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두는 것도 나중을 위해서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남의 속사정이나 나쁜 소식 같은 것들이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였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쉬웠고 나쁜 이야기는 흥미를 끌었다. 그러니까 결국, 멀리 그리고 빨리 퍼지는 소문의 핵심은 다름 아닌 타인의 불행이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나는 매일 아침 날이 밝기가 무섭게 발하임으로 달려간다네. 그곳 주막집 정원에서 완두콩을 몇 개 따가지고 와서는 콩깍지를 까면서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곤 한다네. 때로는 부엌에 들어가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완두콩 꼬투리를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앉아서 흔들어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례한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이 소와 돼지를 도살한 후 잘게 토막을 내어 불에 굽던 광경이 생생히 떠오른다네. 부족사회의 풍경만큼 내게 평온하고도 진실한 감정을 어떤 가식도 없이 나의 생활방식에 투영 시킬 수 있다니 천만다행이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사 유비는 다마키 이쿠에가 자살한 사실을 몰랐다. 진술조사 때 처음으로 알고 정신없이 울었다고 한다. 다카네자와와 시게카와도 몰랐는지, 알면서 유비한테는 숨기고 있었던 건지, 그 부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사사 유비의 자살 미수도 사사 도모키가 초췌해진 것도, 두 사람의 죄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서운 범죄에 휘말리고 말았다'는 피해자 의식에 가까운 감정 때문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나는 이해했다. '없애야' 할 자와 단죄받아야 할 자의 역할 분담이다. 

"두 사람은 오래 살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미워하고 죄를 떠넘기고,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생지옥을 맛보면서."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절대영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큰 소리로 재채기 하는 것을 길조로 여겼다. (오뒷세이아 17권 주석)


'나는 신이 아니다. 왜 너는 나를 불사신으로 여기느냐?

 나는 네가 그를 위해 신음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했던 네 아버지이니라!'

  이렇게 말하고 그가 아들에게 입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오뒷세이아)






'메디아 비타 인 모르테 수무스 Media vita in morte summus' 라는 라틴어는 우리도 알고 있다. 즉 "한창 살아가는 중에도 우리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날 죽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해, 이젠 미국인 대다수가 생의 말년을 실제로 죽어가는 상태로 보내게 된다. 미국 인구 중 빠르게 늘어가는 층이 85세 이상이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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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봤다.
Don’t let her snow you.

부모가 모두 떠난 후 계모에게도 쫒겨난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한다. 누나는 동생에게 늘 자기는 괜찮다며 지병의 악화도 숨긴다. 누나의 병실에 뒤늦게 달려온 동생에게 의사가 말한다.
Don’t let her snow you. 누나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snow 동사. 감언이설로 혹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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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08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o cover 이런 뜻으로도 쓰여요~.^^
예전에 중독자 재활센터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어떤 종류의 마약을 하냐고 물어보면
슬랭으로 snow를 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때 snow는 코케인이나 헤로인을 가리켜요. ㅋ

유부만두 2020-04-08 12:18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뜻도 있군요.
쉬운 단어의 여러 의미를 배우면서 정말 언어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매번 생각해요.
 

<만화 그래픽노블>

히비키 4: 소설가가 되는 방법, 야마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역, 소미미디어, 2018

히비키 5: 소설가가 되는 방법, 야마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역, 소미미디어, 2018

히비키 6: 소설가가 되는 방법, 야마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역, 소미미디어, 2018

히비키 7: 소설가가 되는 방법, 야마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역, 소미미디어, 2019

아냐의 유령, 베라 브로스골/원지인 역, 에프, 2019


<비문학>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미카미 엔, 구라타 히데유키/남궁가윤 역, 북스피어, 2017

Daily Rituals: Women at Work, Mason Currey, Alfred & Knof, 2019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임희근 역, 반비, 2020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민음사, 2020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흔, 2018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한겨례출판, 2020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이다혜, 세미콜론, 2020


<문학>

The Silence of Girls, Pat Barker, Penguin Books, 2019

여자들의 등산일기, 미나토 가나에/심정명 역, 비채, 2019

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김난주 역, 한즈미디어, 2015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강은교 역, 민음사, 2016

