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400. 미노타우로스 (나더쉬 피테르)

어려운 소설. 여덟 쪽 쯤 읽은 다음, 책 뒷면의 설명을 읽고, 이야기의 아웃라인을 다시 잡고 첫 쪽으로 돌아가서 읽었다. 요제프, 마리어...는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지하에 누워있는 기름이 번질 거리는 괴물은 미노타우로스. 이 엄청난 이야기는 비교적 현대적 배경에서 벌어지는데. 실은 '벌어지는' 일 보다는 '벌어진' 그리고 '벌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요제프의 갈등, 혹은 운명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독백인지 대화인지로 풀어놓는다. 역자의 설명대로 문장과 단어 속에서 길을 잃고 또 읽다가 잃었다. 헝가리에서도 쉽게 읽히는 작가는 아니라니 위안을 삼는다.

207/400. 루카 (윤이형)

사랑 이야기. 퀴어의 사랑 이야기. 깨진 사랑 이야기. 아버지의 고백이 언뜻 '봄에 나는 없었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도 사랑 이야기. 작품 해설을 쓴 오혜진은 루카의 퀴어 사랑을 일반적 사랑으로 흡수시켜 읽지 말라고, 퀴어 만의 특이성에, 그 존재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루카는 어디 있을까. 2인칭 서술이지만 껄끄럽지 않고 중반부에 자연스레 대화로 이어지는 방식이 좋았다. 그런데 화자인 딸기, 는 자기 주장과는 다르게 성장..혹은 성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루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조용한 그의 어깨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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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안주> 원서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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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00. 집 나간 책 (서민)

여러 분야의 책을 나름의 방식으로 읽고 재미있고 독특하게 정리한 리뷰집이다. 그간 마태우스님의 서재를 몰래 드나들며 그분의 시침뚝 썰렁 스타일을 익혀둔 덕에 더 재미있게 읽었다. 계속되는 저자의 감탄과 반성하는 독서태도는 그의 성실함 못지않은 미덕이다. 겸손하게 배우는 마음으로 두 눈을 반짝며 (!) 책을 읽는 그를 상상했다. (웃음이 나오는 건 조건반사일까요?) 다만, 책 중반부에 단언하듯 여성의 경제생활을 독려하는데 그가 `본의 아니게` 육아의 무게를 놓치는 듯 보여 아쉬웠다. 뭐 그렇다고 나머지 부분을 재미있게 읽고서 불평하는 건 절대 아니다.

여자가 일을 그만 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아이를 키우는 건 인생에서 잠깐이니 말이다. 20대에 직장에 들어가 60세까지 일한다면 대략 35년 동안 일하는 건데,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한 시기는 길어야 10년이니까. (135쪽)

다시 옮겨 적어도 너무 강한 표현이다. 인생에서 잠깐...길어야 10년... 물론 일을 그만 두는건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거라는 레슬리 베네츠의 문장을 인용한 후에 서민 작가가 적은 글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렇게 열린 마음의 그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않다. 섭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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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미혼이라서 유부만두님이 인용한 문장을 마음 깊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10년은 짧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이가 자립한다면 육아의 시기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대학 갓 졸업한 다 큰 어른도 자립하기가 쉽지 않아서 애 먹고 있잖아요.

유부만두 2015-06-16 08: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cyrus 님. ^^
육아의 끝은 어디일까,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열살, 초등 3학년이 되어도 부모가 챙겨야 할 일은 많아요. 학교는 1:40~2:30 사이에 끝나고요 학원에 다녀야 일하는 엄마의 퇴근시간을 맞출 수 있어요. 육아를 도와줄 친척이나 이웃이 없는한 `경단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
 

유툽에서 작가 Sarah Waters 인터뷰를 검색하다가 Booktube 혹은 Bookhaul 이란걸 만났다. 책에 대한 감상을 영상으로 올리는 사람들! 이번 주엔 책을 몇권 샀다. 14권 산건 특별한 경우야..이번엔 묵은 책들을 읽어치우겠어, 나 이런 책 샀고, 이책은 친구가 보내줌..이 책 너무 멋져, 택배 아저씨가 비오는데 책상자를 집밖에 두고 갔쪙..... 라는 이야기는 알러딘 서재와 다르지 않은데... 영상으로 만나는 페이퍼와 리뷰는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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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00. 앓던 모든 것 (홍희정)

 

아, 그렇겠구나. 나도 곧 나이가 (더) 들테고,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문학을 좀 읽긴 했는데, 하는 생각도 할테고, 어쩌면 문학병을 앓지도 못하는 무식한(!) 아낙을 측은하게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소설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젊은이에게 공감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주인공이 훌쩍, 일흔을 넘겨버리고, 왕년에 문학을 사랑한 '할머니'로 나오니 당황스럽지만, 역시나 아, 이런 날이 오겠구나, 머지않아 나에게도 닥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지만 어쩌겠나. 내 눈이 더 침침해지기 전에 더 읽고 더 내 속으로 품어야지. (그러면서 흑흑 울음을 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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