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이것들은 살아계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 디디무스 유다 토마가 기록한 비밀 말씀들이다...


15.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보거든 땅에 엎드려 그에게 절하여라. 바로 그 사람이 너희의 아버지다." (토마 복음)


Jesus said, "When you see one who was not born of woman, prostrate yourself on your faces and worship him. That one is your father."(Gospel of Thomas)




토마(도마) 복음을 읽던 중 한 구절을 읽던 중 들었던 아주 짧은 생각.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너희 아버지(God)라는 토마 복음의 구절은 세익스피어(Shakespear) 의 비극 맥베스(Macbeth)를 연상시킨다.


Second apparition


"Be bloody, bold, and resolute. Laugh to scorn The power of man, for none of woman born shall harm Macbeth."


Be violent. bold, and firm. Laugh at the power of other men, because nobody born from a woman will ever harm Macbeth.



맥베스가 토마 복음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맥베스에게도 신(神)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맥베스의 비극이 신(神) 또는 자신의 운명(fate)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쫓아 폭주하는 것에서 온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3-1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6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3-17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마 복음이 외경에는 들어가는군요. 신약성경의 복음서에 없는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3-17 07:43   좋아요 2 | URL
^^: 신약성경과 대략 80% 내용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니데이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추의 역사 + 미의 역사 세트 - 전2권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미(美)의 역사(Storia Della Bellezza)>와 <추(醜)의 역사(Storia Della Bruttezza)>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1932 ~ 2016)의 서양 예술(특히, 미술)에 나타난 미(美)와 추(醜)에 대한 이야기다. <미(美)의 역사(Storia Della Bellezza)>는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 예술 작품 속의 미(美)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시대에 따라 달라져온 '미(美)'의 개념을 살펴본다. 미(美)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미(美, beauty)

관념론은 미(美)란 정신에 의해 감지되는 것에 의해 성립된다고 본다.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미(美)는 이해(利害)를 떠난 순수한 감정에 있다고 본다든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1831)처럼 이념의 직관적인 형식하에서의 파악으로 나타난다고 한 것이 그 예다. 유물론에서는 지금까지 미는 객관적으로  갖추어진 것이고, 대상이 갖는 전체와 부분의 균형, 조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미는 이러한 활동을 미술이나 예술 상의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철학사전>, 중원문화(2009)


미(美)라고 하는 개념은 정신에 따라 감지되는 것이며, 시대별로 미(美)가 다른 양상에서 시작된다는 관점은 사전적 의미일 뿐 아니라 이 책 <미의 역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아름다움(남자, 여자, 풍경의) 뿐만 아니라 하느님, 성인, 사상 등의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움베르트 에코, <미의 역사>, p14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서문은 책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특히, <미의 역사>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미(美)의 개념과 책의 의도가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서문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다양한 미의 개념 뒤에는 모든 세기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몇 가지 독특한 규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그것을 발견해 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 차이들을 밝혀 보려할 것이다. 그런 차이 밑에 숨어 있는 통일성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 <미의 역사>, p14


'완벽함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이상은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라는 한 단어로 대표된다. 이것은 칼로스(kalos, 일반적으로 "아름다운'으로 옮겨진다)와 아가토스(agathos, 대개 "선한"으로 옮겨지지만 일련의 긍정적인 가치를 모두 포괄한다)를 결합한 단어이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23


그리스인들의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라는 말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선(善)과 미(美)의 결합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선'과 '미'의 결합은 자연스럽게 '악(惡)'과 '추(醜)'의 결합으로 이어지면서 보다 복잡해진다.  그 결과 <미의 역사>의 후속편인 <추(醜)의 역사(Storia Della Bruttezza)>에서 추(醜)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반미(反美, 아름다움의 반대)', '비미(非美), 아름답지 않은 것 또는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한 것)', 독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추(醜)'.


