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 해제ㅣ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7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발한다>는 1894년부터 1906년까지 진행된 '드레퓌스 사건' 관련 에밀 졸라의 편지를 묶은 글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10월 31일 유태계 프랑스 장교의 간첩사건이다. 당시 프랑스는 보불전쟁(1870년) 패배 이후 사회에 만연한 대독(對獨) 적대감과 반(反)유태주의가 팽배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드레퓌스 사건은 군대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그림1] 드레퓌스의 군적박탈식(출처: 위키피디아)



드레퓌스의 복권으로 해결되는 '드레퓌스 사건'의 역사적 의의를 책 해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p223)


첫째,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벌어진 봉건 보수 세력과 공화 진보 세력의 마지막 대혈투라고 할 수 있으며, 둘째, 드레퓌스 사건은 유태인의 정체성 확립과 이스라엘 건국의 계기를 마련했고, 셋째,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이라는 현대적 양상을 보여주었으며, 넷째, 드레퓌스 사건이 보여준 또 하나의 현대적 양상은 지식인의 정체성 확립과 사회 참여 전통의 마련되었다는 것에서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나타난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 반(反)유태주의 : 종북몰이, 빨갱이


독일에게 패배한 프랑스는 독일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게 되고 결국 1914년 제1차 세계대전(世界大戰)으로 실현된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勃發) 20년 전 프랑스에 몰아치고 있던 극심한 극우(極右)주의는 '반유태주의'로 표출되었다. 


'프랑스여, 그대는 아직도 그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가? 그대는 바로 '교회'로 가고 있다. 그대는 과거, 가장 총명한 그대의 자식들이 피와 지성으로 물리친 바 있는 배척주의와 신정정치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오늘날 반유태주의의 책략은 간단하기 짝이 없다. 가톨릭 교회는 민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노동자들을 묶어내고 성지 순례를 활성화하려 했지만 허사였고, 민중의 마음을 다시 얻고 민중을 제단 앞에 무릎 꿇리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상황이 민중에게 반유태주의적 광기를 불러일으켰고, 광신주의에 중독되게 했으며, 거리로 뛰쳐나가 이렇게 외치게 했다. "유태인을 타도하자! 유태인을 죽이자!"(p79) - 프랑스에게 보내는 편지 中 -'


2. 정신착란의 공범자 : 친일 기득권 세력(친군부, 유신 세력)


19세기말~ 20세기 초에 프랑스에 만연한 반유대주의에 대해 당시 기득권들은 이를 방치하고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이러한 배경하에서 발생한 일종의 마녀 재판이었던 셈이다. 에밀 졸라는 사건 뒤에 숨어있는 이들을 지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랑스여, 어떻게 그대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 그대의 해방된 민중이 이 위기 속에서 자신을 휘감는 정신 착란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들이 공범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만당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들은 배후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편 군사독재이며, 다른 한편 성직자들의 반동이다.(p84) - 프랑스에게 보내는 편지 中 -'


3. 언론의 여론 조작 : 종합편성채널(종편)


'당시 언론은 이미 여론의 전달자가 아니라 여론의 제조자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꼭 짚어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반드레퓌스파 신문은 드레퓌스파 신문과는 달리 여론 조작을 위해 사실의 왜곡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에게서 군국주의와 반유태주의에 기반을 둔 파시즘적 선동 정치의 원형을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p224) - 역자 해제 中 -'



[그림2] 로로드지 1면에 실린 에밀졸라의 격문 '나는 고발한다'(출처: 위키피디아)


4. 드레퓌스 사건의 결말과 에밀 졸라의 죽음


드레퓌스 사건과 현대 우리는1894년과 2016년이라는 100여년의 시간차이와 유럽-아시아라는 공간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드레퓌스 사건'은 현 시점의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1894년 사건 발생 후 1906년 드레퓌스의 복권이 이루어지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에밀 졸라는 이 사건으로 생전에 재판 비용, 작품 판매 부수의 격감, 망명 생활, 집필 시간 등으로 고통받다가, 결국 의문의 가스사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에 이러한 사건의 결말을 보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그가 생전에 남긴 글을 통해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찾아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 역사의 과업은 완수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증오의 결실이 아니라 우리가 씨를 뿌린 선의와 정의와 무한한 희망의 결실일 수밖에 없다. 그 결실은 계속 풍요로워져야 한다. 물론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의 풍요로움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p141).... 이전에 프랑스가 세계에 자유를 주었듯, 이후에 프랑스가 세계에 정의를 주는 날, 철권을 휘두르는 절대 권력은 반드시 절대 몰락의 길을 걸으리라.(p142) - 정의 中 -'


