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백 마운틴' 저자 Annie Proulx의 소설 'The Shipping News'를 읽고 있다. 뚱뚱하고 둔한 몸으로 평생 주눅들어 사는 코일은, 배에서 동그랗게 말아놓고 선원들이 밟고 다니는 코일 밧줄처럼 이리 저리 치이고 무시 당하는 존재다. 부모로부터고 괄시당하고 사랑으로 믿었던 부인에게도 배신당하는 대학 중퇴자인 그는 어쩌다 작은 신문사에서 일을 하게된다. 그러다 또 '어쩌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부모의 고향이었다는 작은 항구로 이사한다.

 

새로 들어간 지역 (광고)신문사에서 해운소식란을 맡게된 그는 동네의 역사, 코일 집안의 역사,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 각각의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역사 혹은 사연들을 접한다. '어쩌다' 들은 이 모든 이야기는 챕터 마다 책 한권씩의 무게를 갖고 커다란 파도처럼 코일과 독자의 마음을 때린다.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둔한 몸을 돌릴 때마다 작은 마을 도서관의 책장을 흔드는 코일, 해적이었다는 그의 조상들은 얼음 위로 나무집을 끌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고, 집안 안에서 결혼을 거듭해 그들만의 괴상한 소문을 키웠다. 먼 친척뻘이라는 괴상한 노인은 옛집 주위를 빙빙 맴돌며 코일의 여덟살 큰딸 버니의 공포를 키우고 장애를 가진 아이 헨리를 키우는 키 크고 씩씩한 여자 웨이비는 코일과 썸을 타지만....

 

음산하고 씁쓸한 기운이 도는 늦가을 항구에서 코일은 이제사, 삼십대 후반에, 인생의 큰 뼈대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표지의 저 큰 빙산이 등대 앞에서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봤다.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는데 한없이 읽다가 오전에 포스팅을 놓칠까봐 급하게, 엉성한 밧줄처럼 매듭처럼 꼬아 적어놓는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섬...노래도 생각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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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도 일빠로 하고 댓글도 달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암튼 저도 이 책을 읽었고 영화도 봤다 그런데 읽으면서 추운 바닷가를 떠올리며 읽어서 그런가 몸에 한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뭐 이렇게 기타등등 썼어요. 코일 역을 맡았던 캐빈 스페이시가 생각나네요. 안습;;;

유부만두 2018-04-29 19:5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영화가 있는줄 몰랐어요. 주역이 안습이군요,
코일이 뉴펀들랜드 와선 똑똑하게 굴어서 고향의 힘인가, 싶고요... 다크하면서 은근 위트있어서 재밌게 읽고있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론 통일된 느낌은 약하네요. 바다와 배 이야기라 세월호 생각 나게하는 부분이 많아요.

라로님, 멋진 주말 보내세요~

2018-05-02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처럼 해라, 이러면 ‘성공’한다, 류의 책이 아니라 좋다. 그렇다고 에이, 인생 뭐 있어, 오늘 먹고 놀지, 류도 아니며, 모든걸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정신승리도 아니다.

저자가 내 국민학교 또래라 무엇보다 큰 위안을 받았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 라며 핑계도 대고 자책을 해왔는데, 사람마다 상황과 경험이 다르니 다른이의 평가질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운동한다고 팔자 편하다는 비아냥을, 네가 돈 쓰고 얼마나 하나 보자, 고 벼르는 사람들 걱정을 미리 했던 나자신을 위한 책이다. 매일 살아갈 활력과 체력이 필요한데 지식도 없고 자신감도 없으니 선생님의 지도가 절실한 나.

책 전반부의 과한 유머 혹은 발랄함은 부담스럽지만 중반부터는 몸, 운동, 노동, 그리고 삶의 예의와 권리에 대한 저자의 전문가적 시선이 (뽐내지 않으며!) 담겨있다. 조금씩 꾸준하게, 미루지말고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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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2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유부만두 2018-04-27 16:31   좋아요 0 | URL
네~!

목나무 2018-04-2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주 전쯤에 <체간 리셋 다이어트>란 책을 질러서 요즘 그책에서 하라는 동작을 5분만(의욕이 충만할때는 10분) 딱 따라하고 있어요.
하루에 5분씩이라도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 그저 좋더라구요.
언니의 꾸준한 몸움직이기를 응원합니다! ^.^/

유부만두 2018-04-27 16:31   좋아요 0 | URL
해목씨랑 나랑은 체급이 다름;;;
하루 5분 운동 하는 정도면 내겐 대선배이신데.. 저도 힘내겠습니다! ^^

psyche 2018-04-28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읽으면서 아 운동해야지가 아니라 아 이 책 읽어봐야지가 먼저...