'반미(反美)'라는 개념은 전통적인 관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절대적인 미(美)의 상대어이며 근대 이전에 주로 받아들여진 '추의 개념'이라 할 것이다. 한편, '비미(非美)'라는 개념은 아우구스티누스로 대표되는 초기 기독교 사상에서 '악(惡)'을 '선의 결핍'으로 정의한 초기 기독교 사상 속에서 나타나는 개념이다. 이러한 '비미(非美)'의 모습은 마치 '천국(天國)에 들어가기 위한 연옥(煉獄)'의 모습으로 잘 설명된다고 여겨진다. '추의 자율성' 부문에 대해서는 저자 움베르트 에코는 <미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추(醜)의 제시를 통해 독자들의 판단으로 미루고 있다. 서문에 나타난 대강을 살펴보면, '추(醜)의 자율성(自律性)' 에 대한 단초(緞綃)는  로렌크란츠의 <추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


'1853년 카를 로젠크란츠(Karl Rosenkrantz)가 쓴 최초이자 가장 완벽한 <추의 미학 Aesthetik des Hasslichen>은 추와 도덕적 악(惡)사이의 유추를 끌어낸다. 악(惡)과 죄(罪)가 선(善)의 반대이고, 선의 지옥(地獄)을 나타내는 것처럼, 추는 '미의 지옥이다. 로렌크란츠는 전통적인 관념으로 돌아가서, 추는 미의 반대이며 미가 그 자체 내부에 지니고 있는 일종의 오류이기 때문에, 미학이론이나 미의 학문은 추의 개념을 함께 다룰 의무를 함께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추상적 정의에서 추의 다양한 구현에 대한 현상학으로 옮아가는 그 순간에, 일종의 "추의 자율성'을 얼핏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자율성은 추를 더욱 풍부하고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그저 다양한 미의 형식에 반대되는 일련의 것 이상이 되게 한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16


저자는 서문의 마지막에서 '추(醜)'에 대해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반응"이라고 정리한다. '미(美)란 정신에 의해 감지되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역시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추(醜)'의 자율성 역시 우리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이런 추들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추를 조화나 비례, 완전무결함으로 이해되는 미의 반대라고 할 수 없다... "아름다운"의 모든 동의어들은 무관심적 평가의 반응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반면, "추한"의 동의어들 거의 모두는 격렬한 거부감이나 공포, 두려움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떤 혐오감의 반응을 포함하고 있다(p16)... 앞으로 온갖 다양성과 복합적 양상을 띤 추, 이 추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다양한 그 추의 형상들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반응들, 그리고 우리가 그것들에 반응할 때의 뉘앙스이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16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는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당대 문헌 내용이 풍부하게 인용되고 있다. 책에서는 분량의 제한이 있기에 시대별 상세한 서술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미학사(美學史)의 흐름과 미학의 중요 두 개념 미(美)와 추(醜)에 대해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내용면에서 좋은 미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미와 추 전체를 한 편의 리뷰에서 정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마지막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생각하는 미(美)의 개념을 '조화'와 '비례'의 개념에서 살펴보면서 본 리뷰를 마친다.


조화(造化, Harmony)


'조화는 미덕이다. 건강과 모든 선(善) 그리고 신성(神性)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물들 역시 조화에 따라 구성된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 <철학가들의 생애> (BC 6세기 ~ BC 5세기)


[그림] 라오콘과 아들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aeyun4542&logNo=220622925372)


비례(比例, proportionality)


 '모든 사물들은 아름답고 어떤 식으로든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비례가 없는 미와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은 수적인 비례가 맞아야 한다. 따라서 "숫자는 창조주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모델"이며 사물들 속에서 지혜로 이끄는 중요한 흔적이다.' 바뇨레조의 보나벤투라, <하느님에게 이르는 정신의 순례> (13세기)


[그림] 비트루비우스의 비례도( 출처 : http://blog.daum.net/orteauc/6916958)


부분들의 비례


'미는 개별적 요소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의 조화로운 비례 속에, 즉 한 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과의 비례, 손가락들과 손의 나머지 부분과의 비례, 손의 나머지 부분과 손목과 팔뚝과의 비례, 팔뚝과 전체 팔의 비례,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에 쓰여 있듯이 한 부분과 나머지 다른 모든 부분들과의 비례 속에 있다고 단언한다.' 클라우디우스 칼레누스 <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가르침> (2세기)