'인간이란 요술처럼 하루 만에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워 신성하게 만들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 눈부신 승리는 단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숱한 노력과 고통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모양입니다.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하나의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p191) - 공화국 대통령 에밀 루베씨에게 보내는 편지 中 -'


최근 프랑스가 2015년 1월 IS에 의해 샤를리 에브도 테러(Attentat contre Charlie Hebdo)가 발생하여 프랑스의 톨레랑스(tolerance)정신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말을 듣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를 추구하는 가치마저 빛을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얻기 위해 대혁명(大革命)과' '드레퓌스 사건' 과 같은 크고 작은 대가를 지불한 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드레퓌스 사건은 발생부터 드레퓌스 복권까지 12여년의 시간동안 일어난 일련의 대사건이었다. 그동안 프랑스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국가 폭력,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 등의 문제로 인해 극심한 좌우 대결이라는 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당시 이 시기를 보낸 이들은 잘 몰랐겠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현재 프랑스를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림3] 프랑스 (출처 : http://m.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9076)



1898년 3월 <르 시에클 Le Siecle>이 에밀 졸라의 용기를 기리기 위해 만든 금메달에 새겨진 메달의 글귀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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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1-07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만 먹고 읽지 못 한 책이네요. 읽고 싶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겨울호랑이 2017-01-07 12:43   좋아요 1 | URL
^^: 저도 1권 읽는 동안 5권을 사니 읽을 책만 쌓이네요 ㅜㅜ

2017-01-07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7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7-01-07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는 누가 죽인 거죠? 요즘은 반정부주의가 종북빨갱이...

겨울호랑이 2017-01-07 18:40   좋아요 0 | URL
에밀졸라가 의문의 가스질식사로 세상을 떠났는데,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하네요..
 

알라딘 이웃분인 노란 가방님 소개로 알게 된 정의기억재단 펀딩에 참여 했습니다.

어제 작은 소녀상이 도착했구요.

지금은 제 서재에 놓여 있습니다만,
아내와 상의해서 개학 후 유치원으로 소녀상을 옮길 예정입니다. 지금은 원아들이 비록 어려서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성장하면 그들이 역사의 참된 의미를 찾으리라 기대하면서요.

친일세력들이 국정교과서 등으로 역사왜곡을 하고, 졸속 위안부 문제 협상 등으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요즘입니다.

그들에게 참된 역사는 인위적인 왜곡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과 역사의 진정한 의미는 일상에서 배운다는 사실을 작은 소녀상을 통해 알려주고 싶네요....

이웃분들 모두 맛있는 점심식사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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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5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역사 교육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1-05 13:29   좋아요 1 | URL
^^: cyrus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2017-01-05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1-05 1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겨울호랑이님의 실행력은. .
멋지십니다 ^^

겨울호랑이 2017-01-05 14:22   좋아요 2 | URL
^^: 시이소오님 감사합니다. 딸아이가 식민교육을 받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 행복한 오후 되세요

마립간 2017-01-05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진에서 ≪원론≫, ≪수학독본≫ 시리즈, ≪프린키피아≫, ≪고전 과학 시리즈≫가 눈에 띄는군요.

