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약필의 군령은 엄숙하여 티끌만큼도 범하지 않았고, 민간에서 술을 산 군사가 있었는데, 하약필은 즉시 그의 목을 베었다. 포로로 잡은 사람이 6천여 명인데 하약필은 모두 이들을 풀어주고 양식을 주어 위로하여 보내면서 칙서(勅書)를 주어 길을 나누어 가며 유시(諭示, 황제의 뜻)를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이에 그들이 가는 곳에서는 바람에 저절로 쓰러졌다.

황상은 위정을 불러서 상의동삼사로 삼았다. 위정은 위예(韋叡)의 손자이다. 임술일(29일)에 조서를 내려서 말하였다. "지금 온 천하가 크게 같아져서 만물이 본성을 따르게 되고, 태평시대의 법령이 바야흐로 물 흐르듯이 시행되고 있다. 무릇 나의 신하와 백성들은 몸을 깨끗이 하고 덕 속에서 목욕하며 집집마다 스스로 수양하고 사람마다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군사는 위엄을 세울 수 있으나 반드시 거두어들여야 하고, 형벌로 교화를 도울 수 있으나 마음대로 시행할 수 없다.

"어찌 한 명의 장군에게 명령하여 일개의 작은 나라를 제거하고,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주목한다 하여 곧 태평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덕행을 적게 쌓고서 명산(名山)에 봉선하며 헛된 말을 사용하여 상제(上帝)를 범하는 것은 짐이 들어줄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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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탁지상서인 장손평(長孫平)이 주문을 올렸다. "백성들 가운데 매년 집에서 내는 속맥(粟麥)이 1석 이하인 사람들은 빈부(貧富)의 차이를 두며, 이를 해당되는 사가(社家)52에 쌓아두고 사사(社司)의 검교(檢校)에게 맡겨서 흉년에 대비하도록 하는데, ‘의창(義倉)’이라고 이름을 지으십시오." 수의 주군이 이를 따랐다.

진주(晉州, 산서성 임분시) 자사 황보속(皇甫續)이 곧 관부(官府)로 나가려고 머리를 조아리며, 진(陳)은 세 가지의 멸망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황제가 그 상황을 묻자, 말하였다. "큰 것이 작을 것을 삼키는 것이니, 첫 번째입니다. 도리가 있는 것이 도리가 없는 것을 정벌하는 것이니, 두 번째입니다. 배반한 신하인 소암(蕭巖)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에게 말을 한 것이니, 세 번째입니다. 폐하께서 만약 명령하여 장차 병사를 내보내려 하시면 신은 바라건대 실과 같은 가는 머리털을 펴는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수의 주군이 그를 위로하고 보냈다.

오만하고 허망한 것은 맑고 빈 것이라고 하고, 인연으로 맺은 인정(人情)으로 공훈을 이루게 하면서 유학(儒學)을 바탕으로 한 사람을 가리켜 낡고 조잡하다고 하면서, 사부(詞賦)를 쓴 사람을 군자(君子)로 여깁니다. 그러므로 문필(文筆)이 날로 번성하며 그 정치는 날로 문란해지고, 이로서 위대한 성인의 흔적과 규범은 버리면서, 아무 쓸데없는 것을 얽어매어서 유용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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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지위, 노동시간, 승진 등 모든 삶의 조건을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만이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나 뒷계단보다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다.  - P24

외주 확산은 공공 서비스의 기능, 정부의 주도적 행동력 및 의사결정력을 약화시킨다. 코로나 19 위기는 유럽 국가들의 무능함과 함께, 대부분이 해외 기반인 사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드러냈다. 프랑스가 마스크, 인공호흡기,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의존성은 개인 정보의 관리와 정부가 사용하는 IT서비스와도 관련이 있다. ‘건강정보허브(Health Data Hub)‘라는 정부 프로젝트는 프랑스 국민의 보건정보를 미국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리하는 서버 한 곳에 저장하는 방식이라, 논란이 많다.
- P31

역성장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 질문한다.
역성장은 선진국부터 저개발국까지, 불평등하고 무질서한사회를 만드는 언론과 광고 조작에서 벗어난, 새로운 계획을 단언한다. 말리 출신의 탈세계통합주의자인 아미나타 트라오레는 상상력을 파괴해 세운 성장중심 사회에서 신속히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 심각한 곳에는 풍요를, 낭비가 만연한 곳에는 절제를 선사하며 성장중심 사회에서 해방돼야 한다.  - P64

