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만 한 조막이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5
이현 지음, 권문희 그림 / 휴먼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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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굴 비유로 쓰이는 말, '조막'은 주먹의 옛말이다. 주먹만큼 작은 아이, 조막이 이야기를 읽었다. 우리나라 판 엄지공주 같달까, 하지만 다른 동화책의 조막이 보다 이현 작가님의 조막이는 조금 더 크다. 다행히. 서당에 다닐 만큼, 친구 심부름을 다닐 만큼, 도적떼가 주머니에 쏙 넣는 대신 다른 걸 덮어 씌워 잡아갈 만큼, 새가 채 가거나 소가 먹어버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입던 옷이 작아져서 소매가 쑤욱 배가 빼꼼 나올 만큼. 그리고 세상이 심심해서 꾀를 쓰고 장난을 칠 만큼.

 

조막이가 아이들보다는 엄청 작지만 그나마 키가 큰 비법은 '잠'이었다. 자고 또 자고 게으르게 뒹굴거리고 밍그적 거리는 이 잠뽀가 어쩐지 낯 익었어.... 지금 군대 가 있는 우리집 큰 애...키도 친구들 보다 작아서 맘이 짠했는데 잠도 많고 침대에서 늘 뒹굴어서 Bed Boy 였던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고 보초도 선다고 한다. 네 손에 우리 나라 국방이 달린게냐. 남북 관계가 '봄이 온다'지만 이 엄마는 잠이 잘 안온다. 이등병 잘 해야 한다.

 

세상에 나온 방식도 별나고 산골의 저 깊은 곳에서 부모 사랑 담뿍 받다가 슬픈 사연 안고 마을로 내려와 고생하며 사는 조막이네 가족. 뻔하세요? 흔한 전래동화, 조막이의 용기와 모험, 효도와 보은 이야기 같다구요? 아닌데요? 이건 .... 페미니스트이며 미래학자인 서당 훈장과 동네 아이들, 학교 내의 권력 관계 재고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평범치 않은 심리극, 박첨지와 결탁된 비리 공권력 패주기, 토지공개념과 아나키스트 재해석, 증시의 선물교환과 경제 교실 이야기, 고정관념의 위험성에 대한 걸랑요? 그렇고 그런 어린이 주인공이 나쁜 사람 혼내주고 성공해서 부모 어깨 뽕 넣어주는 전래동화로 아셨구나. 촌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읽는다고 애들이 깨달아서 스스로 공부하고 효도할 ... 리가 없잖아요. 아시면서. 그냥 재밌고 많이 똑똑한 이야기를 읽게 하는 게 더 나아요. 똘똘한 조막이, 남과 다른 조막이, 그런데 기죽지 않고 건강한 조막이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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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6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 한 편의 글을 책으로 묶어서 이 값을 받냐?! 는 논란을 서점 직원에게 들었다. '이걸 사시네요?' 네. 제가 호기심 빼면 지방 덩어리입니다.

 

카트 멘시크의 그림의 존재감이 크다. 하루키의 글에 곁들인 삽화 정도가 아니라 그림은 그림대로, 그리고 하루키의 글에 더해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흡사 그래픽 노블을 읽는 기분. 색다른 건 글에서도 느껴진다. 양윤옥 역자의 번역인데도 예전의 '일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서양 음식과 서양 음악이 나와도 일본 문장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다르다. 일본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일까. 애써 일본을 지워 코스모폴리탄 소설이 되려고 했나, 하고 생각하면 그제서야 일본 하루키 느낌이 난다. 하루키가 편집했다는 2004년판 영어책의 다른 이야기들과 함께 엮었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벌어졌다. 일상과 전통은 단 한 번 깨졌고 스무 살 생일은 단 한 번이다. 그 젊은 날, 법적 성인이 되는 그 마법 같은 날의 '소녀'에 이토록 집착하는 건....늙은이 뿐. 붉은 포도주 대신 새로나온 여름 음료를 마시면서 폼을 잡아보았다. 하루키 읽는 맛의 절반이 겉멋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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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4-1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어떤가요? 추천하시나요?

유부만두 2018-04-16 07: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얇은 책이지만 가볍지 않다. 기간과 돈을 들여 순수하게 재미로 ‘파는‘ 장르인 스릴러에 대한 저자 이다혜 님의 내공이 빛난다.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은 저자의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고 스릴러 소설 만큼이나 ‘끓어’ 한번에 내리 읽을 수 있다.

스릴러, 라는 장르의 정의로 시작해서 개략적인 역사와 의미있는 작품들을 따져본다. 왜 재미가 있었고 어떻게 클래식이 되었는지. 스릴러의 광활한 범위와 더불어 유행의 변이도 그려내는데 스릴러가 범죄를 다루는 만큼 작품을 탄생시킨 사회문제를 들여다 본다.

남편은 좀비와 공포물을 좋아하는데 판타지 쪽으로 치우친 편이고 나는 시리얼 킬러물과 사이코패스 물을 즐긴다. (밝고 맑은 동심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표지의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멀쩡한 사람 속에선 어떤 피칠갑한 괴물이 도끼 들고 설치는지 스릴러도 다 그려내지는 못한다. 결국 스릴러의 한계와 취미 혹은 쾌락의 의미와 책임을 피하지 말고 고민해야한다. 현실, 논픽션에 와닿는 스릴러.

