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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연출의 사회학-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현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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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마- 장애의 세계와 사회적응
어빙 고프만 지음, 윤선길 외 옮김 / 한신대학교출판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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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용소- 정신병 환자와 그 외 재소자들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에세이
어빙 고프먼 지음, 심보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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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 의례- 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아카넷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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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군도는 자기 혼자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흐름에 맞추어 발전했다. 국내에 실업자가 많았을 때는, 구태여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체포 목적은 노동력 동원이 아니라, 방해자를 제거하는 데 있었다.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 ~ 2008)의 <수용소 군도 3>에서는 수용소의 성격 그리고 목적들이 표현된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적군(독일군)의 포로 수용소로서 기능한 수용소 군도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체제 반대 세력의 숙청 수단으로 활용되었음을 고발한다. 이와 함께, 비록 수용소의 성격은 바뀌었지만, 죄수들의 강제 노동이라는 기능은 바뀌지 않았음도 독자들은 확인한다.


 전쟁 중인 상태와 전쟁 후의 상태에서 부족한 것은 생산이다. 전시에는 군수물자가, 전후에는 생활용품과 사회기반시설(SOC)이 부족하다는 차이가 있지만, 국가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안정되고 충분한 공급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지배계급에게 수용소 군도의 수감은 반체제 인사 제거와 노동력 공급이라는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반면, 이러한 사실은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에게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강요된 노동 속에 그들은 열렬한 의식적 창조의 최고 형태 중 하나를 찾아냈다. 스딸린에게는 '어딘가' 죄수들에 의한 대규모의 건설이 필요하고, 확실하게 다량의 노동력과 인명(꿀라끄 박멸 결과 발생한 잉여 인간)을 삼켜야하고, 살인용 독가스와 효과는 같으면서도 비용은 더 싸야 했다... 수용소 내의 경쟁과 돌격 작업 운동은 <보상의 모든 체계>와 결부되어, 그 보상이 돌격 작업 운동을 '촉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쟁의 중요 기반은 이윤 원리에 있다.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모든 것은 생산 지수에 의존하게 된다. 식사도! 주거도! 의복도! 속옷과 목욕하는 날도! 기한 전의 석방도! 휴식도! 면회도! 예를 들면 돌격 작업반원의 배지를 주는 것은 -순수한 사회주의적 형태의 권장이라 하겠다.... 균형 잡힌 질서가 확립되고, 이윽고 죄수들 자신도 그것을 유일하게 적합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리고 우리도 이 책에서 그런 식으로 기술할 생각이다. - '재교육' 보다는 오히려 '노동'에 중점을 둔 질서를.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국가는 이렇게까지 잔인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이렇게 위선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죄수들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 뚜흐따(속임수)와 암모날(폭약)이 없었더라면 운하도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다 - 라고. 이 모든 것이 군도의 기반인 것이다.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수용소 군도>에서는 강제 수감된 이들의 처절한 생활과 한계 상황에 몰린 이들이 무너져 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극한 상황 속에서 정신은 붕괴되고, 자신의 연약한 몸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죄수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들 죄수들을 동정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대신, 같은 아픔을 공감(共感)한다. 수용소를 국가 체제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소 지나친 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도 수용소를 원해서 간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우리의 희망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한 걸음 나가서 이들 사회 내의 질서를 본다면 이러한 생각은 더 굳어진다.


 수용소에서 이루어지는 육체적 가혹행위는 우리가 국가(또는 사회)에 반대되는 행위를 했을 때 행해지는 다른 징벌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분명 같은 의도로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닐까. 또한,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사회, 가난과 배고픔으로 약자들을 억압하는 질서, 약자들을 분열시켜 지배층에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 자본을 가진 이들의 예외 등은 수용소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지금 우리 현재의 모습과 수용소의 모습이 이처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때, 과연 누가 누구를 동정할 수 있을까?


 수용소에서는 약자를 잘 때린다. 작업 할당계들이나 반장들뿐만 아니라 일부 죄수들도 자기가 아직 약하지 않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납득시키기 위하여 약자를 괴롭힌다. 인간이 타인한테 잔혹한 짓을 하지 않고서는 자기의 힘을 믿을 수 없는 동물이라면 하는 수 없지 않겠는가?... '기아' 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백년 전에 발견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기아'에 대해, 굶주린 자는 배부른 놈에 대해 반드시 반란을 일으킨다는 '진보적 이론' 전체가 성립된다.) 인간 자신이 의식적으로 죽으려고 결단하지 않는 한, 기아는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수용소 군도는 과거에 얻은 습성 중에서 단 한 가지만은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무뢰한과 파렴치범들을 고무시키는 일이었다. 파렴치범에게는 수용소에서 전보다 더 높은 '지도적인 지위'가 부여되었다... (스딸린의) 은사를 받은 것은 형사범이나 경범죄 죄수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수용소를 떠나고 있기 때문에 생산의 배가에 호응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범들이었다.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1백만 루블로 건강은 살 수 없겠지만, 자유는 살 수 있어, 권력도 살 수 있어. 인간도 살 수 있어. 그런 백만장자는 사회에 얼마든지 있어._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3> 


