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함께 산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 그런데 그는 “다이스케”가 아니었다. 그는 누구인가. 십대 때 귀화한 재일3세 출신 변호사가 의뢰를 받고 이 한 남자 X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한 고민도 더해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의 원작 소설.

지금 딱 절반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아니고 (서점에서 이렇게 말해버림;;)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치고는 꽤 재미있다. 물론 작가의 존재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아, 맞다. 이 작가는 재미있다고 얘기하면 안돼는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소설이 갖는 정체성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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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13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의 노아, 정확히는 노아의 아내가 생각나네요. 남편이 죽었는데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던.... 히라노 게이치로가 히가시노 게이고 싫어할 거 같아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2-10-17 16:38   좋아요 0 | URL
제가 파친코는 패스 하려다가 단발님의 노아 포스팅에 무너졌어요. 근데 부산국제영화제와 그 정체성…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히가시노 게이고 아니고)의 소설로 넘어갔습니다;;;

기둘리세요, 제가 파친코 읽을겁니다.
 

이 책을 읽게 만든 사람은 알라딘 서재의 골드문트님이다. 그의 리뷰 (무려 두 편)에서 시대 배경과 맛깔나는 인물 묘사를 읽고 나면, 아, 이건 이 가을의 책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그런데. 


'어둠 속의 사건'은 내겐 아주 지루한 소설이었다. 첫 장에서 능숙하게 풀어놓는 묘사와 시대배경, 그 11월의 공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니까 농장 관리인 미쉬가 백작 아가씨네 성으로 달려간 그 첫번 째 어두움이 가시기 전에 매력을 잃는다. 미쉬라는 이 인물은 졸라가 그려내는 악착맞은 혁명파 출신 농꾼이나 이기심의 양다리 악당 이상의 정체를 품고 있었는데, 이 점이 내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왜?? 미쉬가 그래야하지? 더해서 첫 어둠의 사건에서 그렇게 용감했던 여백작 로랑스가 사랑이라는 챕터에 와서는 맥빠진 소녀로 변한다. 발자크는 젊은 여성의 사랑은 잘 그릴 수가 없나? (그의 다른 단편들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젊은 여성들을 죽였는지 떠올려본다. 아니 그러지 말자) 생뚱맞은 미쉬 만큼이나 로랑스 주변의 네 귀족 청년의 묘사 역시 작위적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젊은 경찰과 말랭은 끝까지 제 할 일을 해낸다.  


두번째 어둠 속 사건이 이 소설의 소재일 '납치사건'인데 그때 함께 '금보따리' 이동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높인다. 더해서 마지막 어둠 사건일 재판과 그 배후의 여러 정치적 약속들을 읽다보면 이미 작위적 주인공 미쉬나 로랑스 보다는 더 중요한 진짜 주인공, 역사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30년 후, 이 사건들의 마무리 모습을 읽으면 발자크에게는 개개의 인물들 보다는 계급과 사회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발자크의 작품으로는 '고리오 영감'을 매우 오래전에 아주 힘겹게 숙제 하면서 읽었고, '13인당 이야기'는 그 살벌한 저속함에 치를 떨었는데, 이번 소설은 그 중간 즈음에 있는 것 같다. 생생한 사건 진행과는 대조적으로 인간들 관계 묘사는 투박하고 구식이라 자꾸 위고와 졸라의 소설 생각이 났다. 하지만 역자의 작품 해설을 읽으면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싶어진다. 본 식사나 와인은 뒤죽박죽 조화롭지 않지만 상냥한 갸르송의 안내와 훌륭한 디저트로 기꺼이 식사 비용에 팁도 얹어 계산했다. 표지의 저 인물이 미쉬라고 보기는 어렵고, 누굴까, 누굴까, 계속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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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1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면 저는 결국 제가 읽어봐야 알겠군요. 믿어마지 않는 두분의 의견이 다르니 말입니다. 역시 책세계의 취향은 넓고도 깊습니다. ^^

유부만두 2022-10-11 16:19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역사소설이에요. 그런데 전 로랑스라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용두사미로 그려져서 실망했어요. 그리고 액션, 스릴러 부분도 있지만 배경 역사 설명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루하게 느꼈어요. 취향을 타는 소설이에요.

잠자냥 2022-10-11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참 이러면 정말 당장 읽어봐야 할 거 같은 ㅋㅋㅋㅋㅋㅋ
문트냐 만두냐 그것이 문제로다!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1 15:27   좋아요 2 | URL
ㅋㅋㅋ이런.....냥님, 이건 ㅎㅎ이런 택일이라니, 심지어 라임도 촥촥 맞는 듯해요...
절 웃게 해주시는 잠자냥님^^

알라딘 서재 리뷰 thanks to 선 그어보면, 발원지(?)로 골드문트님 유부만두님 자주 출현 하실듯.