PS. 개인적으로는 헤라클레이토스가 미(美)'에 대해서 '아름다움'와 '아름다움의 대립자'간의 균형이 조화라고 해석했다는 면에서 '미의 상대성'을 잘 설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우주에 통일성과 다양성, 사랑과 증오, 평화와 전쟁, 정지와 운동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듯 보이는 실재들인 대립자들인 존재한다면 이 대립자들 간의 조화는 그중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둘이 계속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게 하는데서 성취된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조화는 대립자들의 부재가 아니라 그들간의 균형이다.' 움베르트 에코,<미의 역사>p72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3-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6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3-16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꼼꼼히
진심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6 12:13   좋아요 1 | URL
마르케스 찾기님 감사합니다^^: 아직 제가 미학에 대해 잘 모르기에 다른 미학책과 함께 읽으면 더 새로운 것을 찾을 것 같아요..

cyrus 2017-03-16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를 따로 읽었지, 같이 읽어본 적은 없었어요. 두 권의 책을 같이 읽어보면 흥미로운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추의 역사>가 좋았어요. 제가 어두운 분야를 좋아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6 15:28   좋아요 0 | URL
네, cyrus님 개별적으로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서로 대조해서 읽는 것도 독서의 집중도와 흥미 둘 다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의 역사>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일까요. 한 번 생각하고 펼쳐보게 되네요.. 이런 것도 일종의 편견이겠지만요..^^:

cyrus 2017-03-16 15:32   좋아요 1 | URL
<추의 역사>에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느낌의 그림 도판이 있어서 읽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저는 이 책을 맨 처음 읽었을 때 그림 보고 깜짝 놀란 적 있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3-16 15: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것 같습니다. 특히, 다른 그림보다 <추의 역사> 뒷 부분에서 나무에 목매달린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은 충격적으로 다가오네요.. 물론 저자는 ‘공포‘라는 감정도 ‘추‘의 한 갈래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충격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오거서 2017-03-16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 추의 역사 두 책을 같이 읽으시는군요. 저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라서 이런 시도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6 20:31   좋아요 2 | URL
^^: 세트가 생겨서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앞뒤로 연결해서 책을 읽으니 또 다른 것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거서님의 글을 읽다 보니, 국악과 클래식을 교차해서 듣는다면 더 좋은 음악감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ㅜㅜ ..음악의 길은 참 멀다는 생각을 합니다. 쉽게 되지 않네요..^^:

오거서 2017-03-16 21:29   좋아요 3 | URL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면 그만큼 책읽기가 즐겁고 활자가 지식으로 경험으로 부뢀시키는 것이 쉬워지리라고 봅니다. 물론 책읽기와는 다르지만 음악 감상에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듣기도 하지만, 같은 곡의 다른 연주를 모아서 한 연주자씩 듣거나 한번에 두 연주를 플레이 하기도 합니다. 비교감상법이라고 하지요. ^^

겨울호랑이 2017-03-16 20:49   좋아요 2 | URL
요즘은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귀에 잘 들어옵니다.^^: 19세기 쇼팽음악을 21세기의 시각으로 해석했다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좋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평할 입장이 되지 못해 당분간 좋은 연주자 음악을 즐길 계획입니다. 지금처럼 오거서님의 좋은 가이드 계속 부탁드립니다^^:

samadhi(眞我) 2017-03-1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남편의 평소 지론(?)과 꽤 비슷하네요. 우리 남편은 아무리 예뻐도 좀 쎄 보이면 못 생겼다고 치어다도 안 보거든요. ㅋㅋ 우리 남편이 선에 집착하는 편이라 아주 단순하게 해석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7-03-18 20:00   좋아요 1 | URL
그렇게 ‘진-선-미‘가 연결되네요^^: 단순히 이론만이 아님을 samadhi님의 사부님 지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ㅋ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p20)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은 역사적 사건의 기록이며, 이를 통해 지난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대통령의 파면 선고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르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p19)