 <수용소 군도 3>을 통해 1940년대 소련의 강제 수용소를 읽지만, 동시에 202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공감하는 것. 수용소의 비극은 과거지만, 우리의 비극은 진행중이라는 점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어쩌면, <수용소 군도>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 ~ 1950)의 <동물농장 Animal Farm>보다 더 직접적인 풍자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차이가 있다면, <동물 농장>이 동물 농장을 통해 소련을 풍자했다면, <수용소 군도>는 소련을 통해 우리 사회를 풍자한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며, <수용소 군도 3>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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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29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 사회구조 자체도 나름의 착취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 <권력>은 어떤 이데올로기에서든 약자를 핍박하고 착취하는것 같아요. 3권(저에겐 고비였어요;)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29 12:31   좋아요 2 | URL
<수용소 군도 3>에서 그려지는 수용소 내의 질서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러한 모습이 공산주의 체제 내의 수용소였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을 갖는다기 보다는, 미미님 말씀처럼 체제와 관계없는 사회의 근본적인 질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생각이 발전하면 인간 사회 발전에 대한 회의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네요... 제겐 작가가 써내려간 수용소의 의의가 전체 내용의 중간 부분에 배치되어 적절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직 갈 길이 머네요. 미미님 감사합니다.^^:)

scott 2021-01-29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백만 루블로 건강은 살 수 없겠지만, 자유는 살 수 있어, 권력도 살 수 있어. 인간도 살 수 있어. 그런 백만장자는 사회에 얼마든지 있어]밑줄 쫘악~👍👍👍

겨울호랑이 2021-01-29 12:34   좋아요 2 | URL
해당 구절과 관련해서, 저는 페르낭 브로델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말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구분이 떠올랐습니다.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의 체제와 관계없이 부족한 물건을 상대에게 주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얻는 교환 경제의 모습은 인류가 오랜 사회 생활을 통해 이뤄온 삶의 모습이기에, 그 사이에서 생겨난 힘의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scott님 감사합니다.^^:)
 

나는 죽었습니다... 아니, 춤추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가 뭐였지?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날마다 아빠에게
˝아빠, 빨리빨리!˝하고 졸랐지만,
여기는 빨리나 아직이나
얼른얼른 같은 건 없어요.

「춤추는 고양이 차짱」에서 말하는 주인공은 죽은 고양이다. 배고프지도, 슬프지도 않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는 하늘나라에서 춤추는 고양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슬픔은 온전하게 남겨진 이들만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별이 남긴 감정 또한 우리가 이별해야할 것들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죽는 존재이기에...

슬프냐고요? 아니요.
언젠가 엄마 아빠도 이 곳으로 올 거 잖아요.

나 역시 떠나보내고, 떠나갈 사람임을 생각한다면, 차짱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예쁜 그림책이지만, 무겁게 다가오는 주제를 다룬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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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7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귀요미 역쉬 집이 쵝오! 겨울호랑이님 가족이 얼마나 잘보살펴주셨으면 털에서 윤기와 미모스러운 자태 ㅋㅋㅋ연의와 영원히 행복하게 냐옹~˙Ⱉ˙

겨울호랑이 2021-01-27 16: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가출하고 돌아와서 처음에는 개냥이처럼 붙어다니더니, 2개월 정도 지나니 다시 본색이 드러나네요. ㅋㅋ

페크pek0501 2021-01-27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귀엽당~~
강아지와 고양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새침해 보이는 고양이를 키우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01-27 16:05   좋아요 1 | URL
강아지와 고양이는 키우는 맛이 다른 것 같아요. 사람과 다정하게 교감이 필요하다면 강아지를, 밀당을 원한다면 고양이가 더 좋은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1-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예쁜데요~~~^^

겨울호랑이 2021-01-27 20: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귀요미가 가출했다 돌아와 좀 성숙해졌네요 ㅋ ^^:)

NamGiKim 2021-01-28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용이 넘 예쁘군요. 참고로 저는 시추 키웁니다. 애완동물이 삶에서 많은 기쁨을 주는 것을 할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느낍니다.

