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한숨을 쉰다, 는 문장에서 내 맘이 무너졌다. 바게트 빵을 사왔다.

 

급할 땐 전자책. 예상보단 (어쩌면 리뷰를 내 맘대로 읽은 탓이겠지만) 인생이야기가 더 맵고 짜다.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열살도 안된 남매 이야기는, 겨우겨우 힘들게 읽었다.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가 떠오르기도 하고) 책을 다 읽도록 아이 엄마나 아빠에대한 박한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나이들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는 뻔한 이야기는 얼마나 잔인한가. 아이들은 그냥 계속 당하고 다치고 원망도 못한다니. 가정에서도 집 밖에서도 취약하게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 분노를 자신에게 터뜨리고 결국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다. 어른은 어른대로 휘청거리고 그 사이에서 시간이 지나면 몸만 훌쩍 자라는 아이들.

 

그 모든 아픔이 부엌에서, 음식에서 치유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샤의 부엌에서도 내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지 않은 것은 사샤의 고집 위에서 진행되는 그녀의 '다국적 음식 탐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샤 엄마의 식초와 오일 처럼 (식초는 소독을 한다며 중국 음식 위에 뿌려대는 엄마) 그 고집스러움은 책 전체에서 '이건 내 책이에요, 비판은 사절'이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헛헛한 그녀의 인생과 마음에 시작한 블로그니까 그녀가 바라는 건 칭찬과 응원이다. 남편과의 만남을 로맨틱하게 '문학적으로' 그려내고 싶어한 저자의 귀여운 욕심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방식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블로그가 아닌 책을 읽었으니 그 기대치가 다를 수 밖에. 영화 같은 전개에 딱맞춘 거대한 파티 장면은 눈에 보일 것 같다. 정말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네 했다가, 초반 아이들의 고생스러운 이야기에 고개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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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3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3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의 하늘 말 나리 꽃은 소희다. 주위가 아무리 소란해도 자신을 보살피는 아이, 자신을 사랑해서 꼿꼿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 혼자 사는 어른 여성인 미르의 엄마를 보며 본받고 싶어하는 아이. 초경 후엔 혼자만의 비밀일기를 적는 아이. 외로운 다른 아이를 보곤 자신 같다고, 깜깜한 하늘의 작은 별 같다고 생각하는 아이. 아기일 때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해서 떠난 아이. 사진마다 엄마 얼굴은 오려내져서 그리워할 엄마도 엄마를 미워할 만큼의 추억도 없는 아이. 학년마다 반장을 하는 반듯한 아이, 책을 많이 읽고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쇠약해지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이, 낡은 옷을 입고 작은 아버지가 보내주는 생활비를 아껴쓰는 아이. 어른들의 측은한 말이나 눈길이 싫은 아이, 꿋꿋하게 바르게 살려고 안간힘 쓰는 어른인척 구는 아이, 혼자 자신에게 말을 걸고 바르게 하는지 늘 자신을 검사하는 아이, 몇달 차이나는 동네 친구를 누나처럼 돌봐주는 아이, 함께 사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자신을 짐짝의 혹 쯤으로 여기는 작은 엄마 작은 어버지 집에서 살아야하는 아이. 그 결정도 작은 아바지를 위해서 내린 아이. 떠나면서 친구에게 비밀일기장을 건네는 아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아이. 작은집에 가면 사촌동생들을 잘 돌봐주겠다고, 작은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하고 쓸모있는 아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아이. 아이가 아닌 아이. 아이일 수 있는 자유와 여유를 가지지 못한 아이, 소희. 하늘말나리 처럼 하늘을 보는 아이. 하지만 소희를 위한 하늘, 미래는 어떨지 상상이 힘들다.