위의 선고문을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하 박근혜)가 헌법 제7조, 제66조, 제69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근거하여 파면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해당되는 법조문은 아래와 같다.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제66조] 

②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탄핵 인용 선고를 통해 대통령 파면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결과에는 차이가 없겠지만, 세월호와 관련한 선고에 대해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관련 선고 결정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 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p14)


위의 선고 결정문을 요약하면 '"성실(誠實)"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위의 사유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선고는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다. 법전문가들은 세월호 조사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常識)과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식은 전혀 근거없는 감정적인 판단이기만 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판단근거는 있고, 우리는 이를 우리의 전통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


孟子曰:“人皆有不忍人之心。先王有不忍人之心,斯有不忍人之政矣。以不忍人之心,行不忍人之政,治天下可運之掌上。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皆有怵惕惻隱之心,非所以納交於孺子之父母也。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非惡其聲而然也。由是觀之,無惻隱之心,非人也;惻隱之心,仁之端也;凡有四端於我者,知皆擴而充之矣,若火之始然,泉之始然。苟能充之,足以保四海;苟不充之,不足以事父母”


'맹자가 말했다. “사람에게나 누구나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선왕들에게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정치가 존재했다.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정치를 펼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사람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얼핏 보고는 누구나 깜짝 놀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한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좋은 명성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며,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점을 보건대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단서(四端)이 있는 것은 사람의 몸에 사지가 있는 것과 같다. 나에게 있는 네 가지 단서를 확충할 줄 안다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고 샘이 처음 솟아나오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것들을 확충할 수 있다면 천하를 보전할 수 있지만, 그것들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부모조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孟子>, 公孫丑上, 황종원 譯,p132 




[성실(誠實)]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也.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

 

'성(誠)함은 하늘의 도요, 성(誠)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다. 성(誠)한 자는 힘쓰지 않아도 표준에 들어맞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으며, 자연스럽게 도에 부합되니, 그는 성인(聖人)이다. 성(誠)하고자 하는 자는 선을 가려 그것을 굳게 붙잡는 자이다.'


<中庸> 第20章 황종원 譯 p105


이에 근거하여 거칠게 나마 선고문을 쓴다면 다음과 같이 쓸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 헌법수호의지 부족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국가의 통수권자로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당시 사람으로서 당연한 '惻隱之心'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惻隱之心'을 확충할 수 없다면 부모도 섬길 수 없을 텐데, 하물며 국가의 수반으로서야. 또한, 국가 수반으로서 선(善)을 가려 그것을 굳게 붙잡으려는 성(誠)을 행하지도 않았는데, 이 역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 판단된다. 피청구인의 언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헌법(憲法)에는 이러한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 1948년 제헌 당시 세계 각국의 헌법을 참고하여 가장 좋은 덕목을 모아 만들었다는 우리의 헌법에는 정작 우리의 정서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고, 나는 이번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을 통해 그러한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개헌(改憲)문제가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비록, 시기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지만 헌법개정이라는 대전제에는 국민적 합의에 이른듯 하다. 언제 개헌이 되더라도 제7공화국의 헌법안에는 우리의 상식이 녹아들어있는 상식적인 헌법이 되길 기원해본다.



ps. 

리뷰를 쓰기 위해 헌법을 찾던 도중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헌법에 근거한 '청렴의 의무'는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 적어도 조문상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는 '청렴의 의무'는 주어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만 부패할 수 있다는 이런 조문 내용 또한 일반 상식과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도 이번 개헌 때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 제46조] 