겨울호랑이 2017-01-05 14:24   좋아요 0 | URL
^^: 사진에 찍힌 부분이 마립간님께서 좋아하시는 분야네요. 네 현재 비치중이며,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나가 문제지만요.ㅋ

나와같다면 2017-01-05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손석희님의 앵커브리핑 생각납니다
한일위안부합의 이후 한 시청자는 일본 돈 10억엔은 받을 수 없다며 현금 1020만원을 밀알로 모금운동이라도 해달라고 보내왔고, 다시 진정한 광복을 바란다는 의미에서 1945만원을 다시 보내왔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멘트가 이랬어요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어도 시민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기억하는 시민의 힘을 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5 15:05   좋아요 3 | URL
나와 같다면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훌륭한 분들과 과거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 한 역사는 결코 왜곡될 수 없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캐모마일 2017-01-05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펀딩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개봉은 안 했는데 보고 있으니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5 15:06   좋아요 4 | URL
^^: 캐모마일님께서도 참여하셨군요. 여러 이웃분들께서 함께 하는 펀딩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7-01-0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1-05 16: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고 실천하고 후대에 전하는 겨울호랑이님 멋지십니다. 저의 이 게으름과 권태는 어찌해야할까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1-05 17:12   좋아요 3 | URL
에고... 과묵하게 움직이시는 많은 이웃분들이 계셔서 북프리쿠키님 칭찬이 쑥스럽네요..함께 의미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북프리쿠키님께서 게으름과 권태라 하시면 저 역시 자유롭지 못한 요즘입니다 ㅠㅠ

samadhi(眞我) 2017-01-05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후원하는 곳 물으시더니 기어이 해내셨네요. 고맙습니다. 호랑이님 같은 분이 계셔서 아직 희망이 있네요.

겨울호랑이 2017-01-05 18:4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samadhi님 조용히 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7-01-05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실천하시는 삶이 반갑고 부럽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1-05 21:10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는 길에 같이 갈 수 있어 감사한 요즘입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17-01-05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실천하시는 모습 너무 멋있으세요~~

겨울호랑이 2017-01-06 00:5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작은 힘이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할뿐 입니다. 편한 밤 되세요
 
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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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에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진화가 진실임을 강조한다. 전작인 <만들어진 신>에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혔다면, <지상 최대의 쇼>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에 의한 인위선택'(p70)에 의한 진화를 주장한다. 


<지상 최대의 쇼>는 서두에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진화론에 대해 언급한다. 이후 자연에 의한 인위선택에 의해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증거를 본문을 통해 제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본문의 대부분 내용이 인위선택에 의한 진화를 보여주기 위한 논거제시로 이루어져 있다. 이 논거는  도킨스 자신이 스스로 '눈 먼 시계공' 프로그램을 개발실험, 다른 이들의 실험(렌스키 실험)결과, DNA와 화석들을 통해 종(種)의 유사성을 비교설명 등 여러 학문분야의 다양한 증거로 약 500페이지에 걸쳐 제시된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가 의사결정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통해 생물학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면, <지상 최대의 쇼>에서는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존속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진화에 대해 과학적인 확신을 갖고 싶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지상 최대의 쇼>에는 생물학적인 전문용어들이 요약해서 언급이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을 속속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 읽는 것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지상 최대의 쇼>를 읽으면서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진화론의 사회적 수용


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증한 <지상 최대의 쇼>를 읽고 나면 '자연에 의한 인위선택설'에 대해 반박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 진화의 증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는 이 책은 그 목적을 완수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명확한 과학적인 논거 제시와 진화론의 사회적 수용(특히, 기독교 국가에서)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책의 [부록]에 제시한 내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이론적 대립이 심한 것 같다. 1982년 이후 갤럽이 인간의 기원과 관련한 조사를 비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2008년 조사 결과 '신이 지난 1만년 안짝에서 현재의 형태 거의 그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응답에 44%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머리말에서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p568)


'진화의 증거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요즘만큼 강력했던 적이 없다. 그러나 얄궂게도 무지에 기반한 반대 역시, 내가 기억하는 한, 요즘만큼 강력했던 적이 없다.'(p6)


도킨스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근거를 가지고 제시한 내용에 대해 사회적 반발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지상 최대의 쇼>를 읽으면서 도킨스가 불평한 '반(反)진화론'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도킨스가 기여한 바도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 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지상 최대의 쇼>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창조론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은 진화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화제를 불러왔다. 그렇지만, 도킨스의 지나칠 정도로 냉정한 창조론에 대한 공격이 오히려 창조론자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에도 공헌을 한 것은 아닐까. 평생동안 가져온 자신의 신념이 붕괴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수구(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최근 정치를 통해 많이 접한다.) 만약, '진화론'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2. 칼 맑스의 역사발전 5단계설과 진화론


