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sier는 그 긴 세월 (11시즌까지) 

어떤 에피소드든 적어도 5페이지 분량 분석, 해설, 찬미의 글 쓸 가치가 있는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명작들 중에서도 명대사, 명상황의 빈도로 1위하지 않을까. 

내겐, 미국을 지키는(지탱하는) 건강한 힘..... 이런 것의 압축 표본 같은 것이기도 했다. 

상투형에 그칠 수도 있었을 인물들로 복잡하고 정교하고 심오한 탐구를 해냄. 미국이 자신의 가치로 옹호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강력한 주장을 함. 


예를 들면 프레이저와 그의 전부인 릴리스가 이혼한 다음, 그들 사이에 아들이 있으니 

만나야 하긴 하지만 만남이 부적절해지곤 한다. 사랑이 남아 있는 건 아니고 서로 증오한다는 게 실상이긴 한데, 격렬히 미워하다 섹스하는 일. (섹스까지 가는 건 아마 한 번. 거기까지 가지 않고 주로 이상한 성적 긴장의 형태. 릴리스는 프레이저 동생 나일즈와도 섹스하는데, 이런 설정은 공중파에서 나오기 무리 아닌가. 무리일 그것을 아름답게, 아름다운 무엇으로 성공시킨다). 


그러는 그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그의 부친이 하는 말이: "이혼의 신성함에 무슨 일이 일어났니? what happened to the sanctity of divorce?" 


부친은 미국의 전통가치(맥주 좋아하는 저학력 경찰의 세계). 

그의 아들들은 미국의 엘리트, 지성주의적 가치(아이비리그 출신 정신과 의사들의 고급문화 세계). 

그런데 그 부친이 저런 말을 하기 때문에, 그 말에 침착한 지혜 같은 것이 어리게 된다. sane. sane wisdom. 

결혼의 신성함을 알았던(믿었던) 사람이라 그만큼, 이혼의 신성함도 아는 사람이 되는 일? 음 하여튼, 이 짧고 언뜻 단순한 말장난에 심오한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이성의 힘에 대한 믿음. 그런 게 있다고도. 





Frasier나 Scrubs 같은 

(미드들 거의 전부가 그렇지만 특히 저 두 작품에서 표가 나게 그렇다고 본다) 

적극적인 말장난, 적극적인 인유, 말하는 자체를 즐기고 인간에게 언어가 있음에 기뻐함. 그런 태도. 

아직 우리는 제대로 계발한 적 없는 무엇 아닌가 이것? 문학에서는 있었던 것 같다. tv에서는 아직, 없었던 듯. 영화에서도. 아닌가. 내가 잠든 사이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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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에서 미남 10인을 선정한 글도 있던데 

이상에 대해서, 정통 미남은 아니지만 스타일이 있다던가. 

(정신없는 나날이라 30분 전쯤 봤던 내용인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찾자니, 도대체 페이퍼엔 공들이지 않으면서 포스트에 열과 성을.... 그러지 말자며). 

'정통 미남'이라는 게 있다면, 임화인 듯. 임화는, 만일 임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누가 그를 

발명해야 했겠다. 삶도 그렇겠지만, 외모도.  





이렇게 잘 생길 수도 있나. 

비현실적. 


그런데 어쨌든 이상, 고교 졸업앨범 속의 19세 아님 18세의 이상. 

생각 많아 보이는 저 표정, 그런 것도 잘생김 아님? 


2시 반. 대통령께서, 마지막이 될 담화하신다 해서 기다리는 중. 

이상, 임화의 얼굴 보면서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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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16-11-2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도 논평해주셔야죠^^

몰리 2016-11-29 14:33   좋아요 1 | URL
백석은 키가 185. 그가 걸어가면 광화문을 몽마르트 언덕이 되었다는. 그럼 정말, 아니 왜 그 시대 같지 않은 건가요 지금의 한국 문학계(남자작가들)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ㅋㅋ 아 모래는 거에요 저 대통령님.

syo 2016-11-2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요 국문학 미남 10인은요?