①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③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7-03-12 14: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정미 재판관님이 주문할 때 소름이^^;
강일원 재판관님과 더불어 역사속의 ˝위인˝이 될 것입니다.
두분 존경하구요. 특검팀 또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셨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14:50   좋아요 5 | URL
^^: 네 북프리쿠키님 말씀처럼 마지막에 반전이 극적이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사법질서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이번에 느끼게 되었네요. 북프리쿠키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3-12 18:30   좋아요 4 | URL
처음과 세월호까지에서 설마,,, 뭐야,,, 아닐거야,, 눈물날만치 좌절했다가,,,,
와!!!!
주문을 할 땐 멍~~ 소름,,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주문 낭독이었어요.
감격해서 그 영상 다운받았죠ㅋㅋ
다들 감동하셨구나ㅋㅋ
제 북풀 친구님 중에는 친박이 없어서,,, 이래서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2 18:34   좋아요 2 | URL
마르케스찾기님 잘 지내셨지요?^^: 고생하셨고 탄핵을 축하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2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페이퍼로 적극 추천합니다. 연달에 두세 개 기각했을 때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 어어어어어... 이거 잘못하면.... 다행히 그러나.. 로 시작하는 후반부가 있더군요...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15:34   좋아요 1 | URL
^^: 추천에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저도 소추안이 계속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참 침통했습니다... 헌법이 상식대로 돌아가는 세상의 기초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의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이제는 그렇게 되겠지요?^^: 기대를 가져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2 15: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똥도 쓸 데가 있다더니 박근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만만치 않더군요.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누가 헌법의 소중함을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그토록 견고했던 박정희는 독재는 했어도 축재는 않했다는 개소리 신화가 깨지는 계기를 박근혜가 제공했으니 ......

겨울호랑이 2017-03-12 15:36   좋아요 2 | URL
곰곰발님 말씀이 맞습니다. 큰 손실에 따라오는 작은 소득이긴 하지만요.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되겠지요^^:

북다이제스터 2017-03-12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2 18:4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축 탄핵입니다^^:

2017-03-12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3-12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월호에 대한 국민안전 보호 의무에 대한 판결은 상당히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7시간의 해명이 전혀 없었거든요..다만 소수의견으로 성실의무 위반이었다는 결론이 부가적으로 있었음에 부족했지만 다행이더군요. 대한민국은 세월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겁니다. 국민의 안전이 국가의 존립의 근거이자 목적이거든요.....공권력의 목표이기도 하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있어야할 이유가 사라지거든요..곧 이것이 헌법의 기초거든요.

참고로, 일본의 헌법 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봉건적인가요..ㅎㅎㅎㅎ국민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겨울호랑이 2017-03-12 20:03   좋아요 2 | URL
네 유레카님 저도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350여명의 인명이 죽어갔음에도 별다른 조치나 원인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유레카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되었으니 새출발을 기대해 봅니다^^:

AgalmA 2017-03-13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탄핵 사유에 세월호 건을 주요하게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한 것도 이럴 걸 예견해서 였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씨가 중대한 잘못을 너무 많이 저질러 피할 도리가 없었단 게 다행?

겨울호랑이 2017-03-13 21:14   좋아요 1 | URL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부족해야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총체적으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을 물러나게하는게 정말 힘이 많이 드네요.. 두 번만 탄핵했다간 국민들이 먼저 지칠것 같네요..

AgalmA 2017-03-13 21:26   좋아요 1 | URL
내 옆의 한 사람 맘이나 생각 돌리기도 어려운데 권력과 연줄로 카르텔을 만든 자를 끌어내리기가 그리 쉽겠습니까^^; 이런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한국인이 더욱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바탕이 된다는 게 이 운동의 가장 큰 힘이겠죠.
마틴 루터 킹도 처음엔 대단한 인권 운동가가 되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잖아요^^
한국의 이 촛불집회는 카리스마 지도자 없는 진정한 운동은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죠.

겨울호랑이 2017-03-13 21:26   좋아요 1 | URL
^^: 이번에 제대로 한국민주주의를 극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친듯 합니다.. 아직도 왕조의 신민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국민의 인식부터 형식적 삼권분립이라는 제도적 문제까지 한번에 터졌으니 큰 경험이 되겠지요..다른 한편으로는 벌써 대선이라 마치 춘추전국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3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지식인마을 세트 - 전15권
장대익 외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142,500원 → 128,250원(10%할인) / 마일리지 7,120원(5% 적립)
2019년 01월 05일에 저장
절판
토플러 & 엘륄 :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
손화철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1월 05일에 저장

튜링 & 괴델 :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박정일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1월 05일에 저장

나가오카 & 유카와 : 아시아에서 과학하기
김범성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9년 01월 05일에 저장



3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튜링 & 괴델 :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지식인마을 36
박정일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튜링 & 괴델>은 튜링의 '보편 튜링 기계'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수학의 집합론과 컴퓨터에 대해 설명한 수리논리학 입문서다. 