칼 맑스(Karl Marx, 1818~1883)는 진화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다윈의 '생존 경쟁'에서 '계급 투쟁'이라는 개념을 끌어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칼 맑스의 역사발전  5단계설이 찰스 다윈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모든 역사는 진보,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했었는데, 이번에 <지상 최대의 쇼>를 읽으며, 칼 맑스의 사상 중 일부는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지만,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칼 맑스는 사회과학에서 일종의 법칙성을 주장한다. 그는 역사발전 5단계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붕괴의 필연성을 주장하고, 원시공산주의 사회에서 미래 공산 주의 사회로 이행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역사발전'을 '진화'로 해석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하다. 칼 맑스의  '역사적 법칙성'이라는 개념은 돌연변이 등 우연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진화론의  '자연에 인위 선택'에서 도출된 것은 아닌 듯하며, 별도의 사상으로 이해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다윈의 <종의 기원>과 칼 맑스, 엥겔스의 <자본>을 통해 추후 더 살펴볼 계획이다.


3. 진화론과 창조론의 상충 : 시간의 문제


진화론과 창조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시간 문제다. 진화론에서는 생명이 40억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창조론에서는 '6일'이라는 짧은기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구약 창세기1,2장) 


그렇다면, 기독교에서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하느님(神)의 시간은 영원이며 불변이며, '시간'과 '공간'마저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창조 이전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과  시간은 인간에게 있어, '현재'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하느님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2베드 3:8)"


성경에 기록된 사항은 기록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60년을 넘기 힘든 이들에게는 100년과 1000년이 큰 차이 없이 '매우 긴 기간'을 의미한 것을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적어도 '시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개인의 신앙과 과학이 상충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연구가 전문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보다 여러 분야에서 대립 대신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빅뱅이론과 진화론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은 과학과 신앙 문제에 대한 조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 http://www.huffingtonpost.kr/2014/10/29/story_n_6065760.html


책을 읽고 나니 <지상 최대의 쇼>를 통해 진화라는 본래의 문제가 아닌 다른 부문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삼천포로 빠진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현재 내가 가진 인식 틀로  <지상 최대의 쇼>를 읽은 것이라는 자기 위안을 해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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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기쉐기몽쉐기 2017-01-04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이기적인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을 읽으면서 전 내내 도킨스가 징징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조용히 읽는 중에도 귀가 시끄러워서 짜증났던 기억이 ,,,근대 도킨스가 낸 책들을 보면 또 자꾸 읽어보고 싶어져요 ㅡㅡ

겨울호랑이 2017-01-04 22:12   좋아요 0 | URL
^^: 개인적으로 도킨스 스타일이 도올선생님 스타일처럼 느껴지기에 쉐기쉐기몽쉐기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지상 최대의 쇼」에서는 전작에 비해 도킨스 특유의 조소나 비웃음의 정도는 낮은 대신 논리적 증명이 상대적으로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1-05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미션은 ˝미키마우스˝ 였습니다만
그리고 나니 ˝조커마우스˝가 되버렸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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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4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컵을 보고 그리셨네요.^^ 미키마우스 그림은 키티보다는 조금 더 그릴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손도 그렇고, 풍선도 있고요.
얼마전에 미니형 마우스를 인터넷쇼핑몰에서 검색했더니, 미니마우스가 제일 먼저 나왔던 생각이 나네요.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는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요즘 아이들도 좋아하는 캐릭터 같아요.
오늘의 그림 잘 봤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1-04 05:08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아이 덕분에 생전 처음인 경험을 요즘 하네요. 행복한 오늘 하루 되세요^^

