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35 ~ )는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 >를 통해 맑스(Karl Marx, 1818 ~ 1883)의 <자본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conomie>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자본>의 세부 논의에 길을 잃던 독자들이 포기오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손을 빌려주는 저자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매 단원별로 다음과 같이 <자본>의 내용 요약을 반복하여 제시하기에, 강의가 끝날 때 즈음에는 마치 후크송(Hook Song)처럼 <자본>의 용어가 익숙해지게 만들어 준다.


 맑스는 상품이라는 단일 개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가지 성격을 지닌다. 교환가치의 배후에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으로 규정된 가치라는 단일 개념이 놓여 있다. 가치는 구체적 노동과 추상적 노동의 이중성을 품고 있는데, 이들 두 노동은 교환행위를 통해 합쳐지고 가치는 이 교환행위를 거치면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이중성을 통해 표현된다. 여기에서 일반적 가치형태인 화폐상품이 등장하는데, 그러나 이 화폐상품은 가치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은폐하고 상품의 물신성을 만들어낸다. 완벽하게 기능하는 시장에서 화폐가 서로 다른 두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것은 곧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의 화폐이고 이들 두 기능 사이의 등장은 얼핏 새로운 화폐관계에 의해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W - G - W의 유통형태는 G - W - G' 이고 G'는 '처음 투하된 화폐액 + 일정 증가분'이 되면서 완벽한 시장에서의 등가교환과 잉여가치의 생산에서 요구되는 부등가물 간의 모순을 불러일으킨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0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가 다른 <자본> 해설서가 가지지 못한 장점은 큰 틀에서 <자본>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맑스가 <자본>을 통해 고민한 대전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래서, <자본>의 지향점을 처음부터 제시하여 독자들이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나침반을 놓고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무엇인지, 이전 경제학자들과 맑스의 사상과의 차이점과 영향관계등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배경설명을 하기에 독자들은 <자본>이라는 숲에 들어가기 전 지도를 통해 전체 얼개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와 마찬가지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조금은 덜 비판적이고 따뜻하며, 상세한 설명이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에서 느껴진다.


 리카도는 가치의 개념을 노동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맑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우리는 곧바로 이런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맑스가 이에 직접 답하지는 않지만 이 물음은 <자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다. ... 이 물음은 근본적으로 '가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49 


 맑스는 이제 우리가 화폐형태가 품고 있는 모순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모순의 끊임없는 확대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의 변증법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그는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22


 이러한 저자의 전체 설명이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 저자가 해설서에서 밝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본>에서 맑스는 변증법을 통해 만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가운데 서로가 변해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인간, 자연, 노동에 있어서 모두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하나의 화폐 안에 담겨있다는 맑스의 분석은 이에 대한 증거가 된다. 


 노동과정은 전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대사"의 하나의 변증법적 계기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하며 통제하는 한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10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두 주체인 화폐소유자와 노동자의 관계는 이와 다르다.  노동자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노동력)을 가지고 있으나 혼자 힘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 반면, 화폐소유자는 생산할 수 있으나 노동자를 소유할 수 없다. 단지 일정 기간 동안 노동력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소유자는 더 오랜 기간(量)또는 더 높은 정도(質)로 노동력을 소유하고자 하며 이로 인해 잉여가치 문제가 발생됨을 맑스는 말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문제, 더 많은 잉여가치 획득을 위한 불변자본의 투입 등의 논의가 이어지지만, 우리는 이미 자연법칙과 사회법칙에 맞지 않는 자본 내부의 모순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추가 논의는 계속되지만, 하비가 이미 보여준 전체 조망을 통해서 우리는 맑스의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하나로 수렴하지 못하는 두 인격(人格)이 공존해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 이러한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은 외부의 어떤 노력으로도 해소될 수 없기에 물 끓는 주전자처럼 넘치고 만다는 것이 <자본>의 이후 논증이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의 소비에서 가치를 뽑아내려면 우리의 화폐소유자는 운좋게도 유통영역의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 하나의 상품을 발견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사용가치가 곧 가치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것의 현실적 소비가 곧 노동의 대상화이자 가치창출이 되는 그런 상품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실제로 바로 그런 특수한 상품을 발견한다. 노동능력이 바로 그것이다.(M181)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6


 화폐소유자가 노동력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발견하기 위한 제2의 본질적인 조건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기 노동을 대상화시킨 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그 대신 자신의 살아있는 육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의 노동력 그 자체를 상품으로 팔기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M183)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이 유일한 <자본> 해설서는 아니다. 다만, 여러 좋은 해설서 중에서 다른 장점을 가진 해설서임은 분명하다. <자본>이라는 큰 숲 안에 있는 여러 나무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좋은 설명이 제공하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반면, 지리학자인  하비의 책은 <자본>이라는 숲의 전체적인 크기와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어느 경우에도, 저자 맑스의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임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만약,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와 함께 읽을 때는 역자의 <자본 1- 1> < 자본 1 - 2>를 읽는 편이 호완성 측면에서 더 좋게 느껴지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2
한국교부학연구회.하성수 지음 / 분도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3.5. 주님께서는 자캐오와 레위, 마태오, 부유한 사람들과 세리들 집에 손님으로 머무르셨으며, 그들에게 부를 포기하라고 명하시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그분은 다만 부를 공정하게 사용할 것을 요구하시고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금하시면서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라고 선포하십니다.

