 수 있다. 받을 책은 상호대차인데 

도서관 소장 도서도, 같은 식으로 대출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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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nerd. 

최근 구독 시작한 채널. 

썸네일은 저런 식인데 (그래픽?) 영상이 시작하면 

운영자가 자기 서가 앞에 서서 진행한다. 운영자는 조금 최근 (2년전?) 업로드에서 

학생이라고 자기 소개했던 거 같고 학부인지 대학원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학부생일 수는 없을 듯. 

"nerd" 이 말에 정말 값한다. 클래식을 넓게도 파고 깊게도 판다. 진행은 어설프고 미리 작성되는 원고도 아주 막 

고퀄은 아니다. 그럼에도 놀라움. 이토록 어린 분이 이토록........ 


어느 날 보고 있다가 그의 서가에서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생각하는 사람의 동의어사전. 


검색하니 

"정신을 위한 놀이공원"이라던 평이 있었다. 바로 주문. 

책이 오늘 도착했고 ..... 이걸 볼 시간이 언제 있게 될지 (책을 볼 "시간"은 거의 반드시 책을 볼 "체력". 포스팅할 시간은 있다. 포스팅할 체력도 있다. 그러나 책을 볼 체력이 되지 않으면 책을 볼 시간도 되지 않는 것.....) 


모르겠지만 표지 넘기고 조금 본 내용에 근거한다면 

잘 사 둔 책이다. 언젠가 책값을 할 책이다. 그리고 애초 그리 비싸지도 않았다. 책은 크고 두껍다. 

말로만 사전 아니고 독특한 형식이고 내용이지만 실제로 "사전"이다. 그리고 개인 저술이다. 이게 한편 놀라운 일. 


낮에 나가보니 

막 여름이 예감되던데 

내일이면 4월인 것이었다. 


무엇도 못하겠는 피곤한 상태에서 베토벤 다큐멘터리 찾아보다가 (여러 종이 있다....) 

유튜브가 참 요물이라는 생각이 듬. 이제 유튜브 보다가 사는 책도 있다. 8-90년대, (그 이전도 있지만) tv 방송되었던 고풍스러운 화면들, 고풍스러운 사람들. 베토벤에 열광하는 그들. 잠시 모두가 견딜만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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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케나지의 "비창" 소나타. 

1972년 에섹스 대학. 


이 소나타도 나는 

리히터 연주가 최고였다. 

그냥, 확연히 다르다고 느껴진다. 

다른 연주를 들으면서 감탄이 일기도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들으면, 몰입이 된다. 말을 걸어오는 거 같고 

그 말걸어옴이 그러니까 인간으로 존재함의 가장 깊은 차원에서? (.....) 이 느낌 이거 분명 어디서 누군가 

엄청나게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리히터와 비교한다면 

고통스런 의무처럼 진행되는 연주라 느껴지기도 하는 아슈케나지의 베토벤 소나타. 

그런데 청중이 완전히 몰입해서 듣는다. 특히 거의 맨 앞자리에 앉은 소년. 

거의 내내 미동 없이 (그 소년을 계속 보여주는 건 아니므로 보이지 않는 동안 움직였을지도 모르지만) 듣는다. 

transfixed. 이게 저런 거구나. 그 소년에게 얼마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을지. 


1960년 리히터의 미국 공연은 

"소련이 미국으로 쏘아 보낸 문화 스푸트니크"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 공연 보았던 사람들 중 저 소년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 것인지. 


bbc에서 제작한 "Imagine being a concert pianist" 이런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컨서트 피아니스트의 세계가 얼마나 지옥같은 세계인지,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이 

어떤 지옥같은 삶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우울한 내용이다. 잘 모르지만 리히터와 모스크바 음악원과 세기말-세기초와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고 어느 시점 이후 컨서트는 아예 하지 않으며 살았던 글렌 굴드와 (....) 그들이라면 개탄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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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삶과 음악 다룬 1시간 반짜리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방송 제작. 캘리포니아 대학 음대 교수들이 연주하고 해설하며 

사이사이 리스트의 시대와 삶을 재연. 음대 교수들......... 멋있게 말하는 음대 교수들. 


bbc에서 제작한 베토벤 다큐 3부작도 있는데 

1부 "반항아"에 비엔나를 사로잡았던 피아노 비르투오소 청년 베토벤 보여주는 장면 있다. 

야회의 즉흥 연주 대결에서 베토벤의 차레가 되었을 때, 귀족 남자가 환호하는 청중에게 

"비엔나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여기 있다. 우리는 그를 안다.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들었던 강의에서 교수가 비엔나를 길게 칭송하던 대목 기억하게 된다. 

그에 따르면 베토벤이 베토벤으로 살 수 있었던 것, 그가 그 작품들을 다 쓸 수 있었던 것이 

그의 무대가 비엔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어떤 실험을 하든 온전히 이해할 사람이 비엔나엔 있었다. 

그가 얼마나 과격해지든 그를 지지할 사람이 비엔나엔 있었다. 하도 들어서 우리 귀에는 그의 음악이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음악이었나 사실 들리지 않는다. 이 점을 우리가 생각한다면, 우리는 베토벤을 

깊이 이해했으며 그의 음악을 후원했던 비엔나의 유한 계급에 감사해야 한다. 


그린버그 교수는 한편 굉장히 강한 의견을 말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음악을 모르므로 

그가 지금 극히 소수 의견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두말하면 잔소리를 하는 건지 

판단이 안되지만 어쩐지 저것은 소수 의견일 듯.... 느낌 들 때 있다. 그의 비엔나 칭송이 약간 그렇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엔나에 대한 나의 태도를 한 번에 완전히 바꿈. 그의 칭송 듣고 나서 

완전 비엔나 팬 됨. "우리는 그를 안다,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이거 좋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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