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갉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23)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쓰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166)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 입을 벌리고 있으면 공기 중에 가득한 단어들이 시리얼처럼 씹힐 것 같았다. 말들을 소화해 내려면 버거웠고, 긴 가족 여행은 확실히 지쳤다. 물속에 내내 잠겨 있는 쪽이 나았다.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169)


어른들은 기대보다 현저히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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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니우스: 평민들이 그자의 속셈을 알았으면 좋겠군요.

             자신이 바라는 걸 평민들이 줄 수 있다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오. 멸시하면서도

             그들의 표를 얻길 바라는 속셈이지요. (22)

 

 

코리올라누스: 어머니, 용기를 내세요.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만약 어머니가 헤라클레스의 아내였다면

                열두 가지 난제 가운데 여섯 가지를 도와서

                남편의 수고를 덜어 주었을 거라고..... (41)

 

 

하인1: 나로 말하자면 전쟁이 터지는 게 더 좋아

        평화가 밤이라면 전쟁은 낮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밤보다 낮이 더 좋듯이 평화보다 전쟁이 더 좋아.

        전쟁은 사냥개처럼 달리고, 시끄럽고,

        피냄새가 진동하게 만들어. 반명 평화가 오면

        마비가 오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멍청이가 되고 벙어리가 되고 무감각해져. (45)

 

 

아우피디우스: 권력자들은 쉽게 권력에 취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자화자찬하면서, 공적으로

                드러내면 이는 곧 파멸을 자초하는 일이야.

                하나의 불이 다른 불을 몰아내고

                영예와 권력은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법이야.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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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범죄학자이자 법의학의 선구자인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격언을 남겼다. (26)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당신이 잊고 싶어 하는 것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78)


고대 로마시대에는 재판이 광장forum에서 열렸으며, 오늘날 법의학적 forensic 이라는 단어 역시 공개된 법원이나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forensis에서 유래했다. 즉 우리가 법의학에 관해 말할 때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이 분야에서 생산된 증거가 재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111)


꽃가루는 춤을 [춘다]. 그것은 모두 전기 현상이었다. 꽃가루는 음전하를 띠며, 그에 따라 모든 양전하에 끌린다. 반면에 벌은 양전하를 띠며 [...] 가장 강한 음전하를 지닌 꽃에 끌린다. [...] 음전하를 띤 꽃가루는 전기적 끌림을 통해 양전하를 띤 벌의 몸으로 펄쩍 뛰어 오른다. (113)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임시로 머물, 기대되는 새 집에 도착했을 때도 나는 어머니나 아버지에 관해 묻지 않았다. 사실 나는 어른들의 행동이 부끄러웠고 굴욕감과 역겨움을 느꼈다. 나는 언제나 부모보다 내가 더 어른스럽다고 느꼈고, 비판적인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데 익숙했다. 언제나 그랬듯 부모님은 자기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들의 감정이 가장 중요했고, 아이를 희생 시키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기들의 감정을 내세웠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헤어져서 기뻤다. 애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얼마든지 있으며 두 사람의 결합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유해했다. (266)


여러 해 전에, 나는 환원론자가 되었다. 인간의 영혼, 정신, 존재는 단지 복잡한 일련의 물리 화학 반응일 뿐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뇌의 화학 작용과 개인적인 경험의 산물이다. 당신이 본성적으로 성인인지 사이코패스인지는 대체로 당신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단지 스스로의 행동을 절제할 수 있을 뿐이다. (276)


독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살인 무기다. [...] 기원 14년에 최초의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아내로 그를 무화과과로 독살한 리비아를 둘러싼 소문과 추문이 그런 예다. (289)

클라우디스 황제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던 이유는 네 번째 부인인 아그리피나가 가문의 전통을 따라 음식에 독을 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 알칼로이드인 무스카린 함량이 가장 높은 버섯인 깔때기버섯속이나 땀버섯속의 버섯을 활용했을 것이다. (295) 


테르페노이드 독소인 투존은 벨 에포크 시대에 파리 사람들이 탐닉한 압생트에 든 향정신성 성분으로, 쓴쑥의 조직에 함유되어 있다. 비록 압생트는 황시증과 광기를 유발할 수 있지만 반 고흐, 갱, 제임스 조이스, 툴루즈-로트렉, 피카소, 오스카 와일드, 프루스트, 에드거 앨런 포, 바이런 경,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좋아하는 술이었으며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살바도르 달리였다. (291)


어떤 분야든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344)


실험실의 기술이 흠잡을 데 없다고 해도, 단지 어떤 현장에 누군가의 DNA가 존재했다고 해서 그가 그곳에 존재했음을 으의미하지는 않는다. DNA는 쉽게 옮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DNA가 1차차 자료에서 2차 자료로, 심지어 3차 자료로 옮겨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치누를 만나거나 지하철에서 인파에 이리저리 밀릴 때도 끊임없이 DNA를 교환[한다].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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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6-08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_@; 여기에 리비아와 아그리피나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더 자세히 알고 싶네요 @_@;;; 마스터스 시리즈엔 술라의 다양한 독살 & 살인 행각이^^;;;

유부만두 2020-06-08 18:44   좋아요 0 | URL
딱 저 두 언급이 다입니다;;;
마스터스 시리즈에서 독살 부분만 골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만...
 

