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로 쓸 때 question, 이것을 옮길 한국어 단어가 마땅치 않은 듯.
파인만의 이 짧고 아름다운 문장, 어떻게 번역해야 좋을까. "질문할 수 없는 답보다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나는 택하겠다." 이렇게 한다면, "질문할 수 없는 답"은 "답, 그에 대하여 질문을 제기할 수 없는 답"의 뜻으로 해석되고 그 답 자체를 의문에 부침.... 의 뜻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영어에선 question, answer, 이 두 단어가 둘 다 명사로도 동사로도 쓸 수 있어서 나올 수 있었던 문장. 언어와 사고가 갖는 관계는 아주 밀접하지 않나.
"부당함이나 우매함의 관객이 되지 말 것.
논쟁과 반박을 그 자체로 추구할 것.
무덤에서 보낼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있으니."
어제 집회에서 거의 1년만의 '재회'를 하고 나 포함 다섯 사람이 오늘 새벽까지 술 마셨는데
7시 향해가는 지금, 이제서야 술이 좀 깨기 시작한다. 연남동의 "숨은 골목"이라는 술집, 안주가 특이하고 맛있었다. 메뉴는 평범한데 (부추전, 두부김치, 생선찜) 두부가 부쳐져서 나오는 두부김치의 그 두부가, 어떤 팬에 무슨 기름으로 어떻게 부쳤는가, 예사롭지 않던 두부. 부추전도 무슨 가루로 어떻게 반죽하여 어떤 팬에... 그알싶. 삐져나온 부추가 튀김 상태인 가장자리부터 가운데까지 남김없이 맛있던 전.
술 덜 깬 상태에서 대멸치 손질하고 고등어 조림 만들면서 크리스토퍼 히친스 강연들을 들음.
좋아하거나 꼭 읽어야겠다 생각한 적 없는 히친스. 그런데 오늘 강연들 들으면서, 이 사람 그만의 방식으로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단 생각이 듬. decent human being 이었어 그는. 밑도끝도없는 생각. 그가 지금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애석할 일로 여겨졌다. 트럼프 당선에 대해서 그가 건강히 살아있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이성의 사용을 포기한 사람과 논쟁하는 건
죽은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일." 음 그렇다마다. 히친스의 영웅 명단에 계시다는 토마스 페인.
"문학과 정치" 주제로 한 강연이 있는데 (하나가 아니고 여럿, 많다)
오웰을 중심에 두지만 셸리도 비중있게 논의하는 강연, 듣다 보니 그게 누구든 이런 얘기 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단 생각도 듬. 정말 이런 것도 (셸리에게서 문학과 정치는 어떻게 만나나, 자신의 관점에서 해설하기) 과거와 약속을 지키고 미래에 전통을 물려주는 일. 누구라도 그렇게 살면 좋겠지 않나. 과거와 약속을 지키고 미래에게 전통을 물려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