저자가 강하게 추천한 몇 작품은 따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어느 비오는 날, 문은 이중 삼중으로 잠그고 전화기는 무음으로 옆에 둔 상태로 (주머니엔 씨리얼 바) 읽어야지.


아 깜딱이야. 남편이 전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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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가 울려서 스릴러일까요?
전화 한 사람이 남편이어서 스릴러일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4-13 23:26   좋아요 0 | URL
헉...예리한 형사님!
둘 다에요....

psyche 2018-04-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 그리고 강력하게 추천한 책 살짝 귀뜸 좀....

유부만두 2018-04-16 07:49   좋아요 0 | URL
네. 따로 톡 드릴게요.
 

172쪽 표현 고쳐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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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8-04-1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다 넘어갔다는게..

유부만두 2018-04-12 20:04   좋아요 0 | URL
그쵸?....

북극곰 2018-04-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옳소!
 

색을 잃는다는 건 선택과 자유, 그리고 인간성을 잃는다는 것과 동일하다, 는 생각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어딘지 괴짜인 열두 살 소년. 빨간 두건으로 얼굴 가리고 다니는 130년 후 미래 세상의 아이. 핵전쟁 참사 후 100년의 암흑기를 지났고 남아있는 인간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통합국 '미르국'을 세워 평화롭게 살고있다. (왜 미르, 하면 자꾸 다른 사람이 생각나고 그르지요?) 저 바깥 세상은 오염되고 황폐한 곳이라 안전한 미르국 '내'에서만 첨단 기술과 완벽한 기술 및 제도로 보호받는 인간들. 그런줄 알았지만. 띠로리.

 

상민의 엄마는 로봇, 할리의 제조자였고 늘 바쁘고 차가운 엄마였다. 큰 일 하시는 분이니 방해를 해서도 투정을 부려서도 안됐다. 그나마 친절한 운전사 할리 제이슨이 상민의 곁을 지켜준다. 아침마다 학교에서 강제로 급식하는 바누슈슈, 의식을 잃었던 친구 제제가 할리가 된 사실과 새 대통령이 실은 할리라는 비밀을 알게된 상민이는 도망쳐 나와버린다. 제이슨과 함께. 가출 서사. 빠라밤.

 

이제 어디로 가는가. 미르국 바깥으로. 방사능 오염으로 찌든 불모의 땅인줄만 알았던 바깥에 바다가, 깨끗한 해변의 우사카 섬이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에 형형색색의 숲과 동물들. 그리고 자연치유까지. 마더 어셈블러 기계와 여왕 개미의 비유, 할리와 인간. 문명과 자연의 이분법으로 보이지만 결국 전쟁과 화합이라는 무거운 주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안겨주며 소설은 끝난다.

 

한 줄에 한 문장. 짧고 빠른 호흡,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독자를 몰아가기 때문에 우리집 열두 살 소년은 흠뻑 빠져서 읽고 '엄마, 이거 읽으세요. 꼭 읽으세요' 독촉했다. 읽다보니 아이의 마음을 알 것도 같더라. 냉정한 엄마, 자신의 복제품으로서의 자식을 원하는 엄마,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자식을 '죽여 버리'기도 하는 엄마 이야기. 하하하 공부가 그리 싫고 매일매일이 섪더냐.

 

사랑을 믿고, 모든 걸 의심하고 네 자신을 찾아라. 이건 뭐 코기토 에르고 숨. ...  지나치게 안전하고 건전한 주제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초반부터 (제이슨 (본?)의 아이덴디티는 눈치챘고) the Giver 기억전달자달빛 마신 소녀와 비슷해서 몰입이 힘들었다. 초반에 던져놓은 여러 소재들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끝내버리고 한국 특유의 정서, 핏줄이 최고,라는 믿음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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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8-04-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저도 읽자마자 뭔가 어디서 읽고 많이 붙여 놓은 동화같단 생각을 했어요.-0-마지막에 유부만두님께서 하신 말씀 제가 쓴 글인줄..그래도 꼭 애들이랑 읽어보고 싶네요.^^

유부만두 2018-04-12 20:05   좋아요 0 | URL
제가 클라이막스는 일부러 숨겼어요. 흐름이 빠르고 감정표현이 즉각적이라 아이들이 ‘시원하게’ 여기며 읽어요. ^^

단발머리 2018-04-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빛 마신 소녀>는 사 놓기만 하고 아직 못 읽었고, <더 기버>라면....
아아~~ <더 기버>는 정말 인생책이죠. 전 참 좋더라구요.
불편하신 지점은 공감이 되지만, 열두살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완전 귀가 쫑긋해지네요. 저희 집 소년의 마음도 좀 사로잡아달라~~~
컬러보이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유부만두 2018-04-12 20:09   좋아요 0 | URL
더 기버!!! 인생책이죠!

달빛...은 좀 지루하고 번역도 쫌 그래요. 큰 기대는 접어두고 읽으세요. 컬러보이는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읽을거에요.

단발머리 2018-04-12 20:30   좋아요 1 | URL
오늘아침에 도서관에 컬러보이를 상호대차 신청했어요. 브이^^

유부만두 2018-04-12 20:36   좋아요 0 | URL
빠르시군요! 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