유부만두 2022-10-11 16: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감히 골드문트님과 겨루는 입장이 되었나요? (신난다)

페넬로페 2022-10-11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트냐, 만두냐!
이것이 문제로다^^

유부만두 2022-10-11 16:20   좋아요 1 | URL
문제라니요??? 그냥 만두를 고르십....

레삭매냐 2022-10-11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 책도 사서 닐다가
말았는데 - 마저 읽을 책들이
넘넘 많습니다.

유부만두 2022-10-13 08:01   좋아요 0 | URL
첫 장면의 가을날 묘사가 기막히죠. 더 추워지기 전에 시도해 보세요.
(그런데 무리는 마시고요)

Falstaff 2022-10-1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이 글쎄 재미나다니까요! ㅋㅋㅋㅋ
뭘 망설이세요! 다만 발자크가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 태생이란 것만 염두에 두시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습니닷!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0-13 08:0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재미있어요. 한 밤중에 말 달리고 경찰 따돌리고 비밀의 장소 나오고요. 그런데 발자크는 제게 워낙 미운 작가 전력이 있어서 말이죠. ^^;;;;
 

https://youtube.com/watch?v=mZHSWmdoPBM&feature=share

http://m.artnstudy.com/n_lecture/LecDetail.asp?Lessonidx=hdna001&Displayidx=

전체 20강 중 첫강의 유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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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0-05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료강의인데 지금은 유튜브로 볼 수 있는거네요. 들으면 좋겠어요.
유부만두님, 정보 감사해요^^

유부만두 2022-10-05 11:07   좋아요 2 | URL
첫강만 유툽 공개고 나머지는 유료인 것 같아요. ^^

페넬로페 2022-10-05 11:14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ㅎㅎ
 

SF 걸작에 대한 오마주 단편집 <책에 갇히다>에 수록된 전혜진 작가의 <푸르고 창백한 프로메테우스>를 읽었다. 구픽 출판사의 <책에 갇히다>의 후속으로 <책에서 나오다>라니 의미심장하다.  



전혜진 작가는 이전 단편집의 <모든 무지개를 넘어>에서 암울한 미래 세계에서도 책을 찾아 읽는 어린 아이를 보여주면서 (지루했지만), 책에서 어떤 해결을 바라지만 결국 책에 갇히고 마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그렇고)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 책에선 밥도 돈도 안 나온다. 그리고 단행본 <여성, 귀신이 되다>는 옛 설화와 문헌에 남은 한 많은, 하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전혜진 작가의 오마주 대상은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녀의 이름에 '셸리'가 붙게되는 바로 그 결혼식 전날 밤에 메리는 악몽에 소스라친다. 퍼시 셸리의 전부인의 유령을 보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를 고민한다. 자유연애의 시기, 낭만파 시인 퍼시의 주변에 수많은 여인들. 그녀들은 퍼시의 발목을 잡고 사회 규약과 함께 그의 자유를 막는 '괴물'이 된다. 하지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다루는 괴물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 이 단편에서는 <프랑켄슈타인> 집필 직전의 상황, 특히 퍼시 셸리와 바이런경이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삶을 흔들고 그녀들의 목소리는 무시했는지 '다소 한국 드라마 같은 분위기로' 상상해본다. 이 소설의 메리는 (그리고 저자도) 사회의 인정에 끝까지 매달린다. 소설에는 낭만 시인들의 여성 편력이란 너무 익숙하고 지저분한 이야기, 여성들에겐 덫과 같은 공식들을 펼쳐져 있다. 좀 지겨워 지려할 때, 전혜진 작가는 푸른 수염 같은 셸리, 성적 사회적으로 유린당하고 괴물의 모습으로 죽고 그 후에도 박제되는 메두사 같은 자신(더해서 셸리의 전부인 해리엇)을 내세운다. 바이런의 전처와 딸, 앤 이사벨라 밀뱅크와 아다 러브레이스의 빛나는 업적은 <진리의 발견>에서 읽은 바 있어서 찌질한 바이런의 푸념 부분을 읽을 땐 풋, 하고 웃어주었다. 사생활 속의 딜레마에 빠진 (자유사상가이지만 남자에게 매인) 메리 셸리를 아주 가깝게 만난 느낌이 들지만 그녀를 그저 만 16세 '소녀'로 칭하는 것과 제목에 '남편'을 올려 놓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 오마주는 시작하려다 만 느낌. 궁금하면 읽을 수도 있겠지만 뭐 굳이 .... 란 감상. 