어쩌면 작가가 아이들 속에 숨겨놓은 어른, 소희. 아름다운 묘사와 꽃 이야기, 억울한 은영이네 이야기와 더불어 소희는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측은함과 거리감만 느끼게 하는 인물이라 나라도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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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물욕의 최고봉, 부동산을 다룬다. 택배업으로 황천과 이승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재판장까지 다녀오고, 뭣보다 속썩이는 인간들 때문에 목숨이 아흔아홉 이라도 모자른 꽃님이는, 속도 좋지, 다시 한 번 가장 임무를 짊어지고 취직을 하는데 이젠 딸린 식구가 더 늘었다. (은근 세오 아줌마 철없고 '인간적'이네. 금사빠란 점도 마음에 들지만 정체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서....옆엔 오지 말아줘요) 침식제공이라는 별천지에선 모든 계약을 말 그래도 믿지말라는 교훈을 얻게되고, 혼이 가벼운 것과 욕심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된다. 자세한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스포라 꾹꾹 참는다.

 

집에 대한 메리의 갈망이 그리 컸던지, 결국 머리 뉘일 '집'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집, 가족, 그 안에서 쉴 수 있는 나와 너. 영화 '다운사이징'과 '로또청약' 뉴스를 떠올리며 어른의 눈으로 읽는 3권은 씁쓸한 패러디이고 풍자, 또한 철학이기도 하다. (철학 몰름미다. 어쩐지 심각하고 의미가 마나 보엿써요) 깨끗하고 반듯한 곳에서 가짜라도 푸른 하늘을 이고 사는 삶에는 쥐어짜는 노동이 필요하고, 대출금 갚는 계약에서 노동 시간은 의미 없고 영원히 이자는 불어가는 마이너스 인생. 그래도 카르페 디엠이라고 정신승리하며 사고 카드 긁고 다시 일터로 가는 사람들, 아니 '넋놓아 가벼운' 사람들. 스타** 카페에 앉아 삼* 카드 할인 받아 *성 컴퓨터로 이*트에서 장봐서 삼**미안 아파트로 배달 시키는 어느 아줌마 같기만하고. 롯*라고 뭐 다르고 *대 카드라고 나을소냐. ...다 무너져버렷! 이야기 안에서라도!

 

심오한 만큼 1권에서 처럼 혼을 쏘옥, 맘을 쫙 빨아들이지는 않고 이승 현실의 비중이 줄어서 위태로운 기분도 들었지만 메리네는 이승에서 시작해서 황천과 별천지까지 경계를 넓혀가며 발자욱을 찍는다. 작가는 반지하집 곰팡이와 거미줄에서 저 먼 하늘의 은하수까지, 현생과 어쩌면 과거, 그리고 먼 미래까지 내 눈길을 이끌어주었다. 고양이 꽃님이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며, 가족과 이웃도 새삼 소중해졌고, 이승의 물욕이 지긋지긋해지고 내 생활의 자본없는 자본주의에 환멸이 느껴질 때 다시 읽으려고 생각한다. 보린 작가님네 고양이 좀 쉬었다가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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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꽃님이 가장이 이번에는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아쉽지만 사업가가 아니라 배송담당이다. 하지말라면 더 하고 몰라도 된다면 묻고 캐내는 메리. 보일러 방 뒤쪽에서 택배사무실을 찾아냈다. 초대형 사이즈의 공벌레, 돈벌레, 노린재들이 거미줄, 곰팡이 손들과 정신없이 박스를 분류하고 송장을 찍고 쌓는다. 바쁘고 바쁘고, 나누고 나누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더니 천방지축 메리와 아빠 병호씨의 손을 빌리다 황천쪽 비밀의 문을 연다. 쫘쫜. 택배 상자를 받아본 적 없는 메리는 이 모든 물건, 쇼핑 세계에 빠져들다 그 정점에서 대형 장삿꾼 혹은 사기꾼을 만난다. 한바탕 난리법석!

