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학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실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또래와 부딪치며 관계를 배우고 사소한 갈등을 겪고 화해하는 법을 익히는 곳이다.  - P11

무너진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채 방치되면서, 어느덧 학교는 ‘내신 시험만 치르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게 조용한 학부모들은 마음속에서 학교를 가장 먼저 지워가고 있다.  - P17

위협과 말 바꾸기를 거듭하는 트럼프의 입에는 시장이 믿을 만한 권위와 신뢰감이 실릴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의 장단기적 미래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해상 통로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 P22

중동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위험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미국은 이란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는 위험까지도 감수했다-중국은 에너지 면에서 러시아에 더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중국과 러시아가이란의 우호국이기는 하지만, 정작 이란이 공격받는 상황에서는 그것을 실질적으로 막거나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 P25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란 전역을 들끓게 하던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깡그리 짓눌렀다. 미국·이스라엘의 지상전 구상 역시 쿠르드인들의 자치 열망이나 ‘이란민주화의 기폭제 역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대신 이번 전쟁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움과 별개로, ‘대(Greater) 이스라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이스라엘의 확장주의 노선을 잘 보여주고 있다.  - P29

넷플릭스 코리아는 매출액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에 보내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축소했다. 이 같은 현금유출 없이 이익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그중 하나가RSU(주식보상비용)다. 모기업이 계열사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을 일컫는다.  - P41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 언론과 미디어, 그리고 유력한 정치세력은 전혀 다른감정선 위에 놓여 있는 듯하다. 누가 봐도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사감‘과 ‘사익‘에 의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전쟁임에도 이들은 도리어 그 사사로움에 더 공감하는모습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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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과 미국 국방부의 갈등은 AI전쟁 시대의 개막에 즈음해 벌어진 암시적인 사건이다. 전쟁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미래다. 이번 논란은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무법의 전쟁터에서 군사용 AI가 안보와 주권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 P13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는 이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뛰어넘어, 투기용 농지, 투기용 1주택 문제까지 확장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메시지 전면에 ‘자산 투자를 통한 이익과 손해‘를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적어도 2026년 상반기는,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가 시장에 미치는 힘을 능가할 인물이나 요소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 P17

지난 문재인정부 당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모두 올렸다. 하지만 ‘버티기‘가 이겼다.
보유세가 강화돼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중과로 퇴로가 막히는 정책적 모순이 있었기 때문이다. - P19

그러나 농지 문제는 다주택자 중과세문제와는 다르다. 외지의 투기세력은 물론 상당수 농민도 자기 땅값의 하락을 원치 않는다. 농업소득으로는 미래가 없는현실에서 유일한 버팀목이 땅값이기 때문이다.  - P21

역사와 경제학 모델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성공은 승자를 낳고, 승자는 기득권을 만들며, 비대해진 기득권은 결국 시스템을 경직시킨다. 수많은 국가와 문명이 이 경로를 따라 쇠락했다.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때 한국보다 앞서가던 나라들이 이 함정에 숱하게 걸렸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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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전 숨진 이들의 유골을 수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사지씨는 이렇게 말한다. "손이 닿을 거리에 슬퍼하는 유가족이 있고, 유골을 돌려주려는 사람들이 있고, 제가 하면 분명히 도움될 수 있다는 것. 저에겐 그게 전부입니다. 심지어 유골이 이미 발견되고 있으니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잠수함으로써 그 슬픔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수 있다면, 제가 해서 가능해진다면 저는 하고싶습니다." - P18

"공취모‘의 출범 목적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공소 취소다. 출범 당시 밝힌 최종 목표인 공소 취소가이루어질 때까지 의원 모임은 유지된다. 다만, 공취모의 독자적 행보는 최소화하고당 특위와 국조특위에 적극 협조하며공동 대응에 집중하겠다." 공취모가 쏘아올린 명-청 계파 갈등 논란은 당 특위 구성으로 봉합되었으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 P22

모든 국가권력은 남용될 위험이 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잘못된 재판이 시정되고, 기본권 침해가 구제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 더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거라는 보장도 없다. 김진한 변호사는 그럼에도 재판소원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확실한 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오만함을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사실이다."
- P26