겨울호랑이 2021-01-28 14: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NamGiKim님.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람이 없는 다른 점을 동물들이 갖고 있기에,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깨달음을 알아갑니다. 아마도 그것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속을 썩이는 부분도 있지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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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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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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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이론은 이론이 아니다. 오늘날까지 많은 이론학자들이 M이론이 가질 수 있다고, 또는 가져야 한다고 여기는 구조를 어설프게 두드려 맞추고 있지만, 누구도 M이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엄밀히 말해서 M이론은 고유의 11차원 초끈이론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추정'이다. 1999년 처음 세상에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같은 대중 과학서적은 웅변조로 M이론을 설명했다(p222)... 초끈 연구는 하나가 아닌 두 개의 거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다. 바로 끈과 초대칭이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것도 경험적 근거가 없다. 두 아이디어는 자연이 이러할 것이라는 '추정'으로부터 유도된 것이며,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입자 개념과 계층 문제 같은 구조가 지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_ 짐 배겟, <퀀텀 스페이스>, p223


 짐 베것(Jim Baggott, 1957 ~ )의 <퀀텀 스페이스 Quantum Space: Loop Quantum Gravity and the Search for the Structure of Space, Time, and the Universe>는 고리양자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LQG)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 )와 리 스몰린(Lee Smolin, 1955 ~ )의 이론을 소개한 대중 교양서적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초끈이론' 그리고 'M이론'에 대한 비판이다.


 개인적으로는 미치오 카쿠(Michio Kaku, 1947 ~  ), 브라이언 그린(Brian Randolph Greene, 1963 ~  ), 리사 랜들(Lisa Randall, 1962 ~  ) 등 초끈이론에 해당하는 책들을 먼저 접했기에 이에 대한 비판에 더 관심이 간다. 사실, 초끈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는 물리학자 중에는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로저 펜로즈(Sir Roger Penrose, 1931 ~ )도 추가된다. 펜로즈는 그의 저서 <실체에 이르는 길 The Road to Reality>에서 초끈 이론을 비판하는데, 이들 초끈이론 비판론자들의 주된 내용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초끈이론은 시공간(Space-Time)의 자유도를 고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과 숨겨진 6차원의 다양체(칼라비 야우 다양체 Calabi-Yau manifold)의 값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이것(초끈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공간과 시간의 본질을 전부 끌어다가 양자장이론과 대단히 비슷한 구조로 풀어낸 이론이었다. 이 이론은 지저분하고 지루한 재규격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풀리는 방정식들을 내놓았고, 이 방정식의 풀이는 좌표계를 어떻게 선택하더라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시 말해, 모든 종류의 배경 시공간에 독립적이다._ 짐 베것, <퀀텀 스페이스>, p220

 

 에드워드 위튼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끈이론은 중력을 예견하는 놀라운 특성을 갖고 있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말도 했다. "중력이 끈이론을 통해 유도된다는 것은 이론물리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다." 그러나 끈이론은 차원문제 이외에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멱급수로 전개되는 건드림이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끈이론에서 실행되는 계산은 대부분 끈상수에 대한 멱급수로 표현된다.) 상대성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것이 끈이론의 심각한 한계이며, , 근본적인 원리에서 출발한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과 비슷한 수준의 이론이 결코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p604)...  끈이론은 중력을 서술하는 이론임을 자처하지만, 사실은 시공간 계량의 역학적 자유도를 적절하게 서술하지 못하고 있다. 시공간은 끈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고정된' 배경일 뿐이다. _로저 펜로즈, <실체에 이르는 길>, p605


 초끈 이론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인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력을 하나로 묶는 궁극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양자물리학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은 고정된 시공간의 가정은 고전 역학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궁극의 이론으로서 초끈 이론이 가진 매력이 단순히 수많은 가능성들의 나열에 그친다면, 배것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다른 가능성 또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이 지점에서 짐 베것과 로저 펜로즈, 카를로 로벨리의 비판은 공통점을 갖는다.