<어린이 청소년>

뱀파이어 유격수, 스콧 니컬슨/송경아 역, 노보듀스 그림, 창비, 2018

The Word Collector, Peter Reynolds, Orchard Books, 2018

 

<만화 그래픽노블>

툇마루 만찬, 카와치 하루카, 삼양출판사, 2012

자학의 시 1, 고다 요시이에/송치민 역, 세미콜론, 2009

자학의 시 2, 고다 요시이에/송치민 역, 세미콜론, 2009

백성귀족 1, 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역, 세미콜론, 2011

백성귀족 2, 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역, 세미콜론, 2012

백성귀족 3, 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역, 세미콜론, 2014

백성귀족 4, 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역, 세미콜론, 2016

 

<비문학>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 푸른역사, 2019

쉐프 1, 앤서니 보뎅/권은정 역, 문예당, 2010

쉐프 2, 앤서니 보뎅/권은정 역, 문예당, 2010

내 식탁 위의 책들, 정은지, 앨리스, 2012

고3보다 중요한 중2 공부법, 이지원, 애플북스, 2017

 

<문학>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암스/김소임 역, 2007

교열걸 1, 미야기 아야코/김은모 역, 아르테, 2017

교열걸 2, 미야기 아야코/김은모 역, 아르테, 2017

교열걸 3, 미야기 아야코/김은모 역, 아르테, 2017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 조엘 디케르/윤진 역, 문학동네, 2020

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문학동네, 2018

The Story of a New Name, Elena Ferrante, Europa edition, 2016 (재독)

 

<영화 드라마 연극>

중드 신삼국지 1-39회

일드 파견의 품격

일드 제로의 진실

일드 나기의 휴식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 1, 시즌 2

NT Live / Streetcar Named Desire

히비키

비커밍 제인

바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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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6-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월은 방탕하게 보냈다. 6월은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안 그럴 수도 있지.

단발머리 2020-06-0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3보다 중요한 중2 공부법, 눈에 띄네요!!! 저도 읽... 제가 읽어서 될 일은 아니지만요.

유부만두 2020-06-04 10: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제가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더라고요.
책 내용은 매우 원론적이었어요.
자기주도학습과 규칙적인 학습....네. 그러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알사탕, 백희나, 책읽는 곰, 2017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 알렉산드라 디아즈/조수연 역, 봄개울, 2019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문학동네, 2019

맹탐정 고민 상담소, 이선주, 문학동네, 2020

The Gruffalo, 줄리아 도날드슨/ , 악셀 셰플러 그림, Puffin, 2006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 로이스 로리/김영선 역, 주니어 RHK, 2017

꼬마 마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역, 위니 가일러 그림, 길벗어린이, 2005


<만화 그래픽노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1, 이라하, 하지현 감수, 위즈덤하우스, 2018

나루사와는 맛있게 먹는 얼굴을 사랑한다 1, 야마다 레이/김보미 역, AK커뮤니케이션스, 2016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3, 쓰루타니 가오리/현승희 역, 북폴리오, 2019

삼국지톡 1, 무적핑크, 이리, 문학동네, 2020

삼국지 스피리츠 1, 아라카와 히로무, 토코준 엮음/김동욱 역, 애니북스, 2014

인간실격 1, 다자이 오사무/오경화 역, 이토 준지 그림, 미우, 2018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1, 돌배, 위즈덤하우스, 2018


<비문학>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임민경, 들녘, 2020

말하기 독서법, 김소영, 다산에듀, 2019

이중톈 중국사 10, 삼국시대, 이중톈/김택규 역, 글항아리, 2018


<문학>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미유키/김소연 역, 북스피어, 2020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2015

페넬로피아드, 마거릿애트우드/김진준 역, 문학동네, 2005

화전가, 배삼식, 민음사, 2020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홍은주 역, 문학동네,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0


<영화>

귀를 기울이면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제인에어 (NT live)

제인에어 

정직한 후보

윌러비 가족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적벽대전: 최후의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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