남자의 오명이 뒤집어쓴 오물 같은 것이라면, 여자의 오명은 낙인찍히는 것이었다. - P207

퍼시가 무어라 말하든, 해리엇은 합법적인 아내이자 피해자였고, 그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괴물은 메리와 그 자매들일 터였다. 한 집안의 세 자매가 번갈아 한 남자에게 유혹당하다니. ‘셸리부인‘의 눈에는 메리와 그 자매들이 마치 신화 속의 괴물 자매, 고르곤 세 자매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괴물이었을까.
우리는, 그리고 당신은, 어쩌다가 괴물이 되어 버린 걸까.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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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14장에서 스포는 이미 당했고 저자인 조지 엘리엇의 개인사를 소설에 투사해 해석하는 것에 거부감마저 들었지만 앨리엇의 대표작 <미들마치>보다는 얇아서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에서 만나는 아홉 살 매기는 빗기기 힘든 억센 검정 머리칼에 어두운 피부, 말은 안듣는데 글은 잘 읽는 똘똘한 아이다. 아버지 친구가 놀러왔을 땐 총명함을 빛내며 <악마의 역사>를 읽는다. 어린아이가 읽기에 이건 좀...하는 아저씨에게 검은 몸에 빨간 눈을 한 악마의 모습 그림을 내보이며 설명도 당차게 한다. 매기 아버지는 그 책이 고급 장정에 세일이라서 사주었을 뿐인데. 이토록 총명하고 사랑스런 딸이지만 "아, 얘가 아들이었어야 했는데"가 아빠의 속 마음이다. "어릴 땐 해가 될 게 없지만, 너무 똑똑한 여자 애는 꼬리 긴 양보다 나을 게 없지. 그렇다고 값을 더 받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머리 모양 흉을 들으면 승질 내며 자기 머리칼을 잘라버리는 아이, 금발인 사촌 루시에게 골을 부리는 아이, 세살 위 오빠 톰에 비해 차별 당하는 걸 의식하는 아이, 구박당하느니 집시의 여왕이 되겠다고 가출하는 꼬마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재미가 없겠냐고요!!! 


그런데 어째 쎄하긴 했다. 아홉살 아이가, 오빠랑 뛰댕기며 노는 게 제일 좋은 어린이라지만 '난 똑똑한 여자가 될거야'라는 결심을 하며 책읽기를 즐기는 아이가 어떻게 나중에 커서 오빠랑 한 집에 살며 수발을 드는 장래 희망을 가질 수가 있지?? 싸우다가도 금방 기권하면서, 오빠, 나 미워하지마, 라며 매달린다. 아홉살 열두살 열네살 매기는 내내 그런다. 아이 돈 언더스탠 허. 


이 소설은 저자의 개인사에 바탕해서 (저자가 유부남 편집자와 공공연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를 '남편'이라고 칭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가족에게선 의절을 당한다) 남매의 '궁극적 화해'를 아름다운 자연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렸다고 하.지.만. 매기가 목매는 절대적 가치는, 부모가 편애하는 오빠, 자신을 여자라고 무시하는 오빠를 향한 더없는 사랑??? 모든 선악, 행불행의 기준이 바로 그 오빠 (그리고 그 이전엔 아빠, 엄마와 이모들이 다 못났다고 구박하는 매기 자신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의 인정???? 이랍니다.


매기네 집은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강물 사용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일어난다. 매기 아버지는 소송에 지고 파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과한 '자신감'이 일을 그르쳐버린다. 그러니 이 소설은 아버지의 몰락 후 자식들이 분투하며 가세를 일으키는 이야기이긴 한데 매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선 능력있는 어머니의 사후에 아버지가 넋을 놓아버리자 스칼렛이 팔을 걷어부친다 (그리고 연애와 결혼을 삼세 번 한다). 90년대 드라마 <엄마의 바다>에선 아버지의 파산, 사망 후 생활력 없는 어머니를 보호하며 장녀(고현정 분)가 생활 전선에 뛰어 뜬다 (그리고 연애를 한다). 여기서 매기는, 너무 어린 (중2쯤 나이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 두고 여러가지 일(교사일 포함)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일자리를 가기 전에 스무 살 즈음에 고향에 돌아온다. 그녀는 더이상 몬난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억세고 엉켜있던 머리칼도 말을 잘 들어서 엄마가 좋아한다. 이젠 엄마 말에 대들지도 않아서 엄마는 '니가 이렇게 이뻐질줄 몰랐다'라고 감탄한다. 도도한 부자 이모들도 다들 칭찬+참견이다. 니가 무슨 일을 한다고 그러니? 이젠 얌전히 있다가 시집이나 ... 


