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두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쓸 권리가 있는, 영예로운 인간 관계는
연약/섬세하고 격렬한, 그 두 사람 모두에게 두려움을 안기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 과정은
각자가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진실들을 정제하는 과정이다. 이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한데, 그를 통해
인간의 자기 망상과 고립이 붕괴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한데, 그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복잡함에 온당히 그것이 받아야 할 정의를 주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한데, 이 어려운 길을
우리와 같이 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애드리언 리치도 좋은 글, 문장을 많이 남겼다.
구글 이미지 검색하면 발견되는 위의 문장들도, 어쨌든 나는 놀라며 읽었던 문장들.
출전은 이 책이다. <거짓말, 비밀, 침묵에 대하여>. (책 제목 너무 좋지 않나. 그 셋 모두에 대해 알고 싶게 하는 제목). 저 짧은 몇 문장에, 번역에 어려움 안기는 단어, 구절들이 연달아 있다. honorable, delicate, refining, do justice to, complexity.
<번역불가인 말들의 사전>같은 사전까지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저 사전의 취지와 비슷하게, 한국어로 거의 언제나 번역이 어려운 어휘들에 대해 생각하는 글,
그런 글 연재된다면 좋을 것 같지 않나. Axt, 이런 데서. 아니면 번역서들을 번역비평하는 계간지나 하여튼 공간이 있다면 그런 데서.
어쨌든 이것이, "사랑을 정의하시오" 주제로 백일장이라도 한다면
장원급 아닌가. (음 더 잘 칭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효 그냥 이 정도로).
진실의 정제. 망상과 고립의 붕괴. 각자의 복잡성을 정당히 인정, 이해. :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인간 관계.
드물고 어려울 인간 관계. 무덤에서 보낼 영원한 침묵의 시간이 오기 전, "강렬하게 살기"엔 이런 관계도 포함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