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식구들은 늦잠을 자는데 나는 괜히 일찍 일어나서 부엌을 서성거렸다. 어젠 만보를 넘게 걸었더니 아직도 발바닥이 아프다. 다리가 짝짝이라 그런가, 운동 부족 탓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읽던 책 '모모푸쿠'를 마저 읽었다. 입에 침이 고인다. 뭐람 이런 파블로프의 개 같은 상황.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전통에 집착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창의적으로, 때론 또라이 같은 방법으로, 보다 낮은 가격에 많은 양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식당을 만드는, 그것도 지쳐 나가떨어지게 열정을 쏟아부은 (어쩌면 우리 나라 백종원 같은 느낌도 드는 조금 더 젊은) 데이비드 챙. 그가 들려준 식당 열기와 음식 메뉴 이야기는 재미있고 맛도 있(어보인)다.

 

'밑줄긋기'

지방에 지방만큼 더 좋은 짝이 없다.

 

연습을 많이 할 수록 운이 좋아지는 거겠죠.

 

너무 숭고한 나머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요리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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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신 커피는 체인점이었지만 꽤 맛있었다. 오랜만에 마신 시고 쓰고 단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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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초등학생일 때도 함께 읽었고, 이번엔 막내 학교 필독서라 다시 읽었다. 예전 책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샀는데 연두색 표지를 기억했지만 노란색 책이다. 밝고 밝은 노란색.

 

의미없는 먹고 먹는 삶을 살다 '생각'을 하게 되는 호랑 애벌레. 길을 떠나서 벌레들의 기둥에 끼어들고 악착같이 기어 오른다. 짓밟고 엉키는 와중에 노란 애벌레의 눈과 만난다. 둘이서 내려와 편안한 자연의 삶을 잠시 즐기다가 호랑 애벌레는 다시 '생각'을 하고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다시 기둥으로 돌아가는 호랑 애벌레. 의미는 다른 곳,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용기를 내서 꼬치를 짓는 노란 애벌레.

 

해피 엔딩, 수천 개의 기둥 들은 허물어지고 짓밟히고 떨어져 죽을 수 있었던 애벌레들은 나비가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 줄 '의미'를 품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마지막 장면.

 

학교에서 이 책을 함께 읽는 아이들은 경쟁의 기둥을 입시경쟁으로 받아들이겠지. 그럼 애벌레가 되기 위해 참고 고립하는 일시적인 죽음, 꼬치 단계는 무어라 이해할까. (제발 고3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막내의 애창곡 '나는 나비'가 생각난다. 샤우팅 창법으로 연달아 세 번 부르고 목이 쉬어버리는 막내. 나비란다. 그래 나비. 훨훨 날아야지.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과 사마귀를 피해서 날아서 꽃을 찾아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지금은 토요일 늦잠을 즐기며 애벌레처럼 이불로 몸을 싸매고 누워있는 나의 나비.

 

 

https://youtu.be/OLAqv_Zbo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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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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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보여줘야할 세상과 태도를 말하는 책. 예의 바르나 단호하며 밝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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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작가의 신간이라 바로 주문했는데 동화가 아니라 '동화 쓰는 법'이다. 이야기가 아니라 실망은 했지만 동화, 라는 장르에 대한 정의와 동화 작가가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실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의 부제처럼 춤 출 때 스텝 밟기에 빗대어 이야기, 아니 동화 작법 기술을 하나씩 풀어 놓는데 꽤 재미있어서 댄스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얼마전 읽은 the Art of the Fiction , 소설 작법 책과 겹치기도 한다. 다만 동화는 그 대상이 어린이, 초등학생으로 설정될뿐. 하지만 초등 1학년과 6학년이 얼마나 다른지 또 여학생과 남학생 차이를 생각하면 동화가 그냥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 아니란 걸, 그러니 대강 쉽게 착하고 좋게 좋게만 쓰고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인공과 갈등, 서사와 배경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에 특히 공감했다. 어린이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절망과 고난을 쏟아부어 동정심으로 대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말. 장애아나 결손 가족의 아이들,  학교 폭력의 피해자, 빈곤층 아이들에 대해 틀에 박힌 이야기와 쉬운 결말을 만들지 말라는 말. 동화 속 세계에서 그럴만한 이유와 정당성, 핍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말. 주인공이 자신만의 의지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 독자와 밀당을 하라는 말. 동화와 어린이를 게으르고 깔보는 태도로 대하지 말라는 말. 그래요, 맞아요! 독자로서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해요!

 

판에 박힌 뻔한 설정과 인물들은 모두를 식상하고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동안 동화를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설명되었으니 이제 시시한 동화는 더 잘 흉볼 수 있게 되었다. 책 뒤에 실린 100권의 동화책 목록과 10권의 동화 이론서 목록은 값진 보석 처럼 반짝인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이야기를 향한 애정, 그리고 부지런하고 용감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진 동화 작가들의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계속 읽을 거니까. 동화를 . 내 나이는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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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06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현을 검색해보러 갑니다. 슝-

다락방 2018-03-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이 엄청 좋아하시던 푸른사자 와니니의 작가시군요!

