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00. 도련님의 시대 1 (다니구치 지로)
190/400. 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다니구치 지로를 알게 된 건 친구의 선물 덕분이다. <느티나무의 선물>은 그때 까지 내가 생각한 일본 만화체와는 아주 달랐다. 사진을 손봐서 만든듯한 그림체는 묵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열네살> 이후에 작가 이름, 다니구치 지로를 기억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열네살의 이야기와 흡사하면서도 다르다. 역시, 손수건을 준비해야 함;;; 부모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그 시절의 어린 내 마음 말고도 젊은 부모들의 고민을 생각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방법이다.
작년 말부터 조금씩 챙겨 읽는 (그런데 아직 <그후> 한 편만 완독했네;;;) 나쓰메 소세키를 주제로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도련님의 시대>는 반가운 시리즈다. 먼저 읽은 2권에선 소세키보다 다른 신문명의 시대의 인물들을 다루었다면, 1권은 막 시작한 격동의 에도 시대에 홀로 어쩔줄 몰라하는 소세키가 나온다. 나약하고 (찌질하고) 겁이 많아 어쩔줄 몰라하는 전근대인 (혼돈의 근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세키지만 차츰 그가 작가로, 자신을 만들어/세워 가는 과정이 차근차근 그려져 있다. 놀랍게도 광대뼈를 가진 말없는 조선 청년 안중근이 등장하는데 그는 일본의 대륙진출 야욕 (2권에선 메이지 정신, 을 어느정도 긍정하는 분위기지만 1권은 메이지 유신을 서양에 끌려가는 욕망의 정치로 표현한다)에 항거하는 반근대, 혹은 이상주의의 편에 서 있었다. 안중근을 돕기에는 너무나 소심한 소세키 선생. 수많은 도련님들이 돈과 서양세력, 그리고 폭발하는 문화 가치 속에서 휘둘린다. 그런데 결국 도련님들은 다 굴복하고 마는 것일까. 2권에서 바뀐 분위기를 이미 읽었기에, 입맛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