<튜링 & 괴델>에서는 두 수학자의 이론이 다루어진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Imitation game>으로 유명한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 ~ 1954)의 '보편 튜링 기계'를 설명하기 위해 <튜링 & 괴델>에서는  프레게(Friedrich Ludwig Gottlob Frege, 1848 ~ 1925)의 <개념 표기법 Begriffsschrift>(1879)상의 '문장 논리'와 '술어 논리', 칸토어(Georg Ferdinand Ludwig Philipp Cantor, 1845 ~ 1918)의 '집합론'의 개념을 연관설명하고 있다. 또한, 괴델(Kurt Godel, 1906 ~ 1978)의 '불완정성 정리'를 설명하기 위해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 ~ 1943)의 '힐베르트 프로그램'의 개념을 소개한다. 


프레게는 기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322)의 삼단논법으로 대표되는 기존 논리학 대신 문장연결사를 활용한 '현대 논리학'을 창시했으며, 현대 논리학과 무한(infinty)의 개념을 잠재무한(potential infinity)과 실제무한(actual infinity)으로 구분한 칸토어의 '무한론'은 튜링기계(Turing machine)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책에서는 튜링 기계의 작동원리가 후대 컴퓨터 특히 인공지능(AI)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보편 튜링 기계(universal Turing Machine)'를 통해 설명된다.


'간단히 말하면 보편 튜링 기계란 다른 튜링 기계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흉내낼 수 있는 기계를 말한다(p108)... 그렇다면 보편 튜링 기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보편 튜링 기계에서는 다른 튜링 기계의 프로그램이 하나의 수치로, 다시 말해 하나의 데이터로 입력되고 처리된다'(p123)



[그림] 알파고 서버(출처 :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54225)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제1불완전성 정리'와 '제2불완전성 정리'로 나눌 수 있다.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수학의 체계에서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제1불완전성 정리). 나아가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수학의 체계에서 모순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체계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제2불완전성 정리)' (p161)


'한 문장에 대해서 그 자신과 그것의 부정이 동시에 증명 불가능한 경우, 그 문장을 결정 불가능한 문장이라고 부르며, 이를 "괴델의 제1불완전성 정리"이다.'(p167).. 괴델은 산수 체계의 무모순성이 그 체계 내부에서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p180)


<튜링 & 괴델>에서는 각각의 명령어가 어떤 방식으로 개별 숫자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러한 수대응(數對應)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음을 통해, 보편 튜링 기계의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의 문제제기로 이어진다. 책에서 제기한 이러한 질문에 대해 2015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게임 결과로 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기계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튜링 & 괴델>은 컴퓨터의 기본개념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그림] 바둑의 경우의 수(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49668)


이러한 입문서로서의 역할 이외에도 <튜링 & 괴델>은 수리논리학이 결코 <수학 정석>의 집합, 명제 수준이 아님과 수학의 여러 정리를 추가적으로 제시하여 독자의 흥미를 더한다.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1. 부랄리-포르티 역설과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


<튜링 & 괴델>에서는 칸토어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부랄리-포르티 역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중세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을 연상시킨다. 서양에서 무한(infinity)라는 개념은 신(God)의 존재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부랄리-포르티 역설]

모든 서수들의 집합은 존재하는가? 다시 말해 가장 큰 서수는 존재하는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상의 집합 Ω를 가정하자. 이 집합에는 0, 1, 2, 3, ... ω(초한 서수)가 포함될 것이다. 모든 서수들의 집합 Ω의 서수는 Ω의 원소인 어떤 서수보다 크며, 가장 큰 서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Ω로부터 Ω+1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Ω+1은 Ω보다 더 크다. 그러나 이는 가 가장 큰 서수라는 사실과 모순된다.(p142)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 

1. 신은 그보다 더 큰 것이 상상될 수 없는 존재다.(가장 큰 존재다.)