‘비상계엄의 목적‘을 밝혀 내란으로못 박은 대목은 유의미하다. 1심 결론은 ‘내란의 요건을 갖췄으므로 내란‘이라는데서 멈춘다.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윤석열이 ‘장기 집권‘이나 ‘독재‘를 염두에 뒀다는 의혹을 인정했다면,
형량이 달리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의 과제다. 그러나 ‘어떤 배경과 동기에서든 국헌문란은 곧 내란‘이라는 판결은 미래의 권력자에게 그 자체로 교훈이 된다.  - P30

미국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대미 투자를 철회하거나 액수를 깎으려 시도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이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강력한 무기가 남아 있지 않은가. 법적 근거가 무너졌는데도 상대방에 대한 갈취를이어가겠다는 이 뻔뻔함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방국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P35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와 가처분소득의 2차 분배 모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생산성 상승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과 고용증가는 지체되어, 2025년 3분기 미국 GDP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이53.8%로 1947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로 낮아졌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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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밀 만나 분도그림우화 14
셸 실버스타인 / 분도출판사 / 198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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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함께 하는 누군가를 원하게 된다. 자신과 맞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흐르는 시간의 변화를 거치면서도 처음의 맞물림을 어긋남 없이 가져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밀 만나>는 부족함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말한다. 지금의 자신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보다 완전함에 다가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존재가 될 것인가.

어린이들에게 이 물음은 어떻게 읽힐까. 아이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어른들에게 이 질문의 답은 거의 정해졌을 것이다.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다른 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빠르게 읽자면 5분도 안 걸릴 이 책이 남긴 여운은 매우 잔잔하지만, 멀리 퍼진다...(2022.10.23)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다른 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4년 전 읽었던 책의 마지막 부분에 던진 물음이다. 3년이 지나 책을 읽고 리뷰를 곱씹으며, 당시 책을 끝까지 못 읽었구나 싶다. 나는 그때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말을, 결국 나의 부족함을 온전히 채워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

4년이 지나 조금 더 열린다. 자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다른 이의 의미를 인정하는 대신, 나의 필요를 통해 그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기심의 다른 말이기에.

그래서, 4년 전 던졌던 질문을 바꾼다.

다른 이를 자신을 위한 도구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202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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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세창명저산책 45
강용수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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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good)과 나쁨(Bad). 선(Virtue)과 악(Evil). 니체는 선과 악의 가치 판단에서 가치 자체보다 가치를 말하는 사람에게 주목한다.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중심가치가 정해지고 뒤이어 상대가치가 결정된다.

능동적인 감정은 활동적인 것(active)으로서 자신에서 출발하여 타자로 가치 평가를 전환한다. 곧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타자에 대한 긍정, 또는 부정으로 확대된다. 반면에 반동적인 감정은 반동적인 것(reactive)으로서 타자에서 출발하여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가치 평가로서, 타자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하여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선과 악을 넘어서 있는 것은 좋음과 나쁨이다. _ 강용수, <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p.76/87

고귀한 자들의 가치는 '자기 긍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곧 좋음이며. 탁월함(Arete)이 다. 이들에게 외부의 '나쁨'은 자신에 미치지 못한 경멸이나 무관심에 불과하다. 그에게 중심은 온전히 그 안에 있다. 이에 반해, 노예의 가치는 증오와 복수심(Ressentiment)다. 그들은 외부를 먼저 본다. 자신을 괴롭히는 강자를 규정하는 가치가 바로 '악'이며, 그 이후 '선'이라는 가치로 자신의 나약함을 합리화한다. 금욕과 무해함이라는 가치는 무력함을 도덕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그의 중심은 언제나 외부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는 도덕의 '지층'을 '쟁기날'로 파헤치는 책이다. 니체는 본문에서 주인의 '좋음'이 노예의 '선'으로 전도되면서 빚어진 비극을 특유의 날카로운 해석으로 해부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니체의 대표작에 대해 강용수의 해설서는 특히 좋음/선, 나쁨/악의 개념 전환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주어 초심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큰 흐름을 잡기에 적합한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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