14.1. 따라서 우리는 우리와 이웃들에게 유익할 수 있는 재산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소유할 가치가 있기에 ‘소유물‘이라고 불리며, 어떤 것을 할 능력이 있고 유익하며 인간에게 유익하도록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기에 ‘재산‘이라고 불립니다... 3. 부의 본질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봉사하는 것입니다. 4. 따라서 우리는,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기에 책임이 없는 것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것을 선하게 또는 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에게만 선택에 따른 책임이 있습니다. _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p33 - 35

교부 티투스 플라비우스 클레멘스는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에서 부자의 구원에 대해 논한다. 교부는 ‘부‘는 가치 중립적인 수단이기에 적절한 활용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하느님과 이웃을 지향하고, 선행의 수단인 ‘부‘를 통해 구원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 교부의 글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발견한다.

31.9. 우리는 요청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이들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며, 그런 다음에 우리의 나눔에 대한 매우 큰 상, 곧 영원한 거처를 받으리라는 것입니다.

32.1. 얼마나 멋진 거래입니까! 얼마나 거룩한 사업입니까! 당신은 돈으로 불멸을 사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사라지는 것들을 주고 그 대신 하늘에 영원한 거주지를 받습니다. 2. 부자여, 당신이 지혜롭다면, 이 시장을 향하여 출범하십시오. _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p64

반면 만약, 카이사르의 것을 카이사르에게 돌리지 않고, 부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는 길을 걷고 있다면 그가 걷고 있는 그 길은 결코 좁은 문으로 향하는 길이 아닐 것임은 너무도 분명할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9-0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행과 자선 / 인내의 유익 / 시기와 질투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3
한국교부학연구회 지음, 최원오 엮음 / 분도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4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인내는 선을 지킬 뿐 아니라 악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마음에 인내가 튼튼하고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정의의 순수함은 기만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을 것이며, 성체를 받아 모신 손이 킬과 피로 더러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15. 사랑은 형제애의 끈이고, 평화의 토대이며, 일치의 튼튼하고 굳건한 고리입니다. 사랑은 희망과 믿음보다 더 위대하며, 선행과 순교보다 뛰어납니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하며, 하늘 나라에서도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사랑에서 인내를 제거해 보십시오. 인내 없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_ 키프리아누스, 「인내의 유익」, p73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주교 카이킬리우스 키프리아누스(Thascius Caecilius Cyprianus)의 문헌. 저자는 ‘인내 없는 사랑‘을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고 말한다. 사랑의 온전한 실천은 인내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교부의 외침은 스스로 심판자, 정의의 십자군이 되어 이웃 사랑의 정신을 외면하는 그릇된 이들에게 참된 그리스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11. 그대는 왜 끊어 버렸던 악마에게 되돌아갑니까? 왜 그대는 카인을 닮아 갑니까? 자기 형제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자는 누구든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요한 사도는 자신의 서간에서 말합니다. _ 키프리아누스, 「시기와 질투」, p101

10. 하느님의 것은 무엇이든 우리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분의 은혜와 선물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온 인류가 하느님의 선하심과 너그러우심을 공평하게 누려야 합니다. _ 키프리아누스, 「선행과 자선」,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90년대에 진입해서도 임차 가구의 문제는 '집 없는 설움', '치솟는 전/월세값', '정부 정책 시급' 등의 키워드로 신문 기사에 수없이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주택의 전세 가격은 시장 기능에 맡겨 자율화하는 대신, 소규모 전/월세 입주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보증금 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도록 임대 가격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전세금 융자를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 주택의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주택 수급을 원활히 하고 주택 임대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해 주택건설을 유도하고 주택건설업체에 대해 일정 비율의 소형 주택건설을 의무화하는 방안, 재개발 이익 환수제, 매입 임대 주택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또한 임대차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1981년 최초로 제정된 임대차 보호법이 1990년대를 거치면서 수차례 개정되었다. _ 전남일 외 3인, <한국 주거의 사회사>, p351


 얼마전 임대차 3법이라 불리는 법안 통과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세입자가 더 힘들어졌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불행히도(?) 12월 달에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몇 주간 부동산 시장을 샅샅이 살펴보게 되었고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사는 수도권 남부 지역 상황에 한정되겠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살펴본 시장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없는 것은 기존 계약들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고, 그 결과 부동산 공급건은 급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신규계약건도 줄어들었다.

2) 또한, 2+2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대상 건이 아닌 부동산의 경우에도 매매가 잘 되지 않는다. 이는 향후 4년동안 기대 이익을 계약 초기에 실현하려는 임대인의 생각이 공급가격을 상승시킨 반면, 전월세 수요자에 해당하는 세입자들은 향후 2~3년 후에는 신규 공급 물량 확대 등으로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에 이동을 최소화하고  관망세에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되지 않는다. 또한, 물량을 내놓았던 이들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기왕에 내놓았던 임대인들마저 물건을 거둬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격을 받는 이들은 누구일까?