즉, 요리 지망생이 성공을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누구‘다. 누구 밑에서 실습을 했느냐의 문제는 요리사로서의 이력과 행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한 유명셰프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건 곧 그 셰프의 계보 속으로 들어가 이 지극히 배타적인 미식업계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적 자산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특정 셰프에 관한 글을 쓸 때 그가 어떤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또 누구 밑에서 요리 공부를 했는지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과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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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을 뒤엎고 최서희는 평사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나타나질 않았다. 사람들은 조준구 소유로 되어 있는 집이어서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두 아들을 앞세우고 사당 문을 열 것이며 대대적인 집수리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서희는 여전히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에설까. _ 박경리, <토지 9> , p508/700


 매주말마다 작성하는 <토지> 독서챌린지 미션. 그동안 여러 제시어의 삼행시가 미션 주제였지만, 오늘 미션 주제는 새롭다. 즉흥적으로는 '내가 (거복이)라면, (독립운동)했을텐데', '내가 (길상이)라면, (부인따라 갔을)텐데', '내가 (서희)라면, (조준구에게 오천 원 안 줬을)텐데' 등등이 떠오르지만, 독서 내용과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접는다. 이번 미션 역시 삼행시 때처럼 글 말미에 슬그머니 올려놓는 것으로 해야겠다...


 SNS 미션  : '내가 (   )라면, (   )했을텐데' 를 포함한 감상평을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여신청서에 적어주셨던 개인 SNS에 남겨주세요.


 이번 주 독서에서는 평사리의 고택을 조준구로부터 사들인 서희와 평사리로 돌아간 용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천 원을 푼돈처럼 조준구에게 던져주며 호쾌한 복수를 한 서희지만, 정작 자신은 오랫만에 다시 찾은 자신의 근거지에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 대신, 용이를 평사리 집으로 보내며 관리를 부탁하는 서희. 평사리의 최참판 댁에 대한 이들의 기억은 다른 것이었다. 마치 베르사유(Versailles)를 바라보는 프랑스인들의 기억처럼.


 베르사유는 오랫동안 고유한 특성을 유지해 왔으며 그것은 지금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러한 특성은 물론 궁정도시로서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간접적인 이유이다. 사회적으로 위축된 소심한 보수주의자들을 베르사유로 끌어들인 것은 그보다는 차라리 왕실기구가 그곳을 떠남으로써 우아한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거주지들이 텅 비어 싼 값으로도 입주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베르사유'라는 용어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들도 함축되어 있다. 파리를 탈환하기 위해 진행된 재판절차, 온실에서 임종을 맞이한 코뮌파 국민군들, 사토리에서의 총살 등. 이 사건들은 모두 베르사유의 프로방스 로와 루아 대로에서 이루어진 티에르와 쥘 파브르, 그리고 비스마르크 세 사람의 회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_ 피에르 노라 외, <기억의 장소 2 : 민족> , p215


 루이 14세( Louis XIV, 1638 ~ 1715)와 마담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1721 ~ 1764),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 1755 ~ 1793)의 궁(宮)으로 널리 알려진 베르사유 궁이 프랑스의 절대왕정의 상징이자, 1871년 독일 황제의 대관식이 행해진 치욕의 장소라는 이면의 의미를 가지듯, 서희와 용이에게 평사리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공간이었다.


 십육 년 동안 나서 자란 그 집에 대한 기억은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행복하기는커녕 고독하고 비참한 기억뿐이었다.(p509)... 등뿌리도 기왓장도 모조리 들린 것처럼 불행의 연속이던 그 집을 떠난 후, 최서희는 권위 위에 웅크린 고독과 풍요 뒤에서 한숨 쉬던 허기와의 싸움에서 허기지고 고독한 승리를 안고 오로지 목표였던 가문의 존속과 영광을 위해 돌아왔지만 막상 돌아와 보니 서희에게는 사당 문을 열고 조상에게 고할 말이 없다. 성씨조차 알 길 없는 사내 김길상은 지금 이곳 민적에는 최길상으로 기재되었으며, 따라서 아들 둘은 최환국, 최윤국이다. 최서희는 김서희로. 이 기막힌 사연을 조상에게 무슨 말로 고하라는가. _ 박경리, <토지 9> , p510/700