 초끈 이론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변종 초끈이론과 추가적인 공간 차원을 숨기는 칼라비-야우 공간의 개수가 마구잡이로 늘었지만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준을 알 수 없어서 이론의 고유성이 사라진 것이었다.(p220)... 초끈 이론학자들은 초끈이론이 만물의 이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유일한 기회'라고 확신했다. 이 분야에 속한 이들은 만물의 이론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중력의 양자이론으로 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_ 짐 베것, <퀀텀 스페이스>, p221


사실 끈이론학자들은 내(펜로즈)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론의 '유일성 uniqueness'에 관한 문제이다. 끈이론에 의하면 10차원 우주의 상당 부분은 컴팩트한 프랑크 스케일의 6차원 다양체 y안에 '돌돌 말려 있다.' 이 6차원 다양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우주는 하필 이런 곳에 말려 있는 것일까? 끈이론학자들은 여기에 초대칭과 적절한 차원, 리치 평평성을 비록한 물리학의 기본 조건을 몇 개 부과하면 유일한 답을 얻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동일한 가능성을 가진 답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_로저 펜로즈, <실체에 이르는 길>, p624


 초끈 이론의 핵심이 바로 '숨겨진 차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초끈 이론가들에게 숨겨진 차원은 일종의 '본유 관념(本有觀念, innate idea)'가 아닌가 여겨진다. 숨겨진 여분의 차원에 대한 가정 없이는 10차원 이상의 세계를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논쟁은 과거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간의 대립을 떠올리게도 한다.


 물리적 실체의 본성에 대해 양자이론이 말하는 불편한 사실 중 일부를 외면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일단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의 양자장이론이 말해주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 이론에서는 기본 물질 입자들과 힘 입자들이 힉스장과 어느 정도의 세기로 상호작용을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이론을 가지고 기본 원리에서 출발해 입자들의 질량을 계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대신 실험으로 질량을 측정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방정식에 대입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물질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의 상대적 세기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저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_ 짐 베것, <퀀텀 스페이스>, p136 


[사진] Solvay Conference(출처 : Amazon.com)

 

 또한, <퀀텀 스페이스>안의 초끈이론과 이에 대한 비판을 읽으면서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 ~ 1976) 의 불확정성 원리를 둘러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와 보어(Aage Niels Bohr, 1885 ~ 1962)의 논쟁을 보는 듯하여 자못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들의 이론에 대해 어느 쪽이 더 치밀한 논리를 갖는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일반 대중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는 그들의 논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현대 물리학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기에 일반 독자로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모습을 통해 조금은 성장해간다는 것은 분명 독서가 주는 기쁨 중의 하나일 것이다...


 칼라비-야우 다양체와 우주의 모양에 대해서는 경문수학산책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또는 뉴턴코리아에서 발행하는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도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올린다...











 ps. 빛의 속도(光速)을 우리는 절대 속도이고,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이 물리학의 기본 가정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실험과학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에 의존한 가정이 아닐까. 우리가 '보는 것(seeing)'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며, 보는 것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빛의 속도가 절대 속도라는 가정은 우리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빛의 속도는 아마도 생각의 속도와 같을 것이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보는 행위가 말에 앞선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보는 행위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해 준다.(p9)...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또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_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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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1-25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차원 초끈이론이 반드시 존재해야… 10차원 우주… 6차원 다양체 … 이해불가… 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01-25 19:37   좋아요 2 | URL
저도 읽긴 합니다만... 수식을 따라가면서 이해하기는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기껏해야 물리학자들이 도출한 최종 공식 속의 변수들의 관계를 음미하고 의미를 생각하는 수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인 것 같네요... ㅜㅜ

북다이제스터 2021-01-25 1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의 글로 마무리가 넘 좋습니다.
본다는 경험을 넘어선 추측과 이론은, 예를 들어 선험적인 것은, 여전히 의구심이 많습니다.
경험도 믿을 건 못되지만 경험조차 없는 건 어찌 판단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1-25 20:34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요즘 북다이제스터님의 독서 주제와 살짝 만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다이제스터님의 글에서 흄에 대한 북다이제스터님의 애정을 발견한다면 제가 너무 나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mini74 2021-01-25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관심있는 분야라 저희집에 있는 책들이 보이네요.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ㅠㅠ 전 까막눈인걸로 ㅎㅎ

겨울호랑이 2021-01-25 22:54   좋아요 1 | URL
^^:) 누구나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좋아하고 그쪽으로 손이 가는 것 같아요. 저도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은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mini74 2021-01-26 00:22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포스팅 읽으니 또 도전해보고 싶은 맘이 생깁니다. 엘리건트 유니버스부터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요 ~

겨울호랑이 2021-01-26 06:58   좋아요 1 | URL
mini74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01-26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겨울호랑이님 포스팅을 읽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어제 읽은 아주 얇은 책에서 만난 끈이론이 이렇게나 반갑네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21-01-26 10:2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봄비같은 겨울비가 내리네요. 따뜻하고 평안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