유부만두 2018-03-07 07:00   좋아요 0 | URL
네! 다시 한 번, ‘푸른사자 와니니‘ 추천하고 싶어요! ^^

다락방 2018-03-07 07:40   좋아요 0 | URL
이번 지름엔 꼭!! 넣겠어요!! 💪

희망찬샘 2018-03-1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덕분에 정말로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기뻐요. 님 아니었다면, 이 책을 언제 만날 수 있었을까요? 동화를 좋아하시는 유부만두님같은 벗을 만난 것은 더더 기뻐요~~~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18-03-11 20:06   좋아요 0 | URL
좋아하시니 제가 더 기뻐요!!! 희망찬샘님께선 누구보다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실 거라 믿었거등요! 벗이라 불러주셔서 감동이구요! ^^
 

이십대의 레누와 릴라의 삶이 그려진다. 어쩐지 릴라의 미친 행보를 한 박자 늦게 따라가는 듯한 레누. 노조와 사회주의 운동,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더하고 함께 고민하지만 절대 휘둘리지 않는 릴라와 어쩐지 모두를 편한대로 이용하지만 아닌척, 속으로는 온갖 고민과 열등감, 혹은 욕망과 엉뚱한 망상을 끌어안은 레누.

 

외.완.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라는 새 공식을 배웠다. 농부 니노, 여러 여인들과 사랑하는 니노, Like father, like son.

 

사건과 인물들이 티나게 계산적으로 배치되어서 3권은 레누와 릴라, 그리고 니노 외의 다른이들은 역할을 위해 놓인 인형 같고 덜 생생하다. 주말 드라마 속 인물들 처럼 저들끼리 얽히고 섥혀서 '아, 옛날이여'를 반복하며 관계와 욕심들이 꼬인지라 자꾸 발이 걸려 넘어질 것만 같다. 이제 남은 삼십 년 동안의 세월 동안 다시 레누와 릴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던진 것들을 수습하고 (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상처 주며 다치겠지. 그 누구보다 시뇨르 페란테를 기다리고 있다.

 

많이 힘들게 읽었다. 인물들이 이기적이고 짜증나도록 제 욕심을 남탓으로 돌린다. 폭력과 무지함, 뻔뻔함과 억지가 넘친다. 그 상황들이 지금 내가 사는 시간과 공간에 겹쳐지기도 해서 섬찟하다. 게다가 이태리, 그것도 나폴리 이야기인데 음식 이야기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서 읽는 맛이 없다. 자기들끼리만 먹고 마시는데 그게 어떤 맛인지 좀 나눠주질 않아. 레누의 사람에 대한 인상도 외모 평가로만 반복되어서 그녀에 대한 내 의리가 무너진다. 키가 크고 옷 잘입고 머리결이 좋아야만 사람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피에트로 처럼 공부를 잘해야 하는건가요. 야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도 뭐 그닥 아름답지 않았다. 그나마 그녀의 육아 스트레스와 고난에 동감했기에 4권은 읽어야겠지. 그런데 벌써 부담으로 다가오는 책, 이라면 읽지 말까.

 

1, 2권의 생생한 이야기가 이리 망가지다니,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나폴리 피자 대신 비빔국수를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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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3-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을 잡았어요. 이왕 잡았으니 내용이 궁금해서 읽긴 읽어야 하는데 목이 넘 아파요ㅜㅜ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들이 이젠 좀 벌써 피곤해져서 잡았다가 다른 책 좀 읽었다가~~ㅋㅋ

비빔국수 아침인데도 군침 넘어가네요^^

유부만두 2018-03-05 09:57   좋아요 1 | URL
3권 읽으면서 늙은 기분이에요. ㅎㅎㅎ

비빔국수에 맥주 마셨더니 아침에 퉁퉁만두가 되었어요.

단발머리 2018-03-05 10:09   좋아요 2 | URL
전.... 레누 때문에 좀 그랬어요.
왜 이렇게 릴라에게 매달리는지 잘 모르겠구요. 자꾸 제가 레누가 되서는 릴라를 미워하곤 했습니다.
두 분의 나폴리 일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4권은 비닐포장임을 다시 한 번 안내드리며~~~
그나저나...

외. 완. 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이거 어쩐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3-05 14:3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맞아요. 레누 땜에 속도 터지구요, 얘가 왜이리 엉뚱하게 구는지 납득이 안돼더라구요. 그리고 레누가 은근 속물이쟈나요.

외.완.니. 이건 어쩔 수 없는 팩트 같아요. 비니루에 싸여있다는 4권도 그걸 확인해줄거 같아요. 아 그런데 너무 지쳐서 좀 다른 이야기들로 쉬었다가 읽을래요. 나폴리 사람들 느무 쎄요.

공쟝쟝 2022-09-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는 아직 다 읽진 않았고 현재 레누-니노 잤습니다. (레누에게 완존 이입해서 그럴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하다가.... 결국 잤잤...ㅜㅜ 되니까 으아아.. 대체 니노 나도 맛좀보자ㅋㅋㅋ 엥?ㅋㅋㅋㅋ) 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란 그런 거 아니겠스빈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