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사임즈의 중세사 강의 들으면서 느끼게 되던 해방감. 

그건 그러니까 사적인 삶에 갇힌다는 저주가 풀릴 때의, 그 해방의 감정이었던 것이다. 

사적인 삶에 갇힌다는 것. 사적 이득의 추구, 사적 권력의 추구가 다인 삶에 갇힌다는 것.  

그렇게 갇힌 이들이 모여 만드는 지옥이 이 세상에 있는데, 그 지옥을 떠남의 해방감. 

................... 



10.26에서 김재규를 도왔던 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의 말:


김재규 부장님을 모셨다는 것을 첫째 영광으로 생각하고, 저로 하여금 항상 인간으로 일깨워 주시고, 국가의 앞날을 버러지의 눈이 아니라 창공을 나는 새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똑바른 눈이 될 수 있도록 길러 주신 데 항상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또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도 저는 그 길 밖에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버러지의 눈이 아니라 창공을 나는 새의 눈. 

................. 



한국어가 존재하는 한 그와 함께 언제나 존재할 박정희 전기 4부작. 

그게 아직 나오지 않은 중요한 이유 하나가 이것이라 생각한다. 정신을 사적인 삶에 제한하기. 

공적인 것을 처벌 없이 훼손할 수 있으려면, 댜수가 "버러지의 눈"으로 국가의 앞날을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적인 것을 처벌 없이 훼손하는 힘. 그게 권력의 의미였고 말입니다. 권력은 권력의 사적 남용. 


억울하면 출세해라. 출세하면, 공적인 것을 처벌 없이 훼손하는 힘을 가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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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Lolita in Tehran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이 책은 

수업에서 누가 이 책 얘기를 하자 "테헤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여기도 테헤란이다"던 교수, 대학원 시절의 그 장면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책. (이 얘기 이미 이 서재에서 두 번 이상 한 것 같습니다만..... 근데 그때 정말 웃겼. 웃"펐"... 근본주의가 정신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인 모든 곳이 테헤란...)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책 하나는 

"발자크를 읽었던 그 해"이지 말입니다. A year of reading Balzac. 발자크를 읽었던 "그" 해... 이기보다는 발자크를 읽은 어느 해, 어느 일년, 쪽이지만 "the" year of reading Balzac, 이라고 제목을 하면, 발자크보다 그 "해"... 쪽이 중심이 되는 책이 되겠죠. 


그리고 그 책 다음엔 "바슐라르와 보냈던 여름" 이걸 쓰는 것입니다. A summer with Bachelard. 

"--- 를 읽었던 해" "--- 와 보냈던 여름" : 이것들은 --- 에 누구를 넣느냐에 따라 이러저러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들 아닙니까. 까뮈, <전락>과 보냈던 여름. 그 끈적했던 여름. 




이런 책들이 쓰여질수록 ㅎㅎㅎㅎ 여름도 달라지고 

... 시간도, 해도 (해 year) 달라지고, 삶이 달라질 것을 상상하게 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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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세계를 정복하면서 인류라는 관념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타키투스의 영예가 여기 있다. 그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인간으로 말한다. 그에게서 우리는, 자신의 역사에 대해 지워지지 않을 판결을 내리는 인류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폴레옹의 유산에 극히 비판적인 나폴레옹 전기에 나오던 대목. 


세계를 정복하면서 인류라는 관념을 획득하기. 개인 차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공부, 교육을 거치면서 "공적 정신"의 일부가 되기, 그것에 참여하기. 영어에서 "educated mind"라 불리는 그것.  


한국에서 "정신의 삶" 이것을 보는 관점 하나를 여기 두면 좋을 것이다. 

누가 그의 정신에서 공적인 삶을 사는가. 누가 공적 정신에 참여하는가. ㅎㅎㅎㅎㅎㅎㅎ 


캐롤 사임즈가 자기 전공의 몇몇 주제에 대해 말하는 클립들이 유튜브에 있는데, 쉽지 않은 얘기를 빠르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어권에서는 정신의 공적인 삶, 이게 살아 있고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말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주저함이 없다. 우리는 같이 생각하고 같이 이해한다, 이것을 의심한 적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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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중세사 연구자 캐롤 사임즈가 일리노이 대학 학생들과 같이 했던 중세극 공연에서. 


사임즈의 중세사 강의는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강의였다. 중세에 대한 편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중세 이해를 수립하는. 

같은 방향 비슷한 작업이 이미 오래 있었겠지만, 아직 완전히 주류가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확장이 계속되고 있는. 


그녀와 함께, 그녀를 따라 ㅋㅋㅋㅋㅋㅋㅋ 

중세를 새로이 이해함은 모든 우월주의를 (서구 우월주의, 백인 우월주의, 남성 우월주의) 붕괴시킴이기도 했다. 아니 정말, 그녀는, 이 모든 우월주의들을 붕괴시킬 마법의 열쇠를, 망치를, 중세사에서 본 거 아닌가? 그래서 중세사를 선택한 거 아닌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했는데, 이들을 무너뜨림에 내내 깊이 진심이고 따라서 집요했다. 


우월주의를 붕괴시킴은 모두까기이기도 해서 

.... 지금 기억나는 건 누구보다 몽테뉴, 몽테뉴 포함하여 유럽 지성사의 별들이 모두 까임. 



우월주의를 공격하고 부정하는 일에 진심이고 집요하다. 

이것은 사적인 작업일 수가 없을 것이다. "공적 정신"이라는 것에 닿지 (참여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흉내로 그칠 것이다. 맞지 않는 배역을 연기하듯이 하는. 




*아이고. 

10월의 포스팅을 해보랴고 했는데 

아니 이 몇 줄 쓰는 게 이렇게도 힘들 일입니까. 

손가락이 후들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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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 일리노이 대학의 중세사 연구자 캐롤 사임즈. 

이 분 강의에, 마크 블로흐를 찬탄하며 인용하는 대목도 있었다. 


프랑스 혁명 주제로 책들 찾으면서 보다 보면 

사학자로서 블로흐 정도 명성이 있는 것 아니고,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 같은 책에서 단 한 번 언급되지도 않은 사학자인데, 그러나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여러 책들을 남긴 사학자, 이 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면 지금도 읽어야 하는 사학자... 이런 분들 적지 않다. <유럽과 프랑스 혁명> 10부작을 쓴 알베르 소렐이라거나.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에서 소렐이 어쩌면 언급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없.....) 


왜 이런 학자와 이런 작업이 지금도 한국에서는 드문가. 

ㅎㅎㅎㅎㅎㅎㅎ 서재에 그냥 주구장창 썼던 주제인 거 같. 이게 질문이 될 수 없다는 쪽인 분들도 적지 않죠. 너는 그런 생각을 하면 니가 잘 난 거 같아지냐? 같은 반응이 기다렸다는 듯 나올 수 있. 뭘 드물어 드물긴. 니가 한국 사학자들 책 다 읽어봤냐. 


왜 드문가. 지금 대통령실을 보면 거기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법천지. 정신의 삶에서 무법천지. 그런 곳에서 학자가, 블로흐나 소렐 같은 학자가 ......... 나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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