한편, 오빠 톰도 더이상 공부 못하는 멍청이에 개구장이 도련님이 아니라 세상 현실에 눈떠 돈을 모으고 가장 역할을 한다. 아버지의 무모함과 어머니의 '여성성'을 측은히 여기며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전념이다. 더해서 하나 있는 여동생을 아끼고 챙기라는 아버지 유언에 따라 동생을 '통제'한다. 그래서 여동생은 필립, 스티븐과의 관계도 오빠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만 한다. 


내가 가장 짜증난 부분이 여기다. 매기는 소설 내내 어깨에 아빠와 오빠를 얹어놓고 있다. 필립과 스티븐이 그녀에게 접근해 사이가 애틋해질 때도 그렇다. 오빠나 루시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가족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양심과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매기는 이 두 남자들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딱 한 번, 매기가 고모네 집에 다녀오는 길에 자신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그래서 피해자들이 생긴다면, 그런다고 안될 일이 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뿐. 매기는 자신의 행동에 진심을 두지 않고 계속 눈치를 보고 핑계를 댄다. 그래도 상황은 꼬이고 그녀의 평판은 땅에 떨어진다. 이 모든 게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적 사회 규범 때문이라고??? 매기의 어정쩡함 탓이 아니라? 


매기의 비참한 처지에대해 저자는 사회 여론을 만드는 부인네들의 편견,고집을 공들여 비난하고 그에 '힘없이' 따르는 남자들을 감싼다. 필립은 툭하면 '자살할래'를 입에 올리고 스티븐은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매기의 매력에 넘어간 불쌍한 사람이 된다. 이들은 저자의 눈에 매기의 자만심에 희생당한 순정남들이다. 남자들은 가산을 탕진해도 위로가 필요하며 부인네들은 편협하고 이기적인 존재들이라 생각없이 그저 남편과 '아들~'을 부르며 울기만 한다. (예전 드라마 <아들과 딸>이 떠오르는데 매기는 후남이처럼 독립적이지 않다. 그저 자신이 진실하면 된다, 다들 선함을 알아줄거다, 라고 고집만 부린다.) 그러니 남편도 아들도 없는 여자는 사회라는 뭍에서 설 곳이 없고 물에 빠지는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저자 조지 엘리엇도 설 곳이 없었다. 그녀가 남자 이름을 쓰는 것도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마지막 장면은 피할 수 없는 귀결로 보이지만, 애초부터 톰 오빠는 매기를 아끼지도 않았다. 그의 분노는 자신의 가부장 위치에 대한 매기의 반항(이라지만 매기의 반항 의지는 빠지고 부재 상태임. 소설 내내 매기의 의지는 '도망가기'에만 적용된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아, 그러니 저자가 보기엔 톰 오빠도 다시 불쌍해진다. 


하지만 정말 불쌍한 건 나라고요. 첨에 맘을 다 매기에게 주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당해서, 일요일에 헛헛한 마음으로 유툽 다큐도 찾아봤는데도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저자 조지 엘리엇은 지적인 성취와 현실 연애는 자신이 하고 극적인 남매의 화해는 매기 몫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보수적' 사회의 용인은 끝까지 받지 못했다.


이 BBC 다큐는 진짜로 소설 스포입니다. 그래도 조지 엘리엇의 육필 원고를 보여주는 멋진 스포일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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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지 앨리엇은 어차피 읽긴 할건데 음 이런 내용이군요.
매기에게 맘주지 않고 읽기 시작해야겠습니다. ^^

Falstaff 2022-09-25 17:35   좋아요 3 | URL
그게..... 마음 주지 않기가 쉽지 않으실 거 같은 걸요. ^^

유부만두 2022-09-25 17:5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초반에 홀랑 빠져서 읽게 돼요. 이야기가 흥미진진 꽤 속도감 있게 펼쳐지거든요.

바람돌이 2022-09-25 19:11   좋아요 3 | URL
그럼 배신당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는걸로.... ㅎㅎ

단발머리 2022-10-10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링크 보물입니다. 저 지금 밖이라서 집에 가서 볼게요!! 만세!!!

유부만두 2022-10-11 16:21   좋아요 0 | URL
저 링크 좋아요. 그런데 스포일러 범벅이니 먼저 책을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욕하면서 읽는 그 맛, 바로 조지 엘리엇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