 우선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 등으로 재계약 건수 증가가 부동산 신규 계약을 위축시켰으며, 이로 인해 매해 높은 임대료 인상으로 이익을 보던 임대인과 재계약 수수료보다 높은 신규계약 수수료 수익을 얻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일차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이동을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세입자들도 높아진 가격 부담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타지에 자신의 집이 있는 이들은 자신의 집으로 옮겨가거나, 아니면 보다 저렴한 비용의 주변으로 나가는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장의 혼란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어느 날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혼동이 정리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2004년 버스 전용차로제와 버스 노선 개편이 시작되었던 첫 날이었다. 바뀌어진 교통정책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서 을지로에서 강남역까지 3시간 넘게 걸렸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새로 도입되는 버스 색깔인 Green/ Red/Yellow/Blue의 앞자리를 따서 이 정책을 GRYB(지랄염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이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당시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한 축이 되었다.(다른 축은 청계천 사업)...


 이러한 역사를 생각해봤을 때 누가 또 알겠는가. 이 정책이 YS 의 금융실명제 이후 최대의 경제개혁으로 평가될런지.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PS. 조금 고생했지만, 다행히 아내와 아이가 다니는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가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집에 있는 차 한대를 정리할 수 있게 된 점을 생각한다면, 오늘 집값 이상을 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신승리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0-09-03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보다 아이에게 투자(?)가 더 큰 수익률(?)... 더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르는 건 제가 자본주의에 찌들어서...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03 23:17   좋아요 0 | URL
^^:)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 살지 않기에 수익률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체제 안에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ㅋㅋ
 
작은 집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면이 대지 위에 자리 잡았다. 마치 손에 장갑을 끼듯이 꼭 들어맞았다. 호수는 창문에서 사 미터 앞에 있었고, 도로는 문 뒤로 사 미터 떨어져 있었다. 다뤄야 할 면적은 삼백 제곱미터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평선들 중 하나인, 건물 때문에 망쳐서는 안 될, 비길 데 없이 훌륭한 전망을 제공한다.(p13)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은퇴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준비하는 호숫가의 작은 집 이야기. 제한된 예산으로 큰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대신 작은 집에 큰 자연을 담는다. 오늘날 규격화된 상자와 같은 곳에서 거주하며 역세권으로부터의 거리가 거주 가치의 척도인 우리들에게, 대가는 건축과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집 안으로 들어선다. 십일 미터 길이의 창 문이 집에 품격을 준다! 이것은 창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고안된 구조상의 혁신이다. 집의 구성체이자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p34)

작은 집에 자연을 담아낸 대가처럼, 외부와 단절 대신 마음의 창인 눈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삶을 꿈꾼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뒤쳐진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0-09-03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 코르뷔지에가 이런 책도 썼네요.
역시...
근데 그가 말한 창으로 자연을 혹시 보신 적 있으세요?
국내에서도 건축가들이 너도나도 따라하여 이젠 좀 흔한 창인데요. 그 창을 통해 보신 적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03 21:46   좋아요 1 | URL
^^:) 아쉽게도 그런 창이 있는 집에 가보질 못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할 수 있다면)창을 통해서 자연을 시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좋겠지만, 한옥처럼 자연을 온전히 끌어들이거나, 아니면 문 밖으로 자연을 밟고, 숲냄새와 바람의 느낌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집에 살았으면 합니다... 집 안에서 바라본 자연과 문 밖의 자연은 분명 차이가 있더군요...

북다이제스터 2020-09-03 21:51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르 코르뷔지에 창은 성에 차지 않는 창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요...
왜 다들 그의 창을 대단하다고 칭송하고 따라하는지 이해되지 않아서 그냥 여쭤봤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03 21:58   좋아요 1 | URL
정확하지는 않지만, 서양문화의 자연에 대한 태도와 동양문화의 자연에 대한 태도 차이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서양문화에서 자연을 대상화하고 이로부터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오감 중에서 시각을 충족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문화에서는 물아일체의 측면에서 촉각, 후각까지 고려하는 사고가 건축 철학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9-03 22:03   좋아요 1 | URL
곧 집 지으실 때 큰 도움되실 책이었다고 짐작됩니다. ^^
곧 이루어지실 것으로 느껴집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03 2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일단은 살 도시 아파트 구하느라 발품을 팔았지만요..ㅋㅋ 꿈을 놓쳐서는 안되겠지요.

초딩 2020-09-04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읽었던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좋은 평을 듣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을 ‘바라보는 것‘을 꼬집어 비판 한 것 같습니다. 유교수의 지론처럼 자연과 동화되는 것은 그 속에 - 원래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니 - 있는 것이지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에서도 우리는 이미 ‘본다는 것‘으로 본연의 경험을 차단하고 또 ‘왜곡‘ 해버린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04 19:3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르 코르뷔지에가 서양에서는 건축대가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서양 전통인 ‘관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들의 자연환경과는 다른 우리 환경에 맞는 건축 철학, 생활 철학이 필요함도 함께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