유부만두 2018-04-28 09:18   좋아요 0 | URL
책도 재미있었어요. 아.. 책은. 아직 운동은 시작도, 등록도 하기 전이라서요.
주말이쟈나요~~~ ;;;
 

동화 세 편을 읽었다. 초등 5학년 남자 아이의 시선. 세상을 쿨하게, 넓게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갑갑하고 구식으로 나를 가둔다. 나를 더 이해해주면 안되나, 그러다 의외의 소통 창구를 만난다. 깨달음은 금방 오고 어쩌면 아이는 당장 오늘, 태도와 인생이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는 일년 동안 타지않고 내버려둔 (녹슨) 자전거와 통성명 후 (옴마?!) 아이의 한나절을 그린다. 아이는 심부름 가던 길에 (아, 클래식한 두부 한 모) 동네 밖으로 페달을 밟으며 긴장을 늦추고 속력을 낸다. 달려! 넘어지고 다치면 어때, 그러곤 다시 집으로. 약간의 마법과 큰 자책감이 합쳐진다. 고작 3년에 고물 취급 받는 자전거가 안됐지만 초등2년생이 5학년으로 자라난 시간은 엄청나다. 아이의 새 자전거를 향한 마음도 마냥 억누를 순 없다. 수리가 잘 되지 않아서 키와 덩치에 맞을 새자전거를 사도 좋겠다.

‘우주 전파사 할아버지’는 막내 눈에도 호킹 박사를 연상시켰다. 우주로 떠나겠다던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그는 순돌이 아빠(이 인물을 안다면 당신은 불혹을 지나 지천명)가 아니라 은퇴한 교수님. 제다이와 만나는 소년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요소들로 조합된 현실의 디테일은 없는 동화. 검은 세단들이 몰려든 전파사에 근조 등이 달려있;;;; 칠판엔 수식이 남아있;;; 아이의 반항은 학원에서 도망치기;;;;;;수식과 로봇(장난감)을 챙긴 아이는 (자라서 박사가 되겠지?) 많이 오글거린다.

‘레슬링 아줌마와 스파이더맨 아저씨’. 색다른 외모의 엄마 캐릭터를 소개하나 싶지만, 엄마도 여자랍니다, 의 연속이라 섭섭했다. 왜 엄마는 다른 남자의 시선을 위해서만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나. 넘치는 힘을 왜 전남편에게 쓰지 않고 당하고 밀쳐져 상처 받았나. 엄마와 ‘닮아서’ 버려진 아이는 왜이리 엄마에게 적대적일까. 아저씨의 직업과 밧줄의 의미를 가져온 것은 강렬했다. 가족이란 서로 붙잡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놓지 않는다고 했지. 그럼 이름이라도 좀 붙여주지 그랬어요, 엄마나 아줌마로 내내 불리는 인물에게. 무슨 순이나 자, 말고 당당하게 어깨 펴고 일하며 아이 키우는 인물, 이제 새 사랑을 키우고 새 가정을 이루려는 인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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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처럼 응급실에 가거나 가슴에 통증을 느끼진 않았지만, 내 몸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체육시간 마다 꾀병을 부렸고 하루 만보는 커녕 이천 보 남짓 안에서 꾸물거린 몇십년의 업보. 골다공증 약을 처방 받았고 ....수술.....,,(개인정보 삐리리)..., 정말 운동을 시작해야 했지만 내 어글리한 몸을, 어색한 움직임을, 무엇보다 몇분안에 허덕이며 주저앉을 체력을, 눈 앞이 깜깜해지며 뱅글 도는 느낌을 만나기 싫었다. 그래도 몸매가 아닌 체력이 간절하다. 늦둥이 덕에 사귄 엄마들은 다 너무 쌩쌩하고 함께 산책가면 나만 지쳐.... 왕언니는 힘들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시작했다. 피트니스. 힘들까봐 타코 먹고나서. 일단 책읽기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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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8-04-25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해야 할 나이 된거 맞죠.... 저도 맨날 생각만하고 못가고 있어요 ㅜㅜ

유부만두 2018-04-26 06:46   좋아요 0 | URL
일단 책을 읽으려고요. 실은 운동 건강 책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공감가는 저자는 처음이에요.

