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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람들·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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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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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겉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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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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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책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근조(謹弔)‘.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_ <이방인>,  P7


 엄마의 죽음과 아랍인의 죽음. '나(뫼르소)'는 두 죽음을 통해 사회와 연관된다.

 서로 다른 두 사건. 그렇지만, '사회'는 두 사건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 뫼르소와 연관된 하나의 사건. 하나의 죽음(엄마)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는 또 다른 죽음(아랍인)에 대한 뫼르소에 대한 판결을 결정짓는다. 그런 면에서 두 사건은 별개이면서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이다.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몸을 옮겨본댔자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걸음, 다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는 않은 채 단도를 뽑아서 태양 빛에 비추며 나에게로 겨누었다. (P74) ...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자루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하여 짤막하고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_ <이방인>,  P78


 엄마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뫼르소의 태도는 사회가 그를 인식하는 기준이 된다.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반(反)사회적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뫼르소는 외부인, 이방인으로 규정된다. 사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이러한 인물들은 위험 인물로 낙인찍힌다. 곧 뫼르소는 반사회적 인물로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될 것이다...


 여기 물음을 던져본다. 이 판결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것이 그에게는 다른 방식의 사랑 표현일 수도 있었다. 눈물로 드러나지 않은 슬픔,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상실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냉혈한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의 슬픔은 무의식의 심연 아래서 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인이 볼 수 없는 내면과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감정을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사회가 그에게 가하는 다른 종류의 폭력이 아닐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살인 사건의 평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당한가? 어쩌면 그는 단순히 무관심한 인물이었고,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조금 특이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이에 반해 살라마노 영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평소 자신의 개를 괴롭히다가 잃어버린 후에 슬픔을 표현한 노인에 대해 사회는 매우 관대하다. 끝이 좋으면, 아니 '보여지는 슬픔'이 있다면 다 좋은 것인가. 죽음의 순간에 애도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가 과연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 이렇듯 사회는 우리에게 자신의 관점이 아닌 사회의 관점으로 연기하며 살아가길 요구한다. 카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부조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더 실감 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그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_ <이방인>,  P137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남들이 뭐라 하든, 너 자신이 되어라.


 책을 읽으며 가수 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을 계속 떠올린다.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고 살아가는 쿠엔틴 크리스프(Quentin Crisp)를 모델로 한 이 노래를 들으며, 나에게 주어진 '사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제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은 그에게 모순된 부조리의 종말이자 해방이라면, 그에게 내린 판결을 지켜본 사회는 부조리 안에서 사는 모순을 지속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뫼르소(개인)는 죽어서 진정한 (모순으로부터) 해방된 삶을 얻은 반면, 사회는 모순의 굴레에서 서서히 진정한 자아를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죽어서 얻은 삶과 살아가면서 얻은 죽음. 사건 이후에 발생한 이것은 또다른 모순이다. 모순은 모순을 낳고, 이는 끊임없이 꼬여간다. 개인과 사회는 이처럼 여러 겹 꼬인 관계 속에서 중첩된 모순을 채 깨닫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불안정한 동거를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운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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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이렇게 팔딱거리는 것은 이 맛과 연결되어 맛을 따라 내게로 오려고 하는 장면이나 시각적 기억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멀리서, 너무도 희미하게 몸부림치고 있어서 나는 뒤섞인 색채들의 포착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반사된 불분명한 상만 겨우 지각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형태를 분명히 알아볼 수 없고, 단 하나뿐인 번역가에게 하듯 그 상에게 그것과 동시대에 태어나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인 미각에 대한 증언을 번역해 달라고 부탁할 수 없으며, 그것이 내 과거의 어떤 특별한 상황이나 어떤 시기를 말하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 P48

그때는 어떤 강렬한 인상을 객관적인 요소로 환원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배운 적이 없었으며, 눈동자의 색깔에 대한 개념을 끄집어내는 소위 ‘관찰력‘이 없었으므로, 여자아이가 금발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랫동안 그 아이를 생각하면 빛나는 그 눈동자의 추억이 선명한 푸른 빛깔로 떠올랐다. 여자아이의 눈동자가 그렇게 검지 않았다면 그 아이를 처음 본 사람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그 눈동자가 푸른색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에 빠지진 못했을 것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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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근조(謹弔)‘.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 P7