몰리 2016-11-29 14:36   좋아요 0 | URL
황순원
김수영
백석
임화
이상
윤동주
신동엽
박인환
이효석
오장환
김유정

이렇게네요.
와 담화, 5분 담화. 퀵퇴장.

미남 인정하기 힘든 분도 계신 듯.
저는 무순으로 적었는데 원래 명단에선 임화가 1위.

syo 2016-11-2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물러난다는거였나요?
그렇게 들은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몰리 2016-11-29 14:49   좋아요 0 | URL
아몰랑으로 이해했는데
jtbc 해설로는, ˝임기단축˝이란 표현 쓰긴 했으나
어쨌든 사퇴는 하겠다고 밝힌 거라는 듯해요. ;; 내가 물러난다고 말은 하는데, 시기와 절차를 너희가 합의해서 갖고 오라며, 국회에 공을 넘김. 이라네요.

 



그래서만은 아니고 

김재규 전기 읽고 싶다. 

박정희 죽었을 때 울고 불고 난리났던 (가족이나 당시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나) 일도 기억하지만 

어쩐지 그가 한편 옳은 일을 했음에 분명하단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눈에서 기개(기백), 패기, 지성 등등 보이지 않나. 

쌍꺼풀 있으면서 잘생겨 보이는 드문 경우이기도. (더 자세한 잘생김 논의는, 속으로 혼자서만 해야겠.......) 








왼쪽에서 두번째 남자. 그의 부하 박흥주 아닌가. 

눈빛이, 존경과 근심(안타까움) 담긴 눈빛. 이 분도 참 대단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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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11-2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알에서 봤는데, 시그널 출연하신 배우 정해균씨 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몰리 2016-11-29 13:38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앗 정말 닮았네요.
이것저것 찾고 보다보니 이상(김해경)도 찾게 되고 있는데
20세기의 우리나라에 대해서, 갑자기 애정이 ; 애정임에 분명한 뭉클함 같은 것이
느껴지네요. 작정하고 이 책 저 책 이 영화 저 영화 칩거하면서 보고, 얘기하고 싶어집니다.
아효 언제 그럴 수 있을지.
 



27일 일요일자 Writer's Almanac이 읽어준 시는 

스티븐 도빈스라는 시인, 올해 9월 출간된 위의 시집에서 "Prague"라는 시였다. 



The day I learned my wife was dying
I told myself if anyone said, Well, she had
a good life, I’d punch him in the nose.
How much life represents a good life?


Maybe a hundred years, which would
give us nearly forty more to visit Oslo
and take the train to Vladivostok,
learn German to read Thomas Mann


in the original. Even more baseball games,
more days at the beach and the baking
of more walnut cakes for family birthdays.
How much time is enough time? How much


is needed for all those unspent kisses,
those slow walks along cobbled streets?



아내가 죽을 것을 알았던 날 

누구라도 내게 그녀가 좋은 삶을 살았다 말한다면 

그의 코에 주먹을 날리겠다고 나는 결심했다. 

좋은 삶이라고 부르려면 얼마나 많은 삶이 있어야 하나?


어쩌면 백 년, 백년이라면 

우리에게 사십 년이 더 주어지고 우리는 오슬로를 

방문하고 기차로 블라디보스톡을 가고 

독일어를 배워 토마스 만을 

원어로 읽을 터인데. 야구 경기도 더 많이 가고 

더 많은 날들을 바닷가에서 보내고 우리 가족의 생일 축하를 위한 

더 많은 호두 케익을 구울 터인데. 

얼마의 시간이 충분한 시간인가? 얼마의 


시간이, 하지 못한 그 모든 키스들을 위해 

자갈 깔린 그 길 위에서의 느린 산책을 위해 필요한가? 


*시집의 표지나 제목, 시 자체를 보아도 

이건 키치. 그런데 그렇다 해도 특히 "독일어를 배워 토마스 만을 / 원어로 / 읽을 텐데" 이 구절이 

뜻밖의 생명을 주지 않나. 으흠 으흠 으흠 하다가 응? 하게 되는. 그 구절 하나만으로도 흥미로운 ("interesting" 이 단어를 우리는 깊이 이해해야 한다, interesting한 무엇은 "interests us"라는 의미임을 온전히 이해하자...... 같은 얘기를 한 사람 이상의 문학연구자가 한 것 같은데, 그런 취지에서 "interesting") 시가 된다고 생각했다. 