The Dutch House, Ann Patchett, Harper, 2019

 

<영화>

킹덤1

킹덤2

이누가미 일족 sp (2018)

검찰측의 죄인 

트로이

율리시즈

레이디 멕베스

걸 온 더 트레인 

이웃집 야마다군

주만지: 넥스트 레벨 

영혼의 집

조용한 열정 

구니스

인디아나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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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0-04-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은 영화도 많이 보셨네요?^^
저는 몇 주 전 킹덤 보고....한동안 좀 무서웠어요.
허준호와 중전 좀비가 계속 생각나서요ㅜㅜ

유부만두 2020-04-03 19:48   좋아요 0 | URL
킹덤의 그 두 좀비가 제일 무서웠어요. 특히 허준호의 깃발 등장은 정말!!!!

아이랑 함께 본 구니스, 인디아나 존스가 있고요,
책이 원작이거나 작가의 인생사가 담긴 영화도 챙겨봤어요.
실은요.... 부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서 핸드폰으로 다운받아 보는 것들이 많아요. 슬픈 문화 생활이에요. ㅜ ㅜ


책읽는나무 2020-04-04 06:28   좋아요 0 | URL
코로나 덕에...늘 고민만 했었던 넷플릭스 설치하고 ‘빨강머리 앤‘을 신나게 봤어요.^^
(아직도 다 보진 못했지만요~)
어? 건지 감자껍질~~이영화도 있었네?신기해 하면서 봤고...‘내가 사랑했던 남자친구들에게‘인가요?
한참 단발머리님 서재에서 본 것 같았던 영화를 넷플에서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이제 한 달 좀 넘어 넷플릭스의 사정을 이해하겠더라구요.
첨엔 뭐가 뭔지 모르겠고,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너무 많아 정신 못차리고 이것 저것 밥 차려주는 하숙집 아줌마 한다고, 쉬는 틈틈이 보느라 정말이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더라구요~~책도 읽어야지,밥 차려야지,영화 봐야지,밥 차려야지,드라마 몰아 봐야지,밥 차려야지,마스크 사러 나가야지,밥....밥....장 보러...밥..그놈의 밥.....
그러다 무서울까봐 음청 고민했던 ‘킹덤‘.....넘 강렬해서(지금도 깃발 꽂은 허준호만 생각나네요.역시 허준호다 하면서요~ㅋㅋ) 한동안 넷플릭스 접속을 안했어요ㅋㅋ
꼭 코로나 지금 상황과 비슷한 전염성....ㅜ
그러면서 전지현이 등장한다는 킹덤 시즌3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네요ㅋㅋ

앞으로는 유부만두님의 영화목록 제목도 챙겨봐야겠어요~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궁금한 게 많은 새내기?입니다~~
그나저나 맘 놓고 제대로 감상할 시간이 없네요~~늘 밥 준비하느라 끊어 감상하기와 끊어 읽기를 병행하니 책 내용과 영화 내용이 뒤섞여.....요즘 그래서 더 바빠진 것 같아요^^
이제 애들 셋 원격수업 시작하게 되면 대리 교사직도 겸하게 되어 또 어찌될지???^^
여튼....모두들 화이팅 해야겠죠...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부만두 2020-04-04 18:03   좋아요 0 | URL
제 영화 리스트는 중구난방 개구리 뛰기 식입니다? ㅎㅎㅎㅎ

 

“문학은 소년이 뒤에 늑대가 없는데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날 태어났습니다”

“에마 보바리란 여성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지만, <보바리 부인>이라는 책은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겁니다. 책은 사람보다 오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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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 was a man running from his shadow. It was a woman wearing headphones and the only sound she could hear in them was her own terror. Fear was a solipsist, a narcissist, blind to everything except itself. Fear was stronger than ethics, stronger than judgment, stronger than responsibility, stronger than civilization. Fear was bolting animal trampling children underfoot as it fled from itself. Fear was a bigot, a tyrant, a coward, a red mist, a whore. Fear was a bullet pointed at his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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