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 일리노이 대학의 중세사 연구자 캐롤 사임즈. 

이 분 강의에, 마크 블로흐를 찬탄하며 인용하는 대목도 있었다. 


프랑스 혁명 주제로 책들 찾으면서 보다 보면 

사학자로서 블로흐 정도 명성이 있는 것 아니고,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 같은 책에서 단 한 번 언급되지도 않은 사학자인데, 그러나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여러 책들을 남긴 사학자, 이 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면 지금도 읽어야 하는 사학자... 이런 분들 적지 않다. <유럽과 프랑스 혁명> 10부작을 쓴 알베르 소렐이라거나.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에서 소렐이 어쩌면 언급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없.....) 


왜 이런 학자와 이런 작업이 지금도 한국에서는 드문가. 

ㅎㅎㅎㅎㅎㅎㅎ 서재에 그냥 주구장창 썼던 주제인 거 같. 이게 질문이 될 수 없다는 쪽인 분들도 적지 않죠. 너는 그런 생각을 하면 니가 잘 난 거 같아지냐? 같은 반응이 기다렸다는 듯 나올 수 있. 뭘 드물어 드물긴. 니가 한국 사학자들 책 다 읽어봤냐. 


왜 드문가. 지금 대통령실을 보면 거기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법천지. 정신의 삶에서 무법천지. 그런 곳에서 학자가, 블로흐나 소렐 같은 학자가 ......... 나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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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포스팅을 끝으로, 가서 잘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그게 아닙. 끝나지 않았! ............ 


발자크 감탄스러워서, 예전에 받아서 들었던 "프랑스 문학의 거장들" 강의 다시 들어봤었다. 

당시엔 그냥 지나갔던 대목들을 밑줄 그으며 듣게 됨. 이 과목 교수에 따르면, 19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선택할 1인은 스탕달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내가 스탕달을 전혀 다루지 않고 발자크에서 시작해 19-20세기 프랑스 문학 개관을 하기로 했다고 하면, 프랑스의 문학 교수들 여럿이 경악하며 나를 볼 것이다." "문학 교수들에게 제2의 본성이 되는 기준과 감수성, 그것에 스탕달이 강하게 호소하는 면모가 있다. 우아함이라든가, 등등. 발자크는 거칠고 아주 자주 통제 불가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명하고 옹호하고 그래야 할 사정이 없이 나 혼자의 이유로, "타락이라는 지옥의 작업" 이런 구절을 아주 환상적인 소설에서 아주 강력하게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래요. 당신의 초상화를 나는 나의 방에 걸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심정인 것이다. 

<시골 의사>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런데 그게 <태양은 가득히> 수준으로 긴장감,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인데, 그게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환상 반, 진실/현실 반... 을 실현하는 그의 역량. 우리가 살고 싶었고 살았을 수도 있었을 삶. 이것이 그에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 만큼이나 현실. 



음. 발자크의 저 면모를 

제대로 해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문학 연구의 떠오르는 별이 될지도 모릅니다. ㅎㅎㅎㅎㅎㅎ ;;;; 아 이제 그만 자러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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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시골 의사>. 저 막강한 구절이 이 책에 나온다. 

"악덕이 승리하고 미덕은 웃음거리다. 이것이 청년의 경험이다. 

파리는 인간의 정신/의식이 피우는 꽃들을 뿌리뽑는다. 타락이라는 지옥의 작업이 시작하고, 완수된다." 


저 번역은 그냥 엉망진창이고 

검색해 보니 국역본도 나와 있는데 국역본이나 다른 번역, 아니면 원서로다! 


the infernal work of demoralization has begun, and is soon accomplished. 


"demoralization" 이 단어도 오묘한 단어다. 이 단어의 역어로 "타락"은 너무 강하긴 하다. 그런데 딱 적합한 말을 찾기 어렵다. 정신의 훼손. 도덕 감정의 훼손. 도덕 감정의 비적실성의 시대의 도래. 정신과 자아 사이 이간질.  


"the infernal work of demoralization" 이건 아주 정말 너무도 아도르노적 구절이기도 하다. 어쩌면 똑같이 이 구절 그대로 그 자신이 쓰는 대목이 어디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아도르노가 발자크를 읽으면서 세번쯤 밑줄 긋고 읽자마자그대로 정신에 새겼을 법한 구절.  




타락이라는 지옥의 작업. 

이것의 증인이 되기. ㅎㅎㅎㅎㅎㅎ 

혹시 관심 있으시면 저의 손을 잡..... ㅎㅎㅎㅎㅎ 우리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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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의 오바마 당선 축하 연설. 

댓글이 다 웃기고 의미심장하던 동영상 있었는데 찾아지지 않는다. 이건 댓글이 차단되어 있다. 

