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결혼한다는데 "결혼한다구? 난 너 결혼 안 하고 살 줄 알았어."라고 했다. 해놓고도 아차, 싶어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야. 정말정말 축하해!" 뭔가 이상한 축하. 그래도 착한 Y는 고마워했다. Y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마음자리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집에 맏사위 노릇 할 남자 하나 더 있으면 좋지. 생각해볼수록 잘된 일인데 마음이 어쩐지 수런수런.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이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또 알아본들 그게 제대로 아는 것이기나 할까만은, 먼저 '결혼'했다는 연유로 '결혼'에 관한 시큼털털하고 애매찝찝한 감정에 이러고 있는 모양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결혼'이라는 것이 무작정 축하하고 무조건 강권할 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
가만 보면 내 주변 사람들이 좀 이렇다. 결혼식 하고 얼마 안 지나 강원도에서 공무원 하는 동아리 선배가 출장을 왔다가 나한테 대뜸 "너 결혼 왜 했냐?" 이러는데 "글쎄, 왜 했을까요?" 내 대답이 이런 식이다. 남편은 내 주변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했고 나는 무지랭이 같은 당신 친구들보단 낫다고 윽박질렀다.
Y는 내게서 부케를 받은 지 3년 만에 결혼을 하는 것. 아침 일찍 보라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서울에서 이곳까지 달려왔었다. 예뻤고, 그녀도 어서 짝을 만나길 바랬고, 좀 더 이후엔 Y는 결혼 안 하고 지금처럼 방황하는 싱글로 머물러주었으면 했더랬다. 그런데 결혼을 한다니, 골수까지 진솔한 Y가 결혼이란 걸 한다니, 남의 결혼식 가서 푼수처럼 왈칵하는 일이 특기인 나는 이번엔 또 다른 사연으로 울게 생겼다.
결혼 준비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도와줄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Y는 마감이라 피곤해 죽겠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속으로 '결혼해봐라. 일 때문에 피곤한 게 도리어 감사하지.' 중얼거리며 부디 Y의 남자가 피곤한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 바람이 참 허망한 것이 남자가 피곤한 것이 아니라 결혼한 남자가 피곤한 서방이 되는 것이니, 역으로 멀쩡했던 여자도 피곤한 마누라가 되는 것이니, 영리한 젊은 세대의 결혼률이 팍팍 감소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결혼 전에 시간 맞춰 동아리 동기들끼리 한번 만나자고 약속하고 다시 한번 축하를 전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을 사정없이 갈궈댔다. 남편은 부케를 받은 Y를 상세히 기억하지 못했고 바로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혹은 도화선 삼아, 그의 인격을 송두리째 뽑아 내팽개치고 흙탕물에 담그기를 여러 번, 남편은 결국 다크써클을 턱밑까지 늘어뜨린 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잘 모를 것이고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남자하고는 같이 살 수 없다. 그가 모르기 때문에 나는 힘이 들지만 한편 다행이고 그것을 알면 나는 순간 기쁘겠지만 분명 불행할 것이다. 이 모순의 씨를 품고 있는 것이 결혼인데 Y가 그 길을 가겠다니 그렇듯 이상한 축하를 건네고 말았고 나는 영문도 모르게 화가 나는가 보다. Y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진솔한 사람이다. 최상급이 무색하지 않은, 아마 앞으로도 만나기 불가능한, 가장 진솔한 사람이다. 그녀가 그녀답게, 그녀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그런 결혼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혼자보다 낫다. 더 좋다.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