<두이노의 비가>에 있는 아래와 같은 연: 

Being-here is much, and all this here,

which disappears so, seems to need us and strangely

concerns us. Us, the most disappearing. Once

each, only onceOnce and no more. And we too,

once. Never again, but this

having been once, even if only once:

having been of the earth, seems irrevocable.


이 삶이 우리 각자에게 단 한 번일 뿐임 ("once each, only once"), 이것을 말하는 릴케의 시가 

더 좋은, 우월한 시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독일어를 배워 토마스 만을 / 원어로 / 읽을 텐데" 같은 

릴케라면 절대 쓰지 않을 구절(토마스 만을 릴케가 사랑했고 원어로 읽고 싶었을 저자 이름으로 바꾼다 해도)도 

우리는 읽고 듣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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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후 한 일년 동안 7만부가 팔렸고 

그러니 크진 않아도 성공했다할 책, Great Books 저자 데이빗 덴비가 book tv 출연해서 

했던 긴 인터뷰가 유튜브에 있다. 문학 전공 대학원에선 위대한 작가들, 위대한 책들, 중요한 주제들을 

탐구할 거라는 믿음, 혹은 기대가 금가기 시작했던 때 (이렇게만 적으면 덜떨어져 보일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위대한"으로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며, "기대에 금이 감"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쓰기로 하면, 그것만으로 10개 포스트 써야할지도. 하여튼) 나도 이 책을 구해서 읽은 적이 있다. 읽으면서 

일어났던 한 놀라운 일은, 문장은 그리고 많은 문장들의 합인 책은 정말 저자의 분신이구나, 그의 감성 지성 이념 등등

그 사람을 앞에 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던 느낌. 덴비 그는 위대한 책들에 이끌리는, 그런데 깊이 보수적이고 그래서 상투적인 정신. 비판력 부족한 정신. 





그 후 관심저자가 아니어서 그의 책들을 더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 인터뷰에서 "당신은 보수인가?" "보수 진영에서 상반된 반응을 당신 책에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이 나와서, 음 그러게 참. 그렇구나. 그랬구나. 상태가 잠시 되었다. "파시스트 지식인"은 "영국 요리"처럼 형용모순이라던가, 이글턴이 했던 농담이 있는데 "파시스트 지식인"까지 아니어도 "보수 지식인"도 거의 형용모순 아님? 어쨌든 보수적인 지식인들 중에, 그렇게 여겨지고 싶어하진 않는 이들이 있는 것같고 인터뷰에서 덴비는 "당신은 보수인가?" 질문에 조금 민감하게, 그리고 조금 빠르게 "그렇지 않다. 나는 "클린턴 리버럴"로 나를 규정한다"고 답한다. 


그래도 인터뷰에서 그는 책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 더 (훨씬 더) 똑똑한 사람. 어쩌면 심지어, 좋은 사람. 

아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 이런 건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단 자책이 들려고 하는데, 그의 책을 읽을 땐 있지 않았던 

매혹과 공감의 순간들이 꽤 여럿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보수 지식인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점에서 어떻게 좋을까. 

자유. 해방. 이것이 실체로 느껴지게 하는 이들 (내겐, 아도르노 바슐라르 이 두 분이 특히 그렇다), 이런 이들은 아무리 그들이 전통을 수호해도 (아도르노 바슐라르 두 분 다, 서구의 지적 전통 강력한 옹호자들 아닌가) '보수'라 불릴 수 없을 듯. 그런가 하면 그들이 아무리, 어떻게 자유를 찬미해도 공허 혹은 허황하지만, 그러나 전통은 현실로 느끼게 하는 이들 중 좋은 보수들이 있겠다. 좋은 '진보'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좋은 '보수'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이런 것 생각해 보고 싶다. 


이제 새벽 산책을 나가야겠음. 어제 집에 와서 하도 피곤해 8시도 되기 전에 자고 

2시 되기 전에 깼다. 새벽의 몇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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