웃기고 의미심장하던 댓글은 다 트럼프 이후 나온 댓글. "트럼프를 알고 다시 보니 부시는 시인이었다." 류. ㅎㅎㅎㅎㅎㅎ 


책 제목을 기억 못해서, 이것저것 키워드로 찾아봐도 찾지 못하는 중인데 

부시 시절 8년을 중심에 둔 역사 소설이 최근 나왔고 뉴욕 타임즈 서평 팟캐스트에서 저자가 출연해 길게 얘기했었다. 그는 부시 지지자는 아니고 사실 격하게 그의 정책, 방향에 반대했고 지금도 비판적인 사람. 그런데 그에게 조지 W. 부시는 미스테리였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인물. 그리고 어쩐지 끌리는 인물. 이 "어쩐지 끌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그 자신이 "어쩐지 끌리는" 식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아주 길고 자세하게 말했다. 그의 멍청함으로 이해됐던 면모가 사실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 그의 격정. 그의 우울. 그의 내면적 경향. 그의 아내 로라 부시는 얼마나 똑똑하고 다정한 사람인가. 


이 저자의 오락가락하던 말들이 다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조지 W. 부시가 지금 다르게 보인다는 것 (그게 얼마나 트럼프의 공이든) 생각하면서 

뭔가 알겠는 느낌이었다. 




뉴욕 타임즈 서평 팟캐스트는 팟캐스트 앱에는 15년에 나온 에피들부터 있다. 

2015년. 7년 전인데 "순수의 시대"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정말 이게 다, 16년 트럼프 당선 때문이지 않은가? 

무슨 미국 정덕 같은 거 아니어도, 하루 5-10분 유튜브에서 (5-10분은 아니고 2-30분이겠다. 정정) 관련 동영상 보는 것만으로도 트럼프가 어떤 훼손을 가했나 모를 수가 없기 때문에. 


15년에 나온 에피들 들어보면 오바마 격하게 공격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하.......... 무엇이 닥칠 줄 몰랐군요 당신들은. 이런 심정 된다. 


그리고 트럼프 이후의 에피들은 

격하게든 아니든 트럼프 시대와 겨루는 에피들이다. 그러면서 지쳐가는. 

오래 진행했던 파멜라 폴이 19세기 미국사 주제 책 저자 인터뷰하면서 "책을 쓰기 위해서이든 아니든, 19세기로 들어가는 건 위안일 것이다. 아니, 지금 우리에게, 20세기로 들어가는 것도 위안이다" 이런 말 했었다. 


20세기가 위안이라니......... ㅎㅎㅎㅎㅎㅎㅎㅎ 19세기가?????? 

정말 트럼프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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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12년의 것. 

사실 인문학 연구자들로 제한한다면, 아주 본격적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전문 서평 방송이 있다면, 재미도 재미겠지만 의미심장한 일들이 매 에피에서마다 일어날 거 같다. 뉴욕타임즈 서평 팟캐스트에서 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책이 논의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대학 출판부에서 나오는 책들을 주로 논의하는 서평 방송이 있다면? 


그러나 그런 방송은 아마 실현 불가. 

실현 불가인 건 인문학에서도 "전문화"가 오래, 깊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누가 진행을 하든 진행자 자신의 전공이 아닌 전공에 대해서는 질문이나 논평으로 의미있게 기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스트가 독자적으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논의를 펼치는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Pietro Terzi가 레옹 브렁슈빅 주제로 썼던 (얼마 전에, 연달아 칭송하는 포스팅 했던 바로 그) 책. 그 책에 대해 30분 동안 깊이 있게 대화, 논의하는 에피. 그런 에피가 매주 나오는 서평 방송. 있다면 좋을 것이고 말고다. 


그 책에 브렁슈빅의 스승이었거나 동료였거나 제자였던, 프랑스 제3 공화국의 학자들 다수가 등장하는데, 그 중 한 사람에 대해 Terzi가 이런 말을 한다. 이 한 사람은 그의 연구 주제를 얼핏 대강 보면 국수주의, 서구우월주의 우파로 보일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책들을 펴고 읽기 시작하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될 사람. 이에 대해 Terzi가 짧게 던지는 말은, "he was no odd right-wing outsider". 





odd right-wing outsider. 

나는 이 구절이 순간 아주 마음에 들고 재미있고 좋았다. 

프랑스 대학 좌파들의 세계를 세 단어 요약한 거 같았다. 

우파임이 드러나면 바로 그 순간 만인의 눈에 띄고 분리되는 세계. 

그 세계 고유의 악덕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더라도, 그 세계를 지킬 이유도 충분하지 않은가. 

프랑스는 그 세계를 지켰는가. 지켰다면, 장하다 프랑스. 못 지켰다면, 지금이라도 살려내라. 

트럼프를 알았던 우리에게 그 세계가 다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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