 좋은 시절,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었던 그 마을은 용이에게는 근원적인 것이다. 서러운 사연들이 묻혀 있지만 더럽혀지지 않은 자신의 존엄을 심었던 곳, 사랑을 심었던 곳, 고뇌를 심었던 곳, 용이는 새삼스럽게 고향을 떠난 기간이 얼마나 이지러진 세월이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임이네로부터 떠난다는 것은 용이에게 별 의미가 없다. 주변에서는 임이네와 떼어놓기 위한 방편으로 서둘렀겠지만 용이는 평사리로 간다는 다만 그 사실 하나에만 뜻이 있었던 것이다. _ 박경리, <토지 9> , p510/700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진주에서의 서희는 승리자고 용이는 상실자다. 서희는 조준구에 대한 복수를 하고 금의 환향을 했지만, 용이는 사랑하는 월선을 잃어버리고 쓸쓸히 귀향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물론, 큰 기쁨 뒤에 작은 슬픔이 있는 것처럼, 서희도 남편과 잠시 이별(아직까지는)을, 용이도 홍이와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반대급부가 있지만, 흐름 상 분위기를 바꿀 정도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승리자와 상실자는 ' 과거 평사리'라는 공간에서 그 위치가 뒤틀린다. '평사리'라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이들은 모두 '과거'를 함께 소환해낸다. 소환한 과거 속에서 서희는 다시 핍박받으며 겪었던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반면, 용이는 사랑하는 월선과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며 인생의 황금기에 미소짓는다. 이처럼 '평사리'에 얽힌 시공간이 주는 의미는 둘에게 분명 상반된 것이었다.


 서희는 유아적(幼兒的)인 원망과 슬픔에 빠지곤 했었다. '왜 나만 혼자 남겨두셨소. 모두 다 어깨의 짐을 풀어놓고 나한테만 떠맡겨놓고 가시지 않았습니까? 형식이지만 최씨네 가문...... 이제 뼈대는 세우지 않았소? 그러나 내가 받은 수모, 상처, 설움, 아아 나는 지치고 피곤하고 더이상은 부대끼고 싶지가 않소. 그 부끄럽고 끔찍스럽고 저주스런 일을 지우고 싶소! 지워주시오! 지워주시오!' _ 박경리, <토지 9> , p511/700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와 고통스럽게 여기는 이. 이들의 모습이 <토지 9>의 마지막에 짧게 담긴다. 그 짧은 순간 이들의 아픔 또는 그리움들은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 ~ )이 말한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중간역' 또는 '정거장'처럼 교차한다. 이제 평사리에서의 서희의 시공간과 용이의 시공간은 새롭게 교차한다. 자신의 아픔을 소유한 서희는 용이에게 아름다움으로 내주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와 함께 <토지9>에서는 '심금녀'가 퇴장하고, 새롭게 '임명희'가 등장한다. 평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금녀가 가슴아픈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다면, 뒤를 이어 신여성으로 등장하는 임명희 역시 만만치 않은 삶을 살것이기에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반가움보다는 긴장감을 갖게 되며 <토지 9>를 마무리한다...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같은 거 말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_ 안도현, <연어> 中


 공간과 시간은 개인적인 행위 가능성을 지배하는 주변조건을 만든다. 공간-시간-경로를 거쳐갈 때 어떤 개인이건 그들의 행동, 행위 그리고 그들의 결정의 기능들을 제한하는 이 '견제(constraints)'와 강제, 그리고 제약에 예속된다. 시간과 공간을 통한 개인의 움직임을 추적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길들이 서로 교차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들은 이른바 "중간역"(Giddens 1992 : 164)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중간역은 만남이 일어나고 사회적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시간-장소를 의미한다. 기든스가 "정거장"(Giddens 1992 : 171)이라고 부르는 이 장소는 일상 내지 인생을 통과하는 개인들의 운동을 잠시 동안 정지하게 하는 운동정지체의 역할을 한다. _ 마르쿠스 슈뢰르, <공간, 장소, 경계>, p126


 이제, SNS 미션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평사리 최참판댁에 용이가 들어간 것이 서희와 용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은 수긍되지만, 어쩐지 서희가 조금 손해본 듯한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내가 (서희)라면, (용이에게 전세를) 놓았을텐데... 아니면, 월세라도...' mission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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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4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 진지하게 읽다가 , 전세나 월세라니 빵 터졌습니다 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1-11-14 17:44   좋아요 1 | URL
미니님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가는 현찰 속에 단단해지는 우정을 떠올렸습니다 ^^:)
 

이웅이 말하였다. "옛날부터 성현들은 문무(文武)를 겸비하지 않고서 그의 공업(功業)을 이룰 수 있었던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저 이웅은 비록 재빠르지는 못하지만 자못 앞에 간 사람들의 뜻을 관찰하였으니, 다만 장구(章句)만을 지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문장도 익히고 또한 무예의 재주도 있는데, 형님은 어찌 병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위가 일찍이 황제에게 말하였다. "신의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매번 신을 경계하여 말하기를 ‘오직 《효경(孝經)》 한 권만 읽으면 몸을 세우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충분하니 어찌 많은 것을 쓰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황제가 깊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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