단발머리 2018-04-25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풀을 읽으며 줄을 긋고 싶은 마음이 든 건 처음이예요~~
체육시간마다 꾀병을 부렸고... ^^
이제 정말 운동을 시작할 시간인가봐요.
저, 저, 저두요~~~

유부만두 2018-04-26 06:47   좋아요 0 | URL
아.., 하이 파이브 세 번 합니다!!!!

비연 2018-04-2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ㅜㅜㅜ

유부만두 2018-04-26 06:47   좋아요 0 | URL
합시다! ... 라기엔 제가 아무것도 안하네요;;;

목나무 2018-04-2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매가 아닌 체력을 위한 운동!! 무조건 찬성 대찬성입니다.
아~~ 정말 체력이 떨어지는 소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니 나이드는 걸 온몸으로 겪고 있네요.
우리 이참에 체력기르기 시작해요. 언니님~~ ^^
우선은 책부터.. 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우리에게 딱 맞는 시작인 것 같아요. ㅋㅋㅋ

유부만두 2018-04-26 06:48   좋아요 0 | URL
체력이 형편 없어서 병치례도 많고 일도 벅찰 때가 많아... 포기하려고 했더만 아직 기회가 있...겠지?! ^^

psyche 2018-04-2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해야지 이것부터 먹고, 이 책만 좀 읽고. ㅎㅎ

2018-04-2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4-2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이어트 시작하려고 일주일치 주스 주문했어요. 5월 2일에 도착해요. 그때까지는 잘 먹으려고요. ㅎㅎㅎㅎ 그리고 수영을 다시 시작할 계획인데 뭐 늘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고. 일단 주스먼저 해보고. ㅋ

유부만두 2018-04-26 06:5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전 어린이날 연휴 후로 미뤘어요;;; 너무 나중이죠?
 

영화와 같은듯 다른 두 편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라쇼몬'은 궁핍한 800년 대 헤이안 시기의 교토 모습을 보여준다. 비오는 날, 쫒겨난 하인은 생계가 막막하다. 앞으로 어찌 살아가나, 그래도 사람이니 착하게 살아야지 맘먹고 라쇼몬 위쪽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엔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면) 시신을 내다 버려두었다. 시체들 틈에 웅크리고 앉아 시체에서 머리칼을 뽑는 노파. 시체 파먹는 여우보다 더 끔찍하게 보이는 이 '사람'의 행위. 그걸 보고 이제사 뒤늦게 내 밥은 내가 지킨다, 라는 법칙을 깨닫는 하인. 서둘러 자기 몫을 챙긴다

 

이 모든 것을 말없이 보고 끌어안는 라쇼몬. 비는 추적 추적 내리고 이 찜찜하고 기괴한 이야기는 단편 '덤불 속'으로 이어진다. 사건 후 교토의 유명한 절 청수사(기요미즈데라)에 숨어있던 여인이 재판에 나와 증언한다. 자신이 남편을 죽였노라고. 사무라이의 경멸하는 눈빛을 견딜 수 없었노라고. 악행을 저지르고 감당 못해 기절해 버렸고, 자살을 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 어쩌면 좋으냐고. 흑흑흑. 덤불 속에서 발견된 어느 젊은 사무라이의 시체.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악명 높은 도둑 다조마루는 허망하게 욕심에 속아서 아내도 목숨도 잃은 사무라이를 비난하지만 그는 죽을 때 자신과 용감하게 겨루었고 자신은 사무라이를 능가한다고 허세를 부린다. 무당의 입을 빌어 원망을 쏟는 사무라이는 도둑과 요망한 부인의 모욕을 견딜 수 없어서 자결했노라 한다. 생명을 빼앗는 중요한 행위를 누가누가 했을까, 그 주인공 찾기의 무대가 된 재판정. 구경꾼 역인 승려와 나뭇꾼은 '알 수가 없네'고 읊조린다.

    

 도서관 책으로 읽었는데, 그래 사야겠구나 이 단편집은. 인간에게 기대와 희망을 품고 싶을 때 읽고 냉소적인 만두가 될 수 있겠다. 내 나이에 다른 인간을 믿고 좋아하다가 상처받으면 약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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