해피북 2017-01-04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낫. 그림 정말 잘 그리셨는데요~^^ 생동감 넘치는 미키 넘 귀엽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7-01-04 05:10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고 그리기도 쉽지 않네요 ㅋ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거서 2017-01-04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퍼맨이 돌아왔다,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님의 숨은 능력을 찾아내신 것 같아 보기가 참 좋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1-04 08:56   좋아요 1 | URL
아이고 오거서님 과찬이십니다. 숨겨진 능력이라기보다 딸아이가 조금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려 낑낑된 결과입니다 ㅋ 오거서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별이랑 2017-01-04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무래도 연의는 아빠 그림 실력 높이기 후원 회장쯤 되지 않을까요?
다정한 부녀 덕분에 오늘도 웃음으로 시작합니다~
호랑이님도 오늘 하루 좋은시간 많이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17-01-04 09:32   좋아요 1 | URL
^^: 연의 덕분에 미술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술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네요. 문제는 미술이 저를 싫어하는 것이라는... ㅋ 별이랑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2017-01-04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01-04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조...아...합니다~, 가 아니라,
미키마우스에서 비롯된 조커마우스를 그리실 줄 아는 님, 완전 좋습니다욧~^^

겨울호랑이 2017-01-04 16:16   좋아요 0 | URL
^^: 양철나무꾼님 감사합니다. 사실 의도는 조커마우스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나니 조커가...ㅜㅜ

AgalmA 2017-01-04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키마우스는 장갑이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데 손 어디 갔습니까, 손ㅎ? 꾀부리려는 겨울호랑이님 표정 아녜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7-01-04 19:23   좋아요 1 | URL
^^: 이런 Agalma님께 딱 걸렸네요..ㅋ 미키마우스 토루소라고 하면 좀 궁색하겠지요? ㅋㅋ

AgalmA 2017-01-04 17:39   좋아요 1 | URL
아시는 게 많아 변명도 꽤 그럴싸하게 하시네요ㅎㅎ
겨울호랑이님은 미션을 괴로워하시지만 계속 하달되어 실력이 날로 피어나시길ㅎㅎ~ 그림그리기가 재밌는 건 사실이잖아요ㅎ

겨울호랑이 2017-01-04 17:45   좋아요 1 | URL
^^: Agalma님 감사합니다. 저도 연의 덕분에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좋네요. 물론 매우 부족하지만, 아빠가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면 그것으로 되겠지요. 또, 덕분에 예술가들의 길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약간 체험하면서 더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육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요즘입니다.^^: 편한 밤 되세요.
 
유토피아 - 존재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나라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5
토머스 모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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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원제 :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는 1516년 간행된 토마스 모어(Thomas More)의 저술이다. <유토피아>는 당대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1권에서 제시하고, 제2권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라파엘(Raphael)이 이상국가인 유토피아(Utopia)를 소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과 유토피아를 상호 대비하면서 '문제제기-해결방안제시'의 구조 속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방안 제시라는 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에서 제기된 영국의 문제와 유토피아를 통해 제시한 해결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사법 문제 : 가혹한 처벌과 범죄자 문제 


영국에서는 절도를 저지른 죄인을 교수형에 처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은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그들에게 낮은 형벌과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 우리는 어디에서든 절도범들은 교수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교수대 한곳에서 20명이 처형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도둑들을 다루는데 있어 이런 방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처벌로서는 너무 가혹하고 억제책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식의 가혹한 처벌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생계를 꾸릴 수단을 제공해서, 끔찍한 궁핍에 빠지는 사람들일 없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p46)


나. 유토피아의 경우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규정되어 있는 형벌은 없으며 개별적인 경우에 따라 의회에서 적절한 형벌을 결정합니다...... 중요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형벌은 노예로 만드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노동자가 죽은 사람보다 소중하며, 보다 더 지속적인 억제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면 시장의 재량이나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형기를 감해주거나 취소시켜줄 수 있습니다.'(p177)


2. 병역 문제 : 상비군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상비군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와 같이 16세기는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 강대국들은 상비군을 보유한 시기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국(帝國)으로의 팽창을 도모하는 시기였다. 상비군의 문제는 영국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문제였고, 이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는 상비군 대신 용병제도를 운영하여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상비군은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을 고용한 정부를 전복하고, 영토를 유린하며 도시를 파괴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상비군은 전혀 필요없는 존재입니다. 철저한 군사 훈련을 받았던 프랑스 군대가 영국이 전시에 징집한 병사들을 쉽게 패배시키지 못했던 것만 보아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p49)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유토피아인)의 전쟁은 대부분 용병들이 대신합니다.(p194)...... 두번째 병력 공급원은 참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유토피아가 부담해주는 나라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외의 우방국들이 지원해주는 파견부대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유토피아의 시민들이 참전합니다.'(197)