사람들과 영물들은 황천이나 이승이나 물건을 사고 쌓고 버린다. 금세 잊고 또 주문한다. 멀쩡한 물건을 버려 쌓인 것들은 산을 이루고 무너져 길을 덮는다. 1부의 (따져보면 끔찍한 호러용품인) 인두겁에 이어 ‘요지경’이 혼을 빼앗을 지경이되는데 의외로 수배범 까마귀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잠깐 웅얼거리는 꽃님이의 과거는 슬픈 생각도 조금 들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여긴 이승이 아니여! 2부는 사람의 세상을 훌쩍 넘어서서 벌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저쪽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괴물 혹은 저승사자 등에도 적응이 되었는지 덜 놀라지만 현실의 끈은 한 손으로 꼭 잡고 있어야 한다. 메리 친구들은 이 모든 구경거리를 그저 꿈으로 기억하겠지. 아빠 병호씨의 노래솜씨는 하나도 나아지지않고 메리의 숨겨진 농부 재능이 빛난다. 어쩐지 아침을 알리는 '수탉'이 3권에선 큰 일을 해낼 것만 같고 같고, 기대가 크고 크고.

마루에 쌓여있는 내 물욕의 상징, 택배 박스들과 책들... 내가 꽃님이 2권을 읽었다고 지난날을 반성할 날이 올까...? 뭐 꼭 반성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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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3-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 안 하셔도 되요, 암요, 암요, 그럼요.
저도 어제 저녁에 두 박스를 받았고, 오늘 한 개의 책박스가 있고... ㅎㅎ 그렇습니다.

택배 아저씨라면 일전에 건너건너 아는 동네분이 남편보다 얼굴을 더 자주 보는 사람이라고 ㅎㅎㅎ
그런 얘기가 생각나네요.

고양이 가장들의 기묘한 돈벌이는 계속 이어집니다^^

유부만두 2018-03-31 08:21   좋아요 0 | URL
고양이 가장 3권까지 다 읽었어요! 물욕의 극한 부동산과 생산 유통업을 읽고 나니 그저 이 세상은 답이 없다 싶기도 하고요. 이 시리즈 은근 철학책 같기도 하고요 (아, 단발머리님께 감히 철학을 ....)

택배는 어제도 오늘도 왔습니다만 (다 책은 아니에요!) 이런 습관 택배 덕에 배부른 사람 (공공씨) 따로 있고 택배원들은 허리가 무너진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래저래 물욕이 세상을 망칩니다. ㅜ ㅜ 반성.

토요일이라 혼자 일어나서 책읽고 있어요. 단발머리님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2월에 사서 초반을 조금 읽다 둔 걸 꺼내서 마저 읽었다. 젊잖다. 중고생 사춘기 격동기의 독자를 겨냥했다는데 호수처럼 고요하고 산새 소리 들리도록 평화롭다. 글은 단정하고 깨끗한데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거나 틀에 박히지 않다. 멀리 보고 지금을 참아라, 라고 하는 대신 길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준다. 틀에 박힌건가?

 

청소년 대상 도서라고 쉽고 가벼운 문장을 쓰는 대신 제대로 된 언어로 마음을 건네고 천천히 생각하게 도와준다. 이 책을 청소년들이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해서 완독하지 못하리라 예단하는 내가 꼰대다. 아이들은 독립하는 중이고, 성장하고 있다. 예전의 아기 시절 모습을 붙잡고 애틋해하는 엄마 아빠들이 문제다. 부모들도 좀 달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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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들 달래주는 책은 유부만두 님이 써줘요~~~~!!

유부만두 2018-03-29 19:09   좋아요 0 | URL
제 맘도 못달래는 바본데요?

단발머리 2018-03-2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모들 달래주는 책은 유부만두님이 써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유부만두 2018-03-29 19:09   좋아요 0 | URL
친구님들 왜이러시는지 몰라요. 몰라요. 저 좀 달래주시라요.

psyche 2018-03-3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여기서 조르면 되는 건가? ㅎㅎ 부모 달래주는 책 유부만두가 써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유부만두 2018-03-31 08:18   좋아요 0 | URL
언니는 내가 얼마나 징징대는 엄마인지 다 아시면서 .... 언니님이야말로 뭔가를 풀어내실 분 아니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