2. 이런 신의 개념은 인간의 지성 속에 존재한다. (즉, 그런 개념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다.)

3. 신이 실재가 아닌 마음 속에만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4. 그것은 마음 속에 한정된 신보다 더 큰 개념이므로, 그보다 더 큰 것이 상상될 수 없는 존재라는 신의 정의에 모순된다.

5. 따라서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2.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


책에서는 자기 지시의 모순의 대표적 예로 러셀의 역설을 소개한다.


[그림] 러셀의 역설( 출처 : 네이버)


S라는 집합을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들의 집합"으로 정의하자. 다시 말해, A가 S의 원소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A가 A의 원소가 아닌 것으로 한다. 이 경우 "S는 S의 원소이다"라는 명제와 "S는 S의 원소가 아니다"라는 명제는 둘 다 모순을 도출하여 맞다 혹은 그르다 중에 어떤 답으로 답할 수 없다. (출처 : 위키피디아)


러셀의 역설을 이용해서 한 가지 명제를 만들어 보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사실은 "세상 모든 것은 바뀐다"는 사실이다.'


PS.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다."라는 사실이다' 라는 명제 때문에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 ~ 1951)것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한다'고 한 것은 아닐테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17-03-11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느낀 바지만, 겨울호랑이 님은 수학 세계로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개척해내는 노력에 감동을 받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이렇게라도… ^^;;

겨울호랑이 2017-03-11 07: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사실 제가 수학을 잘 못해서 뒷북으로 책을 봅니다..ㅋ 서양철학,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에 수학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 탄핵도 되었으니 오거서님께서도 좋아하시는 카라얀의 연주 즐감하시는 주말 되세요^^!

yureka01 2017-03-11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논리가 다 현상에서 추상으로 나오더군요..그러니 현상의 수리적 추상이 곧 수학?이겠다 싶습니다. 이 책의 난이도가 상당할듯합니다..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3-11 14:40   좋아요 1 | URL
^^: 제목에서 책의 난이도를 산출하시는 것을 보면 유레카님의 내공이 더 대단하십니다^^: 유레카님의 내공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니데이 2017-03-11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파고는 저렇게 생겼군요.^^
겨울호랑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날씨가 따뜻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1 20:37   좋아요 1 | URL
꽃샘 추위도 물러가는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몸도 마음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7-03-12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읽은 책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내용과 겹치는 게 많네요.

일단 안셀무스 신 존재 증명은 이미 1번부터 틀렸습니다. 신이 가장 크다는 가정은 어디서 나왔는지 그 가정 증명부터 나와야 겠는데요^^ 그렇다고 치고 따라가도 4,5번에서는 엉터리란 말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_-; 이 논법으로 설득된 사람들이 정말 많단 말인가;;;;
인간의 마음을 어떤 크기로 측정할 수 있는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제껏 생존했던 모든 인간의 마음을 측정할 수도 없으면서. 또한 마음 속의 신과 실제하는 신의 비교가 과연 대비적일 수 있는 것인지. 토끼의 마음 속이나 인간의 지성 외에서 신의 존재 증명을 찾지 못한다면 신은 인간 지성 크기보다 더 클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인간 지성 손바닥 안에 있음을 저 명제들은 보여줍니다. 가정한 인간의 지성도 신도 이미 개념 속 대상인데 무엇보다 가장 문제적인 건 마음 속 신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일반화 오류같고 거기서 모순을 말하는 것도 괴이하며 그 도출로 실제가 존재한다는 결론 이것도 논리 모순입니다.


러셀의 역설에 대한 건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구성주의를 비판하며 만든 도식과도 비슷합니다.
{[(T는 S에 상대적이다)는 S에 상대적이다]는 S에 상대적이다}는 S에 상대적이다 ………이것이 무한으로 이어짐. 궁극적인 준거가 되는 최후의 체계가 없죠.