아마도 얼굴 위에 드리운 그늘 탓이었던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기다렸다. 뜨거운 햇볕에 뺨이 타는 듯했고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것은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특히 그날과 똑같이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몸을 옮겨본댔자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걸음, 다만 한 걸음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는 않은 채 단도를 뽑아서 태양 빛에 비추며 나에게로 겨누었다. - P74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자루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하여 짤막하고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그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다.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박혔다. - P78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 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그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오직 하나의 숙명만이 나를 택하도록 되어 있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나의 형제라고 자처하는 수많은 특권 가진 사람들도 택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알아듣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 가진 존재다. 세상엔 특권 가진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장차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그 역시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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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파괴, 접속 2 - 정치와 세계의 지역 질서 케임브리지 세계사 16
존 로버트 맥닐.케네스 포메란츠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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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국가 체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정통성을 강화하려면 민족 정체성을 구현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민중의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는 사상이 확산되었다. 근대 국가(민족)의 개념은 군사 및 경제적 경쟁의 역학관계를 통해 확산되었다. _ <생산, 파괴, 접속 2>, p76


 기원 후 175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대상으로 국제 정치와 세계의 지역 질서를 다루는 <생산, 파괴, 접속 2>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를 확산하려는 '제국주의'라는 운동(運動)에 대한 '반(反)식민주의'라는 반작용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과 반작용의 충돌을 통해 빚어진 갈등이 세계대전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났다면, 그러한 현상 배후에 있는 다른 두 양태 - 파시즘과 공산주의 - 는 반작용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 그렇다면, 근대화 이후 제국주의는 이전 제국과 무엇이 달랐는가? 본문에서 이는 '영향력의 크기와 파급'으로 설명된다.


 지난 300년간의 제국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국 활동의 규모가 커지고, 그 속도가 빨라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영향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가속화와 세계적 통합을 일반적으로 농업, 산업, 금융, 노동, 소비 문화, 통신, 관료제, 군사 조직, 신념, 그리고 물론 정치에서 일어난 여러 혁명의 결과로 설명하며, 이러한 혁명들이 세계를 근대로 이끌었다고 본다. _ <생산, 파괴, 접속 2>, p149


 중앙집권화된 국가 권력의 유지를 위해 민족(n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민족국가라는 '상상된 공동체'를 만들어 냈고, 상상된 공동체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여기에 결부시켰고,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결합은 제국주의를 통해 외부로 팽창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생산, 파괴, 접속 2>에서의 시작은 다음의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민주주의의 이상형과 민족주의의 이상형은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_ <생산, 파괴, 접속 2>, p70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좌파적 반동이 공산주의였고, 우파적 반동이 파시즘이었다고 본다면, 결국 현대정치사는 제국주의와 이에 대한 반식민주의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대사의 비극을 정리할 수 있겠다. 반식민주의의 대응이 결국 '서구에 대한 빠른 모방'이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인류는 고유한 문명의 다양성 대신 강력한 '서구 근대 문명'을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가 동일한 현대 사회의 문제(비극)를 공유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다.


 <생산, 파괴, 접속 2>에서 독자들은 저렴한 에너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생산품들의 원료 공급처, 시장을 위해 다양한 이념들로 포장된 폭력의 양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식민 본국과 식민지의 관계에 한정되지 않았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일단 점령하고 보는 '선점적 식민지화'의 광기처럼, 생산된 힘은 맹목적인 파괴와 팽창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과거 전통과의 단절, 식민 사회의 변질 등 커다란 간극을 만들어냈음을 의미한다. '파괴를 위한 생산'. 2권의 주제어를 이렇게 잡을 수 있다면, 생산의 결과는 현대 사회의 동질화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국력의 강화와 경제의 산업화, 이 두 가지 변혁이 19세기 서구 세력의 세계적 확산을 가능케 한 원인이었다. 유럽 안팎을 막론하고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자리 잡았던 이념적 및 제도적 혁신을 모방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정치적 자각을 통해 정치, 군사적 힘을 강화하고 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변화시켜 부와 권력을 동시에 창출하려 했던 노력. _ <생산, 파괴, 접속 2>, p181 

무너진 제국의 잔해로부터 민족국가가 등장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족주의의 승리는 현실적으로 강렬한 트라우마로 이어졌고 더욱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국민주권과 민족자결을 기반으로 세계 정치 질서가 재편되면서 소수 민족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게 되었다... 민족의 서열이 갑자기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 혹은 경험은 격렬한 분노와 공포,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종종 집단 폭력, 인종 청소, 혹은 노골적인 학살의 끔찍한 패턴을 초래하기도 했다. - P89

"선점적 식민지화"라는 개념은 아프리카 쟁탈전이 왜 그렇게 격렬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같은 이유로, 일단 식민지화를 성공한 뒤에는 점령한 영토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광대한 공간, 언어적/민족적 다양성, 그리고 깊이 뿌리박힌 친족 집단, 상업적/종교적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행정 관리보다는 정복이 훨씬 더 쉬운 일이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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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5-12-06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5-12-06 23:52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