3. 경제 문제 : 엔클로저(Enclosure) 운동


16세기 당시 영국은 엔클로저 운동이 일어나 많은 유휴노동력이 발생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공통적으로 농업을 배우고, 공동분배를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값비싼 양모를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귀족과 지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도원장들까지도 자신의 소유지에 울타리를 둘러쳐 목초지를 만들고 아무도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 실질적으로 이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농민들이 쫓겨나게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간절하게 원한다 해도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여기저기를 떠돌며 구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털을 구입해 모직물을 만들어 팔던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양털을 살 수도 없게 됩니다. 즉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양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양을 거래하는 시장은 분명한 독점을 아니라 해도, 적어도 극소수 사람들이 과점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p54)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곳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시민이라면 누구나 농사일을 해야 합니다. 농사는 어린이들이 꼭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과목이기도 합니다.... 농사는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고, 그 외에 각 개인별로 특별한 기술을 배웁니다.(p116) .... 한 집안의 가장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해당 물품이 있는 상점으로 가서 요청만 하면 됩니다. 요청한 것이 무엇이든 그는 돈이나 물품 등으로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p127)'


4. 경제 문제 : 사치 풍조(불평등한 부의 분배)


영국에서는 부자들이 이익을 추구하고 귀금속을 귀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돈의 가치를 금속 가치 이상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치 풍조를 방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말라빠진 소를 싸게 구입해 자신들의 목장에서 살찌운 다음, 막대한 이익을 붙여 되팔기만 하면 됩니다... 소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자연 자원 중 하나가 국가적인 재난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토록 비참한 빈곤이 사치 풍조와 연결되어 이러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p55)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은 귀금속을 보물로 여기지 않습니다. (p138)... 나는 그들이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장차 닥칠지도 모를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간직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돈의 재료가 되는 은이나 금을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p139)


<유토피아>에서 토마스 모어는 당대의 위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상 사회인 유토피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문화를 계승하여 플라톤의 <국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등에 묘사된 이상국가 아틀란티스의 모습도 <유토피아>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고대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16세기 영국에 대한 사회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16세기의 <유토피아>는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16세기 영국이 당면한 위의 사회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반대중들에게 가혹하지만 권력자들에게는 관대한 사법 문제, 불평등한 징집이 이루어지는 병역 문제, 1960년대 농업황폐화를 통해 이루어낸 산업화(경제) 문제, 최근 심화된 빈부격차 문제 등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이미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유토피아>는 내용적으로는 공동식사, 공동분배, 같은 모양의 주택 거주 등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비현실적인 면이 언급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18세기 영국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19세기 분열된 독일 현실 과제를 한번에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 저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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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1-02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다짐하지만 너무 먼~~ [유토피아]군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7-01-02 17:50   좋아요 0 | URL
^^: 명성에 비해 내용도 짧고 지금 시각에서는 크게 파격적인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2017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cyrus 2017-01-02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머스 모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유토피아》의 저자인 것도 있지만, 아내를 사랑해서 성직자의 꿈을 포기한 로맨티스트인데다가 권력에 저항한 공직자였죠. ^^

겨울호랑이 2017-01-02 20:2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토머스 모어가 헨리8세의 재혼을 반대하다 죽임을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성직자 꿈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cyrus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붉은눈 2017-01-06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유토피아‘ 하면 시민들에게 농촌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하도록 하여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부여하려고 한 것이나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씩 일하게 하여 완전고용과 성실한 근로를 추구하려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국민을 희생해야 한다면 전쟁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대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있을 수 없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이러한 유토피아를 꿈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6 09:38   좋아요 1 | URL
^^: 붉은눈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중시하는 자급형 경제구조와 일정시간 노동이 이루어진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음 세기부터 시작되는 산업혁명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였던 만큼 이에 대한 토머스 모어의 인식이 나타난 듯 합니다. 또한, 자국민을 피를 묻히는 죄악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생각으로 전쟁을 피하려고 하였으며, 불가피한 경우 용병제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보편적 인류애‘라는 개념보다는 ‘기독교적 형제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이상향으로 언급됩니다만 모든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붉은눈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