비트겐슈타인의 저 유명한 말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한다‘는 여러 전제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연 과학적 사고를 추구한 비트겐슈타인이<논리-철학 논고>에서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적 진술들을 비판한 데서 정확히 썼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은 말할 수 있는 것을 분명하게 말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라고도 말했죠.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 생각의 한계로 설정한 것이지 모든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는 불가해적 판단에서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07:49   좋아요 1 | URL
^^: Agalma님 아침에 보내주신 장문의 편지 감사합니다.ㅋ 덕분에 늦잠자다 깼어요..ㅋㅋ

1.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에 대해서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맞습니다. 일종의 삼단논법 형식으로 전개된 위 논증은 첫 번째 대전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성립될 수 없겠지요.. 안셀무스의 증명은 대강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세상 어떤 속성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완전한 존재가 있다고 가정을 하자. 그 존재에게 ˝실존성˝이 빠졌다는 것은 우리가 가정한 ˝완전한 존재˝라는 가정에 모순되는 속성이다. 그래서, 신은 존재한다..‘ 안셀무스의 관점은 현대에서 바라볼 때 받아들여 지기는 어렵지만, 그가 살았던 중세(11세기)에는 ˝믿음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이외에도 신 존재 증명은 여러 철학자들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토록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수학의 체계에서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제1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이 만든 세계 속에서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가 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정작, 괴델은 수학적으로 신 존재 증명을 했습니다.ㅋ )

2. 러셀의 역설

러셀의 역설은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는 언어의 지시적 의미와 형식이 충돌해서 생기는 문제겠지요. 언어는 수단으로서 이미 전제된 부분(사회적 합의)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특정 정의를 통해 모순되게 정의될 때 부딪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말장난이구요.ㅋ

3.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한다˝는 전혀 제가 ps에 언급한 내용으로 이야기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그냥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관계(사제지간이면서 대립되는)를 생각해서 즉흥적으로 던져본 말일테니까요. 아직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언어˝에 대해 주목한 비트겐슈타인이라면 ‘언어와 대상의 1:1 관계성‘과 그 의미에 대해 당연히 한 번쯤은 고민했으리라는 추측으로 말장난처럼 적어놓았습니다.ㅋ 너무 진지하게 Agalma님께서 응답해 주셔서 다음에 <논리-철학 논고> 읽을 때 제가 잡고가야할 포인트를 건졌네요.

항상 제 부족한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할 문제를 나눠 주셔서 Agalma님 감사합니다.^^:

AgalmA 2017-03-12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 잠 깨워 드려서 죄송합니다^^;; 거기다 성심껏 댓글까지 쓰는 중노동을 시켜드렸군요;; 거듭 죄송합니다;
책 읽고 그 여운에 그와 관계된 글을 보게 되니 저도 모르게a;;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괴델의 수학적 신 존재 증명에 대해서도 그 대상영역(수학) 내에서의 증명일 뿐 모든 것을 포함하는 혹은 설명하는 신 존재 증명은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ㅎ
암튼 푹 쉴 일욜 아침부터 죄송; 담엔 새벽에는 댓글 저장해두고 낮에 드리는 예의를 좀 차리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14:29   좋아요 1 | URL
ㅋㅋ 아녜요. 할 일 미루고 농땡이 중이었어요.. ㅋㅋ 사실 저는 새벽에 일어나는 편인데 빈둥거리다 Agalma님께 딱 걸렸네요.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연의와 종일 놀아야하니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오히려 제가 Agalma님께 감사드립니다. 거기에 안 굴러가는 머리로 답글쓰느라 충분히 예열이 되었으니 잘 되었네요 저도 Agalma님 글이 반갑다보니 리뷰에 가까운 답글 썼답니다. 전혀 미안해 하시지 마시고 아무 때나 쓰셔도 됩니다.. ㅋ 정말 피곤하면 눈을 지긋이 감고 나중에 답글쓰겠지요.